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받고 싶은 모습 "아버지와 아들" 중에서

imageio2008.07.28 12:45조회 수 677댓글 3

    • 글자 크기


얼마 전 감명 깊게 읽었던 "아버지와 아들" 중 자전거가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마음일 터인데.. 정말 저렇게 실행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죠!

여름휴가철 한 권쯤 사들고 어딘가에서 읽기에도 전혀 아깝지 않은 책입니다. ^^)


- 열네 살의 초상

   열네 살 무렵 피난지 대구에서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동네에서

학교까지는 먼 거리라서 걸어서 한 시간 넘게 가야 했다. 아이들은 자

전거를 타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자전거를 사

달라고 할 형편이 못 되었다. 우리 가족은 방 두 개를 세 들어 살고 있

었다.

   어느 날 주인집 아저씨가 은빛 찬란한 자전거를 사서 마당에 세워

두었다. 한밤 마당에 나가보면 달빛에 젖은 자전거는 마치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버릇처럼

마당을 기웃거렸고 자전거가 있으면 만져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였다. 마당에 놓인 자전거로 다가갔다. 갑자기

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도 보는 이가 없

었다. 자전거를 끌고 길로 나왔다. 탈 줄을 몰랐다. 핸들을 잡고 그냥

끌고 다녔다. 한 친구가 오더니 나에게 타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동네 옆 형무소 담장 옆에 넓은 길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친구는 뒤

에서 자전거를 붙잡고 나는 핸들을 잡고 페달을 밟았다. 몇 번 이렇게

하다가 페달을 밟고 있는데 허전했다. 친구가 손을 놓은 것이었다. 당

황해서 비틀거리기 시작하였고 얼마 가지 않아 넓은 길에서 벗어나 어

느 가게 안으로 들어가 박혀버렸다. 자전거 앞바퀴가 가게 안 벽에 부

딪쳐 휘어버렸고 가게 안의 물건들은 산산이 흩어졌다. 가게 주인 아

저씨는 내 멱살을 잡고 집을 물었다. 친구는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가게 주인에게 끌려 집으로 왔다. 집에 들어서자 낮인데 아버지가

와 있었다. 아버지는 가게 주인에게 사과를 하고 가게 주인과 밖에 나

가 무어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돌아왔다. 아버지는 자전거를 둘러메고

나갔다. 한참 후에 집주인이 왔고 "자전거를 도둑맞았다"고 소리를 쳤

다. 나는 방 안에 숨어 가만히 있었다. 얼마 후 아버지가 돌아와 주인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는 방에 들어왔지만 나에게 꾸중

도 하지 않았다. 사건은 이것으로 종결이 났다.

   다음날 오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큰길가 자전거포

앞을 지나는데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놀라 가게 옆 문 뒤에

숨어서 안을 보았다. 아버지는 자전거 고치는 값이 없어서 며칠 후에

드린다고 통사정했고 주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아버지니까 봐 드린

다고 했다. 아버지는 고친 자전거를 끌고 나와서 집으로 향했고 나는

전봇대 뒤에 몸을 숨겨가며 따라왔다. 그날 밤도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견딜 수 없어 “아버지, 잘못했어요” 하고 빌었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괜찮다. 얼마나 타고 싶었겠니” 하였다.

   나의 잘못을 용서해준 아버지의 마음은 내가 사람과의 교섭에서 참

다운 관계가 어디에서 싹이 트는가를 알게 한 첫 출발이 되었다.

2007, 대산출판사: 박목월, 박동규 저 <아버지와 아들> p187~189

본문은 출판사와 연락하여 사전동의를 구하고 올렸습니다. "책 이름과
출판사를 밝히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책'이라는
매체로 나머지 부분도 여유있게 읽어보심을 권합니다.
요즘 쪼금 다쳐서 책 읽을 시간이 많습니다~ ㅜㅜ


    • 글자 크기
오늘 출근길.. 하늘이 돌더군요. (by junmakss) 정말 초보자가 구매할려니 힘듭니다. 조언부탁드립니다. (by jplaza)

댓글 달기

댓글 3
  • 시인 박목월씨와 그 아들 박동규씨 사연인가 보네요.
    이 부분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 수년 전 아침이면,
    모 방송사의 *****프로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시곤 하셨었죠.
    박동규님의 어린시절 아버지 박목월님과 어머니에 관한
    가족사랑과 힘들었지만
    그 주변에 사는 동네 사람들이라든가,
    가슴의 영혼을 적셔주는 좋은 글들이 많지요.
  • 사소로운 내용 같아도 지식있는 분들 많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2865
179059 [펌] 2MB의 솔직한 심경9 굴리미 2008.07.28 1156
179058 한번 타면.. 쉬지 않고 얼마나 타시나요??11 verex 2008.07.28 1359
179057 트루 드 프랑스 shnah0423 2008.07.28 943
179056 수동+전동 자전거2 wonskcho 2008.07.28 950
179055 어제 일요일 지산리조트에 오신 다운힐러분들...9 노바(이전무) 2008.07.28 1313
179054 강북에서 행주대교 넘어 오기가 너무 위험하네요...5 verex 2008.07.28 833
179053 오늘 출근길.. 하늘이 돌더군요.3 junmakss 2008.07.28 754
본받고 싶은 모습 "아버지와 아들" 중에서3 imageio 2008.07.28 677
179051 정말 초보자가 구매할려니 힘듭니다. 조언부탁드립니다.3 jplaza 2008.07.28 584
179050 유일신이론..7 sancho 2008.07.28 769
179049 시간의 빠르기6 구름선비 2008.07.28 630
179048 남산 전망대 올라가는 언덕 각도가 변했나...6 sancho 2008.07.28 1424
179047 허걱!!83키로6 산아지랑이 2008.07.28 1066
179046 응원에도 불구하고...2 Abra_Ham 2008.07.28 589
179045 올림픽축구 대표팀 골키퍼의 선제골 ^^2 funypark 2008.07.28 949
179044 어제 한강에서 격은일10 zigzag 2008.07.28 1157
179043 새신을 신고 뛰어 보자 팔짝...3 rampkiss 2008.07.28 900
179042 다 자는 한밤중에3 십자수 2008.07.28 689
179041 알바 후 운동장에서 연습을...ㅋ1 ultrahakyung 2008.07.28 630
179040 이 게임음악을 아시는분은 매니아..4 sura 2008.07.27 586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