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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바 랠리 전날 - 주천강 도강 스토리

Biking2007.07.23 11:29조회 수 3366추천 수 36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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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홀릭님과 함께 병호님이 칩거하는 월현리 천문인 마을에 도착하여 막걸리 몇 잔에 밀린
우정을 나눠 마시고 곤한 잠을 잤다.
느즈막하게 일어나니 정병호님의 해는 한 낮 중천에 떠있고 홀릭님은 아직도 야심한 별밤이다.
병호님과 “니로” 라는 검정색 코카스 파니엘 종의 개를 데리고 함께 산책에 나섰다.
그런데 이 녀석은 산책 도중에 앞서 가며 풀섶에 산딸기가 있는 곳을 귀신 같이 알아내곤 스스로
따먹지는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선다.
바이킹도 산딸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아무래도 오늘 적수를 만난 것 같다.ㅎ
산딸기를 따 주면 덥석덥석 잘 받아먹는 것이 한 두 해 먹어본 솜씨가 아니다.
아마도 주인을 닮은 것이려니 생각하기에는 너무 재미있는 녀석임에 분명하다.ㅎ
병호님의 천문대는 해발 650m로 동서 산으로 가로 막혀 있고 가운데에는 계곡물이 흐르는 인적 없는 조용한 산골에 자리잡고 있다.
10년 전 여름 휴가 때 천문인 마을 아래 한국통나무학교에서 통나무로 집 짓는 교육을 받으며
이곳 월현리와 인연이 시작 되었다.
그때는 비포장도로에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인적이 드문 오지 말라는 오지(?)로 기억된다.
10년 전 이곳은 건물을 짓고 있었고 통나무학교도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통나무학교 수료 후 한동안 통나무 일을 했었고 간간히 행사가 있을 때 통나무학교를 방문 했다.
그 후 자전거를 통해서 병호님을 알게 되었고 가족을 동반하여 지인들과 놀러 오기도 했었다.
왈일드바이크 소모임 2.3 에서 280랠리에서 함께 라이딩하며 친분을 쌓아 왔다.
어쨌거나..저쨌거나 이곳 월현리와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기분 좋은 아침
그는 푸른 숲으로 들어갔다네
새들이 작은 목소리로 즐겁게 지저귀는 소리 들렸지.
아주 오래 전 거기에 갔었는데
로빈이 말했다네.
활로 갈색 사슴을 겨누고 있는 동안
아주 잠깐 그 노랫소리를 들었지.
          - 1500년경 발표된 작자미상의 영국시 <로빈 호데의 모험>에서

병호님이 준비한 늦은 아침을 먹고 난 후 냉커피를 타서 천문대 옥상에 올라 망중한을 즐긴다.
농부가 떠난 산 비탈 묶은 밭에는 개망초 꽃이 하얗게 지천에 피어있다.
일명 계란꽃 이라고도 불리는 개망초 꽃은 농사를 망친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 모양이 소담스럽기도 하거니와 향기가 은은하다.
하늘은 옅은 먹구름으로 흐려있지만 바람도 시원하고 비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홀릭님을 깨워 강제로 아침을 먹이고..ㅋ 오늘 할 일(?)을 위해 안흥에 내려가서 차에 주유를 하고 간식으로 찐빵 한 봉지를 사가지고 영월군 수주면 운학리 주천강으로 출발한다.
오늘 할 일이라면 랠리 마지막 코스인 주천강에 도강 루프를 설치하는 것이다.
통나무학교 아래 고일재를 넘어 운학리 마을을 지나 산을 넘으니 강물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온다.
빈 농가에 차를 세우고 주천강으로 내려가니 장맛비로 인하여 강물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
도강 지점의 지형을 보니 앞에도 산이요 뒤에도 산이다. 협곡이라고 표현해야 옳을 것 같다.
강폭은 대략 20m가 넘어 보였고 도강지점 바로 아래에 급탕이 입을 벌리고 소용돌이 치고 있다.
무슨 수로 이 급류를 도강을 하여 루프를 설치 한다 말인가.
몇 번의 시도 끝에 유속이 빨라 수영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밧줄을 구해서 몸에 묶고
수심은 얕은 곳을 공격하여 건너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밧줄이 없다는 것이다. 홀릭님이 준비해 놓고 사무실 팀 차에 놓고 온 것이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강 건너에 작년 홍수에 떠밀려온 듯한 밧줄 더미가 나무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이건 또 무슨 유혹이란 말인가
일단 무슨 수를 쓰던 강을 건넌다면 나무에 걸려 있는 밧줄을 풀어 도강 루프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를 세워 논 민가에 올라가서 어렵사리 가느다란 몇 토막의 노끈을 구해 이어 보니 얼추 20m 정도
될성싶다.
물결이 소용돌이 치는 급탕 바로 위가 오늘의 공격 포인트로 결정이 났다.
바이킹은 일단 긴장감을 없애기 위해 담배 한대 피고 숲 속에서 팔뚝 굵기의 죽은 나무를 구해서 급류에 휩쓸림을 대비하여 지팡이로 준비하고 허리에 줄을 동여 매고 한발한발 강물로 빠져 들어 갔다.
강물의 유속은 겉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몸으로 느껴지는 저항은 다리를 휘청이게 한다.
물속 이끼로 인하여 돌맹이는 미끄러웠다.
자칫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면 바로 아내 급탕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이 한 가닥 가느다란 줄에 바이킹의 생명을 의지해야 한단 말인가?
막중한 임무를 뛰고 왔으니 망설임이 없다. 남자가 가빠가 있지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고..생각했다.
이런 나를 지켜보던 병호님과 홀릭님은 불안한 기색이 영역하다.
끝 줄은 홀릭님이 잡고 있고 병호님은 강물에 무릎까지 빠져 들어가서 조금씩 밧줄을 풀어준다.
강폭의 중간을 지났을까 갈수록 유속을 세어지고 수심도 깊어간다.
흙탕물로 인하여 강물 속은 한치도 보이지 않으니 가름할 수가 없다.
어느덧 강물은 사타구니를 지나 허리까지 차올라 온다.
온 신경을 집중하며 뒤 돌아 볼 틈도 없이 조심스럽게 한발한발 전진 한다.
조금만 가면 강가에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순간 신발이 미끌리며 강물에 휩쓸려 간다 싶더니 쭉 뻣은 손에 버드나무 가지가 잡혔다.
휴~ 천만 다행이다. 얏! 호~ 도강 성공이다..ㅎ

