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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team wildbike 280 랠리

정병호2006.06.28 23:42조회 수 1908추천 수 4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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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team wildbike 280 랠리

2006. 6.24 ~ 25
경북 봉화, 울진, 영양
날씨 : 낮은 구름을 뚫고 오르락 내리락, 매우 시원한 믿을 수 없는 6월말 날씨.

랠리조 : 대장 mtbiker, 나뭇골, 깜장 고무신, 십자수, 나, 샘고을, dunkhan, 한재성, 한별, 플러스, redsoju
         초강대국, traum, 환자, 싸악, 시라소니 - 대구팀은 팀 왈바의 지원받지 않고 따로 감
지원조 : 홀릭, realdoo, pavarotti



6월 5일
랠리 공고가 떴다.

6월 8일
왈바 랠리 게시판이 열리고, mtbiker 님이 대장으로 지원, 근데 울 대장이 6월 10 ~11일에 싸이클로 강릉 왕복으로 몸 풀더니, 6월 17일엔 서울 - 부산을 15시간에 간단다.
아무래도 대장 잘못 만난 것 같다. ^^;

6.16
서울에서 1차 사전 모임이 있는데, 다행히 음악회 때문에 서울 갈일이 있어 늦게나마 합류했다.
대강 랠리 일정도 이야기 하고, 먹을 거 등 윤곽을 짰다.
우리의 계획은 이렇다.

-----------------------------------------------------
1. 분천초교 출발 ~ 석포리까지 각자 페이스에 맞게 진행.
   석포리에서 아침먹고, 빠른조와 느린조를 나눕니다.

2. 지원조는 하프 종점인 삼근리에서 처음 만납니다.
   이후 백암온천까지 사고인 경우 외엔 지원조와 만나지 않습니다.
   지원조가 삼근리에서 백암온천을 36번 국도 따라 나가서 내려온다면 갈면리에서 만날 수는 있습니다만, 일단 백암온천 전엔 지원조 안만나는 걸로 합니다.
   즉, 삼근리에서 저녁식사와 야간주행용 충전지까지 다 지급받고 갑니다.

3. 비가 안온다는 전제 아래, 백암온천을 22시 전에 들어오는 조는 계속 갑니다.
   목적지는 수비면, 안되면 삼승령 너머 만나는 기산리 마을, 또는 장파천 다리 건너는 장파리 마을에서 잠깐 자고 계속 진행합니다.
   22시 넘어 들어오는 조는 백암온천에서 자고 다음날 04시 출발합니다.
  
4. 수비면이 둘째날 지원조랑 만나는 첫지점입니다.
   하지만 전날 계속 진행한 조는 지원조 못만나고  그냥 가야 할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분천초교까지 지원조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5. 후미조는 04시 출발하면 16시 제한시간이 간들간들 할 겁니다.
   출발시간을 잘 지켜야 하고, 수비리까지 고개 3개를 12시전에 넘어야 할겁니다.

6. 먹을것, 행동식 모두 각자 준비입니다.
   지원차엔 맡겨만 두고, 만날때 찾아갑니다.

7. 둘째날 비 예보일 경우 가능하면 전원 22시전에 백암 도착 후 바로 출발합니다.

8. 첫날부터 비오면 전원 백암에서 자고, 갈 수 있는 사람만 계속 갑니다.

9. 지원조는 첫날 삼근리 하프종점, 백암온천만 만납니다.
   둘째날 수비면, 이후 분천초교입니다.

일단 일기예보를 주목합시다.
6월말 일기예보는 주간예보 나와도 실제로는 전날 가봐야 압니다.
비오면 시원하기때문에 페이스오버 하기가 쉬우니까 주의합시다.

차량은 뽀스님 말씀하신 버스가 되면 그 버스랑 팀차 두대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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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착하기전까지는 이게 아니었는데 좀 우긴감이 없지 않다. ^^;
개인적으로 생각해놓은 팀 왈바의 목표는.
1. 무사고
2. 십자수님 완주 시키기
3. 전원 완주
4. 지원조가 설거지 하는 일 없도록 하기.

올해는 지원조가 구조와 보급만 하자고 제안을 했다.
지난 3년 동안 지원조가 고생하는 걸 봐왔기 때문에, 자전거도 못타는데 요리에 설거지까지 시키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모두 동의해 준다.
글고 올핸 무전기도 있으니까 각자 위치확인과 지원조 연락이 더 원활해졌다.
이 소중한 무전기의 용도는....
자, 어쨌든! 올해 팀 왈바의 지원조는 가스렌지에 불 피우는 일도 없는겁니다!
근데 23일 밤, 팀차와 만나 타고보니 부탄 가스가 가득하고 쌀푸대도 있다.

나 : 홀릭님, 지원조가 불 피우는 일 없도록 하자니깐요.
홀릭 : 아, 그거 지원조끼리 밥 해먹으려구요.
나 : 아, 네...


지도가 공개된 후 자세히 살펴보니 상당히 어려운 랠리가 될 듯 했다.
일단 전체적으로 평범한 임도보다는 능선을 넘는 길들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오르막이 길고, 계곡을 따라 가거나 산 너머 마을을 잇는 옛길을 임도로 연결한거나 해서 경사도 꽤 있을 듯 하다.
하지만 그만큼 내리막도 많고, 도로 구간이 꽤 되므로 시간은 작년보다 단축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근데 등고선을 째려보면 그리 급경사 구간은 없어 보인다.
지도랑 답사한 보고들이랑 틀리다.
아마 난이도에 대한 개인적인 차이 때문이지 않을까 하지만 일단 고려해둔다.

