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09-18 (火) 14:00 ~ 18:00 순천만 ]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기상청은 '양치기 소년' 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예보가 조금, 아주 조~금 빗나가기 때문이다" 라고 전하고 싶다.
분명히 월요일 저녁에 기상청 싸이트를 통해 화요일부터 비가 올 것이라고
확인한 후에 일찍이 라이딩을 포기했으나 결과적으로
순천은 오늘 내내 바람이 다소 강한 흐린 날씨를 흔쾌히 보여주고 있었다.
바람이 감히 나에게 비웃으며 비아냥 거리는 모습을 아침부터 창 밖으로 보고 있자니
속이 우글거려서 못 참겠는 찰나에, 같이 3500을 구입했던
(내가 다니는 교회의)전도사님의 지원요청 연락이 연결된다!
- 이따 오후에 순천 내려갈껀데 한 바퀴 탈래? 어디갈까?
"순천만이나 와온해변이 좋겠네요."
- Loger!
마침 적절한 타이밍이 같이 라이딩 할 수 있는 지원병력이 생겼다.
적당히 빈둥빈둥 집에서 놀다가 (MTB 싸이트 돌아다니며)
14:30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위해 13:00부터 준비물을 챙긴다.
- 필카, 디카, 수건, 물통2, 육각렌치툴, 펑크패치, 지갑, 휴대용펌프, (반)장갑
집결지 ; 금당웰빙도로 끄트머리에 있는 철길건널목을 지나
주성교회 앞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5~10분이 넘도록 기다리다보니 연락이 온다.
밑에 있단다...;; 그럴 것 같더라. 나는 주성교회 정문 앞에 있었다.
최종 코스는 '순천만'으로 결정되었다.
1. 돌고돌고
나는 후방에서 뒤따랐다. 뭐랄까, 자연스럽게 뒤로가는 이유는....
나이에 따른 것인지, 위압감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속력을 별로 좋아라 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몸이 뒤로 간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코스와는 조금 달랐다. 확실히 논두렁 시멘트 길을 따라가다가
어느 다리까지 도달했는데, 위치 파악이 쉽지 않았다. (여기가 워디여?!)
하지만 상식적으로 하천의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보아
좌회전을 해서 물따라서 내려가는 게 맞는 방법인 줄로 알고 있었지만
(하천에서 바다로 물이 내려가니까 말이다)
선행을 따라서 우회전을 했다. (이게 내 불찰인 듯...)
나중에 하천을 따라 쭉 내려와서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상당히 돌아나와버렸다.
순천만 반대로 온 것이다. 게다가 전날 태풍과 강우로 인해 자전거도로는
완전히 진흙밭이었다. 뻘밭이다....; 사상 처음으로 3500에게 진흙을 묻힌다.
철티비의 경력을 경험삼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RPM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핸들링을 똑바르게 하여 진행하였다.
이 때는 내가 선봉이었다. (전도사님은 걸어갈 작정이었나보다.)
내가 통과하는 걸 보고 슬슬 따라오는 게 보였다.
이런 미끄러운 노면에서 급출발이나 급핸들링은 그대로 자빠링일 것이다.
머드팩 하기는 싫었다. 아직 순천만도 아니고...
그곳은 평소 내가 철티비로 도달했던 막바지 코스였던 터닝포인트였다.
그러니까.... 와서보니까 진짜 반대로 와버렸다.
이따금 건너편 강변도로에서 엠티비로 추정되는 병력 두 명이 샤방샤방 지나간다.
다시 출발...
2. 비포장... 우둘둘둘~
전날 비 피해로 인해 자전거도로를 진행할 수 없어 강둑을 따라
비포장도로로 진행하였다. 자갈을 깔아놓은 곳도 있고, 물이 고인 흙길도 있고
시멘트 포장길도 있다. 하루 오후동안 다양한 로드(Rord)를 만나는 중이었다.
오프로드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나 날을 잘못 잡았다.
비가 그친 뒤라 뻘밭들이었다.
애마의 배때지에 자갈이 튀어 치고, 머드팩으로 범벅이다.
불현듯 뇌리에 순천만은 둘째고 이따 정비와 새차는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진다....
철티비였다면 생각도 안 하는 부분인데 말이다.
왠지 오늘 이후로 더이상 엠티비에 대한 위화감이 사라질 것 같다.
(막 굴려도 될 것 같은... 한번 흙 묻으니까 그런 의식이 조금씩 자리잡게 된다)
3. 순천만 갈대밭, 그리고 바람...
드디어 순천만에 도착하게 된다. 재밌는 사실은 순천에 살면서 순천만에 온 적은
오늘까지 세 번째이며, 이 3회 전부 다 순천만에 온 장소가 다르다.
대체 얼마나 넓은지 가늠이 되지 않지만 혼자왔다면 다 둘러봤을 것이다.
갈대밭 사이로 난 갈색난간길을 따라 자전거를 끌고 가기로 한다.
