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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모르는 동지들

靑竹2006.08.31 20:49조회 수 1269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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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길게 돌자'

늘 다니던 지름길인 천호대로를 마다하고
오늘은 좀 길게 타고 싶어서 암사동을 나서서
잠실대교를 건너 중랑천 하류로 진입하여
의정부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 있어
이틀이나 회사에서 날밤을 새고 길을 나섰지만
역시 저는 어쩔 수 없는 자전거 매니아인가 봅니다.

안장에 올라서 페달을 밟으며
한강 둔치로 들어서자마자
예의 그 썩 유쾌하지 못한 기억들은
이미 그 실체부터 희미해져가고
되찾은 여백에 자전거가 가져다 주는
얼마간은 적막한 자유와 희열로 채웠습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는 물러간 듯 보이지만
유난히도 더웠던 올여름에 데었는지
라이더가 그리 많지는 않더군요.

사람도 별로 없겠다
좀 속도를 내고 싶어 어느 분을 추월했는데
심심하긴 마찬가지셨나 이내 저를 따라오시더군요.
재촉하신 건 아녔겠지만 아무튼 가속했습니다.

30..31..35..37......
추월하기 전에 눈대중으로
이미 그분의 내공을 대략 파악한 터라
거리를 벌리기 힘들 거라는 예상을 하긴 했지만
강력본드 잘못 쪼물락거리다 붙어
떼기 힘든 엄지와 검지손가락처럼
빈틈을 주지 않고 따라오시더군요.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
도봉역을 지나 무수골 입구에서
아는 형님이 계시기에 감속을 하자
그분이 절 지나치시면서

"즐거웠습니다!!!!"

하고 인사를 큰 소리로 건네면서 가십니다.

"아 네~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때로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상대일지라도
한동안 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다 보면
전우애 비스무리한 동지애가 생기더군요.
아무튼 오늘 덥긴 했지만 션하게 달렸습니다.

자전거가 주는 진정한 자유를
공유하는 동지님들
모두 행복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아이고..궁시렁궁시렁...)
(무수골 입구에 그 형님이 안 계셨으면..휴~)
(모르긴 몰라도 의정부를 턱밑에 두고 기절 내지는 널부러질 뻔..)
(누구세욧~!!!)
(헥헥헥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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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 즐거웠습니다~!!! " 라고 말씀 하신 분께선 정말 멋찌신 진정한 라이더라고 봅니다.
    본의 아니게 우짜다가 레이싱 모드가 되어 롱 랠리를 펼치다 보면
    자신의 목적지나 혹은 그와 상관없이 체력문제,기타 개인적인 상황의 발생으로
    도중에 멈추면 그렇게 멋~찐 말을 하시는 분 거은 찾아보기 어렵죠...정말 멋찌신 분 이십니다요.

    저는,
    한 달 달포 전에 파릇파릇한 20대중반의 7분의 인라인 팀과 성산대교에서 부터
    동호대교까지 필사의 랠리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인라인이 먼저 저를 추월 하기에 승부욕이 순간 발동하여 저도 모르게요..^^::

    맨 뒤에있는 후미 주자부터 한명씩 추월하여 팀에서 부터 이탈하게 만드는 작전을 구사 했는데
    5명까진 떨쳤는데 동호대교에 다 오니 숨이차서 도저히 안되더라구요...^^
    결국 승복하고
    즐거운 레이싱였습니다~!! 라고 말하니 그 젊은 청년들이 숨을 헐떡이며 예~!!
    저희도 즐거웠습니다..하며 안녕히 가세요~!! 라고까지 하더군요.
    정말 멋찐 청년들이었지요.