공고가 뜬 후 답사를 갔다온 분들 중엔 매우 자세한 후기를 올린 분들도 있다.
그 중 초강대국님의 후기가 많은 참가자들에게 큰 도움을 줬는데, 개인적으론 그렇게 다 알고 가는건 좋아하지 않아서 한번 지도랑 대조만 해보고 더 보지 않기로 했다.
머... 작년엔 물론 동네 근처라 다 가본 길들이고, 팀 왈바는 각자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있어서 내가 직접 구간별 정보 제공을 했지만 이번엔 음...

랠리가 그리 쉽고 재미있는게 아닌줄 알면서도 매년 참가하는 죽돌이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올핸 돌아온 재성이님까지 나름대로 구성이 빵빵하다.
그럼~ 트레키님만 없으면 우린 전원 완주하는거야~~
근데 랠리조는 점점 늘어나는데 지원조가 모자라다.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뽀스님의 지원이 불투명해지니까 앙꼬 없는 찐빵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뽀스님 덕분에 아주 특별한 버스 이동을 하게 됐으니 팀 왈바에 없어서는 안되는 뽀스님이다.

올해 들어 계속 애매하던 날씨는 5월 첫째주까지 거의 매일 얼음을 얼리더니 6월이 되도 아침 기온이 15도를 못 넘는다. - 울 동네는 해발 650m -
그럼 낮에도 덥진 않겠지만 그만큼 아침과 저녁엔 춥고, 봉화는 고지대지만 울진은 저지대이기 때문에 기온차가 커진다.
거기다 주간예보는 계속 비란다.
아마... 최악의 조건이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마구마구 든다.
그래도 햇빛 쨍쨍보다는 낫지 않을까 해보지만 이틀 내내 비맞는건 큰 장애물이다.
그러던 날씨가 금요일에 갑자기 바뀐다.
토요일 흐림에 일요일 비.
다행이다.
다행? 24일 새벽에 도착해보니 별이 총총 떴다.
그럼... 오늘 푹 삶아지는 거구나...

올핸 예년과 달리 약한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뒷바퀴 2.3에서 2.1로 내렸고, 뒷기어도 8단에서 9단이다.
자전거도 새 차.
흐흐흐... 이제 뒷바퀴 보고 구박하는 사람 없겠지...


6.20 참가신청 마감
2월 중순에 허리를 삐끗해 4월 중순까지 두달 동안 자전거를 거의 못탔다.
하지만 그거에 비하면 다리는 괜찮은데, 엉덩이가 걱정이다.
보톡스라도 넣을까?


6.23
난 신림에서 지원차랑 합류해야 하는데, 25km 쯤 타고 가야 한다.
밤길 도로주행은 정말 싫다... 더구나 황둔에서 신림은 더 싫고 신림터널은 정말 싫다.
그래서 굴 통과 못하겠으니까 굴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가려면 산판길로 산 하나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비오면 끝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비는 안온다. 휴~

21:20
홀릭님한테 전화,
"왜 출발 안하는거여요?!"
"버스가 아직 안와서..."

22:40
이제야 출발했다고 전화왔다.
나도 같이 출발, 산 넘고 황둔 지나서 신림으로 가는데.. 젠장... 마주오는 거대한 트럭 신경쓰다가 덧쒸우기를 한 걸 모르고 갓길로 떨어졌다가 턱에 걸려버렸다.
기냥 도로 가운데에 꽈당... 다행히 뒤에서 오는 차는 없었다.
죽을 뻔 했네... 하지만 왼쪽 무릎으로 떨어져서 상당히 아프고 오른쪽 복숭아뼈를 페달에 얻어맞았다.
출발부터 드럽다... 근데 일어나 보니 갈만하다.
그 핑계로 지원조 빠지려고 했더니 그것도 어렵네 그랴.

23:50
어? 팀차다.
ㅋㅋ 3km 벌었다~



6.24
02:40 분천 초교 도착
이미 한 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고, 한번 도로에서 구르기까지 했으니 잠이 올리 만무하다.
결국 분천까지 한 잠도 못잤다.
아... 이러면 졸려서 못가는데...
mtbiker 님은 서울에서 장 보느라고 80km 쯤 달렸단다.
결국 둘 다 하나도 못잤다.
근데 분천 도착 직전 주유소에서 만난 버스는... 정말.... 악 소리가 나왔다.
고무신님이 버스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자고 있는게 아닌가!
거기다 뒷쪽엔 아예 침상을 만들어 놔서 다들 널부러져 자고 있다.
오메 부러워라...

경북 북부 지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미개발 지역이기 때문에 평소에 그 곳의 하늘 상태가 궁금했었다.
아마 가장 어두운 하늘이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가보니 그저 그랬다.
날씨에 비해 별도 별로고 은하수도 힘 없고, 가로등은 너무 많고, 정말 우리나라 별 볼일 없다.
글고 정말 울 나라는 쓸 데 없는 가로등이 너무 많다.
요즘 도시 아이들은 별이 맨 눈으로 보인다는 것 자체를 못믿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눈에 보이는 별이 몽땅 인공위성이라고 하는 아이도 있다.
밤이 너무 밝다, 너무.

03:40 출발
대강 간단히 배를 채운다.
난 빵 몇 조각이면 된다.
다들 파워젤, 파워바를 챙기고 엉덩이에 젤까지 바른다.
무모한 난 인공적인거 거부하겠다고 큰소리치고 1시간 뒤부터 엉덩이때문에 고생하게 된다. ^^;

근데 우리의 지원조 pavarotti, realdoo 님, 20대 막내라 그런지 빠릿빠릿하다. ^^*
ㅋㅋㅋ

출발전, 아직 처음 본 얼굴들 기억이 안되서 내가 옷차림이 특이 하니까 날 기억하라고 해줬다.
왜냐면, 내 배낭엔 타이어부터 케이블까지 모든 공구와 예비 물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언제 지원차 기다리고 말고 하나 바로 바로 고쳐 가야지.
그럴려면 날 찾아야 한다.
흐흐흐...

