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바에 덜렁덜렁 매달린 채 앞산으로 동반 라이딩에 나선 쭈꾸미군.
보내느라 한동안 기다려야 했던, 마주친 이백여 명의 예비군들이나
정상에서 다운힐을 하다 만난 라이더 세 명은 핸들바에 비닐 봉투를 매달고
덜렁거리며 달리는 날 보며 속으로 웃음이 났을 것이다.
앞산을 타기 전에 들른 샵에 비릿한 바다 내음이 진동한다.
"헛, 쭈꾸미네요? 이게 모두 얼마 치유?"
"몰라요."
"엥? 모르다니?"
"어느 분이 보내 주신 겁니다.호호호."
"아항~ 그렇구나. 그런데 먹고는 싶은데 막 점심을 먹은 데다가
늦기 전에 앞산에 올라야 하니 그냥 가우."
샵을 나서려는데 바니님이 검정 봉투를 내민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분이 청죽님 드리라고 보내 주신 것 같은데
나눠서 쌌으니 가져가셔서 요리해 드세요."
하는 수 없이 쭈꾸미가 담긴 검정 비닐봉투를
핸들바에 매달고 동반 라이딩에 나섰다.
가장 특별한 동반 라이더를 오늘 만난 것이다.
▲쭈군아! 여그가 앞산 정상이란다.
▲숲에 쏟아지는 강렬한 봄볕
▲사진으로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청솔에 내리는 봄볕은 눈이 부시도록 화사해서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다.
▲대파 2뿌리, 양파 큰 놈 1통, 빨간 고추, 홍당무, 다진 마늘이
오늘의 쭈꾸미볶음에 들어갈 양념이 되겠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칼질이 갈수록 예술인데
00파에서 스카웃 제의가 올까 무섭네?"
"으이구~ 저냥반 말씀하시는 것 좀 보소.
그런데 참 맛있긴 하다. 당신이 저보다 낫네요.호호호"
▲미나리는 요리가 거의 완성될 무렵
마지막으로 넣어야 하니깐두루 따로 준비하고.
▲쭈꾸미는 내장을 제거한 뒤 깨끗하게 씻은 다음 물기를 쫙 빼야 되겠습니다.
가운데 동그란 것이 별미인 쭈꾸미의 알이 되겠습니다.
▲자 이제 버무립니다. 고추장만 넣어도 되지만
좀 더 얼큰한 게 좋아 고춧가루도 두어 스푼 넣었습니다.
▲양념이 쭈꾸미에 골고루 배도록 30여 분 정도 참고 기다립니다.
너무 오래 볶으면 쭈꾸미의 수분이 다 빠지며 쪼그라드니
충분히 데친다는 개념으로 볶아 주세요.
▲자! 완성입니다.
▲그럴 듯하죠? 알은 내 차지닷!!!
"같이 라이딩을 해 놓고 이렇게 볶아버렸으니
쭈꾸미야 이거 미안해서 어쩐다냐."
"잉? 쭈꾸미 팔자가 원래 이러니 신경쓰지 말라고?"
▲오랜 세월, 술에 원한이 쌓인 나지만 유일하게 한 모금씩 입에 대는 술인
막걸리가 되겠습니다. 쭈꾸미볶음과 어쩐지 어울릴 듯합니다.
요리를 하면서 갑장님을 부를까 하던 차였는데
마침 퇴근길이라며 전화가 왔기에 막걸리나 한 병 사 가지고
오시라 했더니 사오셨더군요.
한 때는 남들에게 주는 걸 낙으로 알던 때도 있긴 하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자꾸 신세를 지게 되는 일이 많아집니다.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는 일이 가장 두려워집니다.
그냥 보내 주신다고 하면 고사할 게 뻔할 거라는 걸 아시고
불법(엥?) 아니, 편법을 써서 기어코 싱싱하고 맛있는
서산 쭈꾸미를 맛보여 주신 스카이님께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전거가 좋다
쭈구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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