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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덕이 아버지를 아시나요?

........2001.08.10 16:31조회 수 111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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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심까? 저는 연변에 사는 성은 이가이고 이름은 륜차라 하는 조선사람임다.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한국에 계신 열성 쟌거 분자들에게 저의 동네 쟌거이야기를 좀 할까 싶어씀다. 세계어느곳 보다 저희 연변, 정말 쟌거 많이탐다. 어린애가 걷기 시작하면 신발보다 쟌거를 더 먼저 샤줌다.

저도 내년이면 저의 나이 만 22 살임다. 그러니까 제가 쟌거를 탄지도 벌써 20년이 다되어 감다. 그렇지만 제 쟌거는 30 년이 다되어감다. 이쟌거는 저의아버지께서 흑룡강부근 어느마을에서 개장수를 하실 적에 러시아인 막발바스키에게 개값대신 받았던 것이었슴다. 하지만 제가 정비를 잘해서 아직도 잘 굴러감다. 저희 연변에는 누구나 다 이렇게 오래 타기에, 확실히 본전 뽑슴다. 놀라지 마십쇼이! 사실 뒷 집의 광철이형님의 쟌거는 구시~ ㅂ~녀~ㄴ 이 다 되어 감다. 그쟌거의 역사는 이렇슴다. 광철이형 할아버지는 원래 고향이 경상도인데 독립군에 입단하기위해 만주로 올라왔슴다.신의주에서 주로 활동했던 광철이형 할아버지는 그날도 조국독립을 위해 일본경찰 주재소를 습격했슴다. 광철이 형 할아버지는 용감히 싸워슴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안중근의사도 그때 같이 싸워슴다. 나까무라 순사를 비롯 11명의 일본순사를 광철이형 할아버지와 안중근의사, 이렇게 단 둘이서 완죤히 박살냈슴다. 그러나 비명소리를 들은 일본 헌병대 일개 소대가 주재소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슴다. 적의 숫자가 다소 많은 것 같아 작전상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슴다. 사실 뛰어서 도망치기엔 적들은 너무 가까이 있었슴다.총알이 날라오기 시작했슴다. 절망적이었슴다. 그때 눈에 번쩍되는 그 무엇이 있었슴다. 바로 나까무라순사의 일본 후지 쟌거 이었슴다. 두사람은 그걸 타고 후퇴하기로 했슴다. 안중근의사는 뒤에타고  운전은 광철이형 할아버지가 했슴다. 그때 광철이형 할아버지는 쟌거를 처음 몰았슴다. 하지만 신의주에서 옌변까지 무사히 탈출했슴다.연변조선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슴다. 그후 광철이형 할아버지는 그 노획물을 기념으로 보관헀고 아버지에 이어 광철이 형에게까지 이어졌슴다. 광철이형은 지금도 그 쟌거를 보면서 할아버지의 애국심을 본받아야 곘다고 다짐함다.

우리연변조선사람들 쟌거 정말 잘 탐댜. 저같은 경우에는 얼마전에 쟌거로 백두산 밑에 사시는 고모네에 다녀왔슴다. 에이, 저는 잘 타는 편 아님다. 광철이형은 전번 달에 쟌거로 칭타오에 사는 애인집에도 다녀왔슴다. 혼자서요?  아님다. 칭타오에 볼 일이있는 동네어른 두 명을 뒤에 싣고 말임다. 우리옌변조선사람들,누구나 이렇게 쟌거 타는거 좋아하고, 또 잘탐다.