만일을 대비한 배낭속 물건들은.
타이어 1개, 브레이크용이랑 변속용 케이블 3개, 케이블 절단기, 튜브 3개, 펌프, 주걱 3개, 육각 렌치 몽땅, 라디오 뺀찌, 브레이크 패드 카트리지용이랑 아닌거 각 1조, 드라이버, 다용도칼, 체인공구 2개... 드럽게 무겁네...
132번 내 번호판도 달고.

자, 첫번째 지원조랑 만나는 곳은 하프 구간 종점인 삼근리입니다.
다들 빠진거 확인하고 출발!
지원조는 남아서 열심히 축구를 보도록.
이미 버스기사 아저씨는 버스 지붕에 위성안테나를 달고 있다...


07:02 석포리 착 2:56:59   11.1   32.9
아침먹는 석포리까지는 고개 두개를 넘어야 한다.
지도상으로는 경사가 꽤 있어 보였는데, 예상대로 마을을 잇는 옛길을 연결한 은근한 오르막이다.
재성이님, 플러스님, 십자수님은 처음부터 안보인다.
근데, 출발하자 마자 바로 오르막이라 몽땅 줄서서 올라가느라 병목 현상까지 생겨 다들 천천히 줄서서 오른다.
어둠속을 비추는 빨간 후미등들이 산을 꽉 채우고 있다.
난 한별님이랑 소주님이랑 같다.
소주님은 월드컵 야광뿔을 달고 있어 구별이 금방 간다.

생각보다 짧은 오르막, 이후 완만한 임도로 고개를 넘어 황목으로 내려간다.
황목엔 재성이님, 십자수님이 기다리고 있다.
한 7,8 분 차이 나나 보다.
어? 바이킹님이다.
요즘 너무 바빠 자전거를 못타서 biking 이 biked 로 된 것 같다.
작년, 재작년을 같이 탔던 그리운 벗님도 만났다.
올핸 광주팀과 같이 왔다고 한다.
이번엔 완주 하시길.
후미조를 기다린 뒤 다시 출발.

이제 다락재다.
황목 넘는 길보다 좀 더 힘들거라고 봤는데, 역시 그리 쎄진 않았지만 좀 더 길다.
아직은 다리 힘도 충분할 때라서 여유있게 넘어간다.
올라가는 길은 여전히 두줄로 늘어서 있다.
가는 길에 만난 운해와 운해 위로 뜨는 일출은 멋있었지만, 그 위의 푸른 하늘은 날 심난하게 한다.
얼마나 내리쬐려고 이러나...

가다보니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
근데 난 그분들을 도저히 기억도 못하겠고 계속 만나면서 가는데도 역시나 기억을 못하겠다.
그럴만한게, 난 3년째 같은 옷과 같은 배낭인데 다들 비슷한 져지에 헬멧, 고글까지 쓰고 있으니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고 물어봐도 잘 안가르쳐 준다.
거 참, 난감하네.
그래도 날 기억해주는게 고맙다.

가다보니 저 아래 강이 보이고 기찻길도 보인다.
석포 도착 예상을 7시로 봤는데 예정대로 갈 것 같다.
하지만 선두와 후미 거리가 꽤 떨어진 듯 하다.
언제부턴가 나 혼자 가고 있고 왈바는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다시 구름 아래다.
놀라운 일이 생겼는데, 세상에 내리막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을 여러명 추월했다.
태어나서 처음이다.
새 자전거가 좋긴 좋다. ^^*
근데 돌아보면 계속 뒤에 붙어서 오는 사람이 있는 듯 하다....

석포제련소가 보이고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참가자들의 자전거들이 보이더니 십자수님과 재성이님, 플러스님이 기다리고 있다.
십자수님, 상당히 몸상태가 좋은 듯 하다.
좀 기다려도 후미조가 보이지 않자 십지자님은 먼저 출발하고, 나랑 재성이님은 일단 후미를 기다린다.
mtbiker 님이랑 고무신님이 뒤를 받치면서 오는 것 같다.
근데 dunkhan 님의 위치 파악이 안된다.
7시 25분에 다들 도착하는 걸 보고 먼저 출발한다.
아침먹기는 좀 이른 듯 해서 백화도량 가서 먹을 예정이다.

아... 근데 벌써 엉덩이는 매우 아프고 괴롭다.
이러면 안되는데... 그까짓 젤 안바르고도 갈 수 있어야 할거 아니냐 이 엉덩아...


08:16 백화도량 착, 3:43:56   11.5   42.94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 저 앞엔 넘어야 할 삿갓재 능선이 보이는데 하늘이 점점 파래지고 있다.
점점 걱정된다.
꽤 긴 오르막인데 땡볕에 올라가게 생겼다...
mtbiker 님이 쫓아와 앞장을 선다.

백화도량은 뭐하는데인줄을 모르겠다.
일단 MRE 하나 뜯어먹고 고무신님, 나뭇골님, 한별님이랑 출발.
난 이번에 MRE 5개와 간식으로 돈까스 10개를 가져 왔다.
다 알듯이 난 안먹고 안마시고 안쉬고 계속 간다.

mtbiker 님이 후미를 챙기니까 맘 놓고 올라간다.
계곡은 크고 수량도 많으며 멋있다.
가끔 세수도 하고 등물도 끼얹으며 임도치고는 꽤 경사가 있는 길을 꾸역 꾸역 올라간다.
백화도량 지나면서부터 상당히 햇빛이 내리쬐는데도 땀이 많이 나지는 않는다.
하늘이 우릴 돕는구나.
도로구간을 상당히 달렸는데도 물통의 물이 시원하걸 보니 최상의 기상 조건 인듯 싶다.

