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적응하기 힘들었던 비릿한 과메기가
이제 겨울이면 찾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집안에서 나밖에 먹을 줄 몰랐던 과메기라
한 상자 들여놓으면 베란다에 보관해 놓고
매일 저녁 다섯 토막(두 마리 반 분량)씩 꺼내서
야금야금 먹다 보면 일 주일은 거뜬했는데
이 독점적 지위가 요즘 무너지고 말았다.
성인이 된 아들놈이 문제아로 등장한 것이다.
이놈이 성인이 되면서 대주가이신 제 할아버지를 빼닮아
술을 상당히 즐기는 모양새였는데
그러다 보니 평소 입이 짧은 편이었던 녀석이었지만
술에는 안주가 따르게 마련이라
못 먹던 음식들을 하나 둘 정복하게 되면서
급기야는 과메기의 영역까지 그 지평을 넓히게 됐던 것이다.
"그참, 되게 고소하네요. 예전엔 왜 이 맛을 몰랐지?"
젠장, 감마선이 달무리 얼룩진 금잔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과메기에 관한 한 독점적 지위를 구가하던
이 청죽에게 소주란 놈은 대단히 만족스럽지 못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겠다.
(이거 내가 아비 맞아?)
험, 아무튼 올겨울 벌써 과메기 3상자째인데
두 번째는 청어로 만든 과메기였는데 확실히 맛이 달랐다.
꽁치 과메기와 청어 과메기의 맛을 어떻게 비유하면 좋을까?
음, 아마도 꽁치 과메기가 철부지의 풋사랑이라면
청어 과메기는 지고지순하고 고상하고 농익은
참사랑의 맛이랄까?
아무튼 과메기 한 상자면
일 주일 넘게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 있었는데
나와 배터지게 먹은 다음 날 아들놈이
"아부지 과메기 남은 거 오늘 다 없애죠?"
하면서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는 꼬라지를 보니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 횡설수설.....
비록 짧은 구간이지만 도로다이어트를 통한 자전거도로가
집으로 가는 길에 만들어진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사진을 올려
의정부시청을 칭찬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오늘 실망했다.
뭔 눈들을 자전거도로로 다 밀어서 쌓은 게야? 어쩌라구?
가뜩이나 약자에 한없이 냉혹하고
강자에 한없이 관대한 이 망할놈의 사회를 닮았던가?
반대 쪽 자전거도로가 없는 벽으로 눈을 밀어도 될 것을
어쩐지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가 않았다.
어쩌면 자전거도로를 만든 게 일종의 생색내기 행정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요즘 딸아이에게 철학이 빈곤한 녀석이라고 놀린다.
이유는 이렇다.
전공과목 여섯 과목이 올 A+인데 이 녀석이 평소 철학과목에
호기심이 있어 번외로 강의를 신청해 들었는데 그 과목에서
그만 B+를 받는 바람에 퍼펙트를 놓친 것이다.
철학이 빈곤한 녀석이라고 장난삼아 놀리긴 하지만
한편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줄 아는 녀석이 기특해서
칭찬을 해 주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런데 참으로 궁금한 건
고교때는 그렇게 공부를 하지 않던 녀석이
대학에 들어가더니 죽기살기로 공부를 한다는 사실이다.
아마 이런 모습이 정상일 테지만....
매서운 추위에 중랑천을 달리고 나서 단골 샵에 들르면
쥔장이 내 주는 종이컵에 담긴 이 따끈한 커피 한 잔은 대단한 위안이다.
건곤에 백설이 만하야...(언제 다 녹누?)
죽은 듯 말라보이는 앙상한 가지들이 맹추위 속이지만 가로등 불빛에
온기를 머금은 듯한 착각이 든다. 갈수록 체감하는 세월의 속도는 빠르다.
저 죽은 듯 보이는 가지들에도 금세 새 잎이 돋아나렸다?
날씨가 어지간히 추워도 발이 시려운 줄 모르는 체질인 내가
발이 시큰해지는 걸 보니 어지간히 춥긴 추운 날씨인가 보다.
겨울이 농익고 있다.
자전거가 좋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