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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인천까지 야간 라이딩

hong14kr2006.06.08 23:43조회 수 2325추천 수 3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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群山서 인천집까지 약 250km.
소요시간을 대락 15時間 정도 예상한다.
시속 20km만 유지하면 12시간 반이다.
2시간반의 여유 시간을 보태서 15시간을 목표로 정한다.
출발 시간은 언제로 할까?
금요일 저녁 아니면 토요일 새벽.
그 사이 아무 때나 출발 할 수 있고 특별한 제약이 없으니 좋다.  

가는 코스는 바로 일주 전 자동차로 미리 답사를 해두었고
꽤 여러 번 지도를 살펴보았다.
어느 시간대에 출발해도 무리 없이 갈만한 코스로 느껴진다.
일단 군산시내를 벗어나 금강하구둑를 건너면 완만한 국도가 인천까지 이어진다.
群山서 충남 아산까지는 자동차 운행이 비교적 많지 않고 한적하지만
아산를 지나 인천까지는 수도권으로 많은 차량으로 인한 소음, 매연, 혼잡
그에 따른 위험성등과 싸워야 한다.

코스는 무리가 없으나 문제는 날씨다.
항상 그렇듯이 자전거타기에 가장 큰 적은 바람이다.
순풍이 불지, 역풍이 불지, 아니면 잠잠하던지
가다가 중도에서 비를 만나는 것도 생각해야 할 문제다.

충무공 탄신일
4월 28일 금요일 저녁.
아예 초저녁부터 출발해서
밤새껏 달려 내일 오전 중에 인천에 도착해보자고 결정을 한다.
모든 것을 쉽게 결정할 수 있으니 나 홀로 라이딩이 이래서 좋다.
비가 온단다.
28일 밤부터 29일 아침까지 경기, 중부지방 강우확률 80% 이상.
가는 날이 장날이라 기분이 영 개운치 못하다.
출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기로에 서있다.
계획을 뒤로 미룬다는 것이 싫다.
가다가 비를 만나면 그쯤에서 멈추면 되지않는가?
아니면 비를 좀 맞으면 또 어떠랴!
무조건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하니 마음이 편하고 기분은 들뜨기 시작한다.

김밥 두 줄과 오렌지 두개, 땅콩 카라멜 작은 봉지1개, 생수 한 병으로 일단 연료준비는 끝.
그 외 준비물로는 우선 우비를 챙기고
복장은 얇은 긴 팔 티셔츠와 바람막이 자켓를 걸치고
하의는 반바지와 여름용 긴 바지를 겹쳐 입었다.
야간이라 운전자 식별에 신경 써야 하는데
자전거에 부착된 깜박등 한 개로는 부족할 것 같아
달리기 할 때 사용하던 밴드모양의 노란색 램프를 헬멧 뒤통수에 고무줄로 묶어 붙이고
야광 밴드가 부착된 조끼를 잠바 위에 입었다.
라이트는 일전에 구입한 중국산 LED 램프를 달았다.
타이어는 이미 로드용으로 교체해 두었으므로 예비튜브 두개와 펌프를 챙기고
고글은 야간용이 아니므로 그냥 배낭에 넣었다.

숙소를 나선 시간이 7시 30분.
드디어 출발이다.
인터넷 지도에서 익힌 대로 금강하구둑을 향해 群山市內를 열심히 빠져나가고 있다.
어둠이 깔린 초행길에 이정표만 의지해 가다가 길을 놓쳐 버렸다,  
지나야 할 교차로를 더 간 것도 같고 덜 간 것도 같고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런 처음부터 헤매다니… 괜히 짜증과 내 자신한데 심통이 난다.
이 사람 저 사람 여러 차례 물어 드디어 금강하구둑을 막 건너니 8시30분
달린 거리는 16Km 한 시간이 꼬박 걸렸다.