계곡 경치가 좋아 별로 힘들다는 기분 없이 능선을 넘지만, 이미 엉덩이는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고 다리에 힘이 남아도 엉덩이때문에 페달을 빨리 돌리기가 어려워진다.
고무신님은 작년에 전체 7착을 했는데, 올핸 같이 가야 재미있다고 천천히 간다.
나뭇골님도 잘 올라오시는데, 막내인 한별님은 점점 쳐지고 있다.
아우~ 내가 20 대였으면 날아갔을 텐데!
ㅋㅋㅋ

능선에 올라서니 날등을 아슬아슬하게 깍아 놓은 임도가 이어지고, 금강 소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다보니 mtbiker 님이 누워자고 있는데 - 나중에 들으니 3시간 잤단다 - , 혼자 자는데도 길이 꽉 찬 듯 하다. ^^;
십지수님, 재성이님, 플러스님은 상당히 앞서가고 있단다.

이 임도가 없으면 우리가 어찌 자전거로 여길 왔겠냐만, 이렇게 가파른 사면에 임도를 만들면 폭우때 산사태가 빈번해지고 결국은 산이 무너진다.
경치에 감탄하고 토사유실을 걱정하며 한참을 멋진 소나무숲을 뚫고 내려오니, 포항 연합 MTB 가 지원차와 함께 간식을 먹고 있는데, 어? 지리산님이 지원조에 있다.
작년 랠리때 끝까지 같이 갔었는데, 올핸 부상때문에 반년 가까이 자전거를 못타셨다고 한다.
복숭아 통조림 하나 얻어먹고 십이령을 향해 출발, 고무신님은 뒷사람들을 챙기느라 이젠 안보이고 여기서부턴 나 혼자 계속 가게된다.

삿갓재가 1000m 가 넘기때문에 십이령을 지나서도 한참 내려간다.
여기서부터는 그리운 벗님네 팀과 가끔 만나면서 가게 되고, 엠사팀과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난 항상 추월당하고 내가 추월할 일은 없고, 여자들도 다 나보다 빨리 간다.
대신 남들 쉴때 난 타니까 그때 좀 앞서간다.



11:19 흥륜사 표지판      6:01:24   11.7   70.32
12:15 소광임도 시작      6:49:51   11.2   76.35
14:15 하프구간 종점      8:30:00   11.0   93.90
개울을 따라 마을길을 좀 가니 다시 임도 오르막이 시작된다.
배도 좀 고프고 오르막도 지루해서 계곡을 만난 지점에서 12시쯤 돈까스 하나를 먹는데, 지나가는 분들이 저 고개만 넘으면 바로 내리막이라고 한다.
최근에 답사를 갔다 왔으니까 저렇게 확신을 갖고 말하겠지 하고 맘이 좀 풀어졌는데, 우쒸... 그 뒤부터 2시간 동안 약오르는 구간이 나온다.

조금 가니 능선을 넘긴 넘었다.
하지만 저 멀리 휘어져 가는 능선으로 임도가 보인다.
저건 뭐지...?
보통 임도는 지루한 오르내림의 연속인데, 이건 정말... 거의 다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아니, 곧 내리막이라더니 이게 머여.
현재 내 위치는 중간쯤 되는 듯 한데, 내 앞은 열심히 갔고 내 뒤는 좀 쳐진 듯 하다.
2시간 가까이 거의 혼자 갔는데, 이쯤되니 고무신님의 위치는 아예 알 수가 없게 된다.
무전기는 괜히 두고 왔네, 오전엔 필요없겠다고 다들 놔뒀는데..

그렇게 가다 능선을 넘으니 반대쪽으로 또 휘돌아가는데, 여전히 올라가기만 한다.
점점 약오르기 시작한다.
차라리 그 말 안들었으면 눈에 보이는 대로만 진행하는건데, 괜히 헛된 기대를 갖고가다 힘만 더 빠졌다.

한참을 가서야 내리막 시작, 올라간만큼 내려간다.
바리케이트를 통과하니 하프 구간 종점, 130번째란다.
원래 계획이 14시 통과였는데, 약간 늦었지만 무난한 진행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백암온천에 23시 도착이고, 그럼 너무 늦다.
십자수님은 한시간 쯤 전에 통과했다고 한다.
아니... 자전거 탄지 3주밖에 안됐다면서... 다 뻥인가 보다!

지원조랑 만나는 첫 지점이 여긴데... 차는 없고 pavarotti 님만 있다.
플러스님도 아직 출발 않고 밀어내기 한판을 하러 산으로 숨어 들어간다.
머, 지원차 만나도 먹을 건 없지만 과일이라도 좀 먹어야지.
근데 차가 없다.
버스가 퍼지는 바람에 지원차가 버스 지원하러 갔단다.
과일? 빵? 다 지원차에 있단다.
머... 우리의 랠리는 거의 무지원이니까~ 흑흑흑
다행히 햇빛을 그대로 맞고 쉬는데도 덥질 않다.
옆에선 남부군이 고무보트를 띄우며 놀고 있다.
재성이님도 좀 타고 놀다가 갔단다!
으.....

그냥 돈까스 하나랑 비스켓 한조각 먹고, 남부군 뮤즈님께 참외 2개 얻어먹고 15:10 출발, 너무 많이 쉬었다.
이렇게 가면 23시 안에 백암 도착이 어려울 듯 싶은데, 아직도 후미조는 오지 않았다.
기다렸다 같이 가고 싶지만, 어제 잠을 못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자는 시간을 확보해야 된다는 생각이 앞서고 결국 먼저 출발한다.
후미조의 내일 일정이 걱정된다.
야간 주행용 충전지를 챙기는데, wildbike가 아니라 wilbike 라고 쓰여있다.
이놈의 충전지가 결국 속을 썩이게 된다.
이번엔 무전기도 챙긴다.
출발하니 이제 지원차가 온다. 으...


