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장맛비처럼 내리더니 소강상태입니다.
소강상태란 말은 행동을 해야 할 시간이라는 말도 됩니다.
몇 군데 가입하지 않은 까페나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다가
그것도 식상할 즈음,
비가 그치는 분위기니 또 나가 봐야지요.
어제 오후에 장미를 찍어봤는데 실력이 일천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마누라는 그럽니다.
'뭘 찍은 걸 또 찍고 난리냐'고~~
그러나 사진작가는 아니라도 그럴듯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사진찍는 동기가 되어주곤 합니다.
빗방울이 카메라에 내려 앉습니다.
싸구려 후드지만 후드라도 끼워야 조금 더 낫겠습니다.
적정노출로 찍으면 흑장미의 색깔은 '보도 듣도 못한' 그런 것이 나옵니다.
카메라가 시원찮아서 그런지 실력이 그런지~~
어제 날려버린 장미 색깔을 오늘은 찾고 싶습니다.
우산을 쓰고 셔터를 끊는 것은 묘기나 다름없습니다.
우산을 어깨에 적당히 대고 촛점과 노출을 맞추다보면
우산이 '팽'돌아서 장미를 가려 버립니다.
몇 번 그렇게 하다보니 안되겠습니다.
우산을 옆에 놓고 찍어야지요.
물방울이 꽃잎에 맺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서 노출을 여러가지로 변경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찍고~~
내 가까운 출사지인 이웃 아파트,
몇 년 전에 거기서 2년 동안 산 적이 있어서 어떤 꽃이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거길 가 보기로 하고 우산을 씁니다.
빗방울이 적당히 꽃잎에 내려 앉아야 한다는 것
적당한 구도여야 한다는 것
원칙은 있지만 내가 즐기면 그만,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는 것이 아니고
내 '틀'대로 찍습니다.
나무를 가꾸는 즐거움 중에서 내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어 가는 재미가 제일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누가 뭐라던 내 세계는 내 방식대로 즐기는 것
비가 온 후라 보도블럭 사이에도 풀들이 삐죽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이슬비가 내렸다면 조금 더 아기자기한 모습일텐데
들어붓는 듯한 비가 내렸으니 꽃이 '좀 피곤한' 모습입니다.
나리꽃의 강렬함 위에도 굵은 물방울~~
연약한 유채꽃
그리고 이름 모를 꽃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
잎새마다 물방울~~
배경은 검을 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피사체는 밝아야 하고~~
이런 저런 모습을 담다가 생각하니 이 순간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순간'이며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즐거운 일일지라도, 아무리 좋은 일이나 슬픈 일이라도 영원한 것은 아니고 그저 순간이라는 것,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남기고 갈 흔적이라는 것은 미미하다는 것
이렇게 흐르는 것이 아니던가?
한 바퀴를 돌아서 다시 장미 앞에 섰습니다.
카메라의 작은 창으로 보면 사진이 잘 나왔는지 모릅니다.
다시 카메라를 댑니다.
애써 향기를 맡아 보고는 또 생각합니다.
'이 향기, 이 모습도 영원한 것은 아니다. 먼 훗날이 아니더라도 내일, 아니면 다음 주에는 이 향기나 모습은
잊혀진 상태일 것이고 다행히 사진이나 한 장 남을 지 모른다는 것'
뇌 한 쪽 어느 부분엔가 향기와 모습이 남아서 추억하게 될려는지는 몰라도
이 순간 이 행복감을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지금 아름답다고 기억한 이 모습, 이 향기가 나중에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 한 낱 쓰레기처럼 취급될지라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추억처럼 오래 갈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어떤 사진은 물방울이 괜찮고, 어떤 사진은 꽃잎의 배치가 제대로 찍혀 괜찮지만
보는 이는 다르게 느끼겠지요.
누가 내 사진을 보고 조금이라도 같은 생각을 갖는다면, 한 번쯤 찍은 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꼈는지 같이 동감한다면 그만큼 감사할 일은 없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은 오늘의 사진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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