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왈바랠리 - Mission Impossible I
퀵실버, 땀뻘뻘, 미니메드...... 지원조 대충철저.....
그들은 1회 지옥의 왈바랠리에 출정했다.
2007년 7월14일 토요일 04시 강원도 하진부 공영주차장 집결
2007년 7월15일 일요일 13시 평창 유스호스텔 Finish Line..
34시간의 사투와 좌절...재기의 다짐까지...
<랠리코스>
1.출발지 하진부 공영주차장
-신기계곡-아우라지-한국폴리텍(정성캠퍼스)-백석봉(1,170m)2.숙암계곡 새마을교 (피트1)
-오잠동-중봉(1,433m)3.가리왕산정상(1,560m) -마항치-하안미 사초교-금당계곡4.면온 진조교 (피트2)5.태기산 정상(1,261m) - 송덕사 ---- 청태산휴양림
6.청태산 자연휴양림(피트3 첫날종점)
-청태산정상(1,200m)-하오고개7.문재 평창유스호스텔(골인지점)
*대충철저님이 정리한 코스를 재정리한것임.
*5번 구간 넘어뛰고 청태산휴양림 휴식
<1회 왈바랠리 참가후기>
진부에 도착했다.
후발조가 도착하려면 몇 시간이 남아있다.
기온이 스산하다. 여기에 비가 온다면...최대의 변수가 될 수 있겠다 싶다.
여관을 잡아야한다.
가급적 내일 새벽 집합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을 찾았다.
관광안내소에는 동네 아저씨들이 앉아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근처에 깨끗한 여관을 찾으니
2~3 km 가량 진부I.C. 방면으로 가보란다. 그 곳을 찾았지만 집결지와는 거리가 있어 다시 진부시내로 방향을 돌렸다.
시내의 모텔 중 한곳을 들어 가장 큰방에 들었다.
방이 2개 붙은.. 그 집의 스위트룸... 이었다.
이제부터 몇 가지 일을 해야 한다.
준비한 지도로 예상되는 코스 살펴보기.
실은 지도 자체가 너무 생소해서 지역과 관계없이 지도의 등고선, 도로, 임도 등을 눈에 익히는 연습. 진부에서 출발한다면 대략 가리왕산이 포함된 코스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영월군에서 마무리를 짓는다고 했으니 그 사이의 코스가 예상되었다.
체력보충.
후발 조는 11시정도에야 도착한다고 했으니 혼자라도 몸보신해야한다.
평창에 왔으니 고기나 먹어볼까하고 여관 아래 고기 집을 찾았지만 2 인분이상 시켜야한단다. 포기하고 손두부 정식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서 족발을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다음엔 내가 만든 최경량 버너의 시험
연료를 사오지 못했기 때문에 플라스틱 소주병에 담아간 양주를 조금 넣고 불을 붙여보았다. 메틸알코올보다는 발화점이 높은 지 만족스럽지 못해 배낭 소지품 리스트에서 탈락.
이젠 잠을 자둬야한다. 단 한두 시간 이라도..
하지만 11시가 넘어서자 후발조가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땀님, 퀵님, 대충철저님 3명. 예상보다 단촐한 인원이다.
잔차 내리고 3층에서 6층 방까지 멜바하면서 엘리베이터 없다고 투덜 투덜.
(사실 이런 멜바훈련이 다음날 큰 도움이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
짐을 꾸리고 담소하고.. 준비한 비상 양주를 조금씩 마시면서 족발로 요기하고..
시계는 어느새 새벽 1시가 되어 있었다.
왈바라이트 배부시간은 새벽2시30분. 정식 집합시간은 새벽3시.
자야한다.. 자야한다...
삐리리리~
알람종이 눈을 감은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울리기 시작했다.
새벽2시. 기-상 !!!
진부 공영주차장의 행사 진행 팀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등록을 마치고 참가번호표와 지도를 수령하고 세 사람은 바닥에 엎드려 코스를 점검했다.
이미 일부 성급한 참가자들은 출발을 하고..
이번 랠리의 단독 지원조인 대충철저님과 다음 만날 약속을 하면서 우리는 출발전 손을 모아 힘껏 외쳤다.
화이링~
캄캄한 진부의 새벽 공기를 가르며 라이트를 단 일련의 무리들이 도로를 달린다. 우리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떠나 한 방향을 응시하며 움직이는 참가자들은 거의 후미 조에 속해 있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조금 뒤처질세라 달리다보면 쉬고 있고 조금 숨 고를라치면 스쳐지나가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목적을 가진 동행자이자 선의의 경쟁자.
먼저 갑니다... 또 뵈요. 파이팅
몇 명이나 낙오하고 포기하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도로공사 구간이 매우 길다. 옆은 계속 강원도 신기계곡의 찬물이 철철 소리를 내면서 흐르고 있는데.. 고르지 못한 비포장 길과 깨진 돌들 위로 바쁘게 달리고자 욕심을 내던 라이더들이 하나둘씩 주저앉는다. 펑크. 펑크. 그리고 또 펑크.
펑크는 페달링의 리듬을 끊는다.
그리고 잘 달리던 동료의 리듬도 같이 흔들어 놓는다.
식은 땀이 흘렀다. 가뜩이나 세 사람 중 가장 끝에서 간신히 쫗아 가는 내가 펑크라도 난다면... 그걸로 어쩌면 마지막까지 우리 팀 얼굴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
땀님과 퀵님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 나간다. 마치 후미조로 출발한 여유를 보상받으려는 듯.
평지에서는 일정 간격을 두고 따라가다가도 언덕 만 나타나면 벌어지는 간격에 힘이 들었는데 이번엔 코너가 나타나자 뒤태를 놓치게 된다.
하지만 오버페이스를 할 수 없었다.
오버페이스는 바로 포기를 부르는 만용이다.
마지막 주 훈련에서 느낀 점이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더라도 나만의 페달회전을 찾으면 언젠가는 선두조와 만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었기 때문에 언덕을 만나도 서두르지 않았다. 또한
앞서가던 말바 선배들은 역시 고비 고비에서 휴식을 연장하며 지친 나를 배려해주었다.
