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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서 저녁노을을 보다.

leey782006.09.07 11:41조회 수 3013추천 수 10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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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부석사-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서" 최순우선생의 책제목 만큼 널리 알려진 명찰중의 명찰. 작가 김훈님의 "자전거 여행"에서 가슴설레게 읽었던 무량수전 앞마당에서 바라본 끝없이 이어지는 산의 바다.

그리고 저녁노을. 그곳을 보고 느끼기 위해 넘어야 했던 소백산 마구령, 배틀재, 치악재 등 크고 작은 수많은 고갯길. 경기도 남양주,양평군. 강원도 원주시, 영월군, 충청북도 단양군, 경상북도 영주시 . 이 고장들을 1박2일로 주파한것은 차라리 고행길이었다. 이번 여행도 같이 동행한 자전거동반자 교우씨는 김훈님의 "자전거여행"을 읽고 감동하여 여행코스를 준비한 나때문에 뜻하지 않은 고행길을 함께 하였으며 정말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내게는 정말 벼르고 별렸던 여행이었다. 그간의 짧은 자전거 경력은 어쩌면 이번 여행을 위한 준비였던거 같다.  험준한 고갯길은 이미 예상하였다. 일기예보는 주말의 청명함을 예보하였다. 아침저녁으로 이미 선선한 기운이 감돌아 라이딩하기엔 별부담이 없었으나 아직은 낮더위가 부담스러웠다. 7시에 태능화랑대역에서 만난 우리는 꺼리낌없이 쾌적의 속도로 6번국도를 통해 양평까지 내달렸다.  국도는 대체로 차와 같이 달리기에 소음에 시달리고 운치가 없는 반면 평탄하게 딱아 놓아 속도가 잘나며, 지방도는 고갯길이 많지만 자연과 함께 호젓이 달릴 수 있는 장단점이 있다. 이번 여행은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다소 힘들어도 운치있는 지방도를 선택하기로 하였다. 양평에서 여주로 가는 국도를 피하고 삼가삼거리에서 양동면으로가는 지방도로 진입하여 원주로 향하였다. 이후 내내 자동차는 10분에 한대 지나가는 한적한 도로로 늦여름의 정취를 듬뿍 받으며 양동면에 도착하니 정자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간단한 간식과 달콤한 휴식후 원주를 향하여 출발.
길은 서서히 요동을 치기 시작하니 강원도가 다가옴을 직감할 수있었다. 짧기도 길기도 높기도 낮기도 한 길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정도는 이번 여행의 서막에 불과하였다. 강원도 경계비를 지나자 산세가 갑자기 험해지고 길은 몹시 가파랐다. 원주의 도착예정시간은 결국 지연될 수 밖에 없었다. 벌써 오후 5시. 강원도 고갯길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치악산 넘자고 판단하여 치악재를 향하여 페달을 밟았다.

치악재-원주에서 무려 1시간30분을 구불구불 올라 정상 정복. 해발480m. 참으로 매운 고갯길이었다.

시간은 7시가 다되고 날은 뉘엇뉘엇 어둠이 다가오고 있었다. 치악재를 넘어 내려가니 영월군 신림면. 신림삼거리에서 주천으로 향하여 적당한 민박을 찾기로 하였다. 마침 한적한 치악산자락 민박집에서 여장을 푸니 8시. 칠흑같은 어둠이 이미 산야를 덮었다.

1일차-155km  

깊은 잠에서 깨어나니 창밖은 벌써 밝아오고 있었다.  시간은 6시. 오늘의 라이딩은 정말 걱정스러운 고행길이라 짐작하여 서둘러 출발준비를 하려는데, 아뿔싸 어제 빨아 널어놓은 저지가 아직도 물기를 그득 머금고 있는게 아닌가?  방에 널어야 되는데 마당 빨래줄에 널어 놓았으니...

축축한 옷가지를 방에 널고 방의 난방을 가동하여 다시 말릴 밖에...

한동안 기다린후 출발하려는데 내자전거의 뒷바퀴가 펑크. 조치후 출발하니 시간은 8시를 훌쩍 넘겼다.

