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습니다.
어느 직장에 근무하던 다 마찬가지겠지요?
꿈속을 헤매다가 깨어 났는데
불현듯 오늘이 쉬는 날이고 이 아침에 출사를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랴부랴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기고
주차장으로 내달렸습니다.
오늘 행선지는 두물머리와 조안면이 내려다보이는 소화묘원입니다.
옛날 이 동네에 근무하였고 자전거를 타고도 한 두 번 가 본 곳이라
눈에 익은 풍경이지만
이 아침,
먼동이 트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시간을 보니 해가 뜨려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공연히 마음이 바빠지고 하늘을 자주 쳐다보게 됩니다.
라디오를 켰더니 초계함 소식 끝에 날씨가 나옵니다.
전형적인 개인 날씨라는군요.
하늘을 쳐다봐도 날씨는 맑은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소화묘원은 천주교인들의 묘지입니다.
묘원에 오르면 팔당호가 한 눈에 보입니다.
가까이는 능내, 마제로부터 멀리는 두물머리와 광주쪽도 보이는 풍광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장착합니다.
먼 동쪽, 양평쪽 산봉우리 위가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난다고 해서 두물머리라고 하는데
강에 인접한 동네라서 안개가 자주 낍니다.
일출 사진은 잘 되지 않을거란 판단이지만 손은 바쁩니다.
매일 보는 태양이지만 이렇게 보면 더 아름답습니다.
눈은 먼저 양수리로 갑니다.
막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양수리 두물머리의 반도 부분이 아름답습니다.
두물머리 느티나무 쯤의 모습이 보입니다.
잠결에 바쁘게 나오다 보니 장갑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강변 언덕의 안개를 날라오는 바람은 춘삼월인데도 겨울 못지않습니다.
손을 가랑이 사이에 넣고 비벼도 보고, 팔짱을 끼워 보기도 하지만 마디가 아리고 아픕니다.
안개가 도와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장 건져 보겠다는 마음과,
손도 시린데 그냥 갈까하는 갈등이 있습니다.
북한강쪽,
그러니까 수종사 방향을 한 번 살핍니다.
삼익아파트가 희미한데 눈으로 보는 것만큼만 사진에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족자섬은 어떤지 봅니다.
언젠가 다큐멘터리에 보니까 무인도인 이곳이 여러가지 조류가 와서 머무는 곳이더군요.
두물머리 느티나무 너머,
작은 원형의 섬이 까마득합니다.
렌즈 딱 두 개,
그것이 내 똑딱이만 간신히 면한 디카 장비의 전부입니다.
비싼 카메라 메이커의 렌즈를 살 수 없어서 그냥 가격대비 성능이 괜찮다는 써드파티 렌즈를
구입했습니다.
먼 풍경,
특히 해를 바라보고 찍는 사진은 노출이 중요한데 이눔의 카메라가 촛점이 왔다갔다 하며
속을 썩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있는지 모릅니다.
시린 손을 호호 불며 촛점맞추랴 노출에 신경쓰랴
누가 시킨다면 이 짓을 하지 않을 겁니다. ㅎㅎ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 쪽은 이렇습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찍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풍경은 두물머리방향 밖에 없습니다.
다른 방향은 철탑과 전선, 비닐하우스 등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두물머리 뒤로 떠 있는 원형의 작은 섬에서부터
마제마을 초입까지 온통 붉은 색인데
노출이 심상치 않아 브라켓팅을 합니다.
그 중에 하나 건지겠지요.
망원렌즈를 꽂으면 카메라가 달달 떨립니다.
여유가 있다면 조금 기다렸다가 카메라가 덜 흔들리는 시점에 셔터를 끊겠지만
손은 시리고 해는 점점 뜨고 그냥 찍기로합니다.
역시 이 장면 밖에는 없습니다.
나중에 보니 수평이 맞지 않는 사진이 많습니다.
또, 카메라에 먼지가 들어갔는지 오른 쪽 아래 부분에 검정 티가 보입니다.
그게 저의 한계이지요. ㅎㅎ
저도 게을러서 포토샵을 잘 쓰지 않습니다.
그렇게 아까운 사진도 없었구요.
석양이나 일출이나 다 금빛인데 오늘 금빛은 안개 때문에 좀 모자란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마귀가 한 마리 날아갑니다.
조리개를 너무 조여 놓았으므로 안될 것을 뻔히 알면서
삼각대째 카메라를 돌려 봅니다.
"괜히 했어!! 괜히 했어~~"
티가 있는 것이 아래 뿐이 아니군요.
두 군데나 더 있네요.
집에와서 불어내고 다시 찍어보니 없어졌습니다.
설마 더 있지는 않겠지….
하지 않던 뽀샵질을 해 봤습니다.
사진의 수평이 3도나 비뚤어져 있고 색상도 좀 부족해서 조금 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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