이제부터 한적한 국도가 시작된다.
충남 부여를 지나기까지 29번 국도만 타고 가면 된다.
바람이 좀 분다. 불행히도 맞바람이다. 각오는 되 있었어 그리 서럽지 않다.
무리하지 않고 시속 20km에서 25km를 유지한다.
심한 오르막이 없다는 것은 이미 파악된 상태라 부담도 그리 없다.

옆을 지나치는 차들이 대부분 속도를 줄이고 멀찍이 거리를 두고 지나간다.
아마 그리 흔치 않은 현상을 도로에서 목격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 저게 뭐야?”
이 야밤에 홀로 자전거를 타고 어디서 어디로 가는 걸까?  
저 사람 정체가 뭐야?
남자야, 여자야, 젊은 사람이야 늙은 사람이야?
거참 별 미친 사람 다 보겠네!”
달리는 차 안에서 보기엔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 한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시방 가고 있는 길엔 지나가는 차들이 그리 많지 않다.

정말 한적하다.
동네 앞을 지날 때는 개들이 달려 나와 짖어대고
산과 접한 길을 달릴 뗀 소쩍새가 울고,
이제 곧 모심기를 기다리는 무 논 옆을 지날 때는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린다.
여전히 맞바람은 계속되나 그리 세차지 않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시끄러울 뿐이다.

충남 부여군 규암면 신대리
신대리 삼거리 29번 도로와 39번 도로의 갈림길에 잠시 서다.
금강하구둑에서 이곳까지 약 45키로
일부러 時計를 보지 않기로 한다.  
時間을 관리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힐끔 시계를 본다. 10시 반을 넘기고 있다.
예상대로 잘 가고 있다.
두 시간 동안 정들었던 29번 도로와 작별하고 이제 39번 도로와 만난다.
앞으로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해야 할 길이다.
편하고 안전한 여정을 약속하며 반갑게 맞아 주는 것 같다.
이 밤이 새도록 서로 속삭이며 애무하며 정을 나누리라.

아직은 쉬고 싶은 욕구가 없다. 그러나 좀 쉬어야 한다.
물론 뭘 좀 먹기도 해야 하고.
길옆 한적한 버스 정류장에 자전거를 세웠다.
움막으로 된 간이 정류장이 바람막이가 제법이다.
낡은 시멘트벤치가 있고 그 옆 구석에 이미 폐품으로 내다버린 구멍 뚫린 작은 소파가 있다.
온통 두껍게 뒤집어 쓴 흙 먼지가 등불 빛에 가득하다.
불빛이 낡은 소파로 향하도록 자전거를 세우고 슬며시 낡은 소파에 앉아 본다.  
그리고 헬멧과 배낭을 벗었다.
아! 편하다. 한없이 편하다. 정말이지 한없이 편하다.
찻길 옆 흙먼지를 뒤집어 쓴 버려진 구멍 뚫린 폐 소파에 앉으면서
이렇게 편한 함을 느낄 수 있다니..!!?
인간 삶에 절대만족, 절대행복, 절대불만 절대불행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배낭 속에서 김밥 한 줄과 오렌지 한 개를 꺼내 먹었다.
이 역시 꿀맛이다. 어찌 맛이 없을 소냐!
저녁식사 후 5時間이 지났고 3 時間이나 자전거를 타지 않았던가?

물을 마시니 갑자기 추워진다.
땀에 젖은 속 티셔츠가 마르면서 열을 뺏고 밤이 깊어지니 기온이 내려간다.
덜 덜덜 떨린다.
서둘러 출발한다. 달려야 한다. 달려서 열을 내야 한다. 아직은 비가 오지 않고 있다.
하늘을 처다 보니 별빛이 초롱 하다. 이렇다면 비가 오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다음 목적지가 충남 아산, 65Km, 3時間은 쉼 없이 족히 달려야 한다.
날을 넘겨 새벽 1時 반이나 2時경 도착하면 우수한 성적이다.


