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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바랠리 후기(1)

신바람2008.07.18 09:40조회 수 3329추천 수 2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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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 후기 올려봅니다. 자유게시판보다는 이곳이 더 나을 것 같아서요
제 2회 왈바 랠리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 무엇 때문일까? 다른 랠리는 참가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왈바 랠리는 1박 2일 동안 지원 없이 혼자 힘으로 많은 고생을 감수하고 고통스런 시간을 이겨내야 완주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것 같다. 그 매력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 같다. 고통도 중독이 되는 것인가. 작년에 엄청난 고생을 하고서도 올해 왈바 랠리 접수 공지가 뜨자마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접수하고 입금을 했다.
랠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완주라는 꿈을 향해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나가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어려움에 닥치면 해결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왈바랠리는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에 많은 어려움이 닥치고 그 시간에 해결이 된다는 점에서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처럼 왈바랠리에서는 무지원으로 자신이 준비한 만큼만으로 완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인생과 닮은 것 같다.

집결지로 출발
집결지가 만항재 소공원이어서 개인 참가자인 나로서는 집결지까지 가는 것부터가 랠리이다.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인천에서 버스를 타고 강원랜드가 있는 고한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9시였다. 고한에 도착하여 미리 알아둔 못골사우나로 갔다. 못골사우나는 고한에서 만항재 가는 길 중간에 있었는데 그곳을 찾아갈 때 길을 잘못 든 줄 알았다. 밤에 라이트만 켜고 달리는데 주변에 가로등도 없이 캄캄했는데 계곡에서 물소리가 나고 민가도 없었기 때문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한참 달렸더니 산모퉁이를 몇 개 돌아 못골사우나 간판이 보였다. 사우나에 들어가서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고 밤 11시쯤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을 자 두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낯선 잠자리 때문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새벽 2시에 일어나 짐을 꾸렸다. 지고 갈 배낭을 꾸려 무게를 재보니 5킬로그램이 약간 넘었다. 사우나에는 나 말고 랠리에 참가하려는 한 팀이 짐을 꾸리고 있었다. 어젯밤 늦게 도착하여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온 ‘수 MTB(하루님, 산타페님, 길갈님으로 알고 있음)’라고 했다. 그 분들 차량에 배낭을 부탁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만항재로 올라갔다. 거리는 6킬로 내외인데 꾸준히 오르막길이었지만 처음 길이어서 무조건 페달을 밟아 올라갔다. 고개가 높고 캄캄해서인지 별이 더 가깝게 보였다. 집결지인 만항재에 도착했을 때는 등에 땀이 촉촉하게 배어났다.

만항재에서 화방재까지
만항재는 출발 준비를 하는 긴장감과 설렘으로 부산스럽게 술렁거렸다.
작년 랠리 때 함께 고생했던 천안의 sinawia 님을 만나고 태백에 사는 kornettb 님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다.
번호판을 받아 묶고 코스가 그려진 지도를 받았는데 kornettb 님께서(그 지역 터주대감) 이번 코스는 장난이 아니라며 걱정을 했다. sinawia 님도 산을 자주 가는데 이번 랠리 코스는 정말 험난하다고 걱정을 했다. 그렇지만 태백산을 제외하고 다른 코스는 알 턱이 없는 나는 까짓 것 죽기야 하겠느냐며 태연하게 출발 준비를 했다.
새벽 3시 45분 경 준비가 완료되었는데 사람들이 출발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kornettb 님과 함께 선두에서 출발을 했다. 처음 코스는 화방재까지 포장도로 내리막길이었다. 길이는 8킬로미터 정도였는데 내리막길이 급하고 심하게 굽이진 곳이 있어서 조심하면서 달렸다. 내리막길 그것도 포장된 내리막길을 달릴 때는 체력적 부담이 없고 속도감이 있어서 좋았다. 한참을 내려오는데 바람 때문에 추웠다. 너무 쉽게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편한 내리막이 있다는 것은 그 반대에 힘든 오르막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랠리를 하는 동안 내리막이 있으면 한편 반가우면서도 또 한편 반갑지 않았다. 많이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그만큼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내려오고 적당히 올라갈 수 있는 구간이 계속되기를 바랐지만 세상일이나 랠리 코스가 우리 뜻대로 만만하게 되지 않았다. 우리가 선두에 섰기 때문에 제일 먼저 화방재에 도착하여 뒤를 보니 캄캄한 어둠을 환하게 밝히며 내려오는 불빛들이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 지금은 힘이 넘치는 저들이지만 얼마쯤 지나면 지쳐 떨어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지금은 저렇게 뭉쳐 있지만 얼마 지나면 흩어져서 띄엄띄엄 다닐 것이다.
화방재에서 천제단까지
화방재 주유소 옆에 작은 오솔길로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인 끌바가 시작되었다. 야간에 혼자 떨어지면 길을 잃어버리기 쉬우므로 일행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앞사람을 따라 걸었다. 이 때는 힘도 있을 때지만 한 줄로 걸어야 하는 코스여서 뒤로 처질래야 처질 수도 없었다. 사길치라는 곳이었는데 좌우로 풀이 무성하게 자랐고 사람이 다닐 정도로만 길을 내 놓았다. 나는 후미에 뒤처져 있어서 앞 사람들이 낸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사길치를 넘어 유일사 방면으로 방향을 잡고 태백산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그 곳은 길이 넓고 잘 다듬어져 있었다. 유일사 길은 예전에 태백산에 왔을 때 당골에서 출발하여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내려오면서도 경사가 심하여 고생을 했었다. 그런데 그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오르막이 계속되자 서서히 뒤처지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 때쯤 주변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하여 라이트를 끄고 올랐다.
이 길은 자전거를 끌고 가기만 해도 고마웠다. 가끔 멜바를 하는 구간이 있었는데 너무 힘이 들었다. 그곳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구간이 전혀 없었다. 일부 힘이 떨어진 사람이 서서히 뒤처지기 시작했다. 나는 체력을 안배해가며 한발 한발 쉬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작년에 얼굴을 봐 두었던 정병호님을 만나고 또 시흥에서 오셨다는 나이가 육십이라는 어르신을 만나 잠깐씩 이야기를 나누며 천제단에 올랐다. 젊어서부터 싸이클을 타셨는데 280랠리도 몇 번 참석을 하셨다고 한다. 존경스럽고 부럽다. 나도 저 나이 때 랠리에 참가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성지의 상징 천제단!
이번 랠리 코스에 천제단을 포함한 백두대간 일부를 포함시킨 운영진의 의도를 약간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랠리에 참가한 사람이 인생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하고 그들에게 신령님의 가호가 함께 하여 무사히 완주하며 왈바 랠리가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기를 바라며 천제단 앞에서 잠시 허리 굽혀 기원했다.
땀을 흘린 자에게 바람은 시원하다. 천제단에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단한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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