벌써 진부출발지를 지난 지 수시간.
어느덧 날이 밝아있다. 공사구간의 길은 끝이 없이 계속되고..
415지방도를 만났다. 반갑다. 포장도로여. 실크로드가 따로 없구나..
엉덩이가 먼저 반가와 했을 것 같다. 몇 개의 웅덩이와 개울을 건너느라 신발과 종아리는 이미 수중 전을 치렀고.. 이젠 신발 양말 안 젖으려 애쓸 필요도 없다.
골지천을 따라 환상의 로드라이딩을 하다 백석봉을 오르기 전 항골계곡 초입 휴게소에서
환하게 맞아주시는 뽀스님를 만났다. 이곳이 <체크포인트 1> 지점이다. 우리는 여기서 첫 번째 인증 카-드를 받게 된다. * (와-일-드-바-이-크)중 <와>자 카드를 받았다.
뭐 좀 먹어야 되지 않을까?
아냐 지금 시간이 늦었어.
일단 출발해서 백석산 임도를 넘어 대충철저님이 기다릴 <PIT 1>지점에서 먹는 것이 좋겠어. 간단히 에너지바로 보충하고 항골계곡을 따라 임도를 오른다. 계속되는 오르막 거리는 계속 벌어진다. 이젠 얼마나 벌어졌는지 상상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헉헉, 허걱
페달이 돌아갈수록
호흡은 거칠어진다.
페달이 돌아갈수록
봉우리들이 새로 떠오른다
페달이 돌아갈수록
계곡소리는 아련히 저 밑으로 내려가기만 한다.
그 와중에 어떤 라이더는 산딸기가 보인다고 딸기를 한손가득이 따먹고..
그 여유가 부럽다.
어쨌던 내 앞뒤엔 사람이 있다. 안심이 된다. 그런데 이들이 하나 둘씩 나를 추월해간다.
페달을 놓치지 말아야한다. 내 패달링을 찾아야한다...
휴식하면서 중간 중간 지도상의 분기점을 숙지했지만 혼자 남아 이것이 분기점인지 아니지를 경험해보지 않은 나는 안심할 수 없었다. 아직 배가 고프지는 않다.
정상에서 돌아내리는 길을 만나 조금이라도 거리를 좁혀볼 량으로 내리 쏜다. 하지만 정말 조심해야한다. 사고는 내리막에서 나는 법. 낙마라도 하는 날엔 부상이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앞서간 말바님들과 계속 벌어져서 갈수도 없었다..
마침 농가가 나타는 부근에서 님들을 다시 만났다.
나무에서 떨어진 갯살구를 주워 먹는 님들을 만났다.
뒤떨어진 후배를 기다려주는 고마움.
미니메드님 이것한번 먹어봐요. 제법 맛있어요.
살큼한 개살구의 맛은 입을 정갈하게 해주어 청량제 역할을 해주기에 충분했다.
다시 딴힐. 로드. 로드.
우린 이미 가리왕산의 입구에 도달해있었다.
숙암천 새마을교 앞에 대기중인 지원차량들 중에 우리의 호프 대충님와 지원차가 보였다.
기다리기 지쳤을 터인데. 물이랑. 커피랑. 바나나 등등을 챙겨주시고..
전투식량을 먹어보았다. 팩이 네 개. 물 담는 큰 팩. 밥 담는 팩. 국 담는 팩. 3분카레팩.
밥팩, 국팩에 적당히 물을 넣고 밀봉한 후 큰 팩에 모두 넣고 마지막으로 발열 팩을 넣은 후 물을 부으니 거짓말 같이 물이 끓는다. 불도 없이 90도 까지 부글부글 끓고 있다.
(* 군대에서 먹어본 전투식량은 발열식량이 아니었기에... 오해하지 마세요)
김치 팩을 준비해준 땀님의 쎈스.
여기서 우린 행복했다. (하지만 이후 12시간을 밥 없이 지내게 된다.)
말로만 들어본 가리왕산.
뭔지는 모르지만 ‘왕’자가 들어있으니 위압감이 있지 않은가.
동호인 중에서도 이산을 다녀온 사람이 많지 않다는..
가리왕산을 스쳐지나와도 대단한 투어 경력에 들어갈 법한..산
초짜가 나섰다.
가빠른 업힐. 멀어져가는 말바님들.
힘들게 오를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일임을 한참 뒤부터 경험하게 되었다.
오잠동 임도길을 벗어나도록 유도된 랠리 지도.
이것은 이번 랠리의 하이라이트이자 자전거 경력과는 무관한 힘과 체력의 도전이었다.
등산로를 따라난 바위, 풀, 나뭇가지 종합세트 도로.
말로만 등산로지 거의 개척하는 길 같다. 한발 한발을 걸음을 내밀 때마다 내리치는 나뭇가지와 풀잎. 가끔씩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드는 가시나무 회초리.
그래서 고글이 필요했다.
후미조의 장점은 흔적을 보면서 선행한 선두조가 지나간 길을 갈수 있다는 것.
밟혀진 수풀, 꺽여진 나뭇가지, 특히 무수히 많은 돌들 위에 선명하게 표시된 클릿신발에
긁힌 자국들.. 가리왕산 등산로는 끝없이 계속되었다. 이 산에는 무슨 날카로운 돌들이 그리 많은지. 석기시대 돌도끼, 돌창, 돌칼로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날카롭고 넓적한 크고 작은 돌들이 널려있었다. 자칫 미끄러져 엉덩방아라도 찧는 날엔 제대로 X침 맞고 기절할 수 있을 것 같은 긴장이 있었다.
끌다 돌 무덩이에 지쳐 잔차를 들어보다 다시 멜바 했다가...
끝이 없는 등산로... 클릿신발.. 미끄러짐.
중간 중간에서 쉬고있는 무리들을 볼 수 있었다.
간간이 바람이 불어오는가 싶더니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태풍의 영향이다. 오르는 길 중간 중간에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하고 안개도 헤쳐오고 했지만 고목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바람은 그 위세가 대단했다.
