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에 보면
'달인'이라는 코너가 있더군요.
달인의 호를 보면 상황과는 반대의 개념으로
예를 들자면 설사를 하는 사람의 호는 '변비' 김병만 선생이 되는 식이죠.
저희 직장,
저의 후배 직원이 한 사람 있는데
서울에 근무하다가 내려왔습니다.
한 때는 진급도 잘 하다가 막히는 바람에
포기를 하고
'공기좋은 시골'로 내려 온 것이죠.
이 친구는 서울생활과,
진급에 대한 미련,
또 가지고 있던 경과(군대의 병과)도 포기하였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배추 농사를 한 번 짓더니
농사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겠다며
땅을 일구고, 농기구를 사들입니다.
장난 삼아서 이 친구에게
'귀농'이라는 호를 지어 줬습니다.
젊은 사람이 자기 인생에서 많은 부분에 대한 진로를 수정하는 것을 보고
내 인생은 어떤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희 직장은 그야말로 격무입니다.
뼈를 깎는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고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고
밤을 새우는 업무이니 이 직장만 떠나도
생명 연장의 길이라는 말을 자조적으로 자주 합니다.
그동안 자전거가 내 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는 길이었는데
(저는 술 담배도 못합니다.)
그게 좀 뜸하다 보니
옛날 버릇을 못 버리고 사진을 좀 찍습니다.
다행인 것은
옛날에는 필름사서 사진 찍고
현상(흑백의 경우)하고 인화하는 것이 귀찮았지만
디카는 그런게 없어서 좋습니다.
옛날 실력이라야 우스운 정도였지만
요즘은 그것마져도 쉽지 않더군요.
기계는 더 좋아졌는데도
좋아하던 당시의 기능이나 감각은 어림도 없는 것이죠.
지난 한 해의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새롭습니다.
위에 올린 사진은 같이 자전거를 타는 친구의 조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능에 갔다가 스냅으로 찍은 것입니다.
옷뱁시가 범상치 않은 젊은 주부가 아이 둘을 데리고
문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지 아이들만 포즈를 취하고
엄마가 무시를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가 파인더를 들이댔을 때는 엄마의 모습은 상황 끝 상태였고
큰 아이는 아직도 포즈를 취한 상태이고
작은 아이는 엄마를 따라가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이 사진을 보면서
가는 시간과
멈출 때와 움직일 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제 올 한 해를 정리할 때입니다.
읽는 분께선 어떤 정리를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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