우리옌변에 한국사람들, 관광차 정말 많이 옴다. 한번은 이런 관광객들이 떼거리로 왔슴다. 쟌거로 백두산까지, 투? 뭐시길 하러 왔다고 했는데...에이 잘 생각 안남다.암튼 쟌거로 거기까지간다 했슴다. 그렇지만 우리옌변 사람들, 영어는 짧지만 러시아어는 잘 함다. 저도 러시아인 친구 세리발바스키보다 러시어 더 잘 함다.
야! 정말 그분들의 쟌거는 우리 옌변에서는 첨 보는 멋진 쟌거들 이었슴다. 그때 우리동네사람들 두 명이 눈알이 빠져 실명하는 일까지 있었슴다. 좌우간 정멀 멋져 보여씀다. 사고 싶어씀다. 갖고 싶었슴다. 그래서 가격을 물어 보아씀다. 놀랬슴다!!
한국화폐로 " 5 0 0 만원 "  주위가 갑자기 조용했슴다. 그러면 인민화폐로는 ? 도저히 계산이 잘 안 되어씀다. 그때 " 터득" 소리가 났슴다. 우리동네사람 3명이 턱이 빠지는 소리였슴다. 아직도 덜거럭거리고 다님다. 시끄러워 죽겠슴다. 그리고 쟌거 잘 타는 우리동네 사람들, 기가 팍 죽어씀다. 쟌거도 타기 싫어씀다. 하지만 쟌거 말고는 탈게 별로 없는 우리동네 사람들 타기 싫어도 아이 탈수가없슴다. 한국에서온 관광객들, 쟌거 옷도 온갓 이해 할 수없는 꼬부랑 글씨에, 옷색깔은 형형 색색에, 머리에 이는 바가지 또한 너무도 멋졌슴다. 그들은 동네사람들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그리고 조금은 거만스럽게 포즈를 취했슴다. 하지만 나의조국에서 온사람들이 이렇게 멋진 쟌거를 타는 것이기에 한편으로 참으로 기뻐씀다. 중국사람들 앞에서 저 쟌거가 마치 우리것이냥 우리는 어깨를 으쓱했슴다. 우리마을에서 여장을 푼 그들은 내일 아침 백두산까지 쟌거로 간다고 했슴다. 진심으로 친철하게 대했슴다.우리옌변,조선사람들 한국에서온 동포들이 돈많고 죤 쟌거 탄다고 그들에게 친절히 대한 것 아님다. 그들이 같은 조선 사람이었기에 그랬슴다. 우리연변 조선사람들, 돈에 약하지 않씀다.자존심 정말 강함다. 자존심 건드리면 누구라도 상종 아이함다. 그때 이런 일이 있었슴다.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광철이형에게 한국화페 만원을 던져 주면서 그들의 쟌거를 닦아 주기을 요구했슴다. 광철이형이 대꾸했슴다. " 내가 당신들 시다바리 잉교"

방학을 맞이한 저는 다시 고모네 집에 가고 싶었슴다.아니 사실은 그들과 한번 같이 타고 싶었슴다. 나는 용기를 내어  급히 그들에게 가서 저의 뜻을 전했슴다. 그들은 이런 저의 뜻을 듣고는 피씩 웃었슴다.그리고 저의 쟌거를 안스럽다는 듯이 바라봤슴다. 저는 한동안은 그 웃음의 의미를 알지 못했슴다. 하지만 그들은 길을 잘 아는 저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승락을 했슴다. 기뻐슴다. 저는 광철이형 생각이나서 그들에게 이 형도 같이 가면 안되는냐고 여쭤씀다. 그들은 광철이 형이 못마땅했지만 승락은 했슴다. 정말 기뻐슴다.