群山에 온지 겨우 한 달이 채 안됐다.
인천에서 쭉 근무하다 群山 사업체로 발령 받아 이 달 초에 부임 했으니 정확히 25일째 되는 날이다.
극심한 경쟁과 불황까지 겹치고 에너지를 비롯해 원재료 비용은 한없이 치솟아 사업이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 금년 들어 3개월째 수익을 못 내고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이 사업체는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많은 식구가 달려 있는 사업체다.
식구들 가운데는 막 결혼한 새신랑도 있고,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지 얼마 안된 신입사원도 있으며,
아들 딸이 대학에 다니는 아빠, 심지어 유학까지 보낸 학부형도 있다.
새집을 장만하여 부지런히 은행융자를 갚아야 하는 직원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인 것이다.    
살려야 한다 무조건 살려야 한다. 기를 쓰고 죽기 살기로 살려야 한다.
힘을 합쳐보자고 투입 되였다.
홈런을 치든지 안타를 치든지 점수를 내고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해야 한다.
그러니 무거운 짐을 지고 群山에 홀로 왔다.


群山은 달리기의 천국이다.
막상 내려 올 때 매일 하는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가 마땅할지 은근히 걱정했더니
오히려 그 걱정이 즐거움과 행복으로 바뀌었다.
늘 그렇듯 아침 운동으로 숙소 앞에 그리 높지않은 산이 있어 그리로 향했다.
그게 바로 월명공원
너무 신기한 것이 산속에 백두산 천지처럼 호수가 있다.
호수 주변에 폭신한 재질로 깔끔하게 포장된 산책로는 달리기에 더 없이 좋은 주로이고
산 능선으로 이어진 등산로는 천혜의 산악 마라톤 코스로 더없이 좋다.
뜻밖에도 이렇게 좋은 운동장소를 바로 가까운 곳에서 만난 것이
적어도 내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산속 호수를 끼고 나무숲 밑으로 난 코스를 달리거나 산책할 때 느끼는 신선함은 직접 느껴보지 않고서는 정말이지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달리기 연습코스로는 群山의 또 하나의 명물 은파유원지가 있다.
그 역시 큰 호수를 끼고 약 7km의 달리기 코스가
푹신한 우레탄 재질로 포장되어 완벽하게 무릎을 보호할 수 있고
자동차와는 원천 분리 되여 안전하고 쾌적하다.
경관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벗꽃이 만개할 땐 과히 장관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등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모두가 백 퍼센트 만족이다.
월명공원을 달리면 은파유원지로 가고 싶고
은파유원지를 달리면 월명산이 그립다.
정말 群山의 자랑거리라 아니 할 수 없다.

群山은 먹거리의 천국이다.
이곳 서해안 지역 일대에서 얻어지는 풍부한 우리 농수산물로
비교적 싼값에 맛있는 먹거리가 넘쳐 나고 있다.
양도 양이려니와 이 지역의 음식은 맛도 좋다.
오천원짜리 백반에 20여가지 반찬, 끝없이 나오는 쯔끼다시와 생선회, 그리고 깔끔한 매운탕, 삼겹살, 삼합, 순대, 콩나물 해장국, 복지리…등등
무엇보다 밥맛이 좋다.
가까운 김제등 곡창지대에서 얻어지는 진짜 우리 쌀
기름이 반들거리는 따뜻한 쌀밥 맛에 금새 반해 버렸다.
        
群山은 사람들이 다 좋다.
운동을 열심히 하며 스포츠를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잘 만들고 즐길 줄 알며
절제하며, 예절 바르고 친절하다. 문화를 사랑하며 애향심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직은 더 겪어 봐야겠지만 틀림이 없으리라 믿고싶다.