보행 관람객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길폭은 조금 나온다고 하여도 그건 엄연히 실례인 것 같다.
바람이 무척 강하다. 바닷가 근처라 도시 바람과는 좀 더 다른 느낌이다.
나보다 키가 커 보이는 갈대들이 일제히 우수수 춤을 춘다.
춤이라고 치기에는 한 방향인 것 같은데...;; 어쨌든~
모자가 날릴까봐 가방에 넣어뒀더니, 머리가 바람에 맞아 이상한 바람머리가 되고 만다.
집에 와서 알았다. ㅡ0ㅡ;
난간에 잠시 세워두고 사진을 촬영하는데
별안간 바람에 못 이기고 내 3500이 우당탕~ 넘어지고 만다. ㅠㅠ; OH MY GOD!!
처음으로 제대로 충격주는 오늘이다.. 애지중지 하려고 했건만 소용없게 되버렸다.
별탈 없으리라 스스로 안도시키며 자전거를 다시 일으켜 세워줬더니만
프론트에서 체인이 써겅~ 빠져버린다. 윽, 2연타... ㅠㅠ;;
"아, 아니.. 이렇게 쉽게 빠져버리나?!"
왼손으로 크랭크 아래로 톱니에 끼워 페달을 돌려 끼워맞췄다.
철티비 탈 때나 쓰던 방법을 여기 갯펄 한복판에서 써먹을 줄이야.....
덕분에 체인에 기름기가 충분히 베어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깨달았다. 킁킁 ㅡ.,ㅡ
저어어 물길 너머로 마을과 산 위로 가득 낀 구름 사이사이에
신비로운 자태를 보이는 빛줄기가 스포라이트처럼 내리쬐인다.
게다가 스포라이트는 움직이고 있었다.
웅장한 구름구름 사이사이 하트모양의 공간에서 묘연한 한 줌의 빛줄기는
우리들의 시야를 붙잡기에는 충분했다.
날씨가 맑았더라면 더 영광스러운 광경이 펼쳐졌을텐데 바람만 짖궂다.
점심을 적게 먹어서인지 배가 고파서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씩 먹었다.
전역하고 두 번째 라면이다. 난 군대에서도 라면이 보급나와도 잘 먹지 않았다.
제법 가끔 먹는다... 먹으면서도 생각했다. "역시 국밥이 좋은건데..."
난 밥 체질인가보다.
4. 복귀 및 정리
복귀할 코스는 온로드 위주였다. 팔마대교의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역시 철티비와는 다르게 가뿐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아, 쉬워쉬워~"
E마트 뒤에 난 지름길로 가려했으나 업힐을 또 하고 싶어서 다리가 있는
도로를 선택한다. 철티비를 타고 있었다면 그때쯤 이미 다리 밑에 있는
지름길을 통해 연향동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오병원 삼거리에서 동행한 전도사님과 헤어진다.
혼자있는 홀가분함... 왜지? 난 왜 이게 좋은거지? 이런 기분도 즐기는...
같이 있을 때는 그거대로 괜찮은 게 있긴한데, 혼자도 익숙하다.
복귀하는 길에 어제 들렀던 오프로드 싱글트랙의 일부에 들어갔다.
어제보다 좀더 확실하게 운행하기로 하고 RPM을 올린다.
어제부로 셋팅이 끝났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돌입했다.
변해버린 코스의 상황도 알고.. 좋은 조건이었으니.
Home 들어와서 먼저 샤워하고 앞현관에서 간단히 청소 후 라이딩을 마쳤다.
"넌 공부 언제 할꺼냐?"
어머니의 잔소리........;;
5. 덧글
아직도 안장이 적응이 안 된 건지, 셋팅이 잘못 된 건지 모르겠다.
내내 타고 있으면 여간 신경쓰이는 게 말이 아니다.
살짝이 뒤로 빼서 앉으면 괜찮기도 하고..
시간지나면 뒷부분과 코 사이에 다시 걸터앉게 되고...
어제 안장코를 1도 정도 낮춰볼까 하다가 육각나사가 꿈쩍도 하지 않아서 포기했다.
높여야할지, 낮춰야할지도 애매하다. 뒷부분으로 올라앉으면 좀 괜찮았으니까...
우선 적응되리라 생각하고 계속 타볼 생각이다.
전역하고 나서도 철티비 탈 때도 안장때문에 일주일이나 걸렸다.
(2년동안 한 번도 못탔다)
엠티비로 마음만 먹으면 순천만까지는 쉬이 갈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집을 중심으로해서 순천만까지의 거리 및 반경을 조사해봐서
과연 철티비에 비해 얼마나 스트레스나 에너지를 덜 받으며
라이딩을 할 수 있을지 범위가 더 궁금해졌다.
내일은 진짜 비 오겠지....
* 본인이 직접 작성하여 네이버 자출사와 왈바 두 군데에 올립니다. ^^
-[風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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