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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를 향하여

leey782006.08.08 13:34조회 수 2730추천 수 6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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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前

지겨운 장마가 결국 7월29일부로 끝난다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부터

마침 휴가가 시작되는 7월말 8월초, 한동안 뜸했던 장거리 라이딩을

자전거 동지인 교우씨와 함께 계획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미시령 넘어 속초를 목표로 하였다.

미시령,속초는 마치 자전거 매니아의 성지처럼 불리는 유명한 코스.

여행정보는 충분하였다. 6번국도로 팔당-양평-홍천-인제-미시령-속초. 도로사정과 터널 및 위험한 공사구간등 이미 다녀온 라이더들의 여행후기를 숙지하였다.

자 이제 210km인 이 코스를 당일로 주파하느냐 무리없이 1박2일로 가느냐의 선택이 남았으나 30일이 중복이란 점을 감안하여 인제에서  1박하기로 결정하였다.



-출발

장마는 이미 전날 오전에 끝났으나 불안한 구름이 낮게 서울하늘을 덮고 있었다. 틀림없이 비예보는 없었는데 당일날 오전6시30분 집을 나서 약속장소인 화랑대역으로 출발하였는데 거리의 바닥이 축축히 젖었고 가랑비는 슬쩍 지나가고, 교우씨한테는 비가와서 다리 밑에서 피해 있다는 전화까지 받고는 내심 라이딩이 망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에 전날 본 일기예보 뉴스캐스터를 원망하기 까지 하였다.

다행히 10여분지나 교우씨가  도착하여 날씨 걱정부터 하니 마음이 여간 뒤숭숭한게 아니었다.  우리가 갈 동쪽하늘을 쳐다보니 더욱 한심하였다. 틀림없이 비예보는 없었는데, 혹 지나가는 비는 아닐까?  그러나 마음 먹은것 살살 가보자 하여  삼육대 지나니 결국 비가 후드드득,,,,  아! 이런 낭패가,,,,일단 정류장 박스에 몸을 피한 후 상태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시계는 벌써 8시가 훌쩍 넘었다. 다행히 비는 멈췄지만 선뜻 결정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교우씨가 마침 아침식사를 안했다기에 식사할 수있는 곳까지 이동하자며 짙은구름이 깔려있는 구리쪽으로 출발.



-중복

결국 아침식사를 핑게로 동쪽으로 출발하였는데 짙게 보이는 구름은 안개였고 서서히 날이 개이는 듯하여 가슴을 쓸어 내렸다.덩달아 나의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잔뜩 불어난 한강물을 만나니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속도도 한껏 붙어 힘차게 페달질을 하였다. 물안개가 자욱이 일어나는 한강은 장관이었다. 자연이 일으키는 변화에 그저 탄복할 뿐이다.

팔당대교를지나 팔당구도로로 팔당댐을 지났다. 유난했던 장마의 끝자락을 저 팔당댐을 통해 보는 듯 하였다. 무서운기세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토해내는 댐을 보며 새삼 자연의 무서운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양수대교를 지나며 아래를 보니 연꽃공원이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교우씨의 아침식사를 핑계로 서울을 출발하여 신나게 이곳 양평초입까지 내달리니 시간은 벌써 10시가 훨씬 넘어 식당에 도착하여 중복기념 삼계탕 한그릇 뚝딱.

휴식후 다시 동쪽으로 출발.

구름이 잔뜩끼어 해를 가려주고 도로 갓길 상태도 좋아 속도가 절로 붙어 시속25km~30km 사이를 유지하며 주행하니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듯 하였다.

