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T2를 출발하여 작은 마을을 지나 숲 속으로 들어서자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싶더니 역시나
계곡 주위엔 여러 채의 펜션이 들어서 있다.
맑은 강과 계곡물이 흐르고, 경치에 좋은 곳에는 모두 펜션이 자리잡고 있으니
조만간 금수강산에 온통 펜션 천지가 되지 않을까?
미지(?)의 펜션을 지나자 내 주위엔 아무도 없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숲 속 나무를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 뿐이다. 땅 위의 길에서 자전거와 나는 일엽편주처럼 외롭고 고독하다.
금 새 등판에 땀이 젖고 서서히 경사가 오를수록 심장의 박동은 빨라진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임도 가에 간간히 감자 밭이 나타나고 도무지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태기산 임도에 올라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페달을 밟아본다.
그렇게 가다 보니 어느덧 오르막 임도는 끝나고 6번 국도가 나타난다.
임도와 국도가 만나는 지점에서 지도를 펴보니 일명 양구 두미재는 좌회전이다.
다행히 등 뒤에서 바람이 불어준다. 아~ 고마운 바람이여~ 줄바람~
양구 두미재에 오르자 제법 바람이 세기가 강해진다.
이제 나와 풍차(風車)는 하나가 되어 있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한 바퀴를 갈수 없는 저녁 무렵의 산속 오르막길에서 내가 풍차(風車)가 되고
풍차(風車) 가 내가 되어 있다. 가파른 오르막 길이 나오면 내려서 끌며 그 나아감과 멈춤은
내리막길에 대한 그리움이었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몇 년 전에 온바이크님, 정병호님과 다녀간 길이라 익숙하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포장 도로에서 좌회전 하자 태기산 정산에 오르는 가파른 임도가 접어들었다.
태기산 정상에는 공군부대가 보이고, 등뒤 능선에는 보광 휘닉스파크가 불빛과 함께 보인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파른 임도를 타고,끌며 오르는데 갑자기 한 명의 라이더가 쏜살같이 내려간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토토님과 정병호님을 만날 수 있었다.
PIT2에서 지나가고 다시 만나다니 반갑지 아니 한가.
좀 전에 내려간 라이더가 왜 나려 갔는지 물으니 추워서 내려갔다고 한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 하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세 명의 라이더가 태기산 헬기장에 도착하자 바람의 세기가 장난이 아니다.
얼른 방풍의를 입고 라이트에 베터리를 연결시키고 빠르게 움직이는 초저녁 밤하늘의 먹구름을
처다 보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감탄을 절로 자아내고 있자니 더 이상 추워서 머물 수가 없다.
이제 지나온 길은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라이트를 밝히고 다시 임도를 달리자니 선두로 앞서간 몇 팀이 콘크리트 임도에 주저 않아 있다.
운영진이 설치 해 논 낙수대로 가는 등산로를 찾을 수 없어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PIT2에서 우현님이 길 안내자로 출발했는데 말이다.
우리가 길을 안다고 하자 그제서야 출발을 한다.
임도에서 낙수대로 빠지는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여 이정표를 표시하기 위해 나무 가지를 꺾고 있는데
정병호님이 배낭에서 화살표가 그러진 이정표 두 장을 꺼내 임도에 돌맹이로 눌러 놓는다.
왜 이정표를 정병호님이 가지고 있는지 의아해 하며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어둠이 깔린 숲 속은 라이트의 불빛과 잡목과 수풀을 스치는 소리뿐 적막하기 그지없다.
등산로 주변에는 키 작은 산죽 밭이었고 중간중간 산죽을 잘라져 있어 타고 내려갈 수 있었다.
30여분 정도 내려가니 낙수대 이정표가 나온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타나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조용히 들여온다.
갈수록 계곡물은 수량(水量)이 늘어 나고 물소리도 커지더니 낙수대에 도착했다.
몇 년만의 낙수대 인가. 이번이 두 번째 인데 밤에 오니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낙수대 암자터 풀밭에 주저 앉아 있자니 어둠 속에서 한 마리의 반딧불이가 깜박 깜박 거리며
수풀 위를 가볍게 날아간다.
토토님 저기 봐요~ 저기 반딧불이예요..얼마 만에 보는 반딧불이란 말인가.ㅎ
우리는 여기에서 자전거의 불빛을 모두 끄고 않아 땀을 식히며 밤하늘을 처다 보았다.
구름 사이로 별빛이 초롱초롱하다.
Mtbike님과 내가 산딸기(?)님, 그리고 그 뒤로 정병호님이 내려왔다.
Mtbike님의 자전거를 보며 여기까지 따고, 끌고, 매고 온 것이 믿겨지지 않을뿐더러
무모한 도전이란 생각이 든다.
별밤지기 정병호님이 손가락으로 별을 가르기며 별자리 이야기를 들려 준다.
오~ 어쩜 밤하늘 아래 별빛 쏟아지는 아름다운 밤이란 말인가
낙수대에 처음 온 토토님님 떨어지는 낙수대 폭포를 보고 싶다고 절벽에 라이트를 비춰본다.
