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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30일 양일간 대구-안산 잔챠 투어

쿨러2006.04.13 20:50조회 수 1823추천 수 6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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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가 깨져서 사진이 안나옵니다...ㅠㅠ
http://ezcooler.byus.net/blog/21 로 접속하시면 다 보실 수 있습니다..




원래 계획 했던 것을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저의 소중한 경험이기에 올립니다.
제 홈피(http://ezcooler.byus.net)에 올린 글을 퍼오기만 한 것이기에
비속어 및 비경어체로 되어 있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잔차 입문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완전 초보입니다.
항상 왈바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가다가 결국 저도 글 한번 올리는 것이니
저 같은 초보들에게 고수님들은 많은 응원해주세요^^;

자 그럼 시작합니다.




모든 계획은 이미 완료 되어 있다.
3월 29일 대구를 떠나 30일 안산에 도착한 다음 이천을 거쳐 31일 충주도착, 4월1일 대구로 돌아 오는 것이다.
일단 출발하기 전 내 계획은 이러했다. 인터넷 지도 콩나물로 대강 라이딩 거리를 측정해보니 올라가는 것이 300km를
살짝 넘을 것 같은데 거의가 잘 닦여진 국도인데다가 강원도 같은 고지는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도 없는 그저그런 무난한
코스이다. 돌아 오는 길이 약간 빡실 것 같았지만 오는 길은 산간지방이라 즐기면서 라이딩하기로 하고 큰 부담 가지지
말고 설렁설렁 라이딩을 작정했다. 오다가 안되면 경북 점촌에 있는 고모집에서 하루 더 묵을 준비까지 했으니^^;
여러 준비물들을 챙긴다.



일단 입을 옷을 챙기고, 헬멧과 이시스형님이 하사해주신 고글, 장갑, 방한용 조끼, 등산용 윈드 스토퍼
간이 펌프, 물통, 라이트, 후미등, 튜브 2개, 펑크용 패치툴, 기타 공구 등등....
근데 준비를 하다보니 몇가지는 생략된다. 선크림, 지도, SLR 카메라...
얼굴 외에는 햇볕에 노출될 부위도 적고 아직은 한여름의 강렬한 태양이 아니기에 생략하기로 하고,
지도는 머릿속에 국도 번호만 외워 둔다. 올라갈 때는 왜관 이후부터 4번 타고 가다가 1번으로 갈아 타고
내려올 때는 이천까지가서 3번타고 문경까지만 오면 그다음부터는 눈 감고도 올 수 있는 길이기에 별로 어려울 게 없다.
카메라는 어찌하다 생긴 내 핸펀이 (SKY IM 8500) 대신 해주기를 기대하며 SLR은 포기한다.
무겁기도 무겁거니와 사진을 찍기 위해 가방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쉬운게 있다면 미리 이시스 형님께 부탁드려서 T3를 빌려뒀음 좋았을뻔 했다. 돌아와서 스캔의 번거로움은
있지만 휴대성과 사진의 질에 대한 신뢰성은 어느 카메라도 따라 갈 수 없다고 굳게 믿는 기종이기에 더욱 그렇다..^^

일단 자전거는 이시스 형님의 권유와 이쁜 디쟈인 때문에 결정한 SCOTT SCALE 70이다.
보고 또 봐도 이쁘다. 특히나 빨간색이 너무 내 마음에 든다.
앞뒤 드레일러부터 해서 특별히 다른 잔차에 비해 꿀릴 게 없다.
이만한 가격에 이 구성이면 대 만족이다.



앞 쇼바는 록 아웃 기능까지 있다. 완전히 잠기는 것은 아니지만 오르막에서 패달링해보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좋다^^
이녀석 희안하게도 입문용을 표방하면서 클릿 페달이 기본 장착이다!! 덕분에 예정에도 없던 클릿 슈즈까지 구입한다.
클릿 슈즈 신고 꽈당하고 넘어지는 모습을 몇 번 본적이 있기에 구입 첫날 상당히 긴장하며 신었지만 ㅋㅋㅋ
난 아직 넘어 진적 없다. 그분이 누구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이시스형님 말씀에 의하면 상당히 아프단다.. ㅋㅋㅋ
그리고 이번 투어링 중에도 한번 넘어질뻔한 경우는 있었지만 넘어진 적은 없다. ㅋㅋㅋ
아~~ 서문이 너무 길었다...

어서 떠나고 싶다는 마음 덕분에 준비도 어찌 얼렁뚱땅 되어 버렸다.
잔차를 처음 구입하고 달랑 30여 km를 운행하고 투어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
단지 하나 아직은 젊다는 것!! 그거 하나에 올인 하는거다.



재우가 출근하기 전에 둘이서 사진 한 장 찍어둔다. 울 재우 나랑 사진 찍으면 얼굴이 작게 나온다고 좋아한다.
3월 29일 수요일 아침 7시가 넘어 일어나 떠날 채비를 한다. 2003년 강원도 라이딩의 경험이 내게 어떤
건방짐을 심은건지 오늘 가야하는 거리가 약 150km가 되지만 별로 서둘러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고개도 없는 단순한 장거리일 뿐이란 생각이 날 더욱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엄니가 챙겨주시는 아침을 먹고
잔차를 어깨에 메고 5층 계단을 내려온다. 스트레칭 흉내 같은 것만 내고 에듀로8의 적산 거리를 확인해본다.
35.8km라고 적혀있다. 역시나 살짝 긴장은 하지만 걱정은 되질 않는다. 다만 한가지 걱정이 되는 것이 있다면,
일기예보에서 이야기한 황사 현상과 강한 바람이 걱정될 뿐이다.



우리 집 앞에서 한 장 찍으며 라이딩을 즐길 준비를 해본다. 이미 시간은 8시 반을 넘어서고 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길에 교복입은 학생들 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잔차에 올라타고 설렁설렁 준비 운동겸해서
페달질을 하기 시작한다. 죽전네거리를 지나 성서 계대로 향한다. 바람이 조금 불기는 하지만 그리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바람이 꽤나 차갑게 느껴진다. ok outdoor에서 구입한 윈드 스토퍼를 입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설렁설렁 간다. 그래도 속도는 23km/h 정도 나온다. 달리다 보니 어느덧 성서 계대 정문에
도착한다(09시 00분). 저거 지어 올린다고 학생들의 등록금이 엄청 들어갔다는 소릴 어디서 들은 것 같다.