강 건너편에 있는 홀릭님과 병호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라보~ 를 외쳐준다.ㅎ
일단 허리에 감은 줄을 풀어 물가 버드나무 가지에 묶고 나서 나무에 걸려 있는 밧줄을 찾아 숲으로
나섰다.
나무에 걸려 있는 밧줄을 내려 보니 얼추 35m 정도 10미리 두께로 도강용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어지럽게 꼬이고 꼬여있는 밧줄을 풀고 추려 가지고 건너올 때 가져온 줄의 끝과 연결하여 강 건너편에서 당기라고 신호를 보낸 후 바이킹은 밧줄의 끝을 굵은 나무 줄기에 단단히 묶었다.
이제 설치한 루프를 잡고 강을 건너가면 이것으로 오늘 일은 끝이다.
반대편에서 루프를 팽팽하게 당기어 바위에 묶었다.
다시 강물에 들어가 설치한 루프를 잡고 강을 건너간다.
단단한 루프에 몸을 의지한 채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다.
강을 건너며 설치한 루프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확인해본다. 이상 없다.
폭우가 내려서 강물이 불어나지 않는다면 자전거를 매고 도강을 하기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4시간여 동안 도강 루프를 설치한다며 강물과 사투(?)를 벌이고 나니 허기가 밀려온다.
순대국에 소주 한 병을 먹고 홀릭님은 강물에 낚싯대 몇 번 드리우고 나니 긴 하루 해가 저물어 간다.
천문인 마을에 도착 하니 서울에서 손님이 한 분 도착해 있었다.
병호님과 홀릭님은 내일을 위해서 잠자리에 들어갔고, 주방에서는 감자를 넣은 닭볶음탕에 요리를 하며 저녁 준비가 한창이다.
바이킹은 닭볶음탕에 소주 한 잔 마실 욕심에 잠자는 것은 뒷전이다.
반주로 연거푸 소주를 몇 잔 마시다 보니 스승이신 통나무학교 교장선생님이 올라 오셨다.
김병천 교장선생님은 나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스승이 그 많은 제자들 중에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사를 드리고 안부를 주고 받는다.
아무래도 오늘밤 잠자는 것은 포기해야겠다.
매일 통나무를 만지는 야지(野地)의 생활 이라 검게 그을린 얼굴과 팔뚝을 보니 건강해 보이신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을 읽고 통나무학교에 입교하여 통나무집 짓는 일을 배운지도 어언 10년이 넘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통나무처럼 듬직한 교장선생님의 모습은 보니 매일 자연과 교감하는
단순한 삶이 건강한 영혼을 온전히 유지 하는 비결이라고 생각 든다.
밤이 깊어 가는 줄 모르고 술자리는 무르익어 가고 있다.
11시가 조금 넘었을까 병호님과 홀릭님이 잠에서 깨어나 출발 준비를 한다.
통나무하교 수업이 없는 여름 휴가철에 가족과 함께 놀러 오라는 교장선생님의 고마운 말씀을 뒤로..
작별 인사를 드리고 짐을 챙겨서 진부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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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소리소문없이 고생하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이번 왈바랠리가 무사히 치뤄진듯합니다.
    왈바에는 좋은분들이 많이 계셔서 참 좋습니다.
  • 오호 한편의 흥미진진한 액션영화를 보는듯.. 고생하셨네요.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65
treky
2016.05.08 조회 676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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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3 조회 6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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