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 계곡 - 야영지
드디어 묻지마 구간의 절정이라는 내리 계곡 초입에 들어섰다. 우리가 제 1착이라는 것이다. 그럼 우리 앞에 간 서너 명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하여튼 우리는 가야했다. 이왕 갈 길이라면 조금이라도 식별이 가능할 때 출발하는 것이 낫다. 정병호님 말씀이 중간에 있는 늡나리 민가까지 가면 옛 산판 길이 있을거라고 했다. 민가에 사람이 살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란 단서를 달면서. 토토님과 나는 우선 출발하여 내리천으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징검다리를 밟으며 물을 건너가다가 나중에는 그냥 물에 들어가서 첨벙첨벙 걸었다. 약간 내려가는데 민가에서 한 사람이 나오더니 이 밤에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계곡을 따라 야영장에 간다고 했더니 우리에게 미쳤다고 당장 그만 두고 좋은 길로 가라고 했다. 그곳은 갈 수 없는 곳이라며 소리치며 우리를 불렀다. 우리는 괜찮다며 그냥 진행을 했다. 내 신발은 클릿 신발이었기 때문에 돌을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쉬워서 중심잡기가 어려웠다. 조금 내려가다 보니 날이 어두워졌다. 토토님과 조심해서 물길 옆 자갈과 돌을 밟으며 갔는데 가는 중간에 커다란 바위들이 있었다. 어떤 곳은 물길 양쪽에 집채만한 바위들이 있고 가운데는 물이 깊은 곳도 있었다. 그곳은 큰 바위 옆으로 간신히 지나기도 했다. 바위와 돌들을 밟고 가면서 힘이 많이 빠져서 갈대가 있는 곳은 흙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갈대가 있는 곳으로 진행을 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갈대가 있는 곳은 위에서 보기에는 갈대가 가지런히 자라서 평평해 보였지만 바닥은 큰 바위 사이에 허방이 있어서 그곳으로 떨어지기도 하면서 엄청 많이 긁혔다. 살갗이 따끔거렸다. 그리고 경사진 돌을 밟으며 옆으로 쓰러져 자전거에도 손상이 많이 갔다. 해가 있었다면 또 평소 때였으면 갈대밭으로 갈 생각은 전혀 안했을 것이다. 그곳에 뭔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러나 그 때는 그럴 경황이 없었다. 갈대밭을 포기하고 그냥 물길로 걷기로 하고 물속으로 돌아왔는데 물살은 세고 바닥은 돌길이어서 이리저리 넘어지면서 앞으로 나갔다. 토토님은 벌써 저만큼 앞서가서 불빛만 흔들거렸다. 한참 악전고투하며 나아가는데 갑자기 후두둑거리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뿔싸 큰일났다. 계곡에서 비를 만나면 빗물이 순식간에 불기 때문에 물가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에 전진을 멈추고 주변에 높은 곳으로 피신을 하려고 했다. 장대비는 쏟아지는데 주변은 거의 절벽 수준이어서 피할 곳이 없었다. 큰 나무가 하나 있어서 겨우 그곳으로 기어올라 자전거를 끌어 당겨놓고 여차하면 나무 높은 곳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피했던 곳이 진행방향에서 왼쪽이었는데 지도를 봤던 생각이 났다. 만약 구조대가 오더라도 내리천 왼쪽 방향으로는 길이 없었기 때문에 구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리라고 생각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오른쪽으로 옮겨왔다. 오른쪽은 그래도 산을 넘어 가면 길이 있는 것을 지도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고선이 촘촘히 있는 것을 봐서 그 산을 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하여튼 오른쪽으로 붙어서 어찌어찌 높은 곳으로 올라갔더니 약간 평평한 곳이 있었다. 이곳이면 되었다라고 생각하고 라이트를 이곳저곳 비춰봤더니 풀 사이로 희미하게 길이 나 있었다. 군데군데 나무가 쓰러져 있고 갈대가 있고 바위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약간 갈 만했다. 한참 걸어가다보니 토토님과 거리가 가까웠다. 얼핏 토토님이 불빛을 비추는데 보니까 집이 있는 것 같고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한참 후에 토토님이 내 옆으로 왔다. 그 사람들은 동네 사람들로 낚시를 왔는데 그 사람들 말을 들으니 거기서도 야영장까지 15킬로 정도 가야되며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돌아가자고 했다. 갈등이 생겼다. 이렇게 되면 코스를 이탈하는 것이 되는데 그렇다고 죽음을 무릅쓰고 가기는 싫었다. 