계대를 지나 다사 매곡점 GS25에서 행동식으로 먹을 자유시간과 핫브레이크를 6개 구입한다.
가게 앞에 혼자 서있지도 못해 땅바닥에 자빠링해 놓은 자전거와 190cm의 큰 키, 큰 머리에다가 헬멧까지 쓰고
초코바 6개를 구입하는게 동물원의 고릴라가 바나나를 들고 있는 것만큼 희안한 모양이다. 점원 아가씨가 별로
반갑지 않은 듯한 눈빛으로 자꾸만 쳐다본다. 아가씨가 나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만큼이나 쳐다봄 당하는 나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성주를 향해 가다가 달서 고등학교 옆에 왜관으로 빠지는 국도가 있다.
왜관 구미 김천까지는 자주 이용한 길이기에 동네 마실 가듯이 그냥 간다. 물론 잔차가 아니라 네바퀴 차를
이용했던 것이지만 말이다. 내가 배를 타는 동안 왜관으로 가는 강변 국도가 많이 정비 되어 있다.
폭도 많이 넓어지고 거의 직선화 되어 있다.
큭~~ 근데 이게 왠일인가.. 염려했던 바람을 드디어 실감하기 시작한다.
평지에서 힘겹게 페달을 밟아야 간신히 20km/h를 웃돈다. 살짝 걱정이 되려한다. 오늘 목표는 대전인데....
정숙이 누나가 살고 있는 집을 살짝 비켜지나가며 왜관 철교에 도착한다(10시 10분).
왜관 중심 도로를 타지 않고 뒷길 소방도로를 이용했기 때문에 왜관을 통과하면서
차 때문에 짜증이 나거나 하진 않았다.



이시스 형님이 일어 나셨을까 해서 전화를 했더니 아침일찍 집을 나서서 섬진강을 가시고 있는 중이란다..
이크 이럴줄 알았음 아침일찍 전화드려 T3라도 받아 올걸 하는 후회가 된다.
물도 한잔 마시고 집에 전화도 하고 자유시간도 까먹으며 약간의 여유를 부리며 거시기 아래를 부비부비한다.
안장 코가 약간 높은 건지 거시기 아래가 꽤나 쓰라려온다. 하지만 아직은 적응기라는 생각에 그냥 가기로 하고
출발한다. 약목을 지나고 구미 밑으로 지나며 금오산 뒤통수를 바라보며 간다.



아~~~ 근데 여기서부터는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부담 되기 시작한다.
페달질을 계속하면 몸에서 열이 나기에 추위는 걱정이 되질 않지만 자전거가 나가질 않는 것은 큰 문제이다.
평지임에도 불구하고 기어를 2-6 정도로 놓고 페달질 한다. 당근 속도는 20km/h가 안된다.
이러면 해질 무렵이나 대전에 들어 갈 것 같다. 해지기 전까지 대전 시내만 들어가면 대전시내야
야간 라이딩을 해도 별 무리가 없으므로 또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 나중에는 결국 이 놈의 여유 때문에 고생하지만...

12시 반이 될쯤 김천을 지나기 시작한다. 근데 이거 내가 예전에 다니던 길이 아니다.
그 때는 김천 시내를 통과했는데 이상하게 거리가 한산하고 왕복 4차선 도로가 계속 이어진다.
그렇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것은 우회도로다. 그냥 이대로 가다가는 점심을 어중간한 곳에서
어중간한 시간에 해결해야 한다. 쓸 때 없는 육교만 있고 횡단 보도가 없었기에 왕복 4차선
제한 속도 80km/h인 도로를 쏜살같이 가로 지른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말이다.ㅋㅋㅋ
동네 골목같은 소방도로를 지나니 택시4~5대가 서있는 식당이 있길래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식당을 결정한다.
가나식당 음식은 정갈하고 맛있으나 아주머니 두분이 아저씨들과 너무 크게 이야기를 나누셔서
살짝 정신이 나갔다 들어온다.



03년 강원도 라이딩때 느낀 바가 있기에 밥은 약간 무리를 해서라도 먹어둔다. 날씨도 쌀쌀하고
바람도 있기에 더더욱 그리했다. 다 먹고 둘러보니 내가 봐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깨끗이 비웠다. ㅋㅋㅋ
아주머니 내게 물어보신다.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아침에 대구에서 출발해서 대전 가는 길이라 했더니 대전이야 차로 한시간 거리니까 금방 간다는
말도 안되는 말씀만 하신다. 김천에서 대전이 고속도로로 한시간 거리인데 어찌 자전거로 금방 갈 수
있다고 하시는지.. 내가 암스트롱 처럼 평균 속도 60km/h를 낼 수 있는 사이클 선수도 아니고 말야..

13시 10분 화장실에 들러 몸에 달린 물탱크의 물을 한번 빼고 잔차에 달린 물통에는 물을 가득채운 후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김천을 빠지고 나면 대전 전까지는 그리 큰 도시가 없기에 행동식을 미리
사둬야 한다는 생각에 또 6개를 구입했다. 할머니가 보고 계신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할머니께서
내게 부탁하신다. 셈을 할줄 몰라서 그러는데 개수에 맞게 금액을 놓고 가란다. 그래서 가격을 확인하니
개당 500원 6개니까 3000원 드리고 나왔다. 할머니가 고맙다고 내게 연신 인사를 하신다.
그냥 물건 사고 가격 지불하고 나오는데 이렇게 인사를 받아보기도 첨인 것 같다. 도대체 몇 번을 인사하신건지...
직지사로 가는 이정표도 보이고~~~ 김천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것 같다.
아~ 저멀리 뭔가 보인다. 경주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면 있는 뭐 그런건가보다.
예전에는 이 문을 못 본 것 같은데 말이다.



