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적에, 아버님이 어렵게 시작한 사업을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 덕분에 어렵게 서울에서 벌은 돈을 다 날리고,
아버님은 집을 비우시고, 어머님과 쭈그리고 자야하는 단칸방에 몇개월인가를 생활했습니다.
먹을것도 없어서, 제 끼니도 못먹었지만, 그래도 하나 있는 아들이라고, 찬밥이라도 밥은 먹었습니다.
반찬은 없어서, 간장에 비벼먹거나, 가끔 주인집에서 얻어온 김치를 먹곤 했습니다.
그렇게 없이 살아도,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날계란에 한끼정도 비벼먹게금 해주셨습니다.
당시, 주인집에 흑백TV가 있었는데, 창호지문 중간에 유리로 된 구멍으로, 마루끝에 앉아서
만화영화를 훔쳐보는 재미가, 어린 저에게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하루는, 저와 나이가 동년배인, 주인집 아들애가 방문을 열고 나와서,
TV를 못보게 막는것이었습니다. 결국은, 그날 보고 싶었던 만화를 못봤고,
저녁늦게, 파김치가 되어 들어오는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앞마당에 뒹굴었습니다.
"엄마, 나도 TV 사줘 .." 주인집 아들애와 주인에게 혼이난 저는,
어머니에게 응석을 부렸습니다.
어머님은 그때부터, 산에가서 나물을 캐다가, 골목에서 팔기도 하고,
그렇게 돈이 좀 모아져서, PX 물건 (미군 물품)을 떼와서, 골목에서 팔기도 하고...
그렇게 어머님의 얼굴은, 얌전한 아낙네의 모습이, 서서히 베토벤과 같은 억세고
강한 모습으로 변화되어 갔습니다.
골목에서, 다른집 아이들이 끌고 나온 세발 자전거를 한번쯤이라도
빌려탈까 싶어서, 애처롭게 바라만 보다가,
맹하게 동네한바퀴 돌다가, 친구들과 숨박꼭질 하다가,
시꺼먼 얼굴로 집에 들어가곤 했던 생활이
형편이 조금씩 좋아져서,
어느날, 꿈꾸기도 어려웠던, 흑백TV 가 생겼습니다.
크기가 꽤 작았었는데...
만화를 주로 보던 , 언젠가...
어른들의 대화속에, 배삼룡씨에 대한 찬사를
자주 듣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그 당시 코메디언중에 배삼룡씨를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님이 같은 성씨라서 그랬을까요?
말년에 병원비도 감당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당대의 스타의 모습을 접하면서,
어머님 아프실때, 간간히 병원비에 민감하셨던 부분과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않고 가셔서, 돌아가신 후에도, 얼마나 삶에 철저하셨는지, 마음으로 전해오면서
그 철저함이, 자식들은 부족해서, 어머님을 좀더 편하게 못해드렸구나...
그런생각도 들고, 그 덕을 받고 있는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어머님이 꽤나 좋아하셨던, 故배삼룡씨를 추모하며, 잠시 몇자 적었습니다.
날씨가 꽤 좋아졌습니다. 모두들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라이딩의 계절이 왔습니다. 열심히 MTB로 건강을 다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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