비는 쏟아지고 그동안 내가 들었던 보험도 생각나고 아내와 아이들도 떠 오르고 오만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토토님은 오던 물길을 거슬러 가겠다고 했다. 나는 그것보다는 내가 발견하여 온 길을 가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여 그 길을 따라 돌아왔다. 오는 길은 왜 그리 멀게 느껴지던지. 더구나 길이 진행되다가 물가를 거치고 작은 바위 절벽으로 기어올라가야 하고 그나마 길이 보일 때는 다행이고 정말 어렵고 힘들었다. 한참 오다가 힘이 빠져서 마지막 남은 에너지겔을 먹었다. 물은 냇가에서 떠서 먹었다. 조금 지나니 기운이 회복되어 비척거리며 처음 물속에 들어갔던 곳에 도착했다. 토토님이 먼저 와서 상황을 말해주었기 때문에 운영진은 나머지 인원들을 도로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잠시 쉬고 있는데 토토님이 소시지 하나를 주었다. 그것을 먹고 기운을 내어 도로를 타고 야영지로 가기로 했다. 도로는 6킬로미터는 오르막 6킬로미터는 내리막이라고 했다. 힘이 빠지고 지친 상태에서는 이것도 만만치않은 거리이다. 은근히 토토님과 나는 차량으로 이동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피도 눈물도 없는 우리 운영진의 결정은 냉혹했다. -자전거로 이동하세요-
그래 좋다. 자전거로 간다.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조금 올라가다가 기어를 변속하는데 아까 계곡에서 미끄러지면서 자전거가 바위에 부딪쳤는데 그 때 드레일러 부분이 망가졌는지 체인이 튀고 미끄러졌다. 그래서 2단으로 놓고 올라갔다. 뒤에서 따라오던 송현님이 자기 라이트가 고장났으니 같이 가자고 했다. 마침 여분의 라이트와 배터리가 있어서 그분에게 드리고 자전거를 비비며 올라갔다. 한참 올라가다가 힘이 들어서 계속 끌바를 하다가 타다가 하면서 오르막길 정상에 올랐다. 그 다음 내리막길은 쉬운 길이었지만 비맞고 힘빠진 몸이라 추워서 온몸이 덜덜 떨렸다. 내리막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야영지에 도착하여 평상을 하나 빌리고 텐트를 쳤다. 비에 젖은 옷을 빨고 몸을 씻는데 토토님이 불렀다. 일행들이 닭을 삶았는데 같이 먹자는 것이다. 닭국물을 마시며 속을 덥힌 다음 텐트에 들어와 피로에 절은 몸을 눕혔다.
시간은 약 1시였다. 첫날의 랠리는 이렇게 끝났다.
드디어 묻지마 구간의 절정이라는 내리 계곡 초입에 들어섰다. 우리가 제 1착이라는 것이다. 그럼 우리 앞에 간 서너 명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하여튼 우리는 가야했다. 이왕 갈 길이라면 조금이라도 식별이 가능할 때 출발하는 것이 낫다. 정병호님 말씀이 중간에 있는 늡나리 민가까지 가면 옛 산판 길이 있을거라고 했다. 민가에 사람이 살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란 단서를 달면서. 토토님과 나는 우선 출발하여 내리천으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징검다리를 밟으며 물을 건너가다가 나중에는 그냥 물에 들어가서 첨벙첨벙 걸었다. 약간 내려가는데 민가에서 한 사람이 나오더니 이 밤에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계곡을 따라 야영장에 간다고 했더니 우리에게 미쳤다고 당장 그만 두고 좋은 길로 가라고 했다. 그곳은 갈 수 없는 곳이라며 소리치며 우리를 불렀다. 우리는 괜찮다며 그냥 진행을 했다. 내 신발은 클릿 신발이었기 때문에 돌을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쉬워서 중심잡기가 어려웠다. 조금 내려가다 보니 날이 어두워졌다. 토토님과 조심해서 물길 옆 자갈과 돌을 밟으며 갔는데 가는 중간에 커다란 바위들이 있었다. 어떤 곳은 물길 양쪽에 집채만한 바위들이 있고 가운데는 물이 깊은 곳도 있었다. 그곳은 큰 바위 옆으로 간신히 지나기도 했다. 바위와 돌들을 밟고 가면서 힘이 많이 빠져서 갈대가 있는 곳은 흙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갈대가 있는 곳으로 진행을 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갈대가 있는 곳은 위에서 보기에는 갈대가 가지런히 자라서 평평해 보였지만 바닥은 큰 바위 사이에 허방이 있어서 그곳으로 떨어지기도 하면서 엄청 많이 긁혔다. 살갗이 따끔거렸다. 그리고 경사진 돌을 밟으며 옆으로 쓰러져 자전거에도 손상이 많이 갔다. 해가 있었다면 또 평소 때였으면 갈대밭으로 갈 생각은 전혀 안했을 것이다. 그곳에 뭔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러나 그 때는 그럴 경황이 없었다. 갈대밭을 포기하고 그냥 물길로 걷기로 하고 물속으로 돌아왔는데 물살은 세고 바닥은 돌길이어서 이리저리 넘어지면서 앞으로 나갔다. 