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06`s 7차 280랠리 1/2

jericho2006.06.28 05:04조회 수 1935추천 수 8댓글 3

    • 글자 크기


4달 전, 아직 부대에 있을 때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뜬금 없이 랠리 얘기가 나왔다.
올해 같이 랠리를 뛰자고. 이 인간이 작년에 한번 참가 했다가 무슨 재미가 들린 건지, 아니면 각오가 있던 것인지
전역하고 나면 빨리 졸업 해서 직장을 구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던 나에게, 조용히 이 인간은 불을 질러 버렸다

한동안은 자전거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가 개구리 마크를 차고, 2년 간 있던 포대에서 나와,
당분간은 복학생들이 으례 그러듯 몇 주는 학교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봄이라서 한동안 만나던 여자애가 있었는데,  
자전거 타는 취미는 그냥 애들이 플라모델에 취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은 것던 걸로 보인 모양이다.
내가 이렇게 insane play하는 줄 알고 정나미가 떨어졌는지 오디마라톤이 끝난 주에 깔끔하게 해어졌다.
지금까지의 차여본 경험 중에 제일 깔끔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랠리 준비도 못 하고 기말고사를 봐야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내가 그다지 잘못한 것도 없었는데..

2.
기말고사가 끝나고, 바로 6일 후 랠리다. 이번엔 mtbiker님이 랠리 준비를 해주시느라
난 그냥 가끔 게시판만 보면서 손가락 빤 것 밖에 없었다
지나고 나면 별 한 것 같지 않아 보여도.
이런 행사 때는 뒤에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시간과 돈을 빼앗기는 것인지
잘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도와드리지 못해서 그냥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3.
친구는 한동안 랠리 생각에 꽉 차 있었나보다. 옆구리에 박힌 타이어를 빼자고 조깅을 하네, 주말마다 장거리 라이딩을 하자
하지만, 그게 쉽나, 서로 학교에서 직장에서 정말 바쁘게 사는 걸 아는 처지에..
랠리 직전에 결국 자전거의 무개를 줄이는 걸로 위안을 가져보았다 EA일자바에, Fizik 티탄레일 안장,
라이트 튜브에 세락 xc lite1.95타이어. weightweenies에 나온 대로라면 휠에서 300g이상을 줄이니 실제 체감은 그보다 더 하리라는
자그만 위안으로, 그렇게 랠리를 준비 했다.
재시험으로 22일 부터나 자전거를 정비하고 행동식을 준비하고 코스소개를 읽어보았다


4.드디어 잠실, redsoju님과는 이미 홀릭님 사무실에서 만나서 같이 왔고,친구 한별님,mtbiker님,플러스님, dunkhan님,검정고무신님,샘고을님,지원조 파바로티님,realdoo님 등등..
퀵실버님과  박공익님이 배웅을 나와주었다 그동안 자전거를 타게 되면서 알게 된 사람도 많고,
이젠 얼굴 못 볼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또 누군가 채워지고 결국
남는 사람들은 있다는 거, 이게 참 좋다.

5.
랠리는 이미 시작했다.
수백대의 라이트 행렬은 참 멋진 모습이다.

첫번째 업힐인 다락재는 854고지, 생각보다 업힐이 길다,간간히 뒤를 돌아보면, 수백대의 라이트가 뱀꼬리 처럼
밀려오는 것이 보인다.  아직까지 물한모금 마시지 않고 쉬지도 않아서,
결국 정상 전에 쉬기로 한다, 식사로 배낭에 든 호두우유와 바나나,파워바를 하나 먹었다. 당분간 2시간 정도는 버티겠지,
지도를 그 때 처음 보았다. 고도표를 보니 다락재 854고지, 머지 않아 3구간 내에 1009고지가 하나 더 있다.  일단
이만큼 올라왔으니 내리막이 재밌을 거란 기대를 하며, 계속 가기로 한다.

한참을 내려가다가 제대로 된 갈림길이 나온다 조금 있다가 오신 초강대국님이 경로당 3거리에선 오른쪽인데.. 하는 걸 보며
네비게이터의 중요함을 새록 느꼈다. 다행히 길 잘못 드신 분들이 곧바로 올라온 게 보인다
코스는 계곡으로 접어들고 저 멀리엔 거대한 커튼 같은 산이 보인다, 저기를 우회하든 곧바로 넘든 일단 녀석을 올라가야 되나보다.. 끝없는 업힐이 있겠지.

많이 보던 Trek Fuel 이 지나가는 게 보인다. 3년만에 만난 구바님이다.
랠리 때마다 꼭 빠지지 않고 오시는,막내 삼촌 같은 분이다,

오전의 라이딩은 더 기억이 나지 않는다,
6시 53분, 석포에 도착해서 일단 여기서 일행들을 기다리기로 한다. dunkhan님은 이미 앞으로 갔다고 한다
플러스님과 십자수님이 곧 오고나서, 계속 기다린다

인근 식당에는 매식하는 분들이 있는데, 나는 살짝 식당에 들어가서 물만 보충했다. 차가운 물이 뱃속에 차는 느낌이 썩 좋다
7시 30분까지 기다리니, 마지막으로 친구가 도착했다. 그래도 아직 컨디션들이 좋아보인다

겨우 49구간 중에 5구간을 왔다.