영남제일문 옆에 잔차 세워 놓고 사진한 장 찍고 다시 출발한다.
아~~ 근데 왼 무릎에서 반갑지 않은 신호가 살짝살짝 오기 시작한다. 콕콕 찌르는 듯한 진통이 시작된다.
아마도 03년 강원도 투어때 이시스형님이 경험하신게 이런게 아닐까 생각하며 왼다리보다는 오른 다리에
좀더 부하를 싣고 달린다. 클릿 패달 덕분에 한쪽 다리만으로도 패달링이 가능하니 이럴때 참 좋은것 같다.
근데 이거 큰일이다. 바람이 아무래도 만만치 않다. 예상했던데로 길은 아주 무난하다.
바람만 아니라면 그냥 쉬엄쉬엄갈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그런 쉬엄쉬엄 갈 수 있는 길도 맞바람이 불어오니
이거 왠만한 고개 뺨 친다. 대부분의 고개가 직선화가 되어 있기에 어려운 길은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바람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요소이기에 예상치 못했다. 이시스 형님이 제주도 투어를 하시며 바람 때문에
고생하셨다는 말씀이 자꾸 떠오른다. 고글을 쓰지 않으면 눈물이 나서 앞을 보고 가는 것도 힘들다.
경사도가 표시되지도 않은 동네 언덕임에도 불구하고 기어는 1-7 저속을 쓰고 있다.
속도를 보니 현재 속도 6~7km/h를 왔다 갔다한다. 한시간 가량 달린 것 같다.
무릎이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 상당히 쑤신다.
무릎만 그런 것이 아니라 거시기 밑에는 아예 감각이 사라지려한다.
아무래도 안장 위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안장코를 조금 낮추고 조금 더 뒤로 후퇴 시켰다.
잘은 모르겠지만 느낌에는 무언가 좋아진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절실히 느끼는 건 거시기 밑에가
확실히 감각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

바람 덕분에 체력 소모가 생각보다 많다. 물도 자주 마시고, 행동식도 라이딩하면서 수시로 먹는다.
하지만 느린 속도 때문에 내려서 쉬는 횟수는 가능한한 줄인다. 행동식도 주머니에 넣어 뒀다가 평지나 내리막을
내려갈 때 우적우적 싶어 먹는다.





아직 영동이 30km나 남았다.(14시 20분) 이제 부터는 걱정이 조금씩 되기 시작한다.
남은 거리도 거리지만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그로인한 무리한 부하로 무릎의 부자연스러움까지...
대전 시내가 아니라 초입만 도착하기로 라이딩 거리를 줄여 스케줄을 조정하기로 한다.
평일이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고속도로 이용율이 높아서 그런건지 왕복 4차선 도로에 다니는 차가 별로 없다.
15시 반이 넘어가기 시작하니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것 같다. 괜히 마음도 서글퍼지는 것이 사기저하로 이어진다.
내리막에서도 페달질을 빡시게 하지 않으면 30km/h 이상 속도가 나질 않는다.
큰일이다. 이러다가 나 혼자 좌절 할 것 같다. 으이씨~~

ㅋㅋㅋ 웃긴 상황 하나 발생한다. 고글 벗으니 아직도 날이 훤~~ 하다. 나 혼자 피식 웃어본다.
고글 쓰고 산 그늘 아래로 들어가니 날이 어둑어둑해진 것 처럼 느낀 것 뿐이지 하늘은 아직도 훤하다.
당연하지 시간이 시간인데 한겨울도 아니고말야!! 혼자서 바람 때문에 지랄떨다보니 엄한 생각까지 다 하는 모양이다.
휴가 받고 이시스형님 댁에서 잔차 투어 이야기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언뜻 들언것 같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둑한 느낌이 자꾸 사기저하로 이어지는 것 같아 눈물을 조금 흘리더라도 밝은게 좋아 고글을 벗고
안경으로 갈아 쓴다. 뭐 원래 어둑한 것이 아니었기에 사기가 하늘을 찌르도록 상승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스스로 위안을 삼을 정도의 기분 전환은 된다. ㅋㅋㅋ

16시 56분 옥천 도착 약 25km전이다. 동네이름이 지금 내 상황하고 딱 맞아 떨어진다.
으실마을..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서 바람이 더 차가워진다. 큰일이다. 차라리 오르막이 좋다.
내리막에서 조금만 여유부리다가는 추워서 라이딩을 못할 정도다.
마을 버스 정류소에 들어가 바람을 피하며 행동식과 물을 마시며 속도계를 보니 오늘 적산거리 121.79km
운행 시간 6시간26분 이다. 거리상으론 아직 여유가 있지만 내 몸이 이 놈의 바람과 차가워진 기온 때문에
더 견디지를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오른 무릎으로 계속 부하를 걸었더니 이제는 오른 무릎까지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다. 다시 스케줄 조정에 들어간다. 오늘 목표는 옥천이다.
대전과 옥천 거리는 약 20km 정도밖에 안되지만 지금 내 몸의 컨디션과 날씨는 20km도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침에 출발하며 가졌던 마음 가짐이 뼈저리게 후회된다.
강원도 한번 다녀온게 무슨 큰 벼슬한 거라고 거만해진건지.. 그것도 지난달도 아닌 2년전에 말이다.
혼자서 한참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이 뻔하다... 븅신~~
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언뜻보면 평지처럼 보이는, 오르막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길이지만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강원도 운두령 1085미터 고지보다 더 빡시게 느껴진다.ㅠㅠ
누가 옆에와서 임마!! 포기해!! 그러면 한마디 반문안하고 예!! 하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다.
왜 이렇게 나 혼자서 지랄 떠나 싶다. ㅠㅠ

17시 47분 또 쉰다. 바람이 너무 심하다 그냥 가만히 서 있는게 힘들 정도다.
윈드 스토퍼 안에 입고 있는 조끼가 보온 효과를 배로 증진 시키고 있다. 엄마말 안듣고 그냥 안 입고
왔더라면 두고두고 후회 할 뻔했다. 어릴적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엄마 말 들어서 손해보는 일은 정말 없다!! 결코!!
그러니까 엄마지!!  
엔드로 8은 적산거리 134.04km 운행시간 7시간04분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바람이 매섭다. 세기도 세지만 너무 차갑다.
그래도 어쩌누 가야지~ 행동식을 또 우적우적 먹은후 잔차에 올라탄다..

