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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풍광의 오키나와 라이딩기<2>

mandolin2006.03.24 15:53조회 수 1513추천 수 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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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은 갈 길이 먼 만치 서둘러 로손에서 사 온 어묵으로 아침을 대신하고는 8시 반께 숙소를 나와 18도 정도의 쾌적한 기온 속에서 이 도시의 58번 중앙도로를 타고 북진했다.
왕복 4차선 도로는 꾀 붐벼 인도로 달리니 속도를 낼 수 없어 자연히 스로우 모션.
바닷가 쪽이나 뭍 쪽에 미군부대가 나오기도 하는 도로를 한 시간 가량이나 달리자 겨우 차도가 한가로워져 차도로 들어 가 경쾌하게 달리는데 ‘ARAHA BEACH 0.4K'라는 팻말이 나와 들어서니 눈앞에 그림같이 예쁜 해수욕장이 전개된다.
모래사장이 너무 좁은 감은 있으나 찬란한 태양아래의 쪽빛 바다, 멀리 심심치 않은 자그마한 파도, 그리고 코앞에 떠있는 듯한 미니 바위섬이 조화된 풍광이 너무 환상적이어서 ‘야~’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인근 지역에 사는 듯한 아가씨들이 공원화된 이 해변으로 나와 인라인을 타고 인근 미군부대 가족인 듯한 외국 어린이도 있는 유치원 꼬마들이 선생님 손에 이끌려 나와 놀이기구를 타는 극히 한적한 이 해변에는 일반 아파트도 있었는데 그 위치가 바로 호텔격이고 또 별장이나 다름없다.

사진을 몇 장 찍고는 다시 갈 길을 재촉, 북으로 달려 차탄쵸와 가테나쵸를 거쳐 목적지 잔파 곶 으로의 지름길인 왕복 2차선의 지방도로 접어들었고 옛 류큐 성터 입구를 지나자 각종 야채와 과일 을 팔고 있는 농산물 가게가 나타난다.
11시반 밖에 안 되었음에도 어느새 시장 끼가 생겨 안에 들어 가 보니 누리끼리한 날 겨란 10개 한 박스가 단돈 '1백50엔’이라고 적혀 있다.
하기사 옛날 하숙을 할 때인 고교시절 점심시간 크라스메이트가 가져온 노리끼리한 겨란 후라이가 덮힌 도시락을 가장 부러워했던 적이 있어 겨란을 보면 항상 탐스러워하면서도 후에 양계장에서 질병예방을 위해 페니시린을 사료에 넣어 먹인다는 얘기를 듣고는 한동안 연민스런 눈길만 보냈 지만 일찍이 여러 차례의 일본 여행에서 우유와 더불어 날 겨란이 신선하고 맛있음을 뷔폐장 등지에서 즐겨 먹으며 체험한 바 있다.
이 곳서는 몇 개만 살 수도 없고 보면 박스로 살 수 밖에 없었고 남겨서 배낭에 넣어 깨지게 할 수도 없어 모두 깨서 마셔버리는 내 생애에 새로운 진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이 날 이 겨란 덕분에 자연보호지역인 국립공원이어선지 로손이나 패밀리마트는 물론 식당 따위도 없이 대형 호텔 한 곳만 있는 잔파 곶에서 배곯지 않는 느긋한 관광 라이딩을 할 수 있을 줄이야..
사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 하지만 실제로 시간과 일정 등 예상외의 여건에 쫒기다보면 가끔 본의 아니게 배 곯이를 하게 마련인 것이 잔차 여행이기도 하다.

곧 나온 초현대식의 로얄 호텔 앞의 잔파 비치는 모래사장이 비교적 넓고 가까운 해변에 새파란 이끼 밭이 인상적이며 바닷물이 그렇게 맑을 수 없는 쪽빛이어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이고 유혹적이다.
일본 곳곳에서 온 아가씨들, 연인들이 그 풍광을 만끽하고 있었고 낮 최고 기온이 불과 23도라 했는데도 그 너무도 유혹적인 물빛에 절로 이끌려선지 오사까에서 왔다는 세 미녀는 수영복까지 입고 바닷물 속에 들락거리고 있었다.
이 비치에서 2백m쯤 더 가자 높이 50m는 조히 될 듯한 등대가 나왔는데 직경이 한 팔 정도 밖에 안 되는 좁은 원기둥 속의 나선형 철제 계단을 타고 꼭대기까지 오를 수가 있는 입장료가 150엔, 젊은 연인들이 단 둘이만의 호젓함을 즐길 겸해서 오르내리기에 안성맞춤인 관광 명소 같았다.
그리고 이 등대지역 너머 해안은 제주도에서도 흔한, 구멍 투성의 검은 화산석으로 된, 높이 100m는 됨직한 기암절벽이 2km 가까이나 길게 형성되어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언덕 위 안쪽에는 산책길도 있어 좀 깊이 들어가면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한 난간까지 있는 전망대 도 있지만 절벽을 더 넓게 사진에 많이 담아 보겠다는 욕심에 훨씬 더 깊이 들어 가 셔팅 포인트 로 안성맞춤인 곳으로 보이는, 영문 모를 비석도 있는 한 돌출부에 들어 가 등대 쪽 해안 절벽을 옆에서 보니 침식, 풍화작용에 의해 요철이 극심한데다 언덕 대부분이 아랫도리가 깊이 파여서 언덕 판 끝부분은 거의 다 허공에 떠있는 양상이다.
내가 딛고 선 언덕 위도 몇 곳에 균열 틈이 길게 나 있어 불과 20cm 너비인 틈새로 아래를 내려 다보니 천길 낭떠러지 밑에 시퍼런 바닷물이 파도치는 광경이 목격되어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몸서리가 쳐 진다.
뒤늦게 서야 바로 이 곳도 끝부분은 허공에 떠있어 언제 내려앉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에 소름이 끼쳐 목뒤가 서늘해지고 몸이 굳어진다.
더구나 이처럼 위험한 곳 임에도 아무 주의 표지도 없고 안전장치도 없이 방치되어 있어 역설적 으로 말하면 젊은이들이 스릴감을 맛보기에는 최적지라고 할까?