얼마 전 속초투어 때 미시령 고개에서 잔차를 들어 올리던 엄청난 돌개바람의 위력을 보지 않았던가...
몸을 낮추고 재빨리 고목을 비껴나갔다. 뒤를 돌아보지 말자. 돌아보면 고목이 쓰러져 덮쳐올 것 같다. 바람이 세어진다는 것이 산등성이에 다다른 것인줄 이번에 알았다.
중봉 정상 위엔 예상했던 땀님, 퀵님이 없었다.
당황.
둘러보니 잔차 두 대가 나란히 누워있고..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미니메드님 일루와 일루와”
정상을 빗겨난 바로 밑 수풀 속에서 나를 부르는 두 사람.
웅크리고 있었다. 바람을 피해서..
영양간식을 먹으며 한숨을 돌렸다. 춥다. 바람이 세다... 춥다.
땀님이 얼른 생각이 났는지 “미니메드님 양주 좀 꺼내봐 몸 좀 녹이게..”
병 뚜껑에 한잔씩 따라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니 갑자기 어젯밤 챙겨놓은 족발 고깃덩이가 생각나 배낭을 뒤졌다.
이렇게 요기를 하고 다시 가리왕산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중봉 -->가리왕산 정상봉(?) = 고저가 별로없는 능선 = 비단길?
무심코 뒤를 따르며 기대했던 나의 생각은 매우 경험이 없는 짧은 생각임이 드러난다.
계속되는 등산로 내리막과 오르막의 연속. 몇 시간을 이렇게...
차라리 기대나 하지 말 것을..
크고 작은 돌들과 쓰러진 아름들이 나무. 그 위에 이끼. 안개와 가랑비.
원시림이다.
강원도 오지. 깊은 산과 원시림이었다.
내리막은 끌지 못하고 들고 오르막은 메고...
중봉과 가리왕산에서 쏟아 부은 체력 소모는 엄청났다.
허기가 진다. 그리고 춥다. 체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냉기가 엄습하고 바람이 너무 세다. 움직이면 잔차를 끌다 들다로 가야한다. 체력은 계속해서 소진되었다.
‘이러다 저체온증에 걸리는구나’
이런 곳에서 안개 끼고 길 잃고, 먹을 것 다 떨어지고, 입은 옷은 방풍재킷하나에 쫄반바지라면 = 사고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다.
이제 가리왕산 정상이다.
준비해간 은박깔개를 깔고 누워본다. 추웠지만 달콤한 휴식이다.
휴식할 때 흙바닥에 눕기가 싫어서 일부러 사이즈를 작게 잘라서 돌돌 말아 배낭 밑에 붙이고 간 깔개를 시험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무인포스터에 있던 또 한 장의 딱지를 소유하게 된다.
모두들 지친 기색.
이제부터 내리막=다움힐=고생끝=행복시작 ???
아니었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들바, 끌바, 멜바, 던져바....?
지루하고 지겹게 점차 체력을 잡아먹고 있었다.
아침 먹은 지가 언제였던가.
그래도 마항치 임도를 만날 때까지 다운하는데 성공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에 오래있지 못하고 서둘러 임도 길을 나선다.
시간이 많지 않다. 조금 있으면 저녁이고 날이 어두워질 수 있다.
임도 길도 만만치 않았다. 업다운이 계속되고 중간에 지도와 상이한 길이 계속되어 잠시 헤매고 결국 길을 따라 내리 쏘기 시작한다.
하안미 사거리 사초교에서 만난 두 번째 대충님과의 조우.
배가 고팠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 시간이 촉박했다. 바나나를 두 개먹고 대충님이 끓여준 커피한잔을 마신 뒤 우린 늦은 저녁을 다음 체크포인트인 면온에서 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잠깐의 휴식과 안심. 그리고 면온까지 로드길이라는 자신감.
우리는 달렸다. 훈련 때와 같이 힘차게.
라이트를 켜게 되고 세 개의 라이트는 힘차게 다음 목적지를 향했다.
한참을 달려 갈림길.
옆에 달리던 땀님이 내게 말한다.
“미니메드님 우리 여기까지 왔으니 무조건 끝까지 완주하는 거야 중간에 포기한다고 하면 앞으로는 안볼 꺼야”
“알겠습니다. 해보는 겁니다”
마음속으로는... ‘당근이 쥐. 여기까지 따라 왔는데 내가 포기하면 안돼 쥐. 죽기 아님 까무러치기 쥐’... 다짐해 본다.
휴식과 함께 지도숙지.
그런데 여기서 착오를 일으키게 된다.
앞서 갈림길에서 방향을 몰라 고민 중인 두 명의 라이더에게 자신있게 길을 알려주고는 조금 더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출발. 한참을 가자니 라이트 두 알이 우리를 향해 오고 있다.
“이 길이 아니랍니다.”
캠프를 하는 가족들에 물어보니 역시 길이 틀렸다.
그랬구나
반대로 달려.
계속 달렸다. 힘차게.
조금만 더 가면 밥 먹을 텐데. 한번 달려보자.
다섯 명의 일행은 한 방향을 향해서 계속 달렸다. 장평방향.
한참을 가고 보니 땀님, 퀵님 둘 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지도를 들고...
이 길도.. 아니었다.
배가 고프고 이젠 기력이 없다. 모두 지쳤다.
우린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마지막으로 지도를 숙지한 후 다시 출발.
뒤따르던 두 사람은 포기를 결심한 듯 진부까지 가는 택시를 부르는 것을 상의하고 있다.
이렇게 다시 달리고 있는데 앞에서 오는 라이트하나.
돌려세웠다.
자세히 보니 가리왕산 중봉 등산로 업힐에서 길을 같이했던 분
이렇게 여섯명이 되었다.
이번엔 맞겠지..
달리고 또 달리고.. 이젠 힘도 다 빠졌다. 밤9시가 훨씬 넘은 시간.
여섯명의 라이더는 모두 지쳐있었다.