어느덧 옥천에 근접했음을 느낀다. 열차를 타고 다닐 때 자주보단 상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도로 상황을 나타내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좌절하고 싶어진다.
"대전 - 옥천 소통 원활 10분 소요" ㅋㅋㅋ
18시 24분 옥천역전에 도착했다. 신호 대기중 사진도 한 장 찍어본다.



잃어 버린 우리땅 대마도 기차여행이란 문구를 바라보며 말이다. 더 이상 미련 없다.
빨리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를 잡아서 쉬고 싶은 마음 뿐이다. 양 무릎이 넘넘 쑤시고 엉덩이는
얼얼하며, 원래 살짝 있던 감기 때문에 콧물은 쉴새 없이 흐른다.

신호 대기중 무심결에 장갑 낀 손이 코로 갔는데 높은 점도의 액체가 장갑과 코사이에서 늘어진다.
옆에 함께 대기중이던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이 보기전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른 손을 다시 코에 갖다 붙인다.
신호가 바뀐후 그분들이 먼저 출발한 후 뒤에서 순식간에 처리하고 나도 출발한다. 으~~ 더러라~~~.
완전 얼레리 꼴레리다.  ㅠㅠ
옥천 시내로 들어서니 자전거를 세워두고 식사를 할 만한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내가 이곳에 계신 분들의 도덕성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잔차 여행시 잔차 분실 사고가 종종 일어나기에
그런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절대 내 눈밖에 잔차를 두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20여분 정도 돌아다니다 보니 창을 통해서 밖이 잘 보이는 식당이 있다.

18시 48분 우렁각시 식당에 들어섰다.
우렁백반을 시켜놓고 오늘 적산 거리를 보니 145.77km, 운행시간 7시간 53분 이다.



이것이 바로 우렁 백반이다. 우렁이가 보이질 않아 아주머니한테 물어봤더니 된장찌게에 들어있단다. ㅋㅋㅋ
난 뭔가 특별한 지역 음식인가 했더니 맛을 보니 뭐 그리 특별할 것도 없다. 맛도 그냥 평범하고
우렁이가 몇 개 들어있었지만 그걸로 뭔가 독특한 맛을 내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동원 전복죽(편의점에 파는것)처럼 손톱보다 작은 전복 3조각 넣고 전복죽이라 하는 것 처럼 말이다.
밥을 먹으려 하니 손목이 뻐근해서 젓가락질 하기가 힘들다. 손이 얼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안장코를 조정해서 아무래도
체중이 양팔로 많이 쏠린 것 같다. 양 어깨도 많이 뻐근하다.
밥을 먹는 중에 체온이 식어서 한기가 슬슬 나를 찾아오기 시작한다.
역시나 밥 두공기를 해치우고 내가 먹기에는 너무 짠 반찬 2개를 남기고는 식당을 나선다.

으아~~ 너무 춥다. 무지막지한 한기가 내 온몸을 사정 없이 감싼다.
만화에 나오는 것 처럼 턱에서 따다닥하는 소리가 난다.
내가 가만히 있고자하여도 이놈의 턱이 가만히 있질 않는다. 정말 턱이 덜덜덜 거린다.
그리고 사지가 덜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빨리 숙소를 찾아야 한다.
내일 운행할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고자하는 생각에 옥천이 끝나가는 곳에 있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들어가기전 약국에 들러 맨소래담을 하나 구입했다. 방에 들어가니 채널 몇 개 나오지 않는 티비에
온수가 나왔다 안나왔다하는 샤워시설, 방 열쇠도 없는 문.. 열악하기 그지 없는 시설이지만
가격은 타 지역의 괜찮은 곳이랑 별반 차이가 나질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따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질 않는다. 얼른 씻고 따뜻한 침대로 들어가고 싶다.
샤워를 마치고 양 다리에 맨소래담을 듬뿍듬뿍 발라준다.
침대에 앉아 있으니 눈이 따가워 참기 힘들 정도다. ㅋㅋㅋ
집에 전화를 한통하고 이시스형님에게 오늘 라이딩 보고를 마친후
울 아가씨 목소리를 들으며 기분 업을 한후 잠자리에 들었다.

3월 29일 대구 - 옥천 일일 주행거리 146.93km
                             일일 주행시간 8시간 02분 53초
                             일일 평균 속도 18.2 km/h




3월 30일 06시30분 핸펀에서 미사 테마 곡이 울리기 시작한다.
일단 예의상 한번 잡아주고 다시금 5분을 기다린다.
얄짤 없다. 5분 더 있으니 또 울린다. 침대에 엎드린 상태에서 생사 확인을 위한 작업을 한다.



보다 시피 두눈 뜨고 살아있다.
샤워를 마친 후 뉴스를 틀어 놓고 출발 준비를 한다.
허걱!! 뉴스에서 어제 강원도 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리고 적설량이 10cm를 넘었다고 한다.
이런 젠장. 그러니 어제 그렇게 춥지!! 오른 무릎은 괜찮은 듯 하나 왼무릎은 여전히 빡빡하다.
그나마 일기예보에서 다행인 것은 오늘 오후는 평년 기온에는 못 미치겠지만 어제 보다는
포근한 날씨일거라한다. 하지만 바람은 여전하단다.. ㅠㅠ



여관방 안에 주차해둔 나의 애마 SCOTT SCALE 70과 함께 셀프 샷 한 장 때리고 출발한다.

07시 06분 이번에는 흉내만 낸거 아니다. 그럴 듯한 스트레칭을 마친후에 출발한다.
대전을 향하여~~
날씨는 약간 포근한 듯한 느낌이지만 바람은 여전하다. 왼무릎이 여전히 시큰시큰하다.
출발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완만한 고개 정상에서 반가운 이정표를 발견한다.(07시 36분)



물론 저 이정표가 내 목적지를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
왜냐고?? 난 대전을 관통해서 지나가야하기에 이제 시작일 뿐인거다.
고개를 넘어서자마자 지금까지의 바람을 보상이라도 한 듯 잔잔한 바람에 신나는 다운힐이 시작된다.
과속방지턱 때문에 왼무릎이 계속해서 시큰시큰거리지만 그래도 신나게 내려간다.
잔챠 구입후 최고속 기록한다. 61km/h

어제 이시스형님과 통화하면서 4번 국도에서 1번 국도로 진입하는 방법을 다시 한번 확인 했기에
계속해서 직진한다. 유성온천 간판을 보면서 말이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아침은 먹어야 안되겠니~
좀전에 지난 건물이 대전일보건물이었던 것 같은데 자세히 보질 않아서 기억이 안난다.