토토님은 벌써 저만큼 앞서가서 불빛만 흔들거렸다. 한참 악전고투하며 나아가는데 갑자기 후두둑거리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뿔싸 큰일났다. 계곡에서 비를 만나면 빗물이 순식간에 불기 때문에 물가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에 전진을 멈추고 주변에 높은 곳으로 피신을 하려고 했다. 장대비는 쏟아지는데 주변은 거의 절벽 수준이어서 피할 곳이 없었다. 큰 나무가 하나 있어서 겨우 그곳으로 기어올라 자전거를 끌어 당겨놓고 여차하면 나무 높은 곳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피했던 곳이 진행방향에서 왼쪽이었는데 지도를 봤던 생각이 났다. 만약 구조대가 오더라도 내리천 왼쪽 방향으로는 길이 없었기 때문에 구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리라고 생각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오른쪽으로 옮겨왔다. 오른쪽은 그래도 산을 넘어 가면 길이 있는 것을 지도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고선이 촘촘히 있는 것을 봐서 그 산을 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하여튼 오른쪽으로 붙어서 어찌어찌 높은 곳으로 올라갔더니 약간 평평한 곳이 있었다. 이곳이면 되었다라고 생각하고 라이트를 이곳저곳 비춰봤더니 풀 사이로 희미하게 길이 나 있었다. 군데군데 나무가 쓰러져 있고 갈대가 있고 바위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약간 갈 만했다. 한참 걸어가다보니 토토님과 거리가 가까웠다. 얼핏 토토님이 불빛을 비추는데 보니까 집이 있는 것 같고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한참 후에 토토님이 내 옆으로 왔다. 그 사람들은 동네 사람들로 낚시를 왔는데 그 사람들 말을 들으니 거기서도 야영장까지 15킬로 정도 가야되며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돌아가자고 했다. 갈등이 생겼다. 이렇게 되면 코스를 이탈하는 것이 되는데 그렇다고 죽음을 무릅쓰고 가기는 싫었다. 비는 쏟아지고 그동안 내가 들었던 보험도 생각나고 아내와 아이들도 떠 오르고 오만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토토님은 오던 물길을 거슬러 가겠다고 했다. 나는 그것보다는 내가 발견하여 온 길을 가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여 그 길을 따라 돌아왔다. 오는 길은 왜 그리 멀게 느껴지던지. 더구나 길이 진행되다가 물가를 거치고 작은 바위 절벽으로 기어올라가야 하고 그나마 길이 보일 때는 다행이고 정말 어렵고 힘들었다. 한참 오다가 힘이 빠져서 마지막 남은 에너지겔을 먹었다. 물은 냇가에서 떠서 먹었다. 조금 지나니 기운이 회복되어 비척거리며 처음 물속에 들어갔던 곳에 도착했다. 토토님이 먼저 와서 상황을 말해주었기 때문에 운영진은 나머지 인원들을 도로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잠시 쉬고 있는데 토토님이 소시지 하나를 주었다. 그것을 먹고 기운을 내어 도로를 타고 야영지로 가기로 했다. 도로는 6킬로미터는 오르막 6킬로미터는 내리막이라고 했다. 힘이 빠지고 지친 상태에서는 이것도 만만치않은 거리이다. 은근히 토토님과 나는 차량으로 이동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피도 눈물도 없는 우리 운영진의 결정은 냉혹했다. -자전거로 이동하세요-
그래 좋다. 자전거로 간다.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조금 올라가다가 기어를 변속하는데 아까 계곡에서 미끄러지면서 자전거가 바위에 부딪쳤는데 그 때 드레일러 부분이 망가졌는지 체인이 튀고 미끄러졌다. 그래서 2단으로 놓고 올라갔다. 뒤에서 따라오던 송현님이 자기 라이트가 고장났으니 같이 가자고 했다. 마침 여분의 라이트와 배터리가 있어서 그분에게 드리고 자전거를 비비며 올라갔다. 한참 올라가다가 힘이 들어서 계속 끌바를 하다가 타다가 하면서 오르막길 정상에 올랐다. 그 다음 내리막길은 쉬운 길이었지만 비맞고 힘빠진 몸이라 추워서 온몸이 덜덜 떨렸다. 내리막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야영지에 도착하여 평상을 하나 빌리고 텐트를 쳤다. 비에 젖은 옷을 빨고 몸을 씻는데 토토님이 불렀다. 일행들이 닭을 삶았는데 같이 먹자는 것이다. 닭국물을 마시며 속을 덥힌 다음 텐트에 들어와 피로에 절은 몸을 눕혔다.
시간은 약 1시였다. 첫날의 랠리는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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