17:30  임광교   10:35:57   11.4   121.21
19:49  갈면리   12:23:37   11.3   140.42
23:15  백암온천 14:36:50   11.1   163.18

아스팔트길을 가다가 36번 국도를 좀 탄 후 왕피리쪽 다리를 건너는데, 도로를 잠깐 달리자 마자 단조로움 때문에 바로 졸음이 온다.
다리 건너 교회 평상에 좀 자려고 누웠는데, 눕는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안되니, 시간이나 확보하자는 생각에 다시 출발한다.
다시 오르막인데, 이번엔 몽땅 콘크리트 포장이다.
도대체 왜 이런길이 포장돼 있는건가, 무슨 용도로, 뭐 때문에 이런데다 돈을 쓰냔 말이다.
군수랑 군 의회는 자폭해라, 젠장.

비포장이면 안졸릴테데 포장 오르막이니 다시 졸린다.
여기서 졸리면 내려갈땐 정말 위험한데....
근데 졸리니까 헛 것이 보인다.
앞에 빨간 자판기와 통나무 매점이 보이는데, 가까이 가니 주황색 기둥으로 된 거울과 소나무였다...
왜 이러는거지?

조는 둥 마는 둥 가는데, 옆에 다른 팀 지원차가 올라가면서 얼마 안남았다고 외쳐준다.
자다 들으니 반사적으로 대답이 튀어 나오고 잠이 좀 깬 듯 하다.
삼근리가 워낙 낮은 동네라 상당히 올라왔는데도 고도는 600을 못 넘는다.

고개 정상엔 호흡곤란팀이 쉬고 있고 난 그냥 지나친다.
멈추면 졸릴 것 같다.
다행히 경사가 쎄면 내리막에서도 졸리지 않는데, 완만해지면 또 졸린다.
마을을 지날때는 두번이나 옆으로 떨어질뻔 했다.
아직도 갈 길이 먼데...
이제 선두와 후미 딱 중간에 있나 보다.

가벼운 오르막을 또 넘으니 왕피천이 보이고 왕피리를 통과, 임광교를 지나 매화임도로 들어간다.
입구에서 어디서 본 듯한 사람들이 있어 잘 기억을 더듬으니 작년에 봤던 엠사팀이다.
작년까지 달고 다녔던 뒷바퀴 2.3 이야기가 또 나왔다. ^^;
바나나 두개 얻어먹고, 무전 시도.
홀릭님을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다.
머여~
또 돈까스 하나 먹고 바로 출발한다.

매화임도는 입구부터 전형적인 임도라서 완만한 경사다.
좀 속도를 내서 시간 단축을 하고 싶은데, 그러기는 커녕 엉덩이때문에 계속 내리면서 식혀줘야 갈 수가 있다.
오늘은 이 엉덩이로 버틴다 해도, 내일은 또 어케 타지...

근데 지금까지 임도는 거의 다 마사토 바닥이었다.
이게 바싹 바른 날이면 내려갈때 상당히 위험하지만, 다행히 노면은 축축한 편이라 내려갈때 큰 부담이 없다.
올라갈때도 돌이 거의 없으니까 매우 편하다.
강원도같은 돌길 임도였으면 엉덩이가 으스러졌을 듯 싶다.

또 능선을 넘고 한참을 내려오니 갈면리, 지원차가 온 팀들이 있지만 우린 여기가 지원 장소가 아니다.
위치 확인 차 무전시도, 또 안받는다.
채널이 바뀐건지 뭔지 알 수가 없다.
난 핸드폰이 없단 말여...

돈까스 하나 먹으려다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또 출발.
이젠 야간 구간 시작이다.
근데, 비포장이라던 길이 포장으로 변해있다.
잘못 가는줄 알았다.
평지나 다름없는 개울 따라 올라가는 길로 한참을 가는데, 남부군이 옆에 지나간다.
근데 이 동네는 벌레가 너무 많다.
계속 얼굴에 와서 부딪치는데, 졸음이 다 달아날 지경이다.

21시가 넘고 길이 비포장으로 바뀌자, led 로 가는데 한계가 있어 충전지를 꺼냈는데.
어? 불이 안켜지네.
이리저리 해봐도 안켜지고 지나가던 다른 팀꺼 바꿔연결해도 안켜진다.
이런... 다 충전했다더니... 순간 아까 wilbike 라고 붙은 게 생각났다.
그래, wildbike 였으면 켜졌을꺼야.... 젠장.

앞 능선을 넘으면 다른 팀 기다렸다가 같이 가는 수 밖에 없다.
길은 점점 경사가 쎄지더니 타고 갈 수 없는 경사가 되고 노면은 엉망진창이다.
전 구간 중 가장 드러운 구간이다.
결국 30분 정도를 졸면서 밀고 올라가니 능선을 넘고,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내려온다.
그래도 반딧불들이 날아 다닌다... 좋다.

상당히 위험한 내리막을 무사히 내려와 잠시 마을에서 길이 헷갈리지만 금방 방향을 잡았다.
내려올 때 도움준 분들은 먼저 가고 난 또 무전시도.
역시나 안받는다.

다행히 88번 국도 만나는 지점에서 부산에서 온팀들과 만나 수박좀 얻어 먹고 전화를 빌려 연락을 한다.
20분쯤 뒤에 도착할 거라 알려주고, 후미조 상황 확인 후 마지막 고개를 넘는다.
하지만 포장도로를 만나니 바로 졸린다.
올라갈때는 그럭저럭 올라갔는데, 내려올땐 led 하나로 빨리 내려갈 수가 없어 천천히 가는데 계속 졸린다.
몇번을 넘어질뻔 하고, 중앙선을 오락가락, 옆으로 구를 뻔 하며 겨우 겨우 내려온다.
내려오면서 "졸면 죽는다"를 중얼거리며 왔지만 가다보면 어느새 졸고 있었다.

