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대회만 줄창 다니다 처음으로 잔차대회에 나가보니 비슷한 면도 많았고 생소한 면도 많더군요.
좀 길지만...
아무 생각없이 잔차대회에 참가한 어느 마라토너의 참가후기를 올려봅니다.
물론 아마추어 마라토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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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아주 빡세게 하고 나면 간혹 눈이 피로 할 때가 있다.
의학적으로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과도한 운동으로 간이 피로해져서 그렇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마라톤 할 때도 몇번 이런 경험이 있었는데 이번 대관령힐클라임대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잠들 때까지 눈이 침침하고 피로한게 풀리지 않았으니 비록 1시간 정도 되는 대회시간이었지만 육체가 받아 들이기에 무척 힘들었나 보다.
지난 3월 말부터 지금까지 회사일이 급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제대로 된 휴일 한번 없이, 여름 휴가도 없이 그렇게 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일정상 8월 말쯤이면 바쁜일이 어느정도 정리될 것이란 생각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회참가신청을 해놨었은데 예상이 적중하여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을 쉴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가족과 함께 여행도 할겸 자전거 대회도 참가할겸 아이들과 집사람을 꼬드겨(?) 대회전날 강릉에 도착해 대회주최측에서 섭외한 경포대 근처 효산콘도에 여장을 풀었다.
마침 큰아이의 생일이기도 하다.
심한 아토피로 음식을 제한해온 터라 항상 안쓰러웠었든데 오늘은 생일이기도 하니 먹고 싶은 것 맘껏 먹게 해주겠다고 하니 삼겹살을 먹고 싶단다.
바닷가에 왔으면 싱싱한 회 한접시가 필수겠지만 이는 어른들의 기준이고 오늘 생일을 맞은 주인공이 삼겹살을 먹고 싶다니 어찌하겠는가?
콘도 근처 식당을 뒤져보니 삼겹살집이 있어 가보니 대회 참가하기 위해 미리온 어떤 동호회의 저녁 식사가 있는지라 만원이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까 하다 자전거 동호회의 분위기도 볼겸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음식을 시키고 동호회의 저녁식사를 감상(?)하니 마라톤 동호회와는 분위기가 틀리다.
내일이 대회인데...아직 대회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술자리가 일부 펼쳐지고 있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부어라 마셔라 하는것 같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대회코스가 18Km밖에 되지 않고 레이스에 걸리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서 그런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약간 술에 취한 동호회원이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하게 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대표격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리가족에게 고개를 숙이며 "가족간의 저녁식사를 방해한것 같아 죄송하다"며 사과를 한다.
사실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는데 역시 운동하는 사람들은 매너가 캡이다.^^
식사를 마치고 해변으로 나가 저녁 바닷가를 구경하고 그렇게 첫째 날을 가족과 함께 보냈다.
대회당일 주최측에서 배포한 일정을 보면 오전 11시면 개인적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는 것으로 나와 있길래 나혼자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집사람에게는 아이들과 오전에 바닷가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놀고 있으면 대회 마치고 12시쯤 픽업하러 오겠다고 말을 해 놓았다.
대회장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점검하고 달리기로 몸을 풀었다.
출발전 자전거 검차를 위해 출발 그룹별 열을 지어 서 있는데.....
예상은 했었지만 MTB참가자들의 대부분이 휠셋을 로드용으로 교체하고 참가한 것이다.
고글에 가려진 눈으로 여기저기 둘러보니 두툼한 산악용 깍뚜기 타이어를 달고 있는 사람은 나 말고 거의 없다.
간혹 한두사람이 눈에 들어왔는데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나마 안도했지만 왠지 주변 사람들 역시 내 자전거를 쳐다보며 "에이~ 아저씨 초짜구나! 내적수는 못되겠는데?"라며 안도의 미소를 짓는듯한 기분이 들었다.(혼자만의 생각?)
평페달 역시 나 말고 딱 한사람 봤다.
