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을보단 좀 더 대비되는 여름과 겨울 중, 어느 계절이 더 좋은가 하는 질문은 자칫 응답자의 간사함을 유발한다. 난 그냥 코앞에 닥친 계절을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확신까지는 아니다. 어쩌면 변덕을 숨기기 위한 처방일지도...(지난 겨울 눈이 수북했던 화야산에서)
아무리 폭우가 내려도 잔차질을 그쳤던 날이 없었는데
최근의 두어 해는 간혹 비를 피하고 있는 제자신을 보게 되네요.
나이 탓인가 봐요.
(진눈깨비에 홀딱 젖은 채로 세 시간을 넘게 달려도 보았는데 흑흑.)
비를 무척 좋아해서이기도 했지만
"세상에, 이런 날에 미쳤어 미쳤어."
하며 혀를 내두르는 마누라의 걱정을 뒤로하고
잔차를 끌고 빗속으로 대차게 뛰어드는 기분이란
엄하디 엄하기만 하셨던 아버님의 먼 출타를 틈타
묵직한 썰매를 메고 한참을 걸은 끝에
너른 논에 물을 대서 얼린 천연스케이트장에 막 들어서던
개구장이의 벅찼던 가슴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었죠.
오늘은 종일 비가 내리고 있네요.
컴컴한 새벽에 자출하다 한양대 인근 갈대숲이 있는 곳에서
두 바퀴가 물에 다 잠기는 바람에 생긴 부력 탓에
중심을 잡기도 힘든 상황에서 오리가 발을 놀리듯
페달질을 하기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장안동 근처를 지날 무렵,
물 반, 뻘 반으로 뒤범벅된 중랑천길을 달릴 그 당시
이른 새벽이라 아직은 컴컴할 때였는데
빗물펌프장에서 한양대쪽으로 내려가면서 보니
전방에 하얗게 보이는 게 물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길에 뭐가 저렇게 하얗게 깔린 거지?'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촤아아아악'하면서 입수를 시작했을 때는 이미 늦어
그냥 잠수라이딩으로 가기로 작정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었던 건
50여 미터 전방에 헬멧을 쓴 채
앞서서 잠수라이딩을 하는 라이더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고 기뻐했던 일입니다.
(불어난 비에 죽어 떠다니는 쥐도 세 마리나 보았음)
작년 여름엔 줄기차게 주말만 골라 비를 뿌렸던 기억이 나네요.
느낌이지만 비가 내리는 양상이 예전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도 들어요.
지구온난화 탓인지 어떤 때 보면 꼭 스콜처럼 뿌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자연 속에 묻혀 싸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저로선
계절이 뿜는 열기와 때로 구질구질할 정도로 내리는 비마저
불편해할 마음은 그다지 들지 않습니다.
자연을 살찌우는 에너지니까요.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빗속으로 맹렬하게 뛰어들어야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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