오늘은 정말로 험한 강원도길을 가야되는데 출발이 영 매끄럽지 않았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영월의 산과 들과 강을 감상하며 나아가니 정말로 국토사랑이 샘솟는 듯 하였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 맑은 공기, 한적한 길옆에는 들꽃, 조, 강,메밀, 수수,콩이 우리의 라이딩을 축복해 주고 있는듯 하였다. 이런 길을 마음껏 달리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누구에게도 인사를 하고픈 마음이었다. 늦여름 노르스름을 잔뜩 머금은 짙은 초록, 티없이 맑은 하늘에 새털처럼 지나가는 구름. 햇빛에 영롱히 반사되어 반짝이는 잎사귀와 짙은 그늘이 너무도 선명히 눈앞에 펼쳐진다.

신림을 떠난 자전거는 기나긴 솔치터널(1.5km)을 지나 주천면을 향한다. 도중에 만난 반가운 표지판에 잠시 발걸음을 망설였다. 지난 동문 전시에서 주지스님이 된 후배에게서 받은  명주사와 고판화박물관이 찍힌 명함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길이 멀고 험하기에 더이상 지체할 수없어 표지판을 뒤로 하고 아쉬운 페달질을 했다. 황둔면,주천면을 지나니 남면, 그리고 오지중의 오지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을 향하였다. 참으로 깊은산골 첩첩산중 그대로이다.

농촌 출신 교우씨의 밭작물 설명에 저절로 자연학습도 하며, 촐촐한 배를 씁쓸한 개복숭아로 채우니 오히려 속이 개운하고 힘이 나는 듯 하였다.

곧 넓은 강이 보이니 남한강 상류지역, 수해의 상처가 을씨년스럽게 널려 있었다. 한참을 강을 거슬러 다리를 건너니 영춘면. 드디어 작가 김훈님이 소개한 의풍마을이며 남대리 마구령등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사실에 긴장과 흥분이 교차되었다. 이제부터는 여태껏 달려온 강도와 비교할 수 조차 없는 힘든 고갯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음을 다잡아 호흡을 고르니 사과나무에서 작은 수박만한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져 잠시 자전거에서 내렸다. 옆에서 일하시는 주인아저씨에게 부탁하여 작은사과6개를 1000원에 구입하여 가방에 넣고 한개씩 베어무니 정말로 환상의 맛이었다. 서울서 계속 달려 마구령을 넘어 부석사를 간다는 우리의 설명에 아저씨는 혀를 짜며 '왜 그렇게 고생하냐'고 안쓰러 하신 모습을 뒤로 하염없는 오르막에 몸과 자전거를 던졌다.

늦여름의 한낮 더위는 정말 뜨거웠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여행의 최고 난코스를 향하여 밟아가고 있다.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고 앞만보고 달려가야 했다.

동대리를 지나며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을 보며 치를 떨어야만 했다. 이런 한적한 산골마을에 산허리는 패였고 냇가는 무너져 내려 그야말로 을씨년스러운 모습에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잠시 허리를 펴보니 거대한 고개가 우리 눈앞에 덮쳐왔다. 더구나 포장길은 끝이고 비포장에 자갈길. 여태것 경험해 보지않은 상황이 닥쳐온 것이다. 정말로 마음을 단단히 하고 한발한발 저어가니 몹시 미끄러워 위험천만. 고개는 끝없이 가파르고 속도는 엉금엉금.

간신히 정상정복하니 고개이름은 155굽이의 베틀재. 새로운 도전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 가쁜 숨을  편히 고를 수가 있었다.    

베틀재 내리막길은 오르막보다 몇배는 더 힘들었다. 핸들을 부여잡은 두손과 어깨쭉지는 팽팽한 긴장감에 몹시 고통스러웠다. 이런 고통을 극복해야 만날 수 있는 마을이 바로 의풍마을. 작가 김훈님이 소개한 그 마을의 입구에서 우리는 감동의 사진 한컷.

사방에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정말로 평화롭고 아늑한 느낌을 받았다. 지나는 차도없고 비포장 고개도 이리 심하니 깊은 산골 마을의 정취를 아직껏 간직 할 수 있었나 보다. 그러나 곧 도로공사가 띄엄띄엄 진행되니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정취를 느낄 수는 없겠다고 생각하였다.

의풍마을을 지나니 경상북도 상주시 부석면 남대리의 경계석을 만날 수 있었다. 소백산 마구령이 점점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경상북도. 여행의 종착지를 향하여 묵묵히 페달을 밟는다. 소백산의 깊은 산골마을들을 지나고 지나 우리는 결국 원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마구령 초입에 들어섰다. 길의너비는 불과 3~4m.