평페달에 두툼한 산악용 타이어....남들이 보기에 영락 없이, 경험 없는 초보로 비춰지기 딱인 모습이다.(뭐 사실 이제 갓 MTB시작한지 두달된 초보가 맞긴 맞는데 이것이 적나라하게 들어났다는게 조금 창피하다.)
지름신의 유혹을 떨치기 위해 나름대로 정한 기준이 있는데....
현재 장만한 자전거로 눈 딱 감고 1년만 탄다는 것이다.
1년후 MTB를 계속한다고 결정하면 그때 고급 사양으로 바꾸겠다는 맘을 먹고 1년까지는 어떻게든 지금의 자전거에서 지르지 않겠다는 나름의 기준을 정해논 터였다.
마라톤에서 다져진 하체의 튼튼함을 믿고 이번 대회에서 상위 30%안 또는 시간으로 1시간 이내 주파를 목표로 세웠다.
'까짓 자전거에서 손해보는거 체력으로 때우면 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 얼마나 초보다운 생각이었는지....
마라톤 대회 출전시 준비 상태와 비교하면 정말 아무 생각없이 출전했다고 생각한다.
하긴 토요일 오전 10시에 대회참가를 결정했으니....(기념품이나 받고 대회 포기할까 말까 고민했었다.)
대회코스의 고저도를 숙지하고 구간별 레이스 전략을 짜고 하는게 기본 이었는데 이번엔 아무 생각 없이, 대회대비 특별한 훈련도 없이 걍 그렇게 참가한 것이다.
준비물 점검도 소홀히 하여 필수적인 속도계도 빼놓고 왔다.
급한대로 손목에 차고 있는 마라톤 시계의 Stop Watch를 세팅하고 출발지점으로 이동했다.
출발축포와 함께 MTB 2그룹(40세이하)에서 힘차게 출발했다.
출발하여 초반에 평지를 달린다.
아무리 깍뚜기 타이어라지만 튼튼한 하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간적인 힘은 역시 빛을 발한다.
싸이클 부문 출전 선수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힘차게 페달질을 하며 빠른속도로 나아갔다.
빠르게 진행하다 보니 평지에서 체력소모가 조금 지나치다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미 늦출 수는 없는일!!
그렇게 어느정도를 나아가다 보니 서서히 오르막이 나타난다.
지금부터 대관령 고갯길에 접어드는가 보다.
평지부터 거칠어진 호흡을 체 가다듬기 전에 언덕을 맞이하니 오늘 고생 꽤나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든다.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 이었지만 호흡이 거칠어지고 허벅지는 묵직해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여기 까지는 잘 달린것 같다.
간혹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잔차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싸이클이었다.
'야~~ 저 사람들 디게 빠르네~'하며 감탄 또 감탄한다.
나타나는 고갯길에 맞춰 기어를 낮추다 보니 어느덧 앞기어 3단의 적정 기어비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앞기어를 3단에서 2단으로 낮추고 남은 구간 모두 앞기어 2단과 이에 맞는 뒷기어적정비로 주행하자 맘을 먹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간다고 페달질을 하는데 옆을 빠르게 지나는 MTB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스퍼트를 했거나 아니면 내가 퍼지기 시작했거나 둘중 하나라 생각한다.
힘이 빠질대로 빠진 상태에서 힘겹게 오르는데 세상에!!
임신 5개월은 족히 되 보이는 정도로 비상시를 대비해 지방을 충실히 축적 한 듯한 사람이 쌩하고 추월해 나가는데 도대체가 믿기지가 않는다.
언덕에서 지금 속도 유지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오히려 속도를 높이고 치고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그 유명한 일명'날으는 돈까스'를 이곳에서 직접 만난 것일까?
뭔가 특별한게 있겠지 하고 뒤따라가며 살펴보니 하체가 장난아니게 발달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떤 훈련을 했길래 뱃살은 그대로 있고 하체가 저리 튼튼하게 발달될수 있는지...
살이 빠지는 과정을 보면 어느 특정부위만 빠지는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골고루 빠지기에 하체가 저리 튼튼히 단련 될려면 뱃살 역시 빠질텐데....