낯익은 양평군 단월면의 장승들이 시야에 들어오니 반갑고 더욱 힘이 나는듯 하였다. 그러나 고갯길은 점점 가파라져 강원도가 가까워옴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햇살이 비추더니 이내 도로를 열탕지옥으로 만들어 오늘이 중복임을 일깨워 준 하늘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교우씨의 자전거
사실 교우씨의 컨디션은 전 같지 않았다. 전날의 음주후 늦은 취침, 아무래도 나보다 부피가 커서 오는 땀의 양 등이 다소 지치게 하지 않았나 하였다. 좀처럼 내색 없는 강철체력의 소유자지만 이상하게 힘겨워 했다. 나는 속도 모르고 핀잔- 먼길 앞에 웬 음주였냐고-  

결국 휴게소에서 다소 길게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회복한 후 다시 달릴 수 있었다. 그런데 교우씨가 우연히 자신의 자전거 뒷바퀴의 회전이상을 발견하였는데 바퀴가 림브레이크 패드에 빡빡히 닿아 원활한 회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혹 이것이 체력저하의 원인이지 않나 싶은 의심이 들어 홍천시내에서 자전거포를 찾아 물어 보니 바퀴살 하나가 떨어져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수리를 하였다. 과연 수리후 주행해보니 교우씨의 표정이 한결 밝아져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서울서 홍천까지는 불과 100km. 그러나 변덕스런 아침날씨, 중복, 자전거고장 등 때문에 시간은 5시가 훨씬 넘어 버렸다.

홍천 시내를 벗어나면 신남까지 40여km 마의 공사구간이 기다린다는 정보를 익히 알고 있기에 좀 이른 시간이지만 홍천에서 숙박을 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그런데 자전거 수리중 유모차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가 우리 모습을 보고 너무 반가워 하면서 행선지를 물어 오길래 속초가 목적지라 하니 오늘은 최소한 신남까지 가야 한다며 임시개통이 되어 길이 아주 좋으니 걱정말고 신남까지 가라며 부추키는 것이 아닌가. 뭐 길만 좋으면 자전거도 고쳤겠다 두시간여 내달리면 어둡기 전에 도착하겠다는 계산에 용기를 내어 신남을 향해 힘차게 출발.



-공포의 공사구간 야간라이딩
한시간 남짓은 과연 기존2차선도로 옆으로 신설된 2차선 도로가 쭉 뻗어 있는데 차량은 통제되어 정말 싱싱한 길을 자전거 전용으로 정말 신나게 내질렀다. 시간은 7시가 다되어 갔다. 그런데 신남표지판이 보이는데 아직도 30km.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해가 서산에 걸린 고즈녁한 강원도 한적한 길을 자전거로 달린다는 낭만에 취해 있기에 곧 닥칠 어둠에 대한 불안감을 깜빡 잊을 수 있었다.

이제는 어둡기전에 숙소를 잡아야 된다는 쫓김에 더욱 페달을 힘차게 밟았는데, 가리산 휴양림에 가면 숙소가 있다는 군인아저씨의 안내에 희망을 걸고 가니 과연 깊은 개울이 나타나며 식당,모텔등이 보여 안도를 하며 숙소를 찾아 계곡을 한참 오르니 냇가에서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산세도 너무 아름다워 지친 나그네의 마음이 잠시 쉴 수 있었다.

문득 경치에 취한 마음에서 깨어 빈방을 알아보니 아뿔싸 빈방이 없다는 대답에 힘이 쭈욱 빠지는 듯 하였다. 시간은  8시가 훌쩍 넘어 어둠이 대지에 이미 깔렸다. 도리없이 신남으로 다시 출발.  지나는 마을에도 도로에도 그 흔한 민박, 모텔, 찜질방이 단 한군데 없다는 안내만 받고 낙심천만. 설상가상 어둠이 스물스물 몰려오면서 공사구간과 고갯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홍천서 만난 할아버지의 친절한 안내가 완전히 빗나가고, 내가 정말 피하고 싶은 "공사구간 야간라이딩"이 결국 시작되었다.

그 할아버지를 원망한들 이젠 소용없고  전조등과 후미등에 흰색선에 의지하여 앞으로 갈 밖에...