악몽의 계곡 구간이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토토님.. 모르는 것이 낮지 안을까
낙수대의 물줄기는 깊이를 가눔 할 수 없이 수직으로 떨어지며 시원한 물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세외선경(世外仙境) 이 어디메뇨
낙수 소리에 귀 멀고
벽산 구름 속에 갇혀 눈 멀었네
구름을 벗하고
유수를 지근한 채 머물고 있으메
세상 사람들 이 맛을 어찌 알랴마는..
계곡물은 쉼 없이 속세로 흘러 가는데
낙수대 터에 앉아 道心한 것을 어찌 하리오
그 옛날 어느 신선이 살았을꼬 하니
암자는 오간데 없고 잡풀만 무성 하더이다.
태기산 낙수대에서..
낙수대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에 밧줄 구간이 나타났다.
어떤 이는 이곳에서 자전거를 던지고 내려갔다고 해서 끌바, 맬바 다음에 “던저바”란 신조어가 생겼다고
하는데.. 이제부터 악몽의 계곡구간이 시작 된다.
기대하시라~ 개봉박씨~ㅎ 아니 개봉박두
그럼 이쯤 해서 태기산 마의 계곡 코스가 얼마나 험한지 잠시 알아 보기로 하자
첫째 계곡에는 길이 없으므로 길을 찾아 가야 한다.
둘째 바위 협곡이기 때문에 폭우가 내릴 경우 위험한 상황에 닥칠 수 있다
셋째 어지럽게 널려진 호박 돌과 바위구간을 맬바와 끌바를 해야 한다.
넷째 계곡물을 건너가며 끊어진 길을 찾아야 한다.
다섯째 한밤중에 계곡에서 빠져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공포감이 밀려온다.
지도상에 나와 있는 거리와 시간을 확인해보니 협곡이 끝나는 지점 신대리 송덕사 까지는
1시간10분으로 표기 되어 있다. 과연 그 시간에 이 계곡에서 탈출 할 수 있을까?
Mtbike님은 무거운 자전거로 인하여 자꾸만 처지고 있다.
맬바를 하고 바위구간을 한 발자국씩 내려오는 걸 지켜 보는 것만으로도 위태롭기까지 하다.
하는 수 없이 토토님,정병호님과 한 그룹으로 앞서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앞서가 다른 팀원들의 불빛이 가물가물 거리는 가 싶더니 다시 가까워지고, 이제 계곡물 소리에
두 귀는 마비되어 버렸다.
그렇게 계곡과 싸우며 낙수대에서 한 시간 정도를 내려왔을까 두 계곡이 만나는 지점에서
계곡의 경사는 서서히 완만해 지면서 계곡물의 수량은 늘어나 있었다.
몇 개의 계곡을 건너고 희미한 등산로를 찾아 타고 내려오기를 여러 차례 반복 하기를
눈앞에 민가의 불빛이 갈물 가물 거린다.
계곡의 철조망을 통과 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리 쉬며 한편으로는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오~ 하느님~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군요. 할렐루야~, 나무아비타불~ ㅎ
태기산 등산로를 접어든지 3시간 만에 어둠의 계곡에서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운영진이 있거나 아니면 구간 통과 표식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 하는 수 없이 신대리까지 신나는 내리막 질이 이어진다.
어둠의 계곡에서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내리막질에서 풀기라도 하 듯 신나게 쏘며 내려왔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거 이런 기분이란 말이야~ ㅎ
마을 공터에서 담배를 한 대 물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아름다운 별빛에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계곡에서 무사히 빠져 나왔다고 가딘님께 통화로 몇 마디 하다가 핸드폰 배터리가 전사하고 말았다.
다른 팀 몇 명이 내려와 하는 애기가 자기들은 태기산 정상 부대까지 올라갔다 왔다는 것이다.
그곳에 구간 통과 표식이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구간 통과 표식은 계곡을 모두 내려와
철조망을 통과 하여 길 바닥에 어지럽게 뿌려져 있다며 주워 왔다고 한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통과해 버렸으니 다시 주우러 갈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토토님은 운영진과 전화 통화를 하는 것 같았고 난 길에 누워 밤하늘의 별빛을 보고 있자니
정병호님이 내려왔다.
자! 힘들고 어려운 구간은 지나왔으니 이제부터 도로를 타고 청태산 휴양림까지 가야 한다.
바람이 차가웠다. 차가운 바람은 우리를 찾아내어 시험에 들게 하는것 같았다.
국도 주변의 민가 불빛도 하나 둘씩 꺼져 가고, 우리는 고사리 계천을 바람을
가르며 내려 가다가 갑천리 방향으로 좌회전 하였다.
불 꺼진 민가에서 간간히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나무를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으스스하게
느껴지는가 싶더니 더 이상 민가도 없는 산골로 접어들었다.
은근한 오르막이 계속되고 몸은 자꾸만 졸립다며 쉬었다 가라고 신호를 보낸다.
토토님의 자전거 라이트는 눈에서 사라지고 뒤에 처진 병호님의 라이트 불빛은 희미하고 느리다.