지금 생각해보니 자전거는 비록 유산소 운동이긴 하지만 빡세게 탈경우 무산소성 운동이 됨으로 특정부위의 근육이 유난히 발달하는게 가능하지 싶다.
거기다 테크닉도 좋아 커브길을 돌아 나갈 때마다 나타나는 급경사를 댄싱으로 가볍게 가볍게 오르고 있었다.
나 역시 기술은 딸리지만 하체만큼은 자신이 있어 그분이 댄싱으로 오를때 잽싸게 순간적으로 힘을 쏟으며 패달질해 급경사 면에선 앞서고, 급경사를 지나 호흡을 돌리는 사이 다시 추월당하고 하는 레이스가 계속해서 반복됐다.
문득 손목시계를 보니 출발한지 33분이 지나고 있었다.
속도계가 없어 어느정도 달린것인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수 없어 마침 옆에 비슷한 속도로 주행하고 있는 분에게 물어보았더니 현재 속도 시속 9킬로미터고 남은거리 대략 5키로미터라고 알려준다.
5키로미터.... 풀코스마라톤 대회에서 5키로미터 구간 통과 시간이 보통 20분대다.
오늘의 목표 1시간 이내 통과를 위해 남은 시간은 26분정도!
하지만 지금처럼 시속 9키로미터면 불가능해 보였다.
더군다나 지금의 체력소모로 봐서 더 늦어지면 늦어졌지 속력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내려서 잔차를 밀고 뛰어볼까 생각도 해봤으나 언덕 달리기도 만만치 않은지라...거기다 자전거를 밀고 뛴다는건 그냥 생각만으로 족했다.
1시간 목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라는 판단이 서자 속도가 더욱 떨어졌다.
이런 마음가짐이 이번 레이스 실패의 가장 큰 패착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면 갈수록 경사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판단미스!
15킬로미터를 지나고 남은 거리 3키로미터부터는 경사가 오히려 약해졌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퍼트하지 못했다.
지금은 수월하지만 이러다 곧 가파른 경사가 나오겠지 하는 불안감에 체력을 아끼느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마지막 1키로미터가 남았다는 거리표지를 보고 스퍼트를 시도했으나 몇백미터 치고 나가다 잠시 나타난 경사면에서 다시 속력이 떨어졌다.
호흡이 너무 딸렸다.
다시 호흡을 돌리며 마지막 힘을 쏟기 위한 체력을 급히 회복시키려 조절했다.
약간의 경사면을 지나니 응원 나온 사람들이 보였고 이제 남은 거리 500미터라고 알려준다.
그래 남은 구간의 경사가 어떨지 모르지만 끽해야 500미터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생각에 힘을 모두 쏟아내며 막판 스퍼트에 들어가는데 공교롭게 옆에 싸이클과 같이 스퍼트하게됐다.
묘한 승부감에 둘은 미친듯이 페달질을 시작했다.
얼마간을 내가 조금 앞선 상태에서 거친 호흡을 몰아내며 이를 악물고 페달질을 해대었다.
언덕의 끝이 보이고 골인지점 아취가 보이니 더욱 힘이 나고 아직 나에게 제법 체력이 남아 있음을 느끼며 더욱 피치를 올리니 옆에 싸이클을 탄 사람이 뒤쪽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골인하여 스톱워치를 체크하니 1시간 4분을 조금 넘고 있었다.
막판 500미터를 전력으로 달린 탓에 심하게 어지러웠고 구토증상까지 나타났다.
자전거에서 내리니 다리는 후들거리고 도저히 서 있을수 없어 큰대자로 바닥에 벌렁 누워 뻗었다.
누워서 혼자 생각했다.
'뭐! 이런코스를 1시간 내 주파하겠다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허탈감과 함께 그것이 얼마나 무모한 목표였는지...무식하면 용감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것 같다.
하지만 내년엔..............