백암에 도착하니 십자수님, 재성이님, 플러스님은 2시간 전에 도착했다.
밥 먹으라고 하는데, 자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고 샤워 후 바로 잔다.
24시까지도 후미조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어케 된거지...

아 참, 무전기.
나 : 왜 무전기 안받는거여욧!
홀릭 : 갖고 갔었어요?
나 : 으... 덜덜... 지원조 맞어? ^^*

pavarotti 님한테 3시에 깨워달라고 하고 눈을 붙인다...


6.25
03:00
벌써 3시라니...
하지만 다들 3시 반이 넘어서야 일어나고 뭐 좀 먹고 어쩌고 하니 결국 4:40 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4시 출발이 예정이었는데 너무 늦었다.

대강 라면들을 끓여 먹는데, 난 비스켓 1개, 후르츠 칵테일 한 통, 바나나 1개만 먹었다.
이상하게 배가 별로 고프지도 않았다.

후미조는 24시 막 넘어 도착했다고 한다.
나 잠든 직후인가 보다.
근데 dunkhan 님이 안 일어난다.
한별님은 갈 분위기가 아니다.
넘어져서 팔뚝 긁혔다고 보여준다.
아니, 자전거를 팔로 타욧! ㅋㅋㅋ
저러다가 트레키님의 기록을 깨겠는걸~
샘고을님도 여기서 멈춘다.

결국 dunkhan 님과 한별님을 버리고 출발.
웬만하면 그냥 끌고 가려고 했지만, 그 분위기가 아닌 듯 했다.
지원조는 수비에서 만나기로 하고 무전기도 그냥 두고 간다.
오늘의 예정은 수비 11:30, 분천 15:00.
마지노선은 수비 12시.
수비를 12시 넘어 통과하면 그야말로 간들간들하게 된다.
홀릭님은 머... 열심히 자느라 일어나지도 않았다~~~!!!



04:40   출발
06:59   기산리              16:39:35   10.9   182.58
07:40   죽파, 기산 갈림길   17:15:25   10.8   187.15
09:59   죽파리              18:30:18   10.8   200.18
11:20   수비                20:10:24   10.7   217.81

초강대국님의 후기에 기산리 넘는 윗삼승령은 죽음의 오르막, 죽파리에서 수비 넘어가는 검마산은 악마의 오르막으로 적혀있다.
둘째날이란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급경사인가 보다 하고 긴장하며 가게 된다.

안장에 앉자마자 몰려오는 이 쓰라린 고통... 아....
조금리 지나 상조곡까지는 아스팔트길인데도 엉덩이가 아파 도저히 속력을 낼 수가 없다.
그냥 천천히 가는데 남부군이 이제야 지나간다.
우리가 막차 출발은 아닌가 보다.

해발 100m 정도밖에 안되는 동네인데도 서늘한 기운이 깔리는 새벽, 오늘도 하늘이 우리를 도울 분위기다.
잔뜩 긴장하고 올라가는데 경사는 별로다.
죽음의 오르막은 언제 나오는거야?
하지만 아무리 가도 계곡을 따라가던 좀 경사가 있던 길은 사면을 오르내리는 전형적인 임도가 되고, 크게 한굽이를 도니 능선을 넘어가는 길이 보인다.
이게 머여... 죽음의 오르막이라더니, 괜히 긴장했다.
쳇... 별거 아니구만.

오늘도 어제랑 비슷하게 조가 나뉜다.
재성이님, 플러스님, 십자수님, mtbiker님은 안보이고, 고무신님, 나뭇골님, 소주님이랑 같이 간다.
소주님은 상당히 힘들어 보인다.
나뭇골님은 평지와 내리막은 괜찮은데, 오르막은 무리하지 않고 끌고 가고 있다.
그래 우린 수비에 11:30 까지만 가면 된다.
나도 엉덩이 식히려 가끔씩 내린다.

중간에 한번 쉬면서 고무신님 빵을 하나 받아 먹었다.
저멀리 백암산 능선이 우뚝 서서 꿈틀거리고 있다.

별 어려움 없이 윗삼승령을 지나 내려서니 기산리.
이상하게 이번 랠리는 올라갈 때는 오르내림이 있는데, 능선을 넘어 내려가면 기냥 내리막뿐이다.
근데, 소주님이 내리막에서 좀 자신이 없어 보인다.

이제 가볍게 하나 넘으면 마지막 검마산이다.
하늘이 다시 열리고 있지만, 오르막을 가는데도 땀이 거의 나지 않는다.
물통의 물은 여전히 시원하다.
정말 하늘이 우릴 돕는다.

또 한 고개를 넘어 검마산 입구로 내려서니 지리산님이 또 있다.
바나나 두개를 받아먹고, 우리가 바로 앞팀보다도 30분은 뒤쳐졌다는 걸 확인한다.

