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여주에 임시로 둥지를 튼지도 벌써 두달이 넘어갑니다
해만 지고 나면 사방에 불빛을 찾아보기도 힘든 곳입니다
담배가게도 4km이상 떨어져 있고요
자그마한 강변 마을에서도 끝자락에 있는 집입니다
윗집에 미대교수 하시다 정년퇴직하신분이 사십니다
한 6,7년 되셨답니다
윗집 교수님은 예전 제자들이 (주로 중년아줌마) 아직도 그림을 배우러 일주일에 두번씩 찾아옵니다
주중 이틀은 예전학교에 강의를 나가시고...
주로 주말에만 한가 하십니다
아랫집은 예전 국세청 공무원 하시던 분이 사십니다
이분은 집옆에 2-3백평쯤 텃밭을 가꾸는 걸로 소일을 하고 생활하십니다
금요일 저녁만 되면 교회가실 겸, 손주 얼굴보러 가실 겸
서울의 아들네로 가서 일요일 밤에 오십니다
한데 두집 다
평생을 몸으로 하는 일을 안해보신 양반들이라
시골에 큼지막하게 집을 지어놓고 건사하느라 힘겨워 하십니다
며칠 전엔 윗집 교수님이 정원등이 안들어 온다고 해서 가보니까
전등이 나간 걸 모르고 불편하게 사셨고
그 전엔 아랫집 변기에 물이 샌다고 해서 보니까
고무패킹이 오래되서 그런 거였습니다(몇 달 되었답니다)
오늘은 아랫집에 난로에 쓸 장작을 준비하시기에
잠깐 거들어 드렸더니
배추국에 생선찜, 겉절이 해서 저녁상을 봐가지고 가지고 오셨습니다
저녁먹자고 부르면 안올 것 같았다나...
남은 여생을 이른 바 전원에서 보내는 것도
삶의 한 방식으로 괜찮긴 합니다
하지만 자식들이나 친지들 일년에 몇번 오지도 않을텐데
집은 쓸데없이 크게 지어놓고
냉난방비에 등골 휘고(실제 그렇습니다)
건사도 잘 못하며
시골마을 공동체에 적응도 못하며
생활의 절반 이상은 또 도시에서 지내는게
과연 바람직한 노후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저 노인네들 돌아가시면
자식들 한테는 팔릴 것 같지도 않은
저 집도 애물단지 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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