**나중에 대회 싸이트에 올라온 공식 기록을 보니 상위 27%이내 골인하여 결국 다른 목표 하나는 달성했네요.^^
좀 길지만...
아무 생각없이 잔차대회에 참가한 어느 마라토너의 참가후기를 올려봅니다.
물론 아마추어 마라토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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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아주 빡세게 하고 나면 간혹 눈이 피로 할 때가 있다.
의학적으로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과도한 운동으로 간이 피로해져서 그렇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마라톤 할 때도 몇번 이런 경험이 있었는데 이번 대관령힐클라임대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잠들 때까지 눈이 침침하고 피로한게 풀리지 않았으니 비록 1시간 정도 되는 대회시간이었지만 육체가 받아 들이기에 무척 힘들었나 보다.
지난 3월 말부터 지금까지 회사일이 급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제대로 된 휴일 한번 없이, 여름 휴가도 없이 그렇게 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일정상 8월 말쯤이면 바쁜일이 어느정도 정리될 것이란 생각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회참가신청을 해놨었은데 예상이 적중하여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을 쉴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가족과 함께 여행도 할겸 자전거 대회도 참가할겸 아이들과 집사람을 꼬드겨(?) 대회전날 강릉에 도착해 대회주최측에서 섭외한 경포대 근처 효산콘도에 여장을 풀었다.
마침 큰아이의 생일이기도 하다.
심한 아토피로 음식을 제한해온 터라 항상 안쓰러웠었든데 오늘은 생일이기도 하니 먹고 싶은 것 맘껏 먹게 해주겠다고 하니 삼겹살을 먹고 싶단다.
바닷가에 왔으면 싱싱한 회 한접시가 필수겠지만 이는 어른들의 기준이고 오늘 생일을 맞은 주인공이 삼겹살을 먹고 싶다니 어찌하겠는가?
콘도 근처 식당을 뒤져보니 삼겹살집이 있어 가보니 대회 참가하기 위해 미리온 어떤 동호회의 저녁 식사가 있는지라 만원이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까 하다 자전거 동호회의 분위기도 볼겸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음식을 시키고 동호회의 저녁식사를 감상(?)하니 마라톤 동호회와는 분위기가 틀리다.
내일이 대회인데...아직 대회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술자리가 일부 펼쳐지고 있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부어라 마셔라 하는것 같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대회코스가 18Km밖에 되지 않고 레이스에 걸리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서 그런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약간 술에 취한 동호회원이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하게 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대표격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리가족에게 고개를 숙이며 "가족간의 저녁식사를 방해한것 같아 죄송하다"며 사과를 한다.
사실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는데 역시 운동하는 사람들은 매너가 캡이다.^^
식사를 마치고 해변으로 나가 저녁 바닷가를 구경하고 그렇게 첫째 날을 가족과 함께 보냈다.
대회당일 주최측에서 배포한 일정을 보면 오전 11시면 개인적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는 것으로 나와 있길래 나혼자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집사람에게는 아이들과 오전에 바닷가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놀고 있으면 대회 마치고 12시쯤 픽업하러 오겠다고 말을 해 놓았다.
대회장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점검하고 달리기로 몸을 풀었다.
출발전 자전거 검차를 위해 출발 그룹별 열을 지어 서 있는데.....
예상은 했었지만 MTB참가자들의 대부분이 휠셋을 로드용으로 교체하고 참가한 것이다.
고글에 가려진 눈으로 여기저기 둘러보니 두툼한 산악용 깍뚜기 타이어를 달고 있는 사람은 나 말고 거의 없다.
간혹 한두사람이 눈에 들어왔는데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나마 안도했지만 왠지 주변 사람들 역시 내 자전거를 쳐다보며 "에이~ 아저씨 초짜구나! 내적수는 못되겠는데?"라며 안도의 미소를 짓는듯한 기분이 들었다.(혼자만의 생각?)
평페달 역시 나 말고 딱 한사람 봤다.