장관인 암벽

이런 장관을 눈앞에 두고도 심히 유감스러웠던 것은 암벽방향이 역광이고 후랫쉬도 소용없는 너무도 광활한 피사체인데다 또 암벽이 새까만 화산석이어서 효과적인 사진을 결코 얻을 수 없다 는 점이다.
여기에다 인적이 너무 드문 곳이어서 당장 내 기념사진 한 장 조차 찍을 수가 없어 아쉬운대로 배낭에 넣고 다니는 초미니 삼각대를 꺼내 봤으나 바닥이 고르지 못해 설치가 불가능하다.
한 동안 좌우를 두리번거리다가 다행히 1백m쯤 떨어진 산책로로 농구공을 든 한 젊은이가 지나가 고 있음을 발견, ‘Help me!'를 외쳐, 불러 올수 있었고 촬영 포인트도 제약이 많은 여건에서, 또 세찬 바람 속에서 겨우 몸을 가누며 등대와 절벽을 배경으로 두어 장의 기념사진을 찍게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이 곳에는 소비시설이 없는 만치 관광을 권장하는 기관도 없고 보면 버스 따위는 보이지도 않아 일본 내국인들이 랜트카로 잠간 들리는 정도일 뿐 배낭 족들은 접근이 어려워 오히려 잔차 여행지로는 안성맞춤 격인 듯 했다.

하여튼 이 곳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 허둥지둥 되돌아 나와 다시 멋진 해안 길을 따라 북상, 오키나와 본섬 중 제일 허리가 잘록한 북부지역의 나까도마리 마을을 거쳐 동쪽 해안으로 향하는 73번 국도로 들어섰고 중도에 마치 우리나라의 민속촌 같은 류큐촌을 잠시 둘러보고 이 곳서 6k밖에 안되는 동해안 도시 이시가와 시(高川市)에 닿았다.
원래는 일찍이 미야자키에 동행했으며 이 곳을 먼저 다녀 간 바 있는 박 사장으로부터 출국 전 지도를 눈앞에 펴놓고 코스 선정을 위한 도움말을 들을 때 동해안으로 넘어 가는 길이 꾀 경사도 가 심한 고갯길이어서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는 얘기를 듣고 서둘러 온 것인데 더 위쪽의 다른 횡단로를 이 73번 국도로 착각한 듯 했다.
실제로 이 73번 도로는 아주 평탄해 반시간도 안 걸려 이시가와에 도착, 패미리마트 주차장에서 대형 오키나와 산 캔 맥주와 주먹 밥 한 개로 날 겨란 10개로 떼 운 점심을 보충하면서 서해안 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 가 코끼리 바위 등이 있는 또 다른 절 경지에 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되돌아 갈까하는 생각까지 했다.

허나 출국 전 예보 체크에서 다음날 비가 올 확률이 50%나 되었음을 상기, 가급적 나하까지의 앞길을 될 수록 단축해 놓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당초 기흭 코스대로 329번 지방도로 남진, 오키나와 시에 이르렀고 저녁 무렵이 돼 시 남쪽의 한 폴리스 센터에 부탁,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 3층의 게스트하우스를 소개받아 찾아갔다.
자칭 이 업소의 스텝진이라는 22살의 아가씨와 동물병원 간호사며 오토바이 동호인이기도 한 23살의 숙박 객 아가씨가 맞아 줬는데 이 곳도 하룻밤 숙박비는 1,500엔.
인근의 슈퍼에서 도시락과 대형 캔 맥주, 그리고 안주감등을 한 보따리 사와 펴 놓고 셋이 술판을 벌였는데 두 아가씨는 체인스모커였고 간호사는 꽤 술을 잘 마시며 영어로 하필 잔차 여행지로 일본을 선호하는 이유를 물어 오기도.
이 날은 비록 한쪽에 세탁물이 좀 걸려 있었지만 비교적 아늑한 4인용 방을 독차지,  2층 침상위에서 안락한 잠자리를 가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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