群山에
일하려 와서 일은 뒷전이요 먹고 노는 것에만 빠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무엇보다 걱정하는 것이 우리 집사람이다.
群山에 달리기나 등산 그리고 자전거타기 좋은 곳이 널려 있다고 자랑하니
매 주말마다 꼬박 집에 오기를 바라고 있는데
거기에 빠져서 집에 오지 않을까 걱정한다.
주말에 사실 집에 가기 싫을 때가 있다.
群山에서 배회하면서 좋은 것 개발하고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려올 때 초심을 잃지 말자.
마치 수도사처럼 절제하고 마땅히 집중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리라.
몸도 마음도 경건하게 늘 균형 잡힌 정상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또 한번 나 만의 이벤트를 가져보자.
예전처럼 달리기나 자전거대회에 나갈 처지도 못 된다.
생각해낸 것이 인천 집까지 자전거로 가보는 것이다.
밤이나 낮을 가릴 것도 없다. 어차피 혼자라 오히려 밤이 더 좋을 것도 같다.
일단 가보는 거다.
늘 그렇듯 뭐든지 마음에 쏠리는 것이 있으면 그냥 정신없이 빨려 들고 마는
나쁜 버릇이 있다. 자제가 잘 안 된다.
이렇게 시작된 여정이다.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한다.
애초부터 이 자전거는 나와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꽤 오래된 자전거로 10년 전 산악자전거를 처음 시작할 때
자전거에 대한 지식이 무지한 상태에서 중고차로 구입한 것이다.
그 동안  자전거에 대해 보고 들은 지식이 늘자
돈을 들여 더 나은 부품으로 바꾸고 즉 몇차례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최대한 내 신체와 맞도록 꾸며 타고 다니는 것이다.
사실 群山발령 바로 2주 전에 비교적 거금을 들여 꽤 괜찮은 산악전용 자전거를 구입했다.
Full Suspension, 최고급Carbon Frame, 15.5 Inch, Full XTR
한 4-5년간을 달리기에 매진하다 금년부터 다시 자전거로 복귀코자
올해 초부터 부지런히 조사에 조사를 거듭한 끝에
정말 내 수준에서 최고의 자전거를 막 구입 제대로 한번 타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 불행하게도 이젠 그 놈과 즐길 時間을 가질 수 없는 처지가 되 버린 것이다.
타던 헌 자전거는 群山 올 때 가져왔고 새 자전거는 인천 집 베란다에 마냥 걸려있다.        
아내는 다시 팔아 치우라고 성화지만 인생이란 다 그런 거
그냥 두고 보기만이라도 하고 싶어 주말에 집에 가면 하릴없이 빈 바퀴만 돌려 본다.  
지금 타고 있는 이 놈은 우선 사이즈가 안 맞으니 자세도 불량하고
이 같이 장거리 라이딩인 경우 엉덩이가 더 아프다.
손바닥도 아파오나 참을 만하다.
엉덩이를 들었다 놓았다 자주 반복한다.
다들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 제일 큰 고통이 엉덩이 통증이라고 들 하지만
내 경우 더 심하다.

국도의 이정표에서 재미있는 사실를 오늘 발견한다.
전국의 국도가 다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29번과 39번 도로는
거리표시를 대부분 26, 27, 28km수치를 즐겨 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유구26km, 아산28km, 발안27km
실제 가보니 딱딱 잘 맞는다.
아산 26km 지점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음.. 그럼 그렇지 우리나라 기상대 일기예보가 얼마나 정확한데 틀리기를 바라다니..
아산에 도착하려면 한시간은 족히 달려야 한다.
가는데까지 가보자.
열심히 패달링을 해댄다. 땀과 빗물이 섞인 물방울이 얼굴에서 뚝뚝 떨어진다.
비는 약해졌다 강해졌다를 반복한다.
불빛에 떨어지는 빗방울 모습이
마치 어릴 적 삼류극장 낡은 필름영화를 볼 때
스크린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빗줄기 모습 같다.
도로가 젖어서 번들거린다.

어쩔수 없다.
아산서 비를 피해 쉬어 가야 한다.
비가 오니 쉴 수 있는 빌미를 얻은 것이다.
2시를 넘겨 아산 시내에 도착하니 비가 슬슬 그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쉬기로 작정하니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
불을 한하게 밝힌 해장국 집으로 찾아 들었다.
그 時間에도 해장국을 즐기는 손님이 꽤 여러명 있다.
뼈 해장국을 물방울 하나 남기지 않고 싹 비우고 나니 얼굴과 손바닥의 마비가 조금씩 풀리고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다.
근처에 찜질방이 있냐고 물었다. 해장국 집 아줌마는 모른다고 하는데
손님 한 분이 시청근처에서 본적이 있단다.