09시00분 도로변의 콩나물 국밥집에 들어가 식사를 주문하고 오늘 스케줄을 그려본다.
오늘 어떤일이 있어도 안산에 도착해야 한다. 평택이나 오산에서 1박한다면 그것도 너무 웃기지 않은가.
거리를 대충 짐작해보니 어제 못 달린만큼 오늘 보상을 해야하기에 아무래도 평균 운행 거리보다
상당히 웃돌 것 같다. 그래도 가야한다. 해가 지고 야간 라이딩을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는 사이 식사가 나왔다.



단촐하다. 솔직히 첨 나왔을 때 서글프기까지 했다. 뭐가 이리도 단촐한지..
이번 여행은 먹을꺼랑은 정말 인연이 안 맞는 것 같다. 옆에 있는 닭알 후라이 같이 보이는 것은
후라이가 아니라 닭알 반숙에 김을 얹여 놓은 것인데 옆 테이블 아저씨가 밥을 건져
거기다 비벼 먹길래 나도 그렇게 먹었는데... 왜 그렇게 먹는지 모르겠다.
별다른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위 약한 사람은 못 먹을 것 같은 음식이었는데..
잘은 모르지만 대전 사람은 이렇게 먹나보다 하고 먹었다. 역시나 밥은 한공기 더 추가를 했다.

09시 30분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선다. 나서기 전 안장 위치를 다시 조금 조정한다.
무릎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잔차의 지오메트리...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ㅠㅠ  
이시스 형님이 일러준데로 가다보니 월드컵 경기장 이정표가 보이고 거리도 점차 가까워진다.
거의 다왔을 무렵 당황한다.
직진도 월드컵 경기장, 우회전도 월드컵 경기장이다.
난 월드컵 경기장 앞을 지나가야 하는데 정문 위치를 모르는 이상 내가 어디가 앞인지 알 수가 없다.
느낌상 내가 서쪽으로 계속왔으니 북쪽으로 가도 손해볼 건 없을 것 같아 그냥 우회전 한다^^
정확했다. ㅋㅋㅋ





드디어 1번 국도를 확인하고 북으로 북으로 오르는 거다!!
이번 여행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잔차 여행이라하면 2차선 꼬불꼬불한 국도를 타고 가며
동네 어귀도 지나가고, 개가 미친 듯이 짓어대는 소리도 즐기며, 가끔씩은 송아지만한 개도
뛰처나오고 해야 잔차 타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대구에서 김천을 거처 대전까지 오면서 그런길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천과 영동 사이에 잠시 그런길이 있긴 했지만 이내 4차선으로 넓어지는
고속도화 된 국도 뿐이기에 그냥 차도 달리고 잔차도 달리는 것 뿐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무릎이 조금만 아프면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뱅뱅돌면서 조금의 여유가 생기니 강원도의
길을 그리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전을 벗어나기 전에 잔차로 장애인 돕기 운동을 하고 계신 분들을
만난다. 한분의 라이더와 옆에는 스타렉스 지원차량이 함께 달리고 있다.
뒤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읽어보기 위해 스타렉스 뒤에 바짝 붙어 읽어보니 대구 공업 대학에서 출발하여
서울까지 가는 코스인데 시각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 한다. 차량을 추월하여 잔차 타고 가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곳곳에 들러 예배를 보고 가기 때문에 일일 주행 거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단다.
오늘 아침은 대전에서 출발하였고 오늘 목표는 천안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내가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한다.
난 오늘 그분들과는 가야하는 거리도 다르고 투어 목적도 다르기 때문이다.
ㅋㅋ 속으로 뿌듯해 한다. 역시 대구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얌^^ 나도 그렇구~ ^^

솔직히 앞서서 가며 무리 아닌 무리를 했다. 추월당하면 그 쪽팔림은 말로 다 표현하기에
부족할꺼란 생각에 어쨌던가 페달질 빡시게 한다. ㅠㅠ
그게 결국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지만 말이다. 대전부터 이어지는 1번 국도는 지루하다 싶을 만큼
특별한 점이 없는 코스이다. 고속화 된 국도 덕분에 그렇게 높은 고개도 그렇다고 신나게 이어지는
딴힐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루만에 옥천에서 안산까지 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무릎은 계속해서 시큰시큰 거린다. 중간 중간 행동식을 보충한다. 물론 달리면서 말이다.

약간의 내리막 같은 곳에서 페달질을 하지 않으면 자전거가 서 버릴  정도로 앞 바람이 불어 온다.
어찌 이런 날씨에서 라이딩을 하고 있는 것인지..ㅠㅠ
혼자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는지..
혹시 하늘에 부끄러운 일 했던것 때문에 내게 심술을 부리는 것인지.
배를 타면서 체력관리를 안한 덕분에 다리가 많이 약해진건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도 약한 고갯길을 오르고 있을 때면 다른 생각은 나지도 않고
입에서 "씨바~ 씨바~ 씨바~" 이 말만 되풀이 해서 나온다. 양 무릎이 시큰거리니 정신도 없다.
안장의 조정으로 엉덩이에 실려야할 무게가 양 팔에 많이 실린다.
어깨도 아프고 손목도 저려온다.

11시 48분 옥천까지 27km 남았단다. 생각보다 멀다. 아무래도 오늘 라이딩 거리가 160km를 넘을 것 같다.



