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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본 것들

구름선비2010.03.23 14:33조회 수 1687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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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번 눈이 마지막 눈일거야'
말은 다른 해 같으면 마땅할지 모르지만 올해는 그른 말인 것 같다.

여러 번 계속되는 마지막이 오늘도 뒷동산을 오르게 한다.

 '이번이 아니면 내년에 보게 될 터!!'

그러나 산에서 만난 동네 어르신의 말로는 내일 모레 또 온단다.

 어쨌거나 눈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너무 운동을 안 해서
이렇게 산에라도 다녀오면 그 강박에서 자유로울지 모르는 일이다.

 

 코스는 홍유능 주차장을 통과해서 나의 서식처 백봉을 오르는 것이다.

며칠 전만해도 온통 눈으로 덮여서 눈을 바쁘게 했던 곳인데 그냥 고즈녁한 느낌이다.

 

 

이번 폭설로 인해서 남양주 지역의 산,

굵은 소나무 숲은 피해가 크다.

아마 광릉숲은 더할 것이 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소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안개가 스물스물 계곡을 따라 산등성이를 타고 오른다. 합바지에 방귀 새듯이~~

 

  

'봄 눈 녹 듯'이라는 말에 맞추려는지 질척이는 것을 보면 봄 눈이 틀림없다.

 

 

 그래도 눈은 눈인지라 산에 올 때마다 만나는 같은 아파트 사는 노인네의 발길이 조심스럽다.

 

 

 

이곳은 참 좋은 숲이다.
가는 방향 좌측, 그러니까 평내 방향은 경사가 심한 편이고
우측은 조금 너그럽다. 숲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난 좌측 숲이 좋다.
나무가 잘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무 모양도 다양해서 가는 내내 즐겁다.
십 년이 더 되게 다니는 길이지만 늘 새로운 것을 보면 나도 단순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나보다.

연리지가 몇 눈에 띄는데 이 놈도 그 중 하나이다. 다른 개체가 붙은 것이 아니니 엄격하게 연리지가 아닐 수도 있다.

 

 

항상 쉬어 가는 곳, 어느 핸가 불이 나는 바람에 주변 나무는 다 타고
떡갈나무 한 그루가 살아 남았다.

 그루터기는 좀 탔지만 용케 살아 남아서 등산 하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지어 주는 것이다.
저 아래 한강 방향은 안개 속에 덮여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보여도 좋고 아니 보여도 좋은 그런 곳이다.

 

 

옛날에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 주요 피사체는 풍경과 접사였다.
사람은 잘 찍을 자신이 없었고, 또 어색하기도 해서였다.
말 없는 자연이 좋은 피사체라고 생각해서다.
오래 간만에 접사를 해 보고 싶다.

 

 

숲을 걸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연에 있어서 배려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아닐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냉정한 것이 자연이지만 그 속에는 상생의 섭리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폭설에 많은 나무가 부러졌는데 이 놈은 그래도 적게 속살만 보이고 살아 남았다.
어쩌면 배려가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딱다구리나 크낙새 등이 파 놓은 고사목, 고목에 붙어 사는 이끼
이게 배려가 아니고 무엇일까?

 

    

 

동네에 다 내려왔다. 며칠 전에는 보지 못한 것들이 눈에 띈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분인가 보다. 텃밭 옆 모퉁이에 야생화를 기르는 것을 보면….
들어가서 찍을까 하다가 그냥 멀리서 보기로 했다.

 

 

 

심어 놓은 것과 그냥 난 것들을 보면서 집에 온다. 공기가 한결 향기로운 것 같다.

 

   

 

장닭이 한 마리 모이를 찾아 다니고 있다.
옛날에 보던 그런 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동네에서 장닭을 보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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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오랜만에 로그인했네요.. 구름선비 님 덕분에 숲구경 잘했습니다~

    저도 넉넉한 숲이 좋아요~ ^^

  • 레드트랙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3.23 15:04 댓글추천 0비추천 0

    안녕하세요?
    편집하는 사이에 댓글을 다셨군요.

    어쩌다 보니까 사진이 뒤죽박죽이 되어서 고치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커허 장닭이 참 먹음직 스럽네요.ㅋㅎㅎㅎ

    이번 섬나라에가서 가능하면 현지에서 보급품을 조달하였습니다.

    지천에 감자와 무우 홍당무가 있더군요...

    감귤도 마찬가지 성읍민속마을에 여고생들이 감귤을 줏더이다.

    하여 손대지마 땅에 떨어진건 다 내거야 라고 하였조...

    그랬더니 한 학생이 아저씨는 누구세요라고 하기에

    김춘삼 이라고 하였더니 못알아 듣네요 ㅋㅎㅎㅎ

  • 문외한 이긴 하지만 그냥 편하게 보이고 사진 참 좋습니다~

  • 지지난 주에 의정부쪽의 산엘 갔는데 그쪽도 그렇더군요.

    곳곳에 부러진 소나무 가지며 뽑혀진 소나무들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점 점 예상치 못하는 기상변화의 심함을 시간이 흐를수록 느껴지게 되더군요.

  • 사진에서 구름선비님의 세심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고목에 붙어사는 이끼...배려 점점 人들 사이에선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은...

    심어놓은 것과 그냥 난 것들...분명 차이가 있을테지요

    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스러울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 선비님

    잘 지내시죠

    저 놈의 뽑아도 뽑아도

    뽑히지도 않고

    해마다 끝없이 땅을 뒤덮는 쇠뜨기

     

    어설픈 개보다

    집도 잘 지키는

    저 위엄있는

    장닭은 꼭 한번 키워보고 싶습니다

     

  • 겨울부터 봄까지 보는것 같네요

    좋아요 ^^

  • 장닭이 참 볼만하군요.

    벼슬 색갈도 좋고,  살도 통통하게 오르고

    암닭이 줄줄이 따라다니게 생겼네요.

    정겨운 봄구경 감사합니다.

  • 봄내음이 물씬 납니다...

  • 구름선비글쓴이
    2010.3.24 19:19 댓글추천 0비추천 0

    댓글 달아주신
    레드트랙님,
    우현님,
    고장난시계님,
    스카이님,
    sarang1207님,
    목수님,
    스탐님,
    탑돌이님,
    인자요산님께 감사드립니다.

     

  •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군요..

    시인이 다 되셨습니다.

  • 사진이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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