지난 봄 구례넘는 터널을 지날때 공포체험이라 했건만,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때때로 도로 확장 공사때문에 파여진 곳을 마치 외줄타기하듯, 더구나 이런 속도로 몇시간을 더 가야 숙소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은 터널통과와는 비교도 안되는 공포체험이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온몸을 긴장해서 조심조심 가느라 저녁식사도 잊어 버려 도로옆 휴게소에 들러 늦은 저녁을 하면서도 얼마나 더 어둠을 뚫어야할 지 막막하여 입맛이 씁쓸하였다.

식당여주인에게 가까운 곳의 숙소를 물어보니 약2km가면 군부대가 나타나고 맞은 편에 여관이 있다는 대답에 다시 힘을 내서 출발.

그러나 가도가도 군부대나 모텔은 안보이고 깜깜한 어둠만 시야에 들어오니, 원망할 사람이 또하나 생겨 버렸다.(식당여주인)

결국 수많은 고비를 넘겨 반가운 군부대가 나타나고 맞은편 논건너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발견, 교우씨와 나는 동시에 외쳤다.

"와!!! 모텔이다"



-여우골

홍천 자전거포에서 부터 약50여km 남짓 정말 피하여야  할 '공사구간 야간라이딩'을 마치고 모텔에 들어가니 10시30분. 홍천할아버지 덕분에 장장 5시간의 공포체험을 정말 찐하게 하였다.

지친 심신과 자전거를 끌고 모텔에 들어서니 특이한 복장과 자전거,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한적한 모텔에 등장한 우리의 모습등에 놀란듯 그곳 종업원들이 갑자기 부산을 떨며 우리를 맞이하였다.  모텔은 텅비어 손님은 우리밖에 없는 듯하였다.

샤워 후 모텔1층 카페에서 들이킨 맥주 한잔은 정말이지 꿀맛이었다. 그곳 종업원 등은 여전히 우리가 궁금한듯 이것저것 물어보며 우리들의 대화에 끼어 들어 다소 곤혹스러웠으나 이 또한 여행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짖궂은 그곳 사람들과의 자리를 뒤로하고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으니 바로 꿈나라로 직행.

개구리의 시끄러운 울움소리도 나의 수면을 방해하지 못했다.

다음날 부지런한 교우씨 덕분에 눈을 뜨니 6시30분.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눈앞에 너른 논의 푸르름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강원도의 맑은 공기

서둘러 모텔을 나와 다시 국도변에 이르니 어젯밤의 고생길은 다 잊혀지고 신선한 아침공기와 아름다운 산하가 시원스레 눈앞에 펼쳐져 너무나도 상쾌한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정말 이런 맛에 자전거를 타나 보다. 휘파람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몸이 경쾌하여 페달 밟는 힘도 힘차다. 단숨에 달리니 소양강이 옆에서 같이 달려온다.

소양강을 만끽하며 인제대교를 건너 동으로 동으로....

이번 수해로 안타까운 모습도 같이 보였다. 구도로는 군데군데 함몰되어 끊겼고 어떤 주유소는 산사태로 정말 뼈대만 남은 모습을 보고는 결국 인간의 만용이 재해를 더욱 키우지 않았나 하여 마음이 착찹하였다. 우리같이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다면 온난화도 생기지도 않고 이런 말도 안되는 홍수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환경론자가 되어 본다.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다."

옛날 군대가던 이들이 인제나 원통으로 배속되어 넋두리하던 말은 이 길을 지날 적마다 생각나니 격세지감이다. 내가 중학생일때 설악산 한계령을 통해 동해로 가족여행 갈때 비포장에 한계령은 일방통행(무전기로 양쪽에서 통제)이며 버스기사도 긴장하는 무시무시한 낭떨어지는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버스길이 아니면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경상도까지 내려가서 지그재그로 올라가 동해를 거쳐 강릉으로 갈 만큼 교통시설이 최악이었던 시절이었다. 정말 내가 학창시절 송창식의 고래잡이 노래를 목청껏 불렀지만 설악산을 넘어 동해로 간다는 것은 엄청난 여행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이렇듯 도로가 좋아 자전거로 가고 있다니 세월도 많이 변했고 나도 많이 변했다.

