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태어나서 두번째로 무교동낚지볶음을 먹었습니다.. 워낙에 매운 음식에 취약한 내장구조를 가졌는지라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이르는 십여시간동안 마치 태양을 삼킨 듯이 내장을 지나는 느낌이 생생합니다.. 마지막 산고의 고통이 지나고나서 그 화끈한 뒤끝 역시 입안 점막이 타는 느낌만큼이나 뜨겁지요.. 엊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그랬습니다.. 그 불덩이가 밤새도록 내 속을 온통 다 헤집고나서야 항문주위에 붙은 잔불을 겨우 비데로 껐습니다..ㅎㅎ 별로 깨끗한 얘기는 아니라서 이쯤에서 패스하구요...
아마도 누구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면 땀범벅에 눈물콧물을 흥건하게 쏟으리라 생각되네요.. 감기가 걸려서 말라붙은 누런 코가 콧구멍을 막아버려 입닫으면 숨도 못쉬는 사람이나 저같이 극심한 안구건조증으로 인공눈물을 달고 살아야하는 사람도, 역시나 맵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무교동낚지볶음을 먹으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뻥뚫린 코와 안구에 홍수가 나기 마련입니다..
어제 정말 제대로 쏟았습니다.. 심산계곡의 투명한 낙숫물같은 눈물 콧물이 먹는 내내 닦을 새도 없이 식탁에 후두둑 떨어지더라구요.. 식탁에 놓인 화장지 한통을 다쓰고도 매워서 못먹고 남긴 낙지다리가 서너개는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먹으면서도 인공눈물없인 눈뜨기도 힘든 안구에서 정말 그렇게 많은 물이 연신 흘러나온다는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안구에 홍수가 난, 안습한 그느낌이 너무 좋아서 유독 매운음식에 취약한 내장에도 불구하고 더 먹게 되더군요.. 그렇게 하룻저녁은 내장의 희생으로 안습한 채 적어도 제눈은 행복했습니다..^^
이제 하루가 지나고 항문의 작열감도 어느정도 잦아들었는데, 정말 신기한게 아직도 안구에 습기가 촉촉하다는 겁니다.. 기껏해야 30분정도 가는 인공눈물의 느낌과는 다른 온전한 제 눈물이 이렇게 오랜시간 안구를 덮고 있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 거울을 보니 못생긴 얼굴에 유독 눈만 청초한 것이 멀리 우주에서 본 파란 지구를 본다면 아마 이런 느낌일까요?? ^^(물의가 있는 발언이네요,,용서를~)
그래서 말인데요.. 지금 이글을 쓰면서 안구건조증 치료계획을 세웠습니다..
'이틀에 한번은 안습할 만한 적당한 맵기의 음식먹기'-- 다행히 매운 음식은 위장도 튼튼하게 해주고 면역기능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혹여나 저와 같은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무식하지만 이 방법은 어떠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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