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사에서(7/27)
라이더를 슬프게 하는 것들
언덕을 오르다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느닷없이 나타나 응원을 하는 갤러리들이 우리 라이더를 슬프게 한다. 안간힘을 쓰며 업힐을 하다가 멀리 앞에 보이는 뽀족한 돌을 발견하고 우회할 생각을 진작에 품으나 결국 무당 작두를 타듯 뾰족한 돌을 아둥바둥 타고 넘는 자신의 모습이 우리 라이더를 슬프게 한다.
사거리에서 클릿을 빼지 못해 넘어져 뒤집어진 거북처럼 버둥거리고 있을 때,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속에 유쾌한 웃음을 웃는 사람들 숫자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우리 라이더를 슬프게 한다. 기나긴 업힐을 시작하면서 "남자분들과 타려니 겁이 나네요. 살살 봐 주세요."하던 여인은 초장부터 쏜살같이 달아나 시야에서 사라지고 부실한 무르팍이 깨져라 꾸역꾸역 페달을 밟으며 기약없이 하염없이 뒤를 좇으며 바라보는 의구한 산천이 우리 라이더를 진정 슬프게 한다.
다스베이더처럼 완벽한 무장을 하고 중랑천을 달리던 중, 맹렬하게 추월하는 토끼장을 짐칸에 장착한 생활자전를 되따라잡으려 40km/h까지 올려 보지만 한 번 힐끗 뒤를 돌아본 후, 삐그덕 소리 아련하게 멀어지며 가물가물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토끼장 자전거의 모습이 우리 라이더를 슬프게 한다.
별 생각 없이 앞에 가는 인라인스케이터를 추월하려는데 아무리 밟아도 뒤꼭지에 바짝 따라붙으며 울리는 '턱턱'하는 인라인스케이터의 발소리를 떼놓을 재간이 없을 때 '아, 저런 원시적인 직립인간에게 이 첨단 매커니즘으로 무장한 내가 당하는구나'하는 서글픈 현실이 우리 라이더를 슬프게 한다.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을 모신답시고 같이 업힐을 하지만 의외로 한참 뒤처져 따르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던 어르신의 "젊은 게 좋긴 좋구만. 생각보다 잘 따라오시네?"하는 비수같은 한 마디가 우리 라이더를 슬프게 한다.
힘든 업힐이 있으면 신나는 다운힐이 보상으로 따르는 법. 그러나 신나게 다운힐을 한 뒤 문득 깨닫는, 산꼭대기에 배낭을 벗어두고 내려왔다는 매몰찬 현실이 우리 라이더를 진정 슬프게 한다. 풀샥 잔차를 들고 계단을 걸어서 내려갈 때, 옆에서 하드테일로 씩씩하게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일행의 모습이 우리 라이더를 슬프다 못해 아프게 한다. 젠장.
▲중랑천에서 만난 귀여운 아기. 보는 순간 불현듯 막내동생의 어릴 때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벌써 40대 중반이 되었지만 내게는 막내동생이 아직 아이만 같다. (중랑천에서. 7/27)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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