길옆의 나무는 하늘을 찌르고 계곡의 물소리는 우렁찼다. 짙은 그늘속에서 가파르게 뻗어있는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도 사람도 없는 깊은 산속 그대로이다. 가쁜 숨을 잠시 고르고 시원한 계곡물에 얼굴을 묻어본다. 뇌속이 맑아온다. 시간이 정지된 듯하다.

다시금 정상을 향하여 한발한발 저어간다. 좁고 가파른 길이 계속 이어지더니 하늘이 숲사이로 점점 크게 보여지고 거의 막바지에 이른듯 산봉우리가 나타나고 한굽이 지나니 마구령정상. 해발810m

마음속에 마구령이라는 훈장을 크게 아로새기며 감격에 겨워 서로를 축복하였다.

급경사의 내리막길은 위험천만, 길 옆을 보니 천길 낭떠러지. 등골에 후질근한 땀이 맺힌다. 거의 좁은 비포장 자갈길. 마구령을 올랐다는 감격도, 부석사를 보고픈 설레임도  모두 잊고 그저 바퀴 아래의 상황에 모든 것을 집중하여 기나긴 내리막길을 무사히 내려와 아스팔트를 만나니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시간은 벌써 6시가 넘어 해가 서산에 걸쳤다. 서둘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고자 페달을 재촉했다.  곧 두봉교를 지나 나즈막한 언덕을 오르니 관광지 특유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유명한 부석사를 1박2일의 고행길을 이기며 드디어 도착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무척이나 대견스러웠다.

일주문을 올라 은행나무길을 지나니 은은한 법고와 타종소리가 우리를 반기는 듯 하였다. 땅거미가 내리는 산사의 모습은 너무나도 경건하여 문틈사이로 보이는 무량수전의 아미타 부처님에게 정성껏 경배를 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뭐라 표현할 수없는 천상의 세계와도 같았다. 첩첩이 중첩된 산의 파노라마, 하늘에는 붉은 노을이 구름과 어울려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감격어린 부석사를 뒤로 하고 이제는 귀경길을 재촉해야 했다. 이미 땅거미가 대지를 짙게 드리웠다. 영주시내까지는 지도상으로 10여km 좀 어두워도 30여분이면 갈수 있지않을까 하는 편한 예상으로 영주터미널을 향하였다.

금방 어두워 졌다. 도로는 2차선 지방도. 사방은 칠흑같이 어둡고, 차들은 간간히 전속력으로 지나고, 아무리 달려도 영주시내의 불빛은 안보이고. 더구나 고개는 자꾸 나타나고...

정말 난감하였다. 진짜 야간 라이딩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불안하여 간신히 지나는 차를 세워 물어보니 길은 맞고 거리는 예상보다 두어배 길었던 것이다. 경험상 시골길 야간라이딩의 심신의 피로도는 주간의 그것보다 몇배는 더했다. 30분 예상은 1시간여로 늘었고 늘어난 시간만큼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번 여행의 옥의 티. 앞으로는 야간 라이딩 절대 하지말자고 했던 지난번 속초여행길에 이어서 또다시 다짐해야만 했다.  

기진맥진 영주터미널 도착하여 차시간을 보니 8시40분 막차 뿐, 숨고를 시간도 없이 서울행 버스에 자전거와 몸을 실었다.


날   짜-9월2일~3일
총거리-305km
평   속-20.3km

4월에 지리산넘어 구례여행, 7월에 설악산 미시령넘어 속초여행
그리고 이번에 소백산 마구령넘어 영주여행.  내마음의 훈장이 늘어 나고 있기에 행복하다. 매번 느끼는 감동이 새롭고 설레인다. 이미 내머리속엔 다음 여행지를 찾고 있다.

http://www.cyworld.com/artmt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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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leey78글쓴이
    2006.9.8 00:15 댓글추천 0비추천 0
    고향을 멋진곳에 두셨군요. 양평,원주,영월 거쳐 충북 단양군 영춘면 동대리에서 베틀재고개넘고 의풍리, 경북영주시 부석면 남대리에서 소백산 마구령을 넘어 부석사 경유 영주시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따라서 방향이 다른 죽령과 풍기는 못가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처가집이 부석입니다. 물론 제 아내도 부석초등학교를 졸업했지요. ds2arx 님의 몇년 후배가 되겟네요. 참 좋은 동네입니다.
용용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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