평페달에 두툼한 산악용 타이어....남들이 보기에 영락 없이, 경험 없는 초보로 비춰지기 딱인 모습이다.(뭐 사실 이제 갓 MTB시작한지 두달된 초보가 맞긴 맞는데 이것이 적나라하게 들어났다는게 조금 창피하다.)
지름신의 유혹을 떨치기 위해 나름대로 정한 기준이 있는데....
현재 장만한 자전거로 눈 딱 감고 1년만 탄다는 것이다.
1년후 MTB를 계속한다고 결정하면 그때 고급 사양으로 바꾸겠다는 맘을 먹고 1년까지는 어떻게든 지금의 자전거에서 지르지 않겠다는 나름의 기준을 정해논 터였다.
마라톤에서 다져진 하체의 튼튼함을 믿고 이번 대회에서 상위 30%안 또는 시간으로 1시간 이내 주파를 목표로 세웠다.
'까짓 자전거에서 손해보는거 체력으로 때우면 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 얼마나 초보다운 생각이었는지....
마라톤 대회 출전시 준비 상태와 비교하면 정말 아무 생각없이 출전했다고 생각한다.
하긴 토요일 오전 10시에 대회참가를 결정했으니....(기념품이나 받고 대회 포기할까 말까 고민했었다.)
대회코스의 고저도를 숙지하고 구간별 레이스 전략을 짜고 하는게 기본 이었는데 이번엔 아무 생각 없이, 대회대비 특별한 훈련도 없이 걍 그렇게 참가한 것이다.
준비물 점검도 소홀히 하여 필수적인 속도계도 빼놓고 왔다.
급한대로 손목에 차고 있는 마라톤 시계의 Stop Watch를 세팅하고 출발지점으로 이동했다.
출발축포와 함께 MTB 2그룹(40세이하)에서 힘차게 출발했다.
출발하여 초반에 평지를 달린다.
아무리 깍뚜기 타이어라지만 튼튼한 하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간적인 힘은 역시 빛을 발한다.
싸이클 부문 출전 선수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힘차게 페달질을 하며 빠른속도로 나아갔다.
빠르게 진행하다 보니 평지에서 체력소모가 조금 지나치다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미 늦출 수는 없는일!!
그렇게 어느정도를 나아가다 보니 서서히 오르막이 나타난다.
지금부터 대관령 고갯길에 접어드는가 보다.
평지부터 거칠어진 호흡을 체 가다듬기 전에 언덕을 맞이하니 오늘 고생 꽤나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든다.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 이었지만 호흡이 거칠어지고 허벅지는 묵직해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여기 까지는 잘 달린것 같다.
간혹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잔차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싸이클이었다.
'야~~ 저 사람들 디게 빠르네~'하며 감탄 또 감탄한다.
나타나는 고갯길에 맞춰 기어를 낮추다 보니 어느덧 앞기어 3단의 적정 기어비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앞기어를 3단에서 2단으로 낮추고 남은 구간 모두 앞기어 2단과 이에 맞는 뒷기어적정비로 주행하자 맘을 먹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간다고 페달질을 하는데 옆을 빠르게 지나는 MTB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스퍼트를 했거나 아니면 내가 퍼지기 시작했거나 둘중 하나라 생각한다.
힘이 빠질대로 빠진 상태에서 힘겹게 오르는데 세상에!!
임신 5개월은 족히 되 보이는 정도로 비상시를 대비해 지방을 충실히 축적 한 듯한 사람이 쌩하고 추월해 나가는데 도대체가 믿기지가 않는다.
언덕에서 지금 속도 유지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오히려 속도를 높이고 치고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그 유명한 일명'날으는 돈까스'를 이곳에서 직접 만난 것일까?
뭔가 특별한게 있겠지 하고 뒤따라가며 살펴보니 하체가 장난아니게 발달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떤 훈련을 했길래 뱃살은 그대로 있고 하체가 저리 튼튼하게 발달될수 있는지...
살이 빠지는 과정을 보면 어느 특정부위만 빠지는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골고루 빠지기에 하체가 저리 튼튼히 단련 될려면 뱃살 역시 빠질텐데....