6.
중간에 잠깐씩 오르막이 나올 때 마다
아까 지도에서 확인한 '삿갓재 1009고지'가 조금씩 압박해온다.
중간에 길을 조금씩 햇갈릴 것 같으면서도 지도와 직관을 믿으면서 계속 간다,
갈림길을 자세히 보면 타이어 자국이 보인다
문제는 그게 제대로 들었던 길인지 아닌지이지만..

이제 앞에 간 분들이 하나씩 보인다.  
바이킹님과, 줄바람님, 십자수님,플러스님이 보인다, 남부군 분들은 일단 팀을 기다리며 쉬고 계시고, 플러스님과 다시 가게 되었다.
이번 랠리 내내 플러스님과 계속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라이딩 하게 되었다.
페이스가 비슷한 라이더를 찾을 수 있고, 또 같은 팀이란 것이 매우 감사하다. 플러스님은 경사가 심하지 않은 업힐서도
체인링을 1단에 뒤는 4-5단 정도로 토크 보다는 회전력으로 간다, 저러니 다리가 지치지 않지. 하지만 난 그렇게 가다가는 금방 퍼져버리게 된다.

이만큼 왔으면 슬슬 정상이 보여주는 착한 업힐을 두어개 마치고 다시 다운힐, 노면 상태는 돌탱이들이 많아서 주의해야 하지만
AC는 이런 곳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 일부러 락커암도 6"로 세팅해서 다운힐에선 더없이 좋다.  mtbiker님의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가 걱정이 된다.

속도계는 일부러 가져오지 않았다. 시간에 쫓기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는 팀라이딩을 하게 되서 구간마다 통과 시간을 설정해 놓고, 거기에 죽자사자 들어가서 , 최대한 시간을 단축시켜야
여유있게 쉬었지만, 이제 팀과, 속도계에서 벗어나서 이렇게 자유롭게 타게 되니
부담이 하나도 없게 되었다

haru님께 중간에 빵을 얻어서 플러스님과 나누어 먹었다 이제  십이령을 넘어간다
검정 프래임에 예쁜 꽃들이 들어간 KLINE을 타는 분과 비슷한 페이스로 올라가면서 드디어 임도 정상에 도착,
여러 라이더들이 쉬고 있다. 중간에는 그늘에 누워계신 분들도 있다. 한잠 자고 싶지만, 이렇게 업힐에서 속도가 안 나오면
쉬는 시간이라도 줄이고 다운힐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 내 페이스를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십자수님은 고개가 열두개라 십이령이라는데, 꼭 광덕산 대회코스의 3번째 구간 같다
코너를 돌면 맞은 편에 또 벌겋게 깍아 놓은 업힐이 보이고..
뺑이쳐서 정상을 올라와도 능선으로 다시 업다운의 반복이다  

7.
이제 체크 포인트 까지 길어봐야 10km가 안 될거다, 지원차량을 만나면 잠깐 눈을 붙일 생각을 하고 있으니
벌써 체크포인트.. 내 거리감각이 이상해졌나보다 5분 밖에 오지 않았는데 ..
42번 이라는 중간기록 스티커를 번호판에 붙였다. 생각보다 앞서간 분들이 많지는 않나보다.
곧 지원차를 만날 수 있었고, 먼저 온 십자수님과, 플러스님을 보며 당분간 쉴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남부군 부스에서 카레밥을 얻어먹고, 보트 놀이도 잠깐 하다가, 다시 배낭에 식량과 라이트를 챙기고, 똥꼬젤을 바르는 순간은
정말 싫었다. 그래도 '밥'을 먹었고 양말도 갈아신으니 컨디션이 확실히 좋아졌다.
시간 반을 쉬는 동안 대충 50명 이상의 라이더가 지나갔다. 걱정이다. 저 분들을 언제 또 따라잡지..
다시 안장에 오르니 엉덩이의 고통이 심했다. 30분만 참자 30분만.. 그 후론 적응 되겠지

왕피리에 진입하고 드디어 울고 넘는다는 박달재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 박달재가 맞는지?경사는 심하지 않지만 한없이 구불구불..허리가 너무 아프다.
자전거에서 내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이미 같이 페이스가 오른 십자수님과 플러스님께 폐를 끼치기는 싫다
팔이 이미 익어서 만질 때 마다 쓰라립다. 행동식 먹는 시간을 놓쳐서 허기가 오려고 한다.
포기라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포기....

지금가지 대회라는 걸 3번 나갔다. 첫번째 대회는 자전거를 시작한지 5달만에 1회 광덕산 이었는데,
그 때는 정말 무서운게 없는 열정이었다. 장비도, 체력도 안 되지만 대책없이 달렸다. 입상은 못 했지만 그 때가
아마 자전거를 타면서 제일 즐거웠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한다.