면온에 간신히 도착하여보니 두 사람은 중간에 없어졌고 나중에 합류한분도 여기까지만 탄다고 하고는 헤어졌다. 그분 몹시 고맙다고 배낭에 남은 파워젤도 봉지채 주시고..
면온 PIT에 도착한 우린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대충철저님을 만났다.
고기 꺼내. 부루스타 불켜. 햇반에 김치. 소주도 꺼내라...
대충철저님을 하인부리 듯이 이것 저것 시켜놓고도 정신이 없는지라 그냥 입에 담기 바빴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춥다. 이제부터 산길, 임도, 등산로 길이 합쳐서 60~70 km.
가리왕산은 그래도 대낮에 넘었지만 태기산은 산이 조금 낮을 지라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후미 마지막 조일 확률이 높았다.
낮에는 선두가 휴식하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었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기다리는 것은 체온을 떨어뜨리는 일이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그러다 혼자 떨어져 헤매게라도 되면....
산정상은 무지한 바람이 불고 가랑비가 계속 오고 있다고 한다.
지금 출발하면 7~8간 내내 산속에서 추위와 싸우고 내려와 아침 먹을 틈도 없이 내일 일정을 소화해내야 한다. 무슨 날씨가 한 겨울 같다냐. 제길.
(우리가 마지막 조인줄 알았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새벽 한시반에 태기산을 향해 출발한 검정고무신님을 포함한 6명의 마지막 팀이 있었다)
마음 한편에는 골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 필요한건 딱지잖아’
‘차를 도로 끝까지 몰고 가서 잔차없이 정상에서 딱지만 들고 오는 것야..’
‘그리고 잔차를 싣고 청태산 휴양림 캠프로 가서 쉰 후 내일 일정을 소화하는 거야’
어둠은 더욱더 깊어지고 냉기가 엄습해 와서 도저히 차 밖에서는 정리가 안될 것 같았다.
지원조로 변신하기로한 이상..
내 잔차를 차에 실었다. 그리고 뒷정리.
그사이 차안에서 잠시 몸을 녹이고 있던 땀님, 퀵님은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침에 차안에서 눈을 떠도 추웠다.
간밤에 청태산 휴양림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아침을 맞은 것.
여기도 춥다. 담요를 뒤집어썼다.
이미 포기한 게임.
잔차에 오르기가 싫다. 엉덩이는 계속 아파오고...
전 지원조로 변신했어요. 오늘은 안 탈랍니다.
남은 두 사람 눈이 커다래진다. 그래도..
제가 라면 끓이죠. 두 분은 준비들 하시죠.
라면에 햇반 어젯밤 고기를 많이 먹었는데도 잘 먹힌다. 그새 소화가 다되었는지..
그 때였다.
껌정고무신이라는 분과 몇 명의 라이더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혹시 지금 내려오신 겁니까? ”
“네”
“그럼 지금 바로 청태산을 향하시는....?”
“네”
헉 !
우리들 눈 빛이 달라졌다.
말없이 떠날 채비를 서두르는 두 사람.
나도 갑니다. (미니메드)
떠나기전 우린 TV 촬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후미 마지막 출발자인데도 여유는 있었다..
갑자기 휴양림 소장이라는 분과 KTV에서 나왔다는 카메라 기자분이 앵글을 우리에게 맞추는 것이 아닌가.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어디서 오셨어요?”
퀵님 인터뷰에 이은 말바공식 매카닉 땀님의 잔차 만지는 동작 그리고 거기에 출연한 내 잔차. 그러더니 땀님이 화장실에 손 씻으러 간 사이 카메라기자님이 나보고 잔차 만지는 모습을 다시 한번 연출해 달란다... ㅋㅋ
그리고는 다시 인터뷰 ^^
나오긴 나올라나~
청태산 휴양림 아주 좋은 곳이다. 거목 솔나무가 숲을 이루어 정말 울창하다. 한 여름에도 추울 정도로 울창한곳. 예전에 여름에 온 기억이 있다. 자전거 길은 그런 훌륭한 길을 200m 도 못가서 바로 빨딱 계단 등산로로 돌변한다.
여기서 멜바로 시작한 잔차 들기는 새로 개발한 어부바자세로 변하여 정상까지 잔차를 업고 올랐다.
이건 MTB대회도 아니고 힐 크라이밍 대회도 아녀.
이건 15kg이상 짊어지고 등반하는 등반대회여.
헉. 헉.
저기 앞서가던 그 힘 좋다는 땀님이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중략)
오늘은 태양이 강렬하다. 그간 태풍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와서 화풀이를 하듯이 내려쬔다. 등과 목이 따갑다. 썬 크림도 안 발랐는데..
임도를 질주하고 있는데 라이더한분이 쓰러져있다.
넘어졌냐고 물어봤는데 그게 아니고 힘들어서 그런거니까 빨리 빨리 그냥 가라는 신호다.
표정은 대꾸하기도 싫다는 힘든 모습.
드디어 평창 유스호스텔 골인지점.
힘차게 올랐다.
“미니메드님, 엔트리 5분전이에요”
바이크홀릭님이 외친다.
‘저 양반 내가 완주했는지 아나 봐.....’
뻘쭘해진다.
우리 캠프엔 역시 도착해있는 말바님들 .. 대충철저님..
그리고 또 한분 말로만 듣던 땀걸님..
누가 그랬다.
땀걸님하고 땀님이 많이 닮은 것 같다고..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둔내 가서 막국수 쏘겠습니다’
진행자의 마무리 멘트에 이은 경품추첨 행사에서
난 엄청난 행운을 얻게 된다.
“57번. 여행용 자전거 트레일러” “와”
내가 가지고 싶었던 물건중 하나.
자전거 여행이 꿈인 내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끝>
이번 랠리참가로 귀중한 것을 얻게 되었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그릴 수 있겠다는 것.
그리고 그러기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를 느낀 것.
마지막으로 자신감입니다.
비록 완주를 하지 못했고 힘도 들었지만
이번을 기회로 저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퀵실버님과 땀뻘뻘님과 대충철저님 그리고 말바님들..