여기서 올라가는 길은 계곡을 따라 가다가 임도 한구간을 타야 내려갈 수 있다.
그래 여기가 악마의 오르막이라고 했지.
근데 또 반복이다.
잔뜩 긴장하고 올라가는데, 경사가 좀 있긴 해도 특별히 힘든 구간이나 급경사는 없다.
도대체 막판에 얼마나 뽑아 올리려고 이러지...
가도가도 경사는 급해지지 않고, 계곡 구간을 벗어나니 오히려 더 약해졌다.
결국, 악마의 오르막같은 건 없었다.
또 괜히 긴장했다.
"오르막의 난이도는 개인차가 큰가 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그래도 소주님 점점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자자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근데 여기서 실수를 한다.
지도가 작고 등고선이 잘 안나오다 보니, 능선을 하나 넘고 임도 구간을 하나 타야 수비로 내려간다고 생각했고, 그러기엔 우리가 능선을 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마음이 급해지며 수비 12시가 어렵다고 보고 조금씩 속력을 내자고 하는데, 갑자기 김현님의 차가 나타나고 중간 통과시간 확인을 한다.
137번째로 통과.
"여기서 임도 한구간 더 타야되죠?"
"여기가 끝이고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데요"

다시 지도를 보니 아까 지나친 삼거리를 다른 사거리와 혼동 한 것이었다.
휴~ 다행이다.
다시 시간 조정, 수비 11:30 통과다.
또 한참을 내려가서 도로를 만나고 완만한 내리막을 열심히 달려나간다.
수비에 가면 지원차가 있으니 예비 타이어는 이제 내려놓자.
재성이님네는 한시간 전에 통과했단다.

근데, 하마터면 큰일 날뻔 한 사고가 난다.
수비 거의 다 가서 옆에 식당이 있는데, 앞서 가던 고무신님과 소주님이 속력을 줄이고 있다.
난 계속 달리는 중이라 거리는 줄어들지만 두사람이 계속 갈거라고 생각했으며, 뒤에서 차소리가 나길래 일단 뒤를 돌아보고 다시 앞을 보는 순간...
이런 두사람이 멈춰있다.
뒤에 차가 있으니 도로로 나가지도 못하고, 멈추기도 전에 고무신님과 살짝 충돌, 논두렁으로 튕겨나가 버렸다.
아이고 아퍼.... 근데 일어서 보니 또 멀쩡하다.
에이.. 엉덩이 아픈차에 여기서 멈춰보려고 했더니 또 가야되네~
근데 목격자가 너무 많아 좀 폼나게 넘어지지 못한게 아쉬워진다.
정말 사람 심리 이상하게 돌아간다. ^^;
그냥 손바닥에 멍들고, 왼쪽 정강이를 찧은거 외엔 괜찮다.
내가 좀 구르기는 구르나 보다. ^^*

수비에 도착, 근데 지원차가 없다.
동네를 다 통과해도 없길래, 전화를 해보니 분천이란다.
어... 분명히 수비로 오라고 했는데.
타이어 내려놓기 어렵다...

우리 4명은 일단 점심거리를 먹는다.
난 또 돈까스 한 개.
군대 가기전에 완주증을 따고 가려고 참가했다는 소주님, 힘들어 하고 있어서 이렇게 한마디 해준다.
"새벽 출발때만 해도 12시간만 참으면 된다였지만, 이젠 3시간만 참으면 되요!"


15:23  분천 초교 착  23:27:23   11.0  259.75

11시 50분에 마지막 구간을 향해 다시 출발.
영양 터널 가는 길은 지루했고 결국 다시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졸음을 쫓으려고 곱하기 계산을 시작했다.
37 곱하기 8은 8*3 24, 8*7 56, 296.
74 곱하기 9는...
한참을 계산해도 졸음은 여전하다.
다시 2의 제곱수를 계산, 1,048,576 까지 하니 좀 정신이 든다.

근데 영양 터널 오르는 마지막 오르막은 포장된 임도나 마찬가지였다.
돌고 돌고 또 돌고... 그래도 굴을 통과할 때는 차 한대 지나가지 않았다.

어? mtbiker 님이네.
나 : 여기서 뭐해요?
mtbiker :  프레임이 깨졌어요
나 : 그건... 중력때문이에요. ㅋㅋㅋ

홀릭님이 자전거를 싣고 오고 있다길래 일단 우리는 먼저 출발한다.
우리도 시간엔 여유있질 못하지만, 그냥 두고 가기도 미안하다.
빨리 지원차가 오길 바라기 밖에.

이제 마지막 임도 입구까지는 완만한 내리막, 거기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서 임도 한 구간을 타면 분천가는 마지막 내리막이다.
자, 소주님 조금만 참으면 돼요.
"16시안에 못갈 것 같으면 나 혼자 치고 나갈거여요!" 고무신님이 독려를 한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데 mtbiker 님이 쌩 지나간다.
어~ 힘이 남아 도나 봐~
이제부터 우리 5명은 서로를 챙기며 최후의 구간을 간다.
3 굽이만 돌면 되는 마지막 임도, 조금씩 지나가는 시간과 조금씩 늘어가는 거리, 끝이 보인다는 생각에 엉덩이도 더 버텨주고 있다.
그렇게 마지막 임도 3거리를 만나고 분천으로 가는 최후의 내리막이 남았다.
자, 이제 시간 여유있으니까 너무 즐겁게 서두르지 말고 조심해서 내려갑시다.

마지막 내리막, 만약에 비가 왔다면 분명히 여러명 사고 났을 길이다.
포장한지 며칠 되지 않아, 시멘트 물도 아직 빠지지 않은 매끈한 콘크리트길.
지금도 뒷브레이크 잡기가 무서울 정도로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레 내려와, 분천 초교 들어가는 마지막 길은 5명이 일렬로 늘어서 들어간다.
정문엔 먼저 도착한 우리 일행들이 맞아주고... 랠리는 이제 끝났다.
35시간 29분, 5명 똑같은 기록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사진찍고, 서로 축하해 주고, 인사하러 다른 사람들 찾아 다니는데 아까 수비에서 구른거 벌써 소문 다 났다.
에궁.. 부끄~

참 하나 따질 거 있지.
나 : 지원조한테 질문 있습니다~ 왜 수비에 안왔습니까!!??
realdoo : 지향이 무지원이라서.
나 : 아 네...

