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에 걸쳐서 근무중입니다.
어제는 주간근무, 오늘은 야간 근무중이죠.
이 직업에 근무하면서
제대로 명절이나 중요한 날을 지내 본 적이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저야 뭐 기독교인(날나리, 이런 말 했다가 어떤 분에게 혼났습니다.
그 분은 요즘 뜸하시네요^^)이니 차례를 지내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어른들은 중요한 날 오지 못하는 제가 안타까운 모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아예
'안 오겠거니' 하는 분위기입니다.
산아지랑이님 자제분의 대학 입시가 궁금하여
아래 글에 안부를 여쭸더니
대기번호를 받아놓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시네요.
저희 아들도 작년 이맘때
사대 대기순번 2번을 받아 놓고
조마조마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 녀석이 지난 1월 중순 입대를 하였습니다.
몸이 약하고 철이 없는 녀석이라
걱정이 되었는데 입대하고 다음 주,
장정소포가 오고 그 소포속에 편지 한 장은
더군다나 걱정하던 마누라에겐
또 눈물 바다를 이루게 하는데 충분하였습니다.
군대가 좋아져서 훈련에 들어가자 마자
소대원들과 찍은 사진을 올려주고
그 때부터 온라인상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서
저는 두 번, 마누라와 딸내미는 각각 한 번,
마누라는 별도로 손으로 쓴 편지를 보냈었습니다.
워낙 체격이 작아서
걱정했는데 소대원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니
키가 작은 순서로 열 손가락에 들 정도입니다.
장정소포와 나중에 또 한 번 온 편지에는
아직 부모 형제에 대한 그리움이라든지 하는 것이 적은 것을 보면
아직 군인이 덜 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녀석이 편지마다 쓴 것은 자기 여자친구에게 '소식을 전하라.'는 것입니다.
부모보다는 여자친구를 챙기는 것을 보면
씁쓸하군요.
군대도 설 명절에는 훈련을 쉬는 모양입니다.
어제 오후에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는군요.
제 처가 받으니 걱정을 말라고 하면서도 전화에 대고 울먹이더랍니다.
아직 군인이 되긴 멀었나 봅니다.
저는 군대와 가까이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 관할에 검문소가 있고,
평소 의경들을 많이 만나서 그들의 군대생활에 대하여
'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제가 보는 녀석들이나
저희 아들이나
우리가 보면 한심한 녀석들이지만
그래도 그들을 믿어야 되겠지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사나이가 되어서 돌아 올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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