기회를 부여하게해주신 와일드바이크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미니메드
퀵실버, 땀뻘뻘, 미니메드...... 지원조 대충철저.....
그들은 1회 지옥의 왈바랠리에 출정했다.
2007년 7월14일 토요일 04시 강원도 하진부 공영주차장 집결
2007년 7월15일 일요일 13시 평창 유스호스텔 Finish Line..
34시간의 사투와 좌절...재기의 다짐까지...
<랠리코스>
1.출발지 하진부 공영주차장
-신기계곡-아우라지-한국폴리텍(정성캠퍼스)-백석봉(1,170m)2.숙암계곡 새마을교 (피트1)
-오잠동-중봉(1,433m)3.가리왕산정상(1,560m) -마항치-하안미 사초교-금당계곡4.면온 진조교 (피트2)5.태기산 정상(1,261m) - 송덕사 ---- 청태산휴양림
6.청태산 자연휴양림(피트3 첫날종점)
-청태산정상(1,200m)-하오고개7.문재 평창유스호스텔(골인지점)
*대충철저님이 정리한 코스를 재정리한것임.
*5번 구간 넘어뛰고 청태산휴양림 휴식
<1회 왈바랠리 참가후기>
진부에 도착했다.
후발조가 도착하려면 몇 시간이 남아있다.
기온이 스산하다. 여기에 비가 온다면...최대의 변수가 될 수 있겠다 싶다.
여관을 잡아야한다.
가급적 내일 새벽 집합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을 찾았다.
관광안내소에는 동네 아저씨들이 앉아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근처에 깨끗한 여관을 찾으니
2~3 km 가량 진부I.C. 방면으로 가보란다. 그 곳을 찾았지만 집결지와는 거리가 있어 다시 진부시내로 방향을 돌렸다.
시내의 모텔 중 한곳을 들어 가장 큰방에 들었다.
방이 2개 붙은.. 그 집의 스위트룸... 이었다.
이제부터 몇 가지 일을 해야 한다.
준비한 지도로 예상되는 코스 살펴보기.
실은 지도 자체가 너무 생소해서 지역과 관계없이 지도의 등고선, 도로, 임도 등을 눈에 익히는 연습. 진부에서 출발한다면 대략 가리왕산이 포함된 코스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영월군에서 마무리를 짓는다고 했으니 그 사이의 코스가 예상되었다.
체력보충.
후발 조는 11시정도에야 도착한다고 했으니 혼자라도 몸보신해야한다.
평창에 왔으니 고기나 먹어볼까하고 여관 아래 고기 집을 찾았지만 2 인분이상 시켜야한단다. 포기하고 손두부 정식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서 족발을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다음엔 내가 만든 최경량 버너의 시험
연료를 사오지 못했기 때문에 플라스틱 소주병에 담아간 양주를 조금 넣고 불을 붙여보았다. 메틸알코올보다는 발화점이 높은 지 만족스럽지 못해 배낭 소지품 리스트에서 탈락.
이젠 잠을 자둬야한다. 단 한두 시간 이라도..
하지만 11시가 넘어서자 후발조가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땀님, 퀵님, 대충철저님 3명. 예상보다 단촐한 인원이다.
잔차 내리고 3층에서 6층 방까지 멜바하면서 엘리베이터 없다고 투덜 투덜.
(사실 이런 멜바훈련이 다음날 큰 도움이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
짐을 꾸리고 담소하고.. 준비한 비상 양주를 조금씩 마시면서 족발로 요기하고..
시계는 어느새 새벽 1시가 되어 있었다.
왈바라이트 배부시간은 새벽2시30분. 정식 집합시간은 새벽3시.
자야한다.. 자야한다...
삐리리리~
알람종이 눈을 감은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울리기 시작했다.
새벽2시. 기-상 !!!
진부 공영주차장의 행사 진행 팀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등록을 마치고 참가번호표와 지도를 수령하고 세 사람은 바닥에 엎드려 코스를 점검했다.
이미 일부 성급한 참가자들은 출발을 하고..
이번 랠리의 단독 지원조인 대충철저님과 다음 만날 약속을 하면서 우리는 출발전 손을 모아 힘껏 외쳤다.
화이링~
캄캄한 진부의 새벽 공기를 가르며 라이트를 단 일련의 무리들이 도로를 달린다. 우리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떠나 한 방향을 응시하며 움직이는 참가자들은 거의 후미 조에 속해 있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조금 뒤처질세라 달리다보면 쉬고 있고 조금 숨 고를라치면 스쳐지나가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목적을 가진 동행자이자 선의의 경쟁자.
먼저 갑니다... 또 뵈요. 파이팅
몇 명이나 낙오하고 포기하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도로공사 구간이 매우 길다. 옆은 계속 강원도 신기계곡의 찬물이 철철 소리를 내면서 흐르고 있는데.. 고르지 못한 비포장 길과 깨진 돌들 위로 바쁘게 달리고자 욕심을 내던 라이더들이 하나둘씩 주저앉는다. 펑크. 펑크. 그리고 또 펑크.
펑크는 페달링의 리듬을 끊는다.
그리고 잘 달리던 동료의 리듬도 같이 흔들어 놓는다.
식은 땀이 흘렀다. 가뜩이나 세 사람 중 가장 끝에서 간신히 쫗아 가는 내가 펑크라도 난다면... 그걸로 어쩌면 마지막까지 우리 팀 얼굴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
땀님과 퀵님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 나간다. 마치 후미조로 출발한 여유를 보상받으려는 듯.
평지에서는 일정 간격을 두고 따라가다가도 언덕 만 나타나면 벌어지는 간격에 힘이 들었는데 이번엔 코너가 나타나자 뒤태를 놓치게 된다.
하지만 오버페이스를 할 수 없었다.
오버페이스는 바로 포기를 부르는 만용이다.
마지막 주 훈련에서 느낀 점이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더라도 나만의 페달회전을 찾으면 언젠가는 선두조와 만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었기 때문에 언덕을 만나도 서두르지 않았다. 또한
앞서가던 말바 선배들은 역시 고비 고비에서 휴식을 연장하며 지친 나를 배려해주었다.