자전거는 원통을 지나 한계삼거리에 다달았다. 그곳에서 미시령은 좌회전. 한계령은 수해로 통금이라는 표지판이 내눈을 슬프게 하였다. 그러나 미시령 가는 경치가 곧 내 눈앞에 펼쳐지니 착찹했던 기분들이 다 날라가고 계곡이며, 산세를 눈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러번 온 길, 자동차로 지나도 좋은데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로 가는 이 기분은 라이더 이외에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미시령 오름

설악산이 병풍처럼 둘러쌓인 용대리를 지나 12선녀탕,만해마을, 백담사 입구를 거치며 길은 서서히 정상을 향하여 기울고 있다. 곧 미시령터널로 가는 신도로 옆으로 미시령 정상으로 향하는 옛길이 우리를 한가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정상까지는 4km.

바로 길의 각도가 기울며 자전거의 변속기가 바빠졌다. 2-6,5,4,3,2,1   길의 각도와 페달질의 미는 힘을 머리 속에서 분주히 계산하며 냉정하게 한발 한발 저어 가니 어느새 산아래가 내 발 아래로 밟히는 듯 하였다. 새로 생긴 터널 덕에 자동차 걱정없는 환상의 고갯길을 차분히 오르고 있는데, 가끔 지나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화이팅 외침에 더욱 힘이  났다.

이제 남은거리는 1km

앞변속기를 1단으로 바꾸고  힘을 내어 오르는데 마지막 커브길에 도달하자 갑자기 광풍이 자전거를 때리는 듯 휘청. 다리힘이 빠진 상태에서 깜짝 놀라 핸들을 움켜 잡았다. 그리고 다시 페이스를 찿아 위를 보니 거의 정상 직전. 뿌듯함을 느끼기 전에 바람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결국 이곳에 올랐구나. 이곳. 이곳은 미시령. 또하나의 훈장을 내가슴에 아로새겼다. 뒤이어 가쁜숨을 몰아쉬며 교우씨도 무사히 올랐고 우리는 감격의 기념촬영을 했다.(4km 업힐 30분소요)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신나는 다운힐. 울산바위는 언제봐도 멋지다. 조물주의 조각품이지 않고서는 저리 멋질수가....

-속초에서

산을 내려올수록 햇살은 무섭게 내리쪼이고, 도로는 숨이 막힌다.
속초 시내는 열탕지옥. 어렵사리 시외버스터미널을 찿아 서울행을 예매하고 인근에 있는 동명항에 들러 회에 소주한잔 드리키니 정말 부러울 것이 없었다. 6시출발하는 서울행 버스에 자전거와 몸을 맡겨 무사귀환.


난 이제 자전거여행의 전도사가 된 기분이다. 자전거로 인생을 새롭게 펼치고 있고 앞으로 전개될 자전거 인생이 궁금하다.

지난 봄 구례에의 홀로라이딩이후  자전거 동반자 교우씨와 같이 한 이번 속초여행을 마감하고 이제 또다른 개척지를 찾고자 한다.

새로운 개척지는 소백산. 이미 지도속에 소백산을 표시하였다.

소백산을 향하여....


www.cyworld.com/artmt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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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감동 넘 멋지십니다....저도 이번에 속초 투어 준비중이라 여러 자료를 얻고 있는데..
    님의 여행기 큰 도움도 되고, 한편의 소설처럼 너무 재미 있게 잘 읽었습니다.
    ^^ 홈피도 구경하러 가야겠다..^^
  • 저도 이제 2년차 초보라 속초여행준비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65
treky
2016.05.08 조회 675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5
hkg8548
2011.08.04 조회 7165
M=F/A
2011.06.13 조회 6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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