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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까기 중노동

靑竹2007.09.21 00:02조회 수 966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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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이라 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듯 보이는
딸아이를 데리러 야자가 끝나는 밤 열 시가 넘어야
정류장으로 데리러 가는데...

아이에게 풍족은 커녕, 기본적으로 해 주어야 할
혜택도 제대로 못 준 빈한한 아비인 내가
거짓말 같지만 아이에게 공부하란 말을 여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제 깐에는
학업에 대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아
지켜 보기에 안스럽기만 하다.

오후에 갑장에게서 기별이 와서 갔더니
마나님과 함께 주웠다며 차에서 밤을 꺼내 주는데
배낭으로 가득할 정도로 많이도 준다.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딸아이가 저녁에 가지고 온 햇밤을 담은 바구니를
내게 내밀며.."아빠..심심하면 이것 좀 까 줘" 한다.
"응? 그래그래...알았다"

그렇게 해서 한 알, 두 알, 조그만 과도로 속껍질까지
알뜰하게 다듬어 하사를 하는 족족 받아서
딸아이는 오도독오도옥  잘도 먹는다.

"에휴~ 못 살것다"

"엉? 아빠 왜?"

"야 이놈아..세상에..애비는 이제나 저제나
[이제 그만..아빠 드세요]소리가 나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벌써 열댓 개째
주는 족족 잘만 받아 먹으니
이 중노동을 하고 애비가 어째 살것냐.."

"와하하하하..."

"웃지 맛!!!"

"나처럼 똑똑한 딸이 아빠의 낙이 뭔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슴꽈"

"시끄럿~!!! (예리한 뇬...)"

"더 주랴?"

"응..푸헬헬..앞으로 세 개 만 더 주시고 아빠 드세용"

"지쳐서 세 개를 더 깔 수 있으려나 모르겄다.."





역시 햇밤은 날로 먹는 게 더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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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ㅋㅋ 재미있게 사시네요뭐~ ^^
  • 靑竹글쓴이
    2007.9.21 00:11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즐거움은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요^^
    서울 생활은 잘 적응하고 계십니까?
  • 아이들이 알아서 공부도 하고 하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수능 볼 녀석이 여자친구와 100일이라고
    꽃다발이나 들고 다니고....

    열댓 개나 까 주셨으면
    인내심 하나 출중하십니다.

    저는 그렇게 못하겠던데요.^^;;
  • 靑竹글쓴이
    2007.9.21 00:32 댓글추천 0비추천 0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 마음이 느껴집니다.
    제 딸애가 절 닮아서 그런지 영화광입니다.^^
    고3이 돼도 두루두루 영화는 섭렵하더군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시민권을 갖고 싶었던 저인지라
    그냥 내버려 둡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아는 집에 들러
    배낭을 열고 선물로 받은 햇밤을 쏟아 주고
    남은 게 위의 사진입니다.

    요즘 밤이 어찌나 많은지
    다람쥐도 청설모도 처치하기가 곤란한 모냥입니다.ㅋㅋ
  • 저는
    제 입에 넣을것
    까기도 귀찮아
    안 먹습니다 ^^;;
  • 靑竹글쓴이
    2007.9.21 00:34 댓글추천 0비추천 0
    ㅋㅋㅋㅋㅋ 목수님도 참..
    사실 비밀인데요..
    저는 딸애가 오기 전에 마누라가 까 주는 밤을
    스무 개는 먹었을 겁니다..푸헬헬..
  • 음~~저도 제입에 넣을것 까기 귀찮아서 안먹습니다^^;;
    사과,배도 마찬가지 입니다.
    음~꽃게,조개도 마찬가지 입니다...;;
  • 아아~~~예전기억이...큰댁이 합천인데...산 하나가 전부 밤나무라....추석때 가면 의무적으로 비료푸대 4개분은 따고 까야한다는.....
    ^^*)
  • 오늘 회사에서 생밤을 먹었읍니다
    보고픈걸님이 챙겨주신 밤을 회사에 가져가서 혼자서 먹었는데~~
    엄청 맛있더군요....삶은 밤 보다도 군밤 보다도....더 맛있더군요
    청죽님....몇개 던져 주시죠^^
  • ㅎㅎ 맛있겠어요 ~~
  • 청죽님! 따님이 공부를 잘 하나 봅니다. 고3인데 10시경 귀가하면 아주 빨리 오는 거죠...
    저는 아들이 고 2인데 디자인 공부한다고 늦으면 밤 11시 반. 빠르면 10시경에 귀가하죠.
    딸이 중 1인데 3일 정도는 11시 넘어서. 다른 날은 10시경 집에 옵니다.
    그러니 어쩌다 한번 컴퓨터를 잡으면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은 컴에 푸욱 빠지고 말죠.

    제가 제일 먼저 자는 편인데 11시 20분에서 45분 경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 정말 불쌍하지요... 모두가 대학은 가야지... 졸업한다고 해도 취업은
    보장도 없지요...

    청죽님! 요즘 비가 내려서 전철을 타고 퇴근하다 보면 전철 안에서 밤까는 가위파는 양반이
    있는데 3,000원 하더 군요... 밤 좋아 하는 분이라면 하나쯤 사다가 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저도 충청도 촌놈이라 제수용 밤만 아니라면 그냥
    쪄서 카로 반으로 쭉 쪼개서 대충 까먹는게 제일 편하더군요...

    뭐 산에 가면 생밤 주어서 그냥 대충 쪼개서 발라 먹으면... 속껍질이 약간 떫긴 해도 그냥
    먹을만 하지요... 밤이 좋으면 떫은 맛이야 다 커버가 되는 거죠 뭐...

    즐거운 추석 명절을 보내시길 빕니다...
  • 밤 쉽게 까는 요령을 얼마전에 봤는데요
    팔팔 끓는 물에 10분정도 담갔다가 까면 잘 까진다는데
    그럼 익어버리는게 아닐까 하는데 ...................
    뭔 말 하는지.....함 해보시구 알려주시와요. ㅎㅎ
    그리구 까논 밤은 물에 담궈놓으면 갈색으로 변하는걸 막을 수 있댑니다.
  • 늙은 호박 1통속의 호박씨 닷새걸려 몽땅 까봤습니다.
  • 밤....가장 한국적인 과실이지요
    누구에게나 많은 추억이 깃들어 있는...

    한겨레 신문을 구독하시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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