벌써 진부출발지를 지난 지 수시간.
어느덧 날이 밝아있다. 공사구간의 길은 끝이 없이 계속되고..
415지방도를 만났다. 반갑다. 포장도로여. 실크로드가 따로 없구나..
엉덩이가 먼저 반가와 했을 것 같다. 몇 개의 웅덩이와 개울을 건너느라 신발과 종아리는 이미 수중 전을 치렀고.. 이젠 신발 양말 안 젖으려 애쓸 필요도 없다.
골지천을 따라 환상의 로드라이딩을 하다 백석봉을 오르기 전 항골계곡 초입 휴게소에서
환하게 맞아주시는 뽀스님를 만났다. 이곳이 <체크포인트 1> 지점이다. 우리는 여기서 첫 번째 인증 카-드를 받게 된다. * (와-일-드-바-이-크)중 <와>자 카드를 받았다.
뭐 좀 먹어야 되지 않을까?
아냐 지금 시간이 늦었어.
일단 출발해서 백석산 임도를 넘어 대충철저님이 기다릴 <PIT 1>지점에서 먹는 것이 좋겠어. 간단히 에너지바로 보충하고 항골계곡을 따라 임도를 오른다. 계속되는 오르막 거리는 계속 벌어진다. 이젠 얼마나 벌어졌는지 상상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헉헉, 허걱
페달이 돌아갈수록
호흡은 거칠어진다.
페달이 돌아갈수록
봉우리들이 새로 떠오른다
페달이 돌아갈수록
계곡소리는 아련히 저 밑으로 내려가기만 한다.
그 와중에 어떤 라이더는 산딸기가 보인다고 딸기를 한손가득이 따먹고..
그 여유가 부럽다.
어쨌던 내 앞뒤엔 사람이 있다. 안심이 된다. 그런데 이들이 하나 둘씩 나를 추월해간다.
페달을 놓치지 말아야한다. 내 패달링을 찾아야한다...
휴식하면서 중간 중간 지도상의 분기점을 숙지했지만 혼자 남아 이것이 분기점인지 아니지를 경험해보지 않은 나는 안심할 수 없었다. 아직 배가 고프지는 않다.
정상에서 돌아내리는 길을 만나 조금이라도 거리를 좁혀볼 량으로 내리 쏜다. 하지만 정말 조심해야한다. 사고는 내리막에서 나는 법. 낙마라도 하는 날엔 부상이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앞서간 말바님들과 계속 벌어져서 갈수도 없었다..
마침 농가가 나타는 부근에서 님들을 다시 만났다.
나무에서 떨어진 갯살구를 주워 먹는 님들을 만났다.
뒤떨어진 후배를 기다려주는 고마움.
미니메드님 이것한번 먹어봐요. 제법 맛있어요.
살큼한 개살구의 맛은 입을 정갈하게 해주어 청량제 역할을 해주기에 충분했다.
다시 딴힐. 로드. 로드.
우린 이미 가리왕산의 입구에 도달해있었다.
숙암천 새마을교 앞에 대기중인 지원차량들 중에 우리의 호프 대충님와 지원차가 보였다.
기다리기 지쳤을 터인데. 물이랑. 커피랑. 바나나 등등을 챙겨주시고..
전투식량을 먹어보았다. 팩이 네 개. 물 담는 큰 팩. 밥 담는 팩. 국 담는 팩. 3분카레팩.
밥팩, 국팩에 적당히 물을 넣고 밀봉한 후 큰 팩에 모두 넣고 마지막으로 발열 팩을 넣은 후 물을 부으니 거짓말 같이 물이 끓는다. 불도 없이 90도 까지 부글부글 끓고 있다.
(* 군대에서 먹어본 전투식량은 발열식량이 아니었기에... 오해하지 마세요)
김치 팩을 준비해준 땀님의 쎈스.
여기서 우린 행복했다. (하지만 이후 12시간을 밥 없이 지내게 된다.)
말로만 들어본 가리왕산.
뭔지는 모르지만 ‘왕’자가 들어있으니 위압감이 있지 않은가.
동호인 중에서도 이산을 다녀온 사람이 많지 않다는..
가리왕산을 스쳐지나와도 대단한 투어 경력에 들어갈 법한..산
초짜가 나섰다.
가빠른 업힐. 멀어져가는 말바님들.
힘들게 오를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일임을 한참 뒤부터 경험하게 되었다.
오잠동 임도길을 벗어나도록 유도된 랠리 지도.
이것은 이번 랠리의 하이라이트이자 자전거 경력과는 무관한 힘과 체력의 도전이었다.
등산로를 따라난 바위, 풀, 나뭇가지 종합세트 도로.
말로만 등산로지 거의 개척하는 길 같다. 한발 한발을 걸음을 내밀 때마다 내리치는 나뭇가지와 풀잎. 가끔씩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드는 가시나무 회초리.
그래서 고글이 필요했다.
후미조의 장점은 흔적을 보면서 선행한 선두조가 지나간 길을 갈수 있다는 것.
밟혀진 수풀, 꺽여진 나뭇가지, 특히 무수히 많은 돌들 위에 선명하게 표시된 클릿신발에
긁힌 자국들.. 가리왕산 등산로는 끝없이 계속되었다. 이 산에는 무슨 날카로운 돌들이 그리 많은지. 석기시대 돌도끼, 돌창, 돌칼로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날카롭고 넓적한 크고 작은 돌들이 널려있었다. 자칫 미끄러져 엉덩방아라도 찧는 날엔 제대로 X침 맞고 기절할 수 있을 것 같은 긴장이 있었다.
끌다 돌 무덩이에 지쳐 잔차를 들어보다 다시 멜바 했다가...
끝이 없는 등산로... 클릿신발.. 미끄러짐.
중간 중간에서 쉬고있는 무리들을 볼 수 있었다.
간간이 바람이 불어오는가 싶더니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태풍의 영향이다. 오르는 길 중간 중간에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하고 안개도 헤쳐오고 했지만 고목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바람은 그 위세가 대단했다.
