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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숙자 이야기...

무한질주2007.10.22 01:57조회 수 1462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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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었습니다.

12시가 넘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한강을 따라 돌아오다 한강대교 북단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벤치에서 잠을 자고 있는 한 사람이 있더군요..

하필이면 그 날따라 엄청 추워진 날이었더랩니다.

왜, 요며칠간 날이 굉장히 추워졌잖습니까.

그래서인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다가가 깨웠습니다.

"아저씨 ~ 이런 데서 주무시면 큰 일 납니다 ~ ~ 어디라도 안에 들어 가세요 ~ "
(홀릭님, 얼마전 라이딩 중에 제가 불렀던 노래 기억나시나요? 자우림의 '이런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라는 노래였죠.. )

그런데 그 분이 아무 말도 대꾸가 없더군요..

밤이라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피부톤도 거무스레한 것이 혹 동남아쪽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해서 영어로도 물어보고, 우리말도 해 보고, 계속 말을 시켜 보았지만, 대꾸도 없고, 다른 곳으로 갈 생각도 없이 그저 벤치에 앉아만 있더군요..

그렇다고 그 추운 밤에 강변의 벤치에 그냥 두고 가기는 영 거시기 해서, 어찌할까 고민을 하다가 경찰에 연락을 했습니다.

일전에 부랑자들을 데려다 하루밤 재워서 돌려 보낸다는 걸 얼핏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유치장 비슷한 곳에 하루밤을 보내겠지만, 강변에 쌀쌀한 바람부는 곳보다야 낫지 않겠나 싶더군요..

또 한 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혹시 불법 체류자라면 괜시리 경찰에 연락해서, 한국땅에서 제대로 벌지도 못하고 거지같은 생활하다 강제로 쫓겨나게 되는 건 아닐까? 불법체류가 불법이고 잘못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인정상 그리되는 것이 달갑지는 않더군요..

여튼 그대로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찌할 도리도 없어 경찰을 부르고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경찰이 오는 동안 물도 건네어 보고, 담배도 하나 건네어 보았지만, 모두 거절하더군요..

아마 꽤 오랜동안 세상과는 단절된 생활을 한 사람 같았습니다.

얼마간 기다리자 경찰이 오고, 사정을 설명했더랩니다.

그런데, 경찰분들의 대처가 저는 조금 이해가 안 되더군요.. 마치 노숙자인 게 뻔 한데 이런 걸 가지고 신고까지 하고 그러나... 하는 느낌이 살짝 풍겨 오는 겁니다. 그러더니, 데려가지도 않고, 이리저리 말을 시켜 보더니, 용산역 옆에 가면 쉼터가 있으니, 거기로 가라며 쫓아 버리더군요.

저는 용산역 옆에 쉼터가 있다길래, 그 경찰분들이 노숙자를 데리고 쉼터에라도 데려다 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대꾸도 없는 사람에게 알아서 그 쪽으로 찾아 가라며 쫓아 버린 것이었습니다.

경찰이 두 명이 왔는데, 그 중 한 분은 경찰차에 태워서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다른 한 명이 이내 눈치를 주더니 그냥 걸려서 보내더군요..

물론 저도 기차역이나 지하도 같은 곳에서 노숙자를 봤다면 그저 무심히 지나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추운 밤에 쌀쌀하게 바람부는 강변에서 아무리 노숙자라고 한들 어찌 그냥 지나칠 수가 있을까요..

제가 괜히 노숙자까지 신경쓰며 소위 오바를 한 것일까요??

그 때 그 사람이 그저 평범한 노숙자인지, 불법체류자인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합니다만, 추운밤 대꾸 한마디 못 하는 그런 사람을 그저 쫓아보내는 경찰의 모습.. 이게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쉼터까지라도 차에 태워 데려다 주는 거라도 기대하고, 어쩌면 집이라도, 가족이라도 찾아주길 바랬던 제가 너무 많은 걸 기대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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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의 사고 (by 규아상) Copying B.. copy paste (by image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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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네요.
  • 경찰분들의 고충도 있을 것입니다. 너무 탓하지 마세용....
  • 2007.10.22 09:00 댓글추천 0비추천 0
    고속도로 무슨 휴게소라고 하던대 거기서 난동부리는 노조원들을 경찰에 신고하니까 너무 난폭하게 기물을 때려부수는 사람들을 경찰관2명인가가 어찌 할바를 모르고 구경하다가 얻어터지는 모습과 어제는 교도소에서 교도관을 죄수가 때려 숨지게 하는 사건 교도관들을 괴롭히는 죄수들을 보니 공권력이 많이 추락했다는걸 느꼈지만 어떻게 보면 자업 자득일수도 있고 범죄자들 인권 운운하는게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시기 상조인거 같기도하고 참 씁씁합니다
  • alcst님 말씀에 동감.
    외국처럼 공권력에 대한 폭력은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권력의 남용과 횡포로 인한 수많은 부작용들을 겪어왔지만 이제는
    그러지는 않을거라 생각됩니다.
    외국처럼 경찰에게 정당하지 못한 폭력을 휘두르는 범죄자에겐 경찰봉을
    쓰거나 총기 사용도 허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범죄자의 인권보다는 그 범죄자로 인해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를 입을 위험에
    놓여진 사람들의 인권이 우선시 되어야 하겠죠.
    범죄자의 인권은 그 다음에 고려해야할 부분인것 같습니다.
  • 당연히 무고한 시민과 피해자들의 인권이 있고나서 범죄자들의 인권을 생각할까 말까해도 이해가 될까 말까인데, 시민과 피해자들의 인권은 어디가고, 범죄자들의 인권 이야기가 나오는지...
  • 무한질주글쓴이
    2007.10.22 13:41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저 한 노숙자의 이야기와 안타까운 마음을 이야기했는데, 범죄자들의 인권 문제까지 번져 버렸네요.. ^^;;
  • 2007.10.22 14:36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도 그런적 있는데 .. 그래서 경찰하고 말을 하게 됐는데 경찰들로는 할수 없는 문제 같아요
    사회문제이지 사회적문제 같아요 노숙자 불쌍하다 많은 힘들사람들이 희망고 같고 사는 사회가......
  • 따스한 마음에 아침일찍 선착순으로 댓글달다 말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런마음을 갖고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아무나 할수있는 마음이 아닙니다.
  • 거기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신고의 종류는 무엇이나 가능합니다.
    수도물이 나오지 않는 것도 신고를 할 수는 있죠.
    그러나 엄격하게 말해서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

    무한질주님이 신고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출동한 경찰관들이 좀 더 따스한 마음으로 대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행려병자에대해서는 행정기관에 인계토록 되어 있지만
    단순히 노숙자라면 처리할 기능이 마땅치 않습니다.

    아마 그래서 그렇게 처리하지 않았나 생각되구요.

    오늘도 교육을 받고 왔습니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인권이란 범죄자에게만 있는 것 같은 감이 있습니다.
    피해자나 그를 수사하는 경찰관의 인권은 비교적 강조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구요.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을 향해서 달리고 있는데
    피의자나 피해자, 경찰관 등의 인권이 같은 무게에서 다뤄질 날이 곧 오겠지요.

    과거 군사정권시절
    떳떳치 못한 분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당근으로 준 자유란 것이 잘못 발전되어진 면도 없다고 할 수 없죠.
    정부에 반대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애국이나 양심이 되던 시절은 지났으니
    이제는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 서로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권리와 의무가 같은 무게로 인식되는 사회
    그런 날은 우리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당겨질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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