24時 찜질방을 겨우 찿아 들어간 시간이 3시 반을 넘기고 있다.
자전거는 사정을 해서 4층 카운터 앞에 맡겨두니 안심이다.
홀로 온탕에 들어가 피로를 푼다. 별반 재미가 없다.
찜질방로 가보니 전쟁터의 죽은 시체들처럼
남녀가 이리저리 널 부러져 누워있다.
집을 놔두고 왜 이런 곳에 와서 잠들을 잘까?
누울 장소가 마땅치 않다.
여자 옆으로 눕자니 거시기하고 남자들 옆으로 가자니 코들을 골아 시끄럽다.
이리저리 헤매다 구석진 곳에 누우니 잠이 안 온다.
차라리 그냥 계속 갈걸 괜히 時間만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찜질방은 오늘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 즉 무박 등산이나 타지방 달리기대회 참가할 때 등
샤워와 함께 간단히 쉴 수 있는 장소로 몇 번 이용한적이 있다.
그럴 땐 여관이나 호텔에 비해서 훨씬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2 時間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6時에 시계를 보고 일어나 탈의실에서 TV를 보았다.
팬티만 걸친 젊은 종업원이 영화 반지의 제왕을 열심히 보고있다.

생수병에 물을 채우고 여장을 챙겨 정확하게 7시에 출발했다.  
4월 29일 토요일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거리엔 차들과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산 시내를 벗어나 삽교 방조제를 향해 힘차게 달렸다.
마치 평소와 다름없이 밤새 자고 난 것처럼 몸이 가뿐하다.
다만 엉덩이가 아플 뿐이다.
역시 도로엔 차가 엄청 많다. 그리고 사정없이 달린다.
긴 트레일러차가 옆을 지날 땐 그 놈이 다 지나칠 때까지 지루함 마저 느낀다.
조심해야 한다. 무조건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삽교 방조제를 건너니 길이 넓고 좋다.
이젠 경기도 땅이다. 거반 다 온 느낌이 든다.
앞으로 평택 안중 발안 안산을 거처 인천까지 이어질 것이다.
휴게소에 들러 아침 식사로 떡라면을 시켜 먹으니 역시 꿀맛이다.

11시경 안산에 도착 길옆 깔끔하게 다듬어 놓은 잔디밭에서 잠시 쉬었다.
배낭과 헬멧을 벗고 다리를 쭉 뻗고 거반 눕다시피 편하게 않아 마음껏 쉬었다.
이제 한 두시간만 가면 인천에 도착한다.
배낭 속에 넣어둔 전화기를 처음으로 꺼내 뚜껑을 열어 본다.
부재중 전화가 4통 왔다.
집사람이 3통했고 會社 직원이 한 통 보내왔다.
집에서 온 3통의 전화는 어제 저녁 1통은 집 전화기
오늘 아침 2통은 집사람 휴대폰 전화기에서 왔다.
온다 만다 연락도 없고 전화도 안받으니 꽤나 답답했을 것 같다.
오늘은 집사람이 바쁜 일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다.
오랫동안 준비하던 무슨 바자회를 하는 날이다.
아마 지금쯤은 정신이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아침 일찍 집을 나설 때 소식 없는 남편 챙기다 만 것이다.
그럼 이제 슬슬 마누라 한데 전화를 해볼까.
한참 동안 신호가 간 후 역시나 한참 바쁜 목소리가 들린다.
대뜸 점심밥 먹었냐고 묻고 무조건 이곳에 빨리 와 먹어라 한다.
맛있는 먹거리가 널려 있으니..  