얼마 전 속초투어 때 미시령 고개에서 잔차를 들어 올리던 엄청난 돌개바람의 위력을 보지 않았던가...
몸을 낮추고 재빨리 고목을 비껴나갔다. 뒤를 돌아보지 말자. 돌아보면 고목이 쓰러져 덮쳐올 것 같다. 바람이 세어진다는 것이 산등성이에 다다른 것인줄 이번에 알았다.
중봉 정상 위엔 예상했던 땀님, 퀵님이 없었다.
당황.
둘러보니 잔차 두 대가 나란히 누워있고..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미니메드님 일루와 일루와”
정상을 빗겨난 바로 밑 수풀 속에서 나를 부르는 두 사람.
웅크리고 있었다. 바람을 피해서..
영양간식을 먹으며 한숨을 돌렸다. 춥다. 바람이 세다... 춥다.
땀님이 얼른 생각이 났는지 “미니메드님 양주 좀 꺼내봐 몸 좀 녹이게..”
병 뚜껑에 한잔씩 따라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니 갑자기 어젯밤 챙겨놓은 족발 고깃덩이가 생각나 배낭을 뒤졌다.
이렇게 요기를 하고 다시 가리왕산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중봉 -->가리왕산 정상봉(?) = 고저가 별로없는 능선 = 비단길?
무심코 뒤를 따르며 기대했던 나의 생각은 매우 경험이 없는 짧은 생각임이 드러난다.
계속되는 등산로 내리막과 오르막의 연속. 몇 시간을 이렇게...
차라리 기대나 하지 말 것을..
크고 작은 돌들과 쓰러진 아름들이 나무. 그 위에 이끼. 안개와 가랑비.
원시림이다.
강원도 오지. 깊은 산과 원시림이었다.
내리막은 끌지 못하고 들고 오르막은 메고...
중봉과 가리왕산에서 쏟아 부은 체력 소모는 엄청났다.
허기가 진다. 그리고 춥다. 체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냉기가 엄습하고 바람이 너무 세다. 움직이면 잔차를 끌다 들다로 가야한다. 체력은 계속해서 소진되었다.
‘이러다 저체온증에 걸리는구나’
이런 곳에서 안개 끼고 길 잃고, 먹을 것 다 떨어지고, 입은 옷은 방풍재킷하나에 쫄반바지라면 = 사고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다.
이제 가리왕산 정상이다.
준비해간 은박깔개를 깔고 누워본다. 추웠지만 달콤한 휴식이다.
휴식할 때 흙바닥에 눕기가 싫어서 일부러 사이즈를 작게 잘라서 돌돌 말아 배낭 밑에 붙이고 간 깔개를 시험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무인포스터에 있던 또 한 장의 딱지를 소유하게 된다.
모두들 지친 기색.
이제부터 내리막=다움힐=고생끝=행복시작 ???
아니었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들바, 끌바, 멜바, 던져바....?
지루하고 지겹게 점차 체력을 잡아먹고 있었다.
아침 먹은 지가 언제였던가.
그래도 마항치 임도를 만날 때까지 다운하는데 성공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에 오래있지 못하고 서둘러 임도 길을 나선다.
시간이 많지 않다. 조금 있으면 저녁이고 날이 어두워질 수 있다.
임도 길도 만만치 않았다. 업다운이 계속되고 중간에 지도와 상이한 길이 계속되어 잠시 헤매고 결국 길을 따라 내리 쏘기 시작한다.
하안미 사거리 사초교에서 만난 두 번째 대충님과의 조우.
배가 고팠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 시간이 촉박했다. 바나나를 두 개먹고 대충님이 끓여준 커피한잔을 마신 뒤 우린 늦은 저녁을 다음 체크포인트인 면온에서 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잠깐의 휴식과 안심. 그리고 면온까지 로드길이라는 자신감.
우리는 달렸다. 훈련 때와 같이 힘차게.
라이트를 켜게 되고 세 개의 라이트는 힘차게 다음 목적지를 향했다.
한참을 달려 갈림길.
옆에 달리던 땀님이 내게 말한다.
“미니메드님 우리 여기까지 왔으니 무조건 끝까지 완주하는 거야 중간에 포기한다고 하면 앞으로는 안볼 꺼야”
“알겠습니다. 해보는 겁니다”
마음속으로는... ‘당근이 쥐. 여기까지 따라 왔는데 내가 포기하면 안돼 쥐. 죽기 아님 까무러치기 쥐’... 다짐해 본다.
휴식과 함께 지도숙지.
그런데 여기서 착오를 일으키게 된다.
앞서 갈림길에서 방향을 몰라 고민 중인 두 명의 라이더에게 자신있게 길을 알려주고는 조금 더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출발. 한참을 가자니 라이트 두 알이 우리를 향해 오고 있다.
“이 길이 아니랍니다.”
캠프를 하는 가족들에 물어보니 역시 길이 틀렸다.
그랬구나
반대로 달려.
계속 달렸다. 힘차게.
조금만 더 가면 밥 먹을 텐데. 한번 달려보자.
다섯 명의 일행은 한 방향을 향해서 계속 달렸다. 장평방향.
한참을 가고 보니 땀님, 퀵님 둘 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지도를 들고...
이 길도.. 아니었다.
배가 고프고 이젠 기력이 없다. 모두 지쳤다.
우린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마지막으로 지도를 숙지한 후 다시 출발.
뒤따르던 두 사람은 포기를 결심한 듯 진부까지 가는 택시를 부르는 것을 상의하고 있다.
이렇게 다시 달리고 있는데 앞에서 오는 라이트하나.
돌려세웠다.
자세히 보니 가리왕산 중봉 등산로 업힐에서 길을 같이했던 분
이렇게 여섯명이 되었다.
이번엔 맞겠지..
달리고 또 달리고.. 이젠 힘도 다 빠졌다. 밤9시가 훨씬 넘은 시간.
여섯명의 라이더는 모두 지쳐있었다.
