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의 산마다 나무계단을 만드는 바람에, 이게 과연 자연보호일지....의구심이 들긴하지만
곰배령에 나무계단으로 관광로를 한정지어 놓은 것을 보니 마음이 좀 편안합니다.
같은 나무계단을 설치한것인데, 도심의 산에 설치하면 기분 나쁘고 저렇게 마땅히 보호해야만 하는곳에 설치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것 역시 인간의 마음인것 같습니다.
어차피 다 같은 산이고, 그 어느 자연하나 보존할 가치가 없는것은 없을텐데 말이죠.
아주 오래전 자전거를 짊어지고 '곰배령'저곳을 지나 , 눈부신 철쭉을 파헤치며 점봉산을 찍고 조침령을넘어 단목령으로 내려오는 멧돼지 냄새 가득한 찌질하기조차한 잔차질을 한적이 있었죠.
곰배령에 처음 오른 순간, 10여명쯤? 등산객들이 있었습니다.
그 미친 개고생을 하고 꾸역꾸역 잔차매고 올라온 곰배령 정상에서 제 눈에 들어온것은
마치 축구장같은 평평한 정상, 그리고 어디 하나 발을 디뎌야 할지, 잔차를 어디로 굴려야 할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야생화의 천국이었습니다.
날씨도 기가막히게 좋아서, 아~~~그 찬란한 들꽃의 색상들이여~~~~
저 역시 어쩔 수 없이 목적지를 위해 조심조심.. 하지만 수많은 꽃들을 즈려밟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등산객들은 아마 산에 초행이었던지, 처음보는 광경에 강아지들마냥 곰배령을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바삭!바삭! 부숴지는 꽃들의 소리가 들리는듯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 깊이 생각하기도 싫었지만, 그래도 과연 이렇게 우리가 여기를 밟아도 되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하면서 꾸역꾸역 자연을 향한 가해자들과 공범의 입장에서 남은 여정을 향해 질질~~ 잔차를 끌고 갔습니다.
한동안 폐쇄되었었는데, 민원으로 인해 이제 곰배령 까지는 오픈한다나 보군요.
곰배령에 저렇게 나무 계단과 펜스로 사람들의 진입로를 한정지어 놓은것을 보니 마음이 좀 편안해집니다.
들꽃이 터져나오는 그 시기에 제대로 때맞춰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숫제 안가본 것이 낫지 않았을까?
내가 거기를 밟지 않는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곳입니다.
그래. 한번이면 족하다! 이것이 제 느낌이었는데요.
인간의 욕심은 어쩔 수 없죠. 그 이후로 딱 한번 더 곰배령을 밟았습니다.
그때는 산정상에 내내 부슬비가 오고 안개가 끼어있는 날이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안가려 했는데, 이런....TV 를 보다보니 저런 시설이 생겼군요.
그래도, 곰배령은 못갈것 같습니다.
못가는 이유는 몇가지 더 생겼습니다.
게을러진 몸과 마음, 그리고 개~~저질체력 떄문이죠!
못간다는 '핑계'를 안가는 것이라는 '의지'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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