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95Kg. 숫자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체중의 압박은 행동의 제약은 물론 타인에게도 부담스럽게 작용했나 보다. 특히 “몸 관리 좀 해야 겠어”라는 현재 부서장님의 6년 전 한마디는 충격적이었다. 사실 그전까지는 퉁퉁한 모습을 좋아하시는 어머니와 장모님 덕(?)에 마음 편하게 살아왔지만 같은 남자에게서 들은 한마디는 충격적이었으며 나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20대 때의 날렵한 몸매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전신에 걸친 지방덩어리가 꽤 볼만하던 나의 근육들을 죄다 덮어버린 허리 36의 30대 중반 아저씨 모습. 6년 전 거울 앞에 서서 한참을 비춰보던 나는 20대 초반까지는 아니어도 후반의 몸 정도로는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우선은 마라톤을 하기로 하고 매일 아침 일어나 1시간씩 뛰었다. 하지만 며칠 뒤 두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첫째는 무릎이 아파왔고 둘째는 누구에게나 오는 작심3일. 결국 무릎을 핑계 삼아 작심3일의 비난을 피하며 마라톤을 자연스럽게 그만 두게 되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에게 있어 마라톤은 피해야 할 운동 중 하나다. 체중이 관절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이 자전거 타기였다. 자전거는 관절에 전혀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체중을 효과적으로 뺄 수 있고 허리에도 좋으며 심폐기능까지 향상시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퇴근 후 집 앞에 있는 탄천을 왔다 갔다 했다. 3살 딸아이가 쫓아오겠다며 떼를 쓰기에 태우고 다녔는데 자전거 뒤에서 잠이 드는 바람에 위험해 이것도 곧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바로 자전거 출퇴근이었다. 나의 자전거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별도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서 차비도 절약하고 항상 앉아서 갈 수 있다는 게 자전거 출퇴근의 장점이다. 매일같이 하는 분당에서 청담까지의 자전거 여행은 꿈만 같은 시간이다. 탄천의 사계는 계절마다 변화하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며 그 속에 살아있는 나를 보여주는 고마운 선물이다.
이처럼 자전거 출퇴근 중에 즐거움이 있는 반면 초기에 아침마다 벌이던 나와의 싸움은 마치 전투와 같았다. 이불 속에서 벌어지는 아침잠과의 전투. 지금도 그 싸움은 계속되지만 이젠 전투수준은 아니다. 이렇게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체중이 15Kg이상 빠지며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놀라게 하기에도 충분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운동은 중독성이 강하다. 나의 자전거 타기는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날씨와 온도는 나를 강하게 하는 스승이었기에 한겨울 영하의 기온에도 계속 자전거를 탈 수 있었고 눈이 오면 더욱 신나는 자전거 여행이 된다. 분당에서 청담까지 25Km. 한달 20일 출퇴근만 계산해도 1,000Km의 짧지 않은 거리지만 난 그 여행길을 더욱 길게 늘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2년 전 분당에서 죽전으로 이사를 가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덕분에 집값도 올랐고 여러모로 자전거는 나에게 도움만 주는 것 같다. 지금은 하루 왕복 60Km의 거리를 달린다. 모두들 대단하다, 독하다라는 부러움 섞인 말들을 하지만 내게는 버스나 지하철 타는 사람이 더 독해 보인다. 나 역시 어쩌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그런 힘든 출퇴근을 끊임 없이 하는 사람들이 더 독한 것 아닐까? 예를 들면 담배를 끊은 사람이 독한 게 아니라 그 독한 담배를 매일 피는 사람이 더 독하다는 것이다. 아무튼 자전거 출퇴근의 중독에 빠지게 되면 누구나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출퇴근에 동참해 이 기쁨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4년 전 우리들병원 자전거 동호회 두그라미를 만들었다. 두그라미란 자전거 바퀴의 두 개의 동그라미를 줄인 말이다. 병원에서는 동호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자전거동호회는 점점 활성화 돼 자전거 출퇴근이 늘어나고 있고 주말에는 회원들끼리 여행도 다닌다. 올 3월에는 병원장님과 함께 속초까지 자전거투어도 다녀왔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세 가지에 놀란다. 17Kg을 뺀 몸과 6년째 출퇴근하고 있는 중독성과 비싼 자전거를 탄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치가 그것이다. 사실 자전거를 자전거로만 보는 기준에서 1,000만원짜리 자전거는 사치다. 하지만 10만원짜리라도 처박아두고 사용하지 않는 게 사치지 매일 타는 자전거는 사치가 아니다. 나에게 있어 자전거는 자가용이다. 1,000만원짜리 자전거자가용인 것이다.
1,000만원짜리 승용차는 세금도 내고 기름도 넣고 보험도 들어야 한다. 유지비가 엄청나게 드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자전거자가용은 기름 대신 몸에 있는 지방을 태우며 움직인다. 세금도 안내고 기름도 안 넣는 자전거자가용이 과연 사치일까? 그리고 승용차는 10년이면 바꿔야 하지만 내 자전거자가용은 평생을 탈 수 있는 티타늄자가용이다. 판매회사에서는 평생 프레임 보증을 해 준다. 한달이면 2,000Km를 함께 하는 자전거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투자 이상의 충분한 가치를 주기에 하나도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현존하는 타임머신은 없지만 누구나 자전거를 타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몸도 마음도 예전처럼 젊어지는 것이다. 페달을 빨리 많이 밟을수록 현재의 나이보다 과거로 더 멀리 돌아가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나만의 엉뚱한 논리를 펼치며 과거로 돌아가는 자전거 타임머신을 탄다.
글 : 이상훈(우리들병원 관리팀)사진 : 강수연(우리들병원 C&R팀)에디터 : 차주엽(우리들병원 C&R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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