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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농사

목수2006.06.29 20:15조회 수 94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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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늘을 캤습니다.

뭐 농사를 본업으로 짓는건 아니고요
그저 조금 약 300평 정도의 밭에 이것저것 식구들 먹을만큼 짓습니다
바람한점 없이 푹푹찌는 날씨에 마늘을 캐려니 죽을 맛 이더군요
그래도 다 캐놓고 보니 흐뭇했습니다.

저는 한끼도 거르지 않고 밥 찾아 먹으며,
제때 거름한번 주지 않은 주인에 대한 원망도 없이
잘 자라준 마늘이 고맙더군요.

가끔(오늘도) 중학교 다니는 아들놈을
노동의 수고로움을 가르친다는 생각에
밭일을 시키곤 합니다.
오늘도 여전히 입이 댓발은 나와서
사먹고 말지 이놈의 농사는 힘들게 뭐하러 짓냐고 투덜거립니다.

하기야 이른바 빛의 속도에 살고 있는 아들놈은
그 흔한 경운기도 없이 삽과 호미만으로 농사를 짓는 애비가
이해될리 없겠죠.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후지에 열광하고
자본주의 논리 운운하는 친구들을 제가 이해할 수 없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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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땅의 정서를 알아야 인생의 깊은 맛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나이가 들수록 듭니다. 그걸 알면서도 아이들이 다 자라도록 땅을 제대로 밟아볼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가 됩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속에서 헤메다 집에 들어오면 타일과 비닐제품 바닥 위에서 지내며 여태 살아온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부럽습니다.
  • 목수글쓴이
    2006.6.29 21:03 댓글추천 0비추천 0
    청죽님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장사하랴(밥장사), 잔차타랴, 농사지으랴 힘들지만...
    사실 제 땅도 아니고 동네분 밭 조금 빌려서 짓고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 주말 농장을 찾아 보셔도 방법이고요
    단, 이일을 시작하면 잔차탈 시간이 줄어든다나... ㅋㅋㅋ

    오늘 마침 집에온 동생 조금 싸서 보내니
    나눠먹을 만큼은 안되는 군요
    마음만 보냅니다
  • 나눔을 받은 만큼이나 흐뭇합니다. 맛나게 드십시오.
    매 끼니마다 마늘 두 쪽만 꾸준히 먹으면 따로 보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항상 건강하세요.
  • 농촌 출신들이 정서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감성적입니다.
    자연을 멀리하는 것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의 큰 잘못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일을 시켜 보니 참 못하더군요.
    제가 근무하는 직장에 봉사활동 하러 오는
    중고생들 보면
    걸레 하나 제대로 빨 줄 아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일을 시키시고
    땀흘리는 즐거움,
    노동의 보람을 배우게 하는 일
    참 잘하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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