지금 생각해보니 자전거는 비록 유산소 운동이긴 하지만 빡세게 탈경우 무산소성 운동이 됨으로 특정부위의 근육이 유난히 발달하는게 가능하지 싶다.
거기다 테크닉도 좋아 커브길을 돌아 나갈 때마다 나타나는 급경사를 댄싱으로 가볍게 가볍게 오르고 있었다.
나 역시 기술은 딸리지만 하체만큼은 자신이 있어 그분이 댄싱으로 오를때 잽싸게 순간적으로 힘을 쏟으며 패달질해 급경사 면에선 앞서고, 급경사를 지나 호흡을 돌리는 사이 다시 추월당하고 하는 레이스가 계속해서 반복됐다.
문득 손목시계를 보니 출발한지 33분이 지나고 있었다.
속도계가 없어 어느정도 달린것인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수 없어 마침 옆에 비슷한 속도로 주행하고 있는 분에게 물어보았더니 현재 속도 시속 9킬로미터고 남은거리 대략 5키로미터라고 알려준다.
5키로미터.... 풀코스마라톤 대회에서 5키로미터 구간 통과 시간이 보통 20분대다.
오늘의 목표 1시간 이내 통과를 위해 남은 시간은 26분정도!
하지만 지금처럼 시속 9키로미터면 불가능해 보였다.
더군다나 지금의 체력소모로 봐서 더 늦어지면 늦어졌지 속력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내려서 잔차를 밀고 뛰어볼까 생각도 해봤으나 언덕 달리기도 만만치 않은지라...거기다 자전거를 밀고 뛴다는건 그냥 생각만으로 족했다.
1시간 목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라는 판단이 서자 속도가 더욱 떨어졌다.
이런 마음가짐이 이번 레이스 실패의 가장 큰 패착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면 갈수록 경사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판단미스!
15킬로미터를 지나고 남은 거리 3키로미터부터는 경사가 오히려 약해졌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퍼트하지 못했다.
지금은 수월하지만 이러다 곧 가파른 경사가 나오겠지 하는 불안감에 체력을 아끼느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마지막 1키로미터가 남았다는 거리표지를 보고 스퍼트를 시도했으나 몇백미터 치고 나가다 잠시 나타난 경사면에서 다시 속력이 떨어졌다.
호흡이 너무 딸렸다.
다시 호흡을 돌리며 마지막 힘을 쏟기 위한 체력을 급히 회복시키려 조절했다.
약간의 경사면을 지나니 응원 나온 사람들이 보였고 이제 남은 거리 500미터라고 알려준다.
그래 남은 구간의 경사가 어떨지 모르지만 끽해야 500미터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생각에 힘을 모두 쏟아내며 막판 스퍼트에 들어가는데 공교롭게 옆에 싸이클과 같이 스퍼트하게됐다.
묘한 승부감에 둘은 미친듯이 페달질을 시작했다.
얼마간을 내가 조금 앞선 상태에서 거친 호흡을 몰아내며 이를 악물고 페달질을 해대었다.
언덕의 끝이 보이고 골인지점 아취가 보이니 더욱 힘이 나고 아직 나에게 제법 체력이 남아 있음을 느끼며 더욱 피치를 올리니 옆에 싸이클을 탄 사람이 뒤쪽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골인하여 스톱워치를 체크하니 1시간 4분을 조금 넘고 있었다.
막판 500미터를 전력으로 달린 탓에 심하게 어지러웠고 구토증상까지 나타났다.
자전거에서 내리니 다리는 후들거리고 도저히 서 있을수 없어 큰대자로 바닥에 벌렁 누워 뻗었다.
누워서 혼자 생각했다.
'뭐! 이런코스를 1시간 내 주파하겠다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허탈감과 함께 그것이 얼마나 무모한 목표였는지...무식하면 용감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것 같다.
하지만 내년엔..............
**나중에 대회 싸이트에 올라온 공식 기록을 보니 상위 27%이내 골인하여 결국 다른 목표 하나는 달성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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