와보니 밥이 있긴 하고, 즉석 북어국도 있다.
우쒸... 좀 설익었다... 밥 누가 한겨~~~

차 막히기 전에 출발해야 한다는 홀릭님과 매운탕을 끓여야 한다는 십자수님간의 투쟁에서 홀릭님이 승리, 우린 17시 넘어 서둘러 출발한다.
난 신림에서 내려야 하니, 버스로 가는 사람들과는 미리 인사를 한다.
내년에 또 봐요~  아니... 그럼 이걸 내년에 또 한다고!  ㅋㅋㅋ


20:00  황둔 착
23:30  집 도착
신림에서 내려도 되는데, 홀릭님은 막걸리를 핑계로 황둔까지 실어준다.
자, 이제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나만의 마지막 랠리가 남아있다.
아쉬운 작별을 하고, 고통스러운 엉덩이를 안장에 얹은채 출발.
5km 쯤 가서, 도저히 안되겠길래 히치를 시도 해본다.
산밑 마을까지 1시간은 가야 하니까 한시간 기다려 한대만 히치하면 그게 그거다.
결국.. 1시간 20분 동안 차는 몇대 지나가지도 않았다...
다시 출발, 아스팔트만 타고 콘크리트랑 비포장은 끌면서 산밑에 도착하니 23시다.
이제 저 산만 넘으면 된다.
눈 딱 감고 30분만 밀고 올라가자는 생각으로 산을 넘어, 삼거리를 돌아 300m 전방으로 집이 다가오자 갑가지 폭우가 쏟아진다.

이제 다 끝났다.
엉덩이를 비춰보니 물집 잡히기 직전이다.
불쌍한 녀석들, 고생했다...


분천초교 들어와서 다른 참가팀들의 부정행위 (?) 이야기를 몇개 들었다.
특별히 규정이 있는게 아니니 부정이라고 하기도 좀 애매하지만, 어쨌든 비양심적인 일들이 없진 않다.
이왕 힘든 조건으로 하려고 장마철을 끼워서 하는 280 랠리라면, 좀 더 엄격한 규정을 두는게 낫다는 생각이다.
2003년 첫 참가때만 해도 매식 불가에 지원조는 불피우는 요리 불가였던 것 같은데, 작년부터는 어떤 형태의 지원도 가능하다고 됐다.
코스 공개야 항상 해온거지만, 답사기가 너무 자세히 올라와 아무 생각없이 그냥 가도 가능한 랠리가 된 것도 그렇고.
그렇게 쓰레기 버리지 말라고 했는데도 둘째날엔 쓰레기들이 보이고, 분천초교 화장실은 그리 깨끗하게 쓰지 않았나 보다.
다들 랠리를 보는 생각이 다르겠지만, 기록을 내기 위한게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완주는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내 동호회의 랠리를 자화자찬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완주와 성취감 이전에, 갔다온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하고, 아름다운 산하를 맘껏 즐겼으면 그 산하를 보존하기 위한 마음가짐부터 갖추는 게 먼저가 되야 할 것이다.


랠리를 준비해 주신 운영위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박 3일 동안 함께한 울 팀 왈바 랠리조와 지원조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를 알아봐주신 분들께도 인사 전하며 또 뵙게 되길 바랍니다.

글고, 자전거야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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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예 정병호님은 골인할때만 보았네요. 저는 계속 엇갈려 따로 가는라고...
    고생하셨습니다. 역시 체력도, 경험도 좋으시네요.
    뒤에서 보면 배낭만 보이는 그 엄청난짐을지고, 완주까지 하시고, 자전거에게
    고생했다는 여유까지..자전거는 그렇게 생각할것 같지 않은데...
  • 정병호님도 고생하셨습니다...^^...에술의 전당 음악회보러 오실 때 연락 주셔요...ㅎ

    파파존스 피자 배터지게 먹어보자구요~전 출산 포기한거 아시죠??...ㅋㅋㅋ
  • 2006.6.29 15:40 댓글추천 0비추천 0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엔 꼭 같이 전투조로 뛰겠습니다. 저도 잔차조립 d-day 하루 남았습니다. ^^;
  • 여전히 부드럽게... 사진을 보니 정말 변한것이 정말 없군요. 저는 그사이에 머리가 많이 하예졌습니다. 이렇게라도 보니 반가웠습니다.
  • 시간 날 때 찬찬히 읽으려고 남겨두었다가 지금 읽었습니다.
    이번 후기는 여유가 은은히 흐르는 것 같아요. 그 무거운 배낭을 매고
    (타이어까지 나온 거 보고 놀랐습니다)많이 먹지도 않으시고, 같은 길을 갔다는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8월에 트레킹 간다고 하셨지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잘 모르면서 인사한 사람중 한명인듯. 다람재 내려갈 때 뒤에 쫄쫄 따라 가던 사람입니다.
    왜냐고요? 그 때 안개가 심해 제 안경에 김서려 시야가 너무 좋지 않아 한 사람만 뒷따라 가는 작전을 폇거던요. 차림으로 봐서 정병호님인줄 알았죠. 작년 280 후기에서 인상깊게 봤거던요. 담에 뵈면 정식으로 인사할께요.
  • 정병호글쓴이
    2006.7.3 20:57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러셨군요.
    항상 혼자 타던 버릇때문에 오른쪽 왼쪽 맘대로 왔다갔다 해서 가끔 뒤돌아 보는데 똑같은 사람이 따라 오는 것 같았거든요.
    그나저나 내년엔 옷을 함 바꿔봐야 겠습니다.
    ㅋㅋㅋ
  • 홀릭님은 팀져지를 선물하라~~~ 선물하라~~!ㅋㅋㅋ
    실감나게 잘 읽었습니다.
    제가 쓴 후기는 저만 간직할랍니다. 헤헤`~!
  • 정성스런 긴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올해 도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용용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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