아침에 좀더 일찍 출발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기 시작한다. 그럴 무렵 배도 고파온다.
잔차 여행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잘 가다가 허기를 느끼면서 순식간에 의욕을 상실해 버리는 것이다.
사지에 힘이 쫙 빠지면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버리는 것.
강원도 투어때 그걸 절실히 느낀 곳이 안동에서 그랬고 영덕 초입에서 그랬던 기억이 생생하다.
뱃속이 횡한데 자꾸 초코바만 먹다보니 속이 달다. 그래도 먹어둬야한다는 생각에 또 우적우적 싶는다.
식사할 식당을 찾는데 어찌 하행선 쪽으로는 제대로된 휴게소도 있는데
상행선은 그런 그럴 듯한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건너가려해도 이넘의 도로는 국도인지 고속도로인지 구분도 안된다.
왕복 4차선에 제한 속도 80km/h 거기다 중앙분리대까지 있으니..
대구 - 광주 88고속은 2차선에 중앙 분리대도 없고 신호등도 드문 드문 있었는데^^

12시 45분 행정리라는 작은 마을 어귀에 도착하여 무조건 아무곳에서 끼니를 해결 하고자 한다.
화신 식당이란 곳에 들어갔는데 희안하다. 한식과 중식을 함께 취급하는 식당이다.
분위기는 일반 밥집처럼 생겼는데 메뉴판에는 중국집에 있는 모든 것이 나열 되어 있다.
일반 밥집과 중국집에 뭐가 다르냐 하지만 왜 들어가보면 그 둘의 미묘한 차이를 알 수 있지 않은가..
치렁치렁한 발의 유무라던가 식탁위에 있어야할 빨간색 고춧가루 통의 유무 등등.. ㅋㅋㅋ
된장찌개를 주문하고 추위를 달랜다. 식당안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어도 오늘은 춥다.
일기 예보에서는 분명히 어제보다 포근하다고 했는데 이자슥들 거짓말한 것 같다.
어제보다 더 추우면 더 춥지 절대 덜 춥지 않다...
혹시 조금 더 북쪽이라서 그런건가 속으로 생각해본다..



역시나 밥 두 공기를 먹어둔다. 정말 견디기 위해 억지로라도 먹는다.
오늘 이곳 까지의 라이딩 거리는 81.53km 운행 시간은 4시간 24분 오전에 달린 거리 치고는
좀 달린 것 같지만 식사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13시 반을 넘어서고 있다.
여차하면 14시다. 아직 천안도 못 도착했는데 말이다. 몸 상태와 날씨를 걱정하기 시작하니
아무래도 오늘 목표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시스형님한테 전화 드렸더니 형님도 무리하지 마라고 당부를 하신다.
나도 무리를 하고 싶지는 않는데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자꾸 불뚝불뚝하는 것 같다.
이러다 몸이 망가질 텐데도 자꾸 불뚝 거리는 그녀석을 내가 컨트롤 하지 못한다.
내 스스스로에게 졌다고 해야하나 ㅠ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딴짓은 하지 않는다. 쉬는 시간도 그냥 앉아서 쉬기보다 끌고 잔차를 하면서
한손으로 초코바를 먹고 잔차를 타고 가며 물을 마시고 될 수 있으면 북으로 가고자 한다.
천안도 생각보다 큰 도시다. '천안입니다' 라는 이정표를 본지 꽤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어서오세요 경기도입니다라는 이정표를 못봤으니 말이다..ㅠㅠ

어서어서 가야한다. 그러다보니 사진도 없고, 기록도 없다.
그냥 주구장창 달리는 것 뿐이다. 양 무릎의 고통 때문에 이젠 오르막 페달질을 하면서 어금니를
살짝살짝 물어가며 간다.

그렇게 그렇게 어찌 하다보니 보인다. 드디어 보인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는
"안녕히 가세요 충청도 천안" 이란 메시지와 다리를 건너고 나니 "어서오세요 경기도 평택입니다!!" ㅋㅋㅋ
근데 시간은 모르겠다. 내려서 기록할 여유 같은건 없다. 무조건 달리는 것 뿐이다.
평택이란 동네도 꽤나 크다. 아니 무지 크다. 내가 자주가는 오산과는 비교가 안된다.
한참을 달려도 끝이 안보이는 것 같다.

평지에서도 무릎 때문에 어금니를 살짝살짝 깨물어가며 잔차를 탄다.
힘들다.
평택을 지나며 혼자 머릿속에 별 생각을 다한다. 여기서 그냥 쉬고 있다가 울 아가씨 퇴근하면
차가지고 오라고 할까?? 아니면 마음 편하게 평택에서 1박을 해 버릴 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또 마음 한구석이 불뚝거린다. 그녀석 내 스스스로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
내 감정을 내가 제어 못하니.. ㅠㅠ
시간을 보니 16시를 훌쩍 넘어 17가 다되어 간다. 근데 아직도 평택이다.

그러는 순간 하늘에서 뭐가 자꾸 내려오는 것을 발견한다.
오호라~~ F-16 전투기다!!! 제트 엔진 소리에 내 마음이 또 요동친다. 이거 완전 직업 병 같다 ㅠㅠ
도로 공사중인 구간을 지나는데 내 머리 바로위로 F-16 전투기가 지나간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풀쩍 뛰어 오르면 닿을 것 같다.
이곳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저 넘의 제트 엔진 소리 때문에 골치 아프겠지만
지금 내겐 저 소리가 부스터 역할을 한다.
제트 엔진의 배기음을 즐기며 다시 한번 페달링에 즐거움을 더해본다.
앗.. 어디서 본 듯한 길들이 보인다. 오산이 다가오고 있는 거다!!
좀전에 본 것도 오산 공군 비행장인가보다. ㅋㅋㅋ 거의 다와 간다.
안산까지 거리는 아직 멀었지만 이미 그길은 내 눈에 익은 길이기에 오산까지만 가도
다 왔을 것 같은 기분이들꺼 같다.

하지만 체력을 위해 특별 행동식을 결정한다.
17시 10분 - 오산 6km전에 있는 GS정유에 있는 Joymart에서 빵과 우유 2개를 구입해서 먹어둔다.



오늘 적산 거리를 보니 이미 137.2km다. 강원도 투어때의 일일 평균 거리와 맞먹는 거리다.
운행 시간도 7시간 25분이다. 하지만 아직 오산 초입일 뿐이다. 어서 서둘러 가야만 했다.
하지만 나의 양 다리는 그걸 거부하는 듯하다. 자꾸만 좀 더 쉬자고 한다.