    이제 좋지않으셨던 일들은 새로히 좋은일이 다가올 것이라는 전조로 받아들이시고
    늘..건강 하시길 바랍니다요...홧~팅~!!!^^
  • 靑竹글쓴이
    2006.8.31 21:23 댓글추천 0비추천 0
    스카이님 감사합니다.^^
    ㅋㅋㅋ 스카이님도 승부욕이 많으신가 봅니다. 저도 언젠가 인라인 무시하다가 된통 혼난 적이 있습니다.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인라인을 즐기는 쌍을 추월하는데 키가 큰 청년이 짝에게 "잠깐만~" 하고 소리치더니 절 쫓아오더군요. 너무 무서워(ㅋㅋㅋ) 40킬로로 내빼는데도 옆에서 달리고 있더군요. 나중에 물어보니 선수라더군요. 항상 건강하십시오.
  • 와 인라인이 그렇게 빠르군요 ..선수 ㅎㅎㅎ 제대로 만나셨습니다
  • 인라인 잘타는 사람들은 50km ~ 60km 정도라고 하더군요.
  • 그렇게 말씀하신 분...정말 멋지네요...
  • 인라인 따라가시다니 컥~~~~~~~~~~
  • 청죽님 안녕하세요.
    저도 어제 해안도로 퇴근중에 젊은 친구와 만나서 한참을
    달리다가 헤어지면서 즐거웠습니다.
    하고 헤어졌습니다.
    항상 안전하고 즐겁게 리이딩 하세요.
  • 시야에 들어오는 발통은 무조건 냅다 추월해야 ........
    저도 그러다가 생활자전거 한테 심한 쪽팔림을 당하고 자제를 하지만
    그게 ....잘안되지만 타이어를 바꾸고 난뒤에는 모두다 먼져 보내줍니다

    누군가를 추월하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고 싶은 분들은
    켄다의 네베갈 타이어를 한번 끼워보세요
    추월은 엄두고 못내고
    가을바람을 등에 메달고 여유로움이 가득한 폐달링이 ...........

    근데요 네베갈껌 떼어내야 겠네요
    청죽님의 내공 가득한 글이 오늘 하루를 즐겁게 시작하게 만드네요
    즐거운 하루되세요 ^.^
  • 청죽님의 보기도 좋고 듣기도 좋은 글 자주 접하게 되니 마음 훈훈함을 느끼곤 합니다. 우리 모두가 얼굴도 모르는 동지잖아요???? 감사합니다.
  • 안녕하시죠??? 풀미니예유~~
    요즘 많이 바쁘신가 보네유~~?
    한번 의정부 찾아 가려 하는데...도통 시간 맞추기가 좀 어렵네요...
    곰솔하고 한번 연락 드리고...찾아갈께요..물론 전화부터 드리겠습니다...

    근데..요즘 곰솔은 삼막사 다니고 있어요...매일 가다시피하는 남산은 이젠 지겹데요..
    그래서 삼막사로 옮겼는데....그 눔의 업힐..또 병 도지네요...
    전 여전히 업힐 싫어(??)하고요....계속 도로라이딩만 하고 있답니다...
    그럼..안전 라이딩 하세요..요즘 논네가 넘 빨리 다닌 것 아닌가 싶네요....쩝...흐흐흐
  • 靑竹글쓴이
    2006.9.1 13:55 댓글추천 0비추천 0
    testery님, thebikemon님,스탐님^^인라이너들이 전력으로 달리면 무서운 속도를 낸다고 하더군요

    가가멜님,조츰발이님,강호님,잔차나라님^^ 사람이 거의 없는 대낮의 잔차도로를 가다 보면 때로 외로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누가 앞이나 뒤에서 같이 호흡을 은연 중 맞춰 주면 아무래도 덜 심심하지요. 고마운 일이기도 하구요. 서로 말은 없지만 느낌들은 같을 겁니다. 모두 건강하셔요.

    民草님 업힐을 왜 싫어하십니까? ㅋㅋㅋ 백kg도 안 되시는 자그마한(ㅡ,.ㅡ)덩치로 업힐을 겁내시면 쓰겠습니까? 하여간 요즘 좀 바쁩니다. 어제는 한 번 연락을 드리고 지나는 길에 만나뵈려다가 휴대폰 배터리가 하나도 남지 않아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조만간 연락 드리지요.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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