라이트를 끄고 아스팔트에 주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의 공포가 밀려온다.
졸음이 자꾸 쏟아지거니와 기진맥진한 몸에 정신이 몽롱해진다.
여기서 멈출 수 없어 청태산 야영장에서 학수고대(鶴首苦待)하며 추위와 싸우고 있는 지원조를
생각해서라도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흐릿한 정신 상태를 가다듬어 본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빰을 때려보기도 하고 끌고 타기를 여러 차례 하다가 간신히 산을 넘었다.
그렇게 어렵게 넘어온 산이건만 내리막은 잠깐이다. 힘이 빠진다. 또 졸음이 밀려온다.
병호님~ 5분만 쉬었다가요. 우리는 6번 국도에 접어들어 마암리 민가 가로등 아래에서 누어버렸다.
이대로 한 소금 자고 싶은 마음은 밤하늘에 꿈나라 같은데..
개구리 소리가 달콤한 자장가로 들리다니..이건 환청이야~ 환청~
병호님과 바이킹은 서로에게 보이지 않은 힘줄이 되어 조금씩 전진 하며 앞으로 나간다.
둔내호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며 석문1교를 지났다.
돈내..둔내 지역명 이라면 둔내 유스호스텔이 생각 났다. 청태산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힘을 내보지만 언감생심(焉敢生心) 끝없이 길이 밀려오고 졸음도 밀려오고
도무지 가늠을 할 수가 없다. 병호님 이 길이 맞아요?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 힘마저 없는 걸까
바이킹이 이렇게 힘들면 연약해 보이는 병호님은 어떠할까..짐작해 본다.
어둠 속에서 긴 침묵이 흐르고 잠시 무위자연(無爲自然)속으로 빠져든다.
비몽사몽 비틀비틀 거리며 어둠을 뚫고 가다 보면 언젠가는 길의 끝이 보이겠지.
암시롱~ 그러면 그렇지~ 그렇고 말고~ 에헤야 디야~ 횡설수설 하다 보니
멀리 산 중턱쯤에서 여러 개의 불빛이 가물거린다. 저..저기가 두..둔내 유스호스텔인가?
아~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 구나..얼마 안가 빡센 오르막이 나오더니 영동고속도로가 보인다.
자전거를 실은 카니발 한대가 앞을 지나간다.
그토록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청태산 자연휴양림이 가까워진 것이다.
젖 먹던 힘까지 내서 페달을 돌리다 보니..
오른쪽으로 청태산 자연휴양림 이정표가 보이고 우회전으로 통과하니 매표소를
지나 쳤는데 인적 없이 너무 고요하다.
강한 바람에 잣나무가 쓰러질 듯 휘청일 뿐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잘못 들어온 것인가? 하고 멍하니 앉아 있는데 홀릭님의 차가 들어오며 반가워 한다.
병호님과 야영장으로 올라갔다. 잣나무 숲 속에는 여러 동의 텐트가 쳐있고 몇 대의 차들에
시동이 걸려 있었다. 거센 바람에 텐트가 날아갈 듯 위태롭기까지 하다.
남부군 지원조는 어디에 있는 걸까? 두리번 두리번 하다 보니 GS님 차가 눈에 들어 온다.
차 문을 열어 보니 뮤즈님과 GS님이 고니 잠에 빠져있다.
이렇게 개 거시기 빠지 듯 죽을 힘을 다해 왔는데 한 명도 기다려 주지 않았단 말인가?
대장님을 흔들어 깨웠는데 이미 깊이 잠든 것 같다.
GS님이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며 식수데 쪽으로 안내해 준다.
식수대에 가보니 가딘님이 오돌오돌 떨며 새우잠에 들어 있었다.
아~ 남부군의 의리파, 영원한 해변대 가딘님은 바이킹을 기다리다 추위에 떨며 고생한 모습이 영역하다.
부시시 깨어난 가딘님은 옆에 깡통 하나만 있으면 영락 없이 걸인 같은 모습과 같은데
깡통 대신 소주병이 있으니 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ㅎ
가딘님 왈 야~ 바이킹 너 기다리다 시베리아 바람에 동태 되는 줄 알았다.
가딘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끓여 놓은 닭죽과 백숙을 내놓는다.
따뜻한 음식에서의 온기가 아니라 사람에서 진한 온정의 느껴 본지가 언제였던가.
아마도 내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그 온정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ㅠ.ㅠ
입이 까칠해 닭죽을 몇 숟가락 뜨다가 백숙에 소주잔을 기울인다.
가딘님은 차에 들어간 자겠다고 내려갔고 텐트를 치고 있는데 토토님이 도착했다.
아니 앞서간 토토님이 왜? 이제야 도착 한단 말인가.. 토토님 애기를 들어보니 호연지기를
하기 위해 앞서 갔는데 호연지기를 끝내고 보니 늦어 졌다고 말한다.
백숙 한 마리와 소주 한 병을 건네주고 바이킹은 텐트에 들어가자 그렇게 죽을 만큼 그리웠던
깊고 깊은 잠의 미로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어짜피 인생은 도전과 모험의 연속이 아니던가
To Be continue ~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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