다음날 옌변의 해도 여지없이 오르고..자! 출발이다.
혹시 뒤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을하면서 저와 광철이형은 조국에서 온 사람들 속에서 서서히 페달을 밟았슴다. 그들의 페달은 이상하게 지남철 처럼 신발이 페달에 쩍 덜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여씀다. 한동안 그것을 이해 못했슴다. 그들은 다소 긴 언덕이 나타나자 핸들에 붙은 이상한 것을 움직였슴다. 아! 말로만 듣던 기어 였슴다. 그것도 27 단이나 !  그들은 언덕에서도 여유가 있어 보였슴다. 역시 기계의 발전은 인간을 편하게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상기되었슴다. 하지만 칭타오의 애인 집과 백두산의 고모집을 수시로 다녀오는 저희들에게도 이정도 언덕은 아스팔트에 붙은 껌정도도 안되는 높이였슴다. 그들은 기어도 없은 쟌거를 타고 이 언덕을 오르는  우리를 보고 저으기 놀라는 눈치였슴다.
저는 그들과 함께 타는 동안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슴다. 그들의 쟌거는 산에서 주로 타는 쟌거였고 자동이륜차처럼 완충장치도 있었슴다. 무게를 알고는 정말 놀라씀다. 추운 연변에 사는 우리동네 사람들이 입은 겨울 옷 무게보다 조금 더 무거운 편이었슴다. 그리고 그 쟌거의 많은 부품들은 광철이형 할아버지에게 맞아 죽은 나까무라순사의 조국에서 생산 한다는 사실도 알았슴다.그것도 그들의 쟌거 대부분에는 xtr 인가뭔가 하는 최고로 좋은 것 만 달려있다는 사실도 알았슴다. 광철이 형 할아버지시대나 지금이나 쟌거가 일본에서 못 벗어나는 것 같아 기분이 더럽었슴다. 나중에 안일이었지만 그들의쟌거에는 나의조국 한국에서 생산하는 부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알았슴다. 타는 사람만 국산이었슴다. 기분이 더 더럽었슴다.

그날 저녁, 민박집에서 그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통해, 프랑스에서는 지금 그 나라를 한바퀴 도는 투어 더 프랑스, 뭔가하는 대회가 있고 랜스 암스트롱인가하는 미국사람이 3번째 우승했다는 세상소식도 들었슴다. 불알수술도 했다는데 대단한 사람이었슴다. 하지만 우리동네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순덕이 아버지에 비하면 랜스 암스트롱인가 하는 사람은 한끗 아래임다. 놀라지 마십쇼.순덕이 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사람임다.
어느 날 늦은 밤 순덕이네 집 소가 새끼를 낳을 징조가 보였슴다. 그러나 난산이었슴다. 하지만 집안의 재산인 소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축병원으로 급히 가는 수 밖에 별 도리가없었슴다. 시간이 너무 촉박했슴다. 하는 수없이 순덕이아버지는 쟌거 뒤에 소를 실었음다. 정말 무거워슴다.새끼를 가졌기에 더 무거워슴다. 끈으로 꼬옥 꼭 묶었슴다.그리고 순덕이아버지는 이빨을 깨물고 달렸슴다. 200 리 거리에 있는 가축병원까지, 놀라지 마씹쇼이 ! 두시간만에 도착했다는 것 아님까! 덕분에 소와 송아지는 둘다 목숨을 건졌고, 재산증식도 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아름답고 놀랍지않슴까? 

연변을 떠난지 벌써 몇일이 지났슴다. 그들중에 더러는 포기하는 자도 생기고 어떤이는 몹시 힘들어 보여씀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저와 광철이형 실력에 놀라는 눈치였고 저희들은 그 비싼 쟌거에 비해 실력이 없는 그들에게 실망했슴다. 의기양양하고 피씩웃던 그들은 더 이상 웃지도 않았슴다. 백두산이 점점 가까워 질수록 그들의 기는 점점 더 죽었고  바람이 불자 솜털처럼 가벼운 그들의 쟌거는 바람에 날려서인지 저와 광철이형으로부터  저만치 뒤에서 헉헉 거리고 겨우 올라오고 있었슴다. 하지만 별로 기쁘지않았슴다.
오히려 슬퍼슴다. 왜! 나의조국에서 온 사람들은 물질이라는 포장지 안에서만 의기양양하고 자신있어 할까?  백두산 정상에서도 광철이형,그리고 저는 매우 슬퍼슴다.그리고 그들 또한 아무 말도 없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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