양 팔이 저려서 그렇지 거시기 밑에는 괜찮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혼자 씩 웃어본다.
엉덩이 아픈건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왼발은 클릿을 빼고
오른발만 클릿에 꽂아 페달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른 다리는 무릎 뿐만 아니라 허벅지도 터질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 다~ 들다보면 결국 못 간다. 그냥 잊어 버리고 가야했다. 주유소를 빠져나오는데
기름을 주유하고 있던 무쏘 운짱 아저씨가 내 잔차를 유심히 들여다 본다.
아저씨 자꾸 그렇게 보지마요~ 부담되니까요~

1번 국도를 타고 오산 외곽으로 돌지 않고 오산 시내를 주파하기로 한다.
그게 거리상으로나 경부선(철도)을 지날 때 조금 더 편할 것 같아서 선택했다.
울 아가씨가 살고 있는 오산 삼환 아파트도 지나간다. 곁눈질만 한번 하고 그냥 간다.
오산 이마트를 지나며 화성 경찰서로 가는 4거리에서 참 희안한 문구를 본다.
그 길의 이름이 '고속도로진입로'이다. 근데 영문으로 이렇게 표기되어 있다.
'GOSOKDOROJINIPRO'
철자가 정확한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하여튼 우리말을 발음나는데로 그대로 적어뒀다.
이게 맞는 표현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 길의 고유 이름이 고속도로진입로이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고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라면 뭔가 이상한데 말야~~ ㅋㅋㅋ  
얼마 가지 않아 오산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신호 대기하며 한 장 찍어 둔다. 고속버스편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오산 역도 인접해있고 오산 시장도
함께 있으므로 여기가 오산의 가장 번화가다. 교통도 가장 혼잡스럽다. 하지만 내 잔차 잘 간다.
차랑 같은 속도로 가기에 차선 하나 다 차지해서 간다. 오산 시내를 통과하고 다시 1번 국도와 만나서 달린다.
S-OIL이 있는 언덕을 넘어서니 세마대 삼거리까지 신나게 다운힐 한다.
잠시 언덕을 오르는가 싶더니 병점으로 가는 확장된 고가도로가 나오고 병점을 지나니 눈에 익숙한 비행장이 나온다.



차로 다닐적에는 가끔씩 경찰들이 중앙 분리대 대신으로 세워둔 플라스틱 드럼통 같은 것 뒤에 숨어
스피드건으로 찍고 있기 때문에 85 km/h로 달렸던 기억이 있는데 뭐 100km/h로 가나 80km/h로 가나
그게 그거였다..    하지만 이게 20km/h로 가니 거리가 장난 아니다. 내가 알고 있던 거리보다 엄청 길다.
한참을 가고 또 가다보니 수원 초입이라고 할 수 있는 비행장 3거리가 나온다.
으아~~ 정말 길다.
그리고 옆에 달리는 차들은 대부분 시속 100km/h를 웃돈다. 나도 차로 다닐땐 그렇게 달렸으니 말이다.

18시 17분 - 이제 수원이다. 세류 사거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퇴근시간이 되다보니 많은 차량들이
신호에 걸려 길 게 서 있다. 내가 제일 빠르다. 땍땍이 오토바이크를 제외하고는 내가 제일 빠르다.
여기서부터 안산까지 가는 길은 내 손금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차로 다닐적엔 잠시라고 생각했던 거리지만
의외로 멀다. 수원역 앞 복공판 도로를 지나고 1번 국도와 수인 산업도로로 가는 길이 나뉘는 사거리에서
고글을 벗는다. 어제의 실수와는 달리 오늘은 실제로 어두워 지고 있다. 가는중에 또 잔차 세우고 바꿔
쓰느니 신호 대기중에 얼릉 해결한다. 잘 달린다.

성대 사거리까지 잘 왔다. 날이 조금씩 어두워지긴 지나보다. 수인 산업도로를 탔다.
갈증이 심하게 느껴지지만 물통이 비어있어 참아야 한다. 길가에 있는 S-OIL LPG충전소에 들어가 물을
보충받는다. 물을 마신 후 가지고 있던 행동식 2개를 또 해치운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손목이 얼어 버렸는지
여간 뻑뻑하게 움직이는게 아니다. 무릎은 계속해서 찬 바람을 맞으니 더 시큰거린다. 잠시 물 받고 행동식
먹었는데 날이 금방 어둑해진다. LPG 충전소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드문드문 미등을 켜고 달리던 차들이
이젠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리는 차들이 많이 보인다. 나도 일단 후미등 깜빡이를 작동 시킨다.
핸들에 부착된 라이트를 켜 보지만 이건 앞을 보기 위한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앞에 가는 차에 보이기 위한 퍼포먼스일 뿐이다.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야간 라이딩이 이제 시작된거다.
가로등이 없는 구간으로 들어가니 자동차 라이트의 도움이 없으면 갓길이 전혀 보이지도 않는다.
드물지 않게 널부러져있는 깨진 유리병, 라이트 부서진 조각, 타이어 조각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발견하며
라이딩을 한다. 어서 도착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아~~ 근데 이넘의 산업도로 장난 아니다. 서해안 고속도로, 영동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동네 진출입로까지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수시로 후방을 주시하며 차선을 바꿔 달린다. 차는 라이트를 켜고 있으니 내가 차를
발견하는 것은 수월한데 저기서 달려오는 운전자가 나를 발견할 지는 의문이다. 크기가 있으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지만 내 몸에 형광 X-밴드도 없으니 위험한 것은 당연하다.

드디어 상록수로 가는 삼거리가 있는 오르막이다.
산업도로의 하나 좋은 점은 갓길이 충분한 여유가 있을 만큼 넓다는 거다. 오르막을 오를 때도 갓길로
여유있게 설렁설렁가면된다. 어라 근데 누가 내 뒤에서 라이트를 비춰 앞을 밝혀준다. ㅋㅋㅋ
길이 조금 막히기 시작하니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가고자 갓길을 불법으로 애용하시는 분들이다.

근데 이분들 내 뒤에서 아무 말 없이 그냥 따라오신다.ㅋㅋㅋ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ㅋㅋㅋ

나도 주유소를 지날 때 송아지 만한 개가 뛰쳐나오면 쫄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혼자 피식 웃어본다.