승용차를 집에 두고 시외버스를 이용할 경우 토요일 아침에 오는 것이 편하다.  
그러니 지금 마누라는 오늘 첫차로 올라와 집에서 전화하고 있는 줄 알고 있는 것이다.
남편이 근무지 군산에서 밤새껏 자전거로 오고 있다는 것을 꿈엔들 알 리가 있을까?
계속 모르는 것이 좋을 듯 해서 그냥 집에서 먹고 자전거나 탈 것이라 하고 전화를 끊는다.
안산에서 인천은 자전거로 자주 다니던 구간이다.
자전거를 한창 즐기던 5-6년 전에 수리산으로 자전거 타러 갈 때 이 길로 다녔다.    
수리산은 참 자전거 타기 좋은 산이다.
순간 수리산이 가보고 싶다. 지금 시간이면 딱 좋을 때고 날씨도 좋으니 임도나 한 바퀴 돌고 즐겨먹던 반월 저수지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와 쌀 막걸리 한잔하면 그만일 것 같다.
그런데 징그럽게 아픈 엉덩이를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거기다 바퀴도 대머리 도로용을 신고있으니 수리산은 다음 기회로 아껴두기로 한다.
연세 드신 아줌마 아저씨들과 가끔 다녀간 코스인 물왕리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낚시하는 것 구경하고 신도시인 시흥시를 슬슬 돌아보면서 천천히 드디어 인천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이 오후 한시 반
일단 모든 상황은 종료되었다.
그런데 빈집으로 바로 들어 가기가 싫다.
그 동안 뜸했던 자전거포에나 들러보자.
한참 자전거 타기 좋을 때다.
요즘은 어떤 분들이 어디서 즐겨 타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토요일 오후가 막 시작되는 시간이라 역시 꽤나 북적거린다.
어딘가 막 출발 하려고 준비 하고들 있다.
근교 산을 갈 모양이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같이 한번 타자고 한다.
사양하고 그냥 놀다가 늦게 집으로 왔다. 아직도 빈집... 우리식구는 모두가 다 바쁘다.
모든 여정은 끝났으며 깔끔하게 씻고 장비를 정리한 뒤 잠을 한잠 청했다.
깊은 잠이 들지 않는다. 선 잠결에 우리 식구들 하나 둘 집안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듣는다. 마지막으로 마누라까지 들어오는 소리를 듣는다. “ 너네 아빠 오셨냐? 그런대 왜 잔다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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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힘든 라이딩을 하셨네요.
    야간에 비까지 내리는.....
    안전을 위해 이것저것 챙기기도 하시고^^

    직장 걱정하시는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밖에 나가 계신 아버지에게 전화나 한통 드려봐야겠습니다..^^;
  • 고생하셨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부디 사업에서도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 정말 잘 읽엇습니다...인간적 감동이 묻어나는 글 입니다
  • 잘 읽었습니다.
    은파유원지,군장산업단지,단지촌,해망동...
    참 KBS건물 옆에 무슨 MTB가게가 있습니다.
    연세드신 잔차레이서분이 하시는 잔차
  • hong14kr글쓴이
    2006.6.12 08:42 댓글추천 0비추천 0
    맞슴니다.
    그곳에 MTB샵 있슴니다.
    사장님 참 특이하시죠.
    자전거를 무척 사랑하는 분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수리의뢰하면 본인이 맘에 들때 까지 완벽하게 물고 늘어지시는 모습에 신뢰성이 갑니다.
    그곳 샵에 한울 MTB크럽도 있다고 들었음니다 만 아직 한번도 같이 해 본적은 없음니다.
    안산은 수리산이 가까운 곳이네요
    건강하시고^^
    또 출장오시면 들러 보세요...
  • 점심식사 하셨어요?
    저는 지금 라면정식 먹었습니다.
    정말로 맛나게 먹었습니다.
    고창 고인돌 휴게소랍니다.

    서비스업무를 맡고 있어 전국 출장이 잦습니다. ^^
    금주에 군산에 1박 2일로 출장예정이랍니다.
    점심 맛나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반월인더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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