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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노숙자...

십자수2007.12.14 05:57조회 수 1586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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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루한 노숙자는 없습니다.
겉만 깨끗하면 그 사람이 노숙자인지 환자 보호자인지 모를 일이지요.

근데 한 보름여 전부터 노숙자로 보이는 어르신 한분이 보이더군요.

연세는 약 60~65세 정도의 남자 어르신

복도에 지나다닐때 어떤때는 새우깡도 드시고 계시고 주로 과자 부스러기나 빵 등을 드시는걸 봤습니다.

차림행색은 바지는 두껍지는 않으나 내복을 입은 것으로 보이고 위는 내복에 두툼한 남방차림입니다.

약간 헝클어진 누워자다 일어나면 그런 상태...
그러나 짧아서 그런지 지저분해 보이진 않습니다.

안색은 약간 창백하고 얼굴엔 체념을 간직한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그 미소는 기쁨이 아니고 분명 체념과 허탈한 의미의 그런 모습이지요.

며칠 그렇게 지켜 보다가 말을 걸어 보기로 합니다.
왜 병원에서 주무시느냐고? 가족들은 없냐고...

딱 한마디만 하시더군요...
"지금은 겨울이라 밖은 추워서 나같은 노인네는 얼어죽어..."

가족들을 묻는 질문엔 그저 허탈한 미소만 지을뿐 답이 없습니다.

식사는 어떻게 해결 하느냐고 묻자...대답이 없습니다.

해서 두어번인가? 세번인가? 야식으로 나온 도시락을 드렸더니 고맙다시며 로비 한켠에 자리잡고 드시더군요.

저야 뭐 밥을 따로 타와서 김치 등등에 먹으면 되기에 도시락이나 빵 등이 나오면 근무자 중 꼭 안먹는 사람이 한사람은 나옵니다.

아침 되면 버리게 되지요. 물론 저같은 경우엔 절대 음식 버리지 않는 주의라 남은건 집에 가져가서 먹기도 합니다.

그래왔는데... 어젠 안보이시는겁니다.

혹시나 해서 병원 로비를 찾아봐도 안보이시고 보통 본관에서 응급실로 통하는 긴 복도에 계시곤 했는데... 어디로 가셨는지 추우실텐데 잠바 하나 걸치지 않고...

다음 출근할땐 허름하지만 집에 있는 낡아 안입는 오리털 잠바라도 가져다 드려야겠습니다. 폼은 안나지만 남방차림보단 따뜻할테니...

걱정이 되는건...에이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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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 십자수님...
    주로 눈팅만 하는 사람입니다.
    맘이 참 따스하신 분인 것 같아요.
    즐거운 하루 예감입니다. ㅎㅎ
  • 십자수님처럼
    따뜻한 분이 계셔서
    겨울이 춥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오리털 잠바까지 전해 드릴수 있으면 더 좋으련만...
    덕분에 기분좋아지는 아침입니다
  • 생각외로 불쌍한 사람들 많습니다.
    나이 들고 일할 기력이 없는 분들은 안타깝고
    젊은데도 일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을 향해서 또 사회를 향해서 화가 나는 것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좋은 일 하셨군요^^
  • 쌀쌀한 날씨였는데 .
    따스한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로긴없이 눈팅만 하는데 ...^^
    아침에 먼 일 있나 들어왔더니 따뜻한 십자수님 맘을 느끼며
    그 노인분이 궁금해 지네요.
    십자수님 오늘도 건강한 하루되세요.^^
  • 수년전에 일부러 서울역앞 지하보도에서 노숙자분들과 하룻밤을 지새우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적이 있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분들중 대다수가 가족이 버젓이 있다는거였죠.
    사업이나 장사를 하시다가 빚쟁이 등쌀에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않기위해 숨어다니다가 노숙자가 되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 십자수님 따뜻한 글 읽고 갑니다.
  • 길지 않은 글 몇줄을 읽고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 그런 나이드신분들 보면 측은해집니다. 지하철 7호선<강북-상행>을 타고 군자에서 5호선을 갈아타려면 긴 복도?를 지나게 되는데, 그 복도 중간쯤에 항상 어떤 할머니가 앉아서 껌을 파십니다. 저도 눈썰미가 있는 편이라, 가끔 강남을 갈때면 극장 건너편 버스정거장에서 본듯한 인상인데, 지하철로 자리를 옮기셨나 생각이 드네요. 강남에서 봤을땐 몸빼바지를 입으셨는데도, 다리에는 뼈밖에 안남은것이 확연하게 보였습니다. 강남에선 얼마안되는 우유랑 빵을 드린적이 있었는데, 몇푼이라도 버실라고 하는 노력에는 많은분들이 도움을 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노인을 보면서 생각하는게 '자식들이 없나?'입니다.
  • 흠........ 역쉬........짜수~~~^^
  • 고맙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졌읍니다.
  • 글을 읽으며 상황이 눈에 그려집니다.

    감사합니다..
  • 십자수님 참 고마우신 분 입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 감사합니다.
    쌀쌀한 제 가슴에 불씨를 피워놓으셨네요..
  • 정말 오랫만에 들어와 봤는데 여전하시군요.
  • 따듯하신분이네요..... 뭔가 항상 배워가는듯한 느낌이...
  • 십자수글쓴이
    2007.12.17 22:22 댓글추천 0비추천 0
    에이구 뭔 대단한 일도 아닌데 이렇게까지나 ...

    근데 오늘도 안보이십니다. 흑~~! 밖에 추운데...

    댓글 주신 분들도 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들입니다.

    고맙습니다. 꾸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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