그리고 오르막을 힘겹게 오를 때 내 심정도 그랬다.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것도 지금 내 상황에서는 너무 버거운데
불법으로 갓길 이용하면서 큰소리 치면 뒤돌아서서 그냥 확~~~....  
내 솔직한 심정이 그 분들에게 전해진 모양이다^^ ㅋㅋ 상록수로 가는 삼거리를 지난다.

이제 안산이다. 안산이라는 동네는 한참 전에 진입했지만 그래도 내가 안산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안산은 여기서 부터다.
산업도로를 좀 더 타고 가서 홈플러스 앞을 지나 한도 병원을 향해 달린다. 오산에서 울 아가씨에게 전화하고
안산 선경 아파트 옆 횡단 보도에서 전화했더니 생각보다 엄청 빠르다고 꽤나 놀라는 말투다^^
남의 속도 모르고, 맘도 모르고 ㅠㅠ

하지만 난 웃으며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도착한다고 일러두고는 전화를 끊고 마지막을 위해 힘겨운
페달질을 다시 시작한다. 한도병원 앞을 지나 골목길로 접어 들어 잠시 후  행복한 유치원이 보인다. ㅋㅋㅋ

19시 50분 - 드디어 다~ 왔다. 정말 다~ 왔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이거한다고해서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니지만 혼자 괜시리 실실거리며 좋아해본다.
유치원 안으로 들어가니 선생님들이 모두 희안한 동물 보듯 날 보신다.ㅋㅋㅋ
원장선생님 제일 즐거워 하신다. ^^

나도 모르겠다. 내 행색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옆에 서 계시던 정기창 선생님이 내 사진을 한 장 찍어주신다.



내가 봐도 웃긴다. 뭐가??? 참 머리 크다..
안그래도 머리가 예사롭지 않은데 헬멧까지 쓰고 있으니 정말 사정없이 크다!!
또 손과 얼굴, 귀는 얼어서 벌겋게 달아 올라 있다.
2층에 울 자기가 근무하는 교실로 올라가 짐을 대충 풀고 양 다리를 쫙 뻗고 앉았다.
유치원 도착해서 절실히 느낀 것이지만, 아무래도 내일 일정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양 무릎에서 오는 통증 때문에 계단 오르고 내리는 것 조차도 넘 힘들다.

이 상태로 더 무리를 하다가는 정말 무모한 도전이 될 것 같다. 앉아 있으면 궁둥이도 사정없이
아팠지만 양 무릎이 넘 아팠기에 궁둥이는 아픈 명함도 못 내민다.

내 헬멧이 가벼운게 신기한지 울자기 자꾸 만져보길래 내가 한번 씌워봤다^^



ㅋㅋㅋ 귀엽당^^



사람이 왜이리 불쌍해 보이는 거얌...

오늘 여기서 이렇게 이번 여행을 마감하게 된다.
3월 30일 옥천 - 안산  일일 주행 거리 179.28 km
                               일일 주행 시간 9시간 29분 51초
                               일일 평균 속도 18.9 km/h



2006년 3월 29일~ 30일  대구 동본리네거리 - 안산 한도 병원 주위 행복한 유치원
                             양일 주행 거리 326.5 km
                             양일 주행 시간 17시간 32분 44초
                            (수원에서 대구까지 하루만에 잔차로 간 사람은 사람이 아니겠지.. 대단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누가 이렇게 가라고 시킨적도 없다. 그냥 나 혼자만의 만족일 뿐이다.
2006년은 이렇게 내 만족을 한번 해 본다. 비록 양 무릎이 아프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혼자서 흐뭇하다.
많은 분들이 혼자서 자전거 타고 힘든 오르막을 오를 때 무슨 생각이 드느냐고 물어 보신다.
대답 뻔 하잖아!! 혼자서 "씨바~ 씨바~ 씨바~" 하는 거지뭐^^
특히나 이번 투어처럼 바람 심하게 부는날은 그 농도가 배가되지!!

돌아 오는 길에 안산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에 잔차를 싣고 대구까지 왔는데
대구 북부 정류장에서 울집까지 신호만 잘 걸리니 잔차로 12분이면 도착을 했다. ^^

비록 내가 처음 계획 했던 것을 모두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현 시점에서 만족한다.
날이 조금 더 풀리고 내 몸이 좀 더 뒷 받침이 될 때 다시금 강원도를 가고 싶다는
작은 바램을 가지면서 이번 투어를 마무리 한다.


이번 투어를 위해 여러모로 도움을 주신 이시스형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배탄다고 마음고생 시키고 잔차 탄다고 또 마음고생 시키는 못난 아들 때문에 또 늙어 버린
울 엄니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고..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람해준 작은 사람에게도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출발하기 전날 쿨롱 빤스를 지원해 주신 쥐 형님께는 특별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형님~ 그 빤스 없었음 클날뻔 했어요^^;

그리고 다음에 갈 때는 절대 핸펀 디카를 사용하지 않는다!!
내 소중한 추억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차라리 허접한 컴팩트 디카라도 디카가 좋지 핸펀으로는 무리가 있다.

4일을 예정한 투어가 2일로 단종되는 아쉬움이 있지만 다음을 기약한다.

이 글은 투어를 마친후 여러 일정으로 인하여 4월 12일 완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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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첨부터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 섬세한 필체가 오히려 생뚱(?) 맞지만 자신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수고하셨습니다^^
  • 굳 굳 수고하셨습니다
    맞바람 저도 자출을 하기때문에 맞바람의 무서움(?)을 잘 압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이깁니다
    어찌되었든 출근을 해야하고 퇴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님 참 대단합니다
    그리고 멋지십니다
    지금 이 경험이 삶을 사시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 저도 다 읽었어요..헥헥...
  • 님의 글을 읽고 지난 주말(4월1일~2일) 감행했던 서울~구례 홀로라이딩이 새록새록 생각나 감회에 젖어보네요. 저도 후기준비하여 올려야겠네요.
    도전하고 극복하여 성취하는 마음은 인생에 커다란 보약이 되지 않겠어요?
    젊은 분의 앞날이 환할듯 하네요.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71
treky
2016.05.08 조회 681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8
hkg8548
2011.08.04 조회 7170
M=F/A
2011.06.13 조회 6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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