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천호동 쪽에 볼일이 있어 지하철을 탔습니다.
천호역에서 전동차가 멈출즈음 창밖 건너편의 한 남자가 눈에 익습니다...
"어데서 많이 본 얼굴인데...??"
지하철 창문 사이로 서로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유리창 너머의 남자는 미치도록 출구 계단을 향해 뛰기 시작합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3년전...군바리 시절...
윤...고참은 PX에서 빼돌린 술을 옥상에서 매일같이 마시다가 새벽 2시만 되면,
어김없이 절 깨워 화장실로 불러 정신없이 매일 한시간 씩 때리던...
갈비뼈에 금이 가게 만들었던, 참으로 지독했던 고참이었습니다.
윤...고참은 원래 외신 언론사에 있던 아버지의 빽으로
일주일에 2번만 출근하면 공무원들이 알아서 출결처리해주던 신의 아들급 공익이었는데
소집해제 한달 남겨두고, 근무시간에 술먹고 극장에서 사람 패다가 경찰에 검거...
빨간줄 긋는(교도소 가는) 대신에 현역으로 끌려온 아주 불쌍한 고참이었습니다.
그의 주활동 무대는 인천인데...13년 만에 게다가 생뚱맞게 함박눈 내리는 오늘, 천호역에서 조우하다니...
과거의 일이라 기억도 못하고 있었는데, 스스로 놀라 도망가는 그의 모습을 보고 옛 기억이 되살아 났고 또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그 때는 참 내가 미안했어!"...한 마디만 했으면... 웃어 넘길 일이었는데 말이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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