면온에 간신히 도착하여보니 두 사람은 중간에 없어졌고 나중에 합류한분도 여기까지만 탄다고 하고는 헤어졌다. 그분 몹시 고맙다고 배낭에 남은 파워젤도 봉지채 주시고..
면온 PIT에 도착한 우린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대충철저님을 만났다.
고기 꺼내. 부루스타 불켜. 햇반에 김치. 소주도 꺼내라...
대충철저님을 하인부리 듯이 이것 저것 시켜놓고도 정신이 없는지라 그냥 입에 담기 바빴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춥다. 이제부터 산길, 임도, 등산로 길이 합쳐서 60~70 km.
가리왕산은 그래도 대낮에 넘었지만 태기산은 산이 조금 낮을 지라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후미 마지막 조일 확률이 높았다.
낮에는 선두가 휴식하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었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기다리는 것은 체온을 떨어뜨리는 일이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그러다 혼자 떨어져 헤매게라도 되면....
산정상은 무지한 바람이 불고 가랑비가 계속 오고 있다고 한다.
지금 출발하면 7~8간 내내 산속에서 추위와 싸우고 내려와 아침 먹을 틈도 없이 내일 일정을 소화해내야 한다. 무슨 날씨가 한 겨울 같다냐. 제길.
(우리가 마지막 조인줄 알았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새벽 한시반에 태기산을 향해 출발한 검정고무신님을 포함한 6명의 마지막 팀이 있었다)
마음 한편에는 골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 필요한건 딱지잖아’
‘차를 도로 끝까지 몰고 가서 잔차없이 정상에서 딱지만 들고 오는 것야..’
‘그리고 잔차를 싣고 청태산 휴양림 캠프로 가서 쉰 후 내일 일정을 소화하는 거야’
어둠은 더욱더 깊어지고 냉기가 엄습해 와서 도저히 차 밖에서는 정리가 안될 것 같았다.
지원조로 변신하기로한 이상..
내 잔차를 차에 실었다. 그리고 뒷정리.
그사이 차안에서 잠시 몸을 녹이고 있던 땀님, 퀵님은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침에 차안에서 눈을 떠도 추웠다.
간밤에 청태산 휴양림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아침을 맞은 것.
여기도 춥다. 담요를 뒤집어썼다.
이미 포기한 게임.
잔차에 오르기가 싫다. 엉덩이는 계속 아파오고...
전 지원조로 변신했어요. 오늘은 안 탈랍니다.
남은 두 사람 눈이 커다래진다. 그래도..
제가 라면 끓이죠. 두 분은 준비들 하시죠.
라면에 햇반 어젯밤 고기를 많이 먹었는데도 잘 먹힌다. 그새 소화가 다되었는지..
그 때였다.
껌정고무신이라는 분과 몇 명의 라이더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혹시 지금 내려오신 겁니까? ”
“네”
“그럼 지금 바로 청태산을 향하시는....?”
“네”
헉 !
우리들 눈 빛이 달라졌다.
말없이 떠날 채비를 서두르는 두 사람.
나도 갑니다. (미니메드)
떠나기전 우린 TV 촬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후미 마지막 출발자인데도 여유는 있었다..
갑자기 휴양림 소장이라는 분과 KTV에서 나왔다는 카메라 기자분이 앵글을 우리에게 맞추는 것이 아닌가.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어디서 오셨어요?”
퀵님 인터뷰에 이은 말바공식 매카닉 땀님의 잔차 만지는 동작 그리고 거기에 출연한 내 잔차. 그러더니 땀님이 화장실에 손 씻으러 간 사이 카메라기자님이 나보고 잔차 만지는 모습을 다시 한번 연출해 달란다... ㅋㅋ
그리고는 다시 인터뷰 ^^
나오긴 나올라나~
청태산 휴양림 아주 좋은 곳이다. 거목 솔나무가 숲을 이루어 정말 울창하다. 한 여름에도 추울 정도로 울창한곳. 예전에 여름에 온 기억이 있다. 자전거 길은 그런 훌륭한 길을 200m 도 못가서 바로 빨딱 계단 등산로로 돌변한다.
여기서 멜바로 시작한 잔차 들기는 새로 개발한 어부바자세로 변하여 정상까지 잔차를 업고 올랐다.
이건 MTB대회도 아니고 힐 크라이밍 대회도 아녀.
이건 15kg이상 짊어지고 등반하는 등반대회여.
헉. 헉.
저기 앞서가던 그 힘 좋다는 땀님이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중략)
오늘은 태양이 강렬하다. 그간 태풍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와서 화풀이를 하듯이 내려쬔다. 등과 목이 따갑다. 썬 크림도 안 발랐는데..
임도를 질주하고 있는데 라이더한분이 쓰러져있다.
넘어졌냐고 물어봤는데 그게 아니고 힘들어서 그런거니까 빨리 빨리 그냥 가라는 신호다.
표정은 대꾸하기도 싫다는 힘든 모습.
드디어 평창 유스호스텔 골인지점.
힘차게 올랐다.
“미니메드님, 엔트리 5분전이에요”
바이크홀릭님이 외친다.
‘저 양반 내가 완주했는지 아나 봐.....’
뻘쭘해진다.
우리 캠프엔 역시 도착해있는 말바님들 .. 대충철저님..
그리고 또 한분 말로만 듣던 땀걸님..
누가 그랬다.
땀걸님하고 땀님이 많이 닮은 것 같다고..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둔내 가서 막국수 쏘겠습니다’
진행자의 마무리 멘트에 이은 경품추첨 행사에서
난 엄청난 행운을 얻게 된다.
“57번. 여행용 자전거 트레일러” “와”
내가 가지고 싶었던 물건중 하나.
자전거 여행이 꿈인 내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끝>
이번 랠리참가로 귀중한 것을 얻게 되었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그릴 수 있겠다는 것.
그리고 그러기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를 느낀 것.
마지막으로 자신감입니다.
비록 완주를 하지 못했고 힘도 들었지만
이번을 기회로 저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퀵실버님과 땀뻘뻘님과 대충철저님 그리고 말바님들..
기회를 부여하게해주신 와일드바이크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미니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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