두번째는 어느정도 MTB를 알게 되고, 두어달의 연습을 해서 강촌대회를 나갔는데, 마지막 언덕에서 뒷변속기가 3단 이상으로 안 올라가고
(28T의 XT8단 카세트엔 고통이다)펑크가 났다. 그래도 여기까지 워낙 괜찮은 시간에 와서 급히 펑크를 때우고 업힐을 하고 다운힐을 하려는 차에
또 펑크가 났다. 아직은 시간이 있어..하고 급하게 때우니 튜브가 찢어져 버렸다.. 정말 울고 싶은 순간이었다.
두시간 정도 달리는 강촌 코스에서 20분 이상을 잡아먹으니 이미 의욕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속이 상해 엉엉 울었다.

지난 4회 랠리 때도 마찬가지였다. 팀원의 부상과 페달 고장이라는 핑계로, 2구간을 마치고 차에서 눈을 붙이면서도
이미 마음은 포기라서, 더이상 탈 의욕이 없었다. 랠리를 포기하고 반년 후 연무대에 가게 되었다..일년 반을 사귄 여자친구에게 차여도 속으로 울며 포를 닦던 일병시절도 보내고,
애들한테 상처주던 상병시절, 쓰레기 병장시절...
그렇게 마음을 다지고 다진  군대를 마치고서 나온 오디마라톤에서도, 체력안배에 실패를 해서 컷오프에 걸려 또 포기...

여기서 못 버티면, 이제 자전거 인생에 포기라는 말 밖에 안 나올 거 같다.
일단 체지방에서 에너지가 나올거라 믿으며 정상까지 올라갔다.

언제나 , 정상은 기분이 상큼하다. 파워젤을 하나 빨아먹으며, 다운힐을 하니 아까의 비참한 기분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50분 달리고 10분 쉬는 건 랠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죽이되든 밥이 되든 정상 하나를 넘어야 쉴 타이밍이다
플러스님과 십자수님이 쉬고 있다. 난 아직 괜찮아서 더 간다, 내가 먼저 가서 쉬고 출발하려 하니 십자수님과 플러스님이 곧 온다, 슬슬 쿵짝이 맞아간다.

8.
징그러운 자갈밭 업힐을 마치고 해가 지려고 한다. 지도를 보니 다운힐이 꽤 길다, 도로구간도 10km가량 되어서 윈드자켓에 니워머를 하고 다운힐.
오대산~아침가리골 구간의 20km가량 되는 다운힐은 너무 길어서
디스크 브레이크를 잡는 손가락도 뼈마디가 쑤셨지만 여긴 정말 재미있다, 코너에서 아웃-인으로 진입하며
적당히 무릎과 발목을 틀어주면 브레이크를 별로 잡지 않아도 깨끗하게 빠져나간다.
20분 간을 재밌게 내려가며, 도로에서 일단 십자수님,플러스님을 기다리고
도로로 이동한다, 눈꺼풀이 감기려고 한다, 잠들지 않으려고 노래를 불러도 기분은 중간고사 직전 세벽 기분이다,
너무 피곤해서 쉬었다 가자고 말하려는 때 흔쾌히 다들 동의, 버스정류장에서 인스턴트 스파게티로 식사를 하고
30분간 눈을 붙였다. 저녁이 왔다. 라이트를 장착하고 다시 갈길을 간다.

랠리 코스중 가장 급경사인 금경산이다. 두명의 라이더만이 끝까지 타고 올라가는 걸 보았고, 우리는 진작에 끌고 갔다. 평일 라이딩이라면 도전 해볼만 하지만, 지금은 경제적으로 타야한다
다운힐에는 다들 라이트를 켰다. 이젠 HID사용자가 워낙 많아서 할로겐 램프의노란 불빛을 보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9.
첫날 코스도 종반으로 접어들도 길을 잃고 해매는 중에 초강대국님 일행을 만나서
길을 제대로 들었다.  '이제 2km만 올라가면 백암온천이에요 힘내세요'
라는 지원조 분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백암온천에 도착했다.
체크포인트에서 김현님께 번호를 보여드리고,  
지퍼백 안에 꺼두었던 전화기를 켜니 21시 5분..거리 약 140km., 여관으로 들어갔다...
부상으로 지원차량으로 와있던 친구와 플러스님, 홀릭님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3
  • 랠리의 가장 큰 장점은 삶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고...

    참여하는 라이더 모두가 경쟁자가 아닌

    서로 격려해주는 하나라는거죠...^^
  • 아니, 한별님이 꼬시지 않아도 나왔을거면서 뭘 그려요!
    ㅋㅋㅋ
  • 후기 잘 읽었습니다...
    박달재는... 노래에 나오는 울고넘는 박달재(충북 제천)가 아닙니다.

    280랠리의 박달재는....경북 울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65
treky
2016.05.08 조회 676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5
hkg8548
2011.08.04 조회 7165
M=F/A
2011.06.13 조회 6719
이전 1 2 3 4 5 6 7 8 9 10... 385다음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