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구박이 심하던 영감쟁이가 박을 따러 지붕에 올라가서도 지천이 심한고로 심통이 잔뜩 난 할마시께서 그만 사다리를 치워버리고 밖으로 내빼다 사립문 밖 골목에서 처가에 오던 사위놈과 마주쳤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영감께서 어찌어찌 어렵게 지붕에서 내려와 할마시를 잡으러 달음박질로 사립문을 나서다 그 사위놈과 마주쳤다. "이 뇬 어디 갔지?"하는 장인의 말쌈에 미루어 짐작해서 번히 알 만한 사위놈, "어떤 뇬요?" 하더란다.
▲삶의 흔적
각설하고,
서울에 사는 열 살 위인 자칭 내 친구라는 논네가 어찌나 빨리 달려왔는지 유니폼이 땀에 흠뻑 젖었다. 내 자전거를 발로 툭 차면서 샵으로 들어오신다. 짐짓 못 본 체하며 샵 쥔장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사람들은 무식해서 남의 자전거가 얼마나 비싼 건지도 모르나 봐요."
영감, 뒤에서 불그락푸르락 노려보신다.
손으로 짜면 주르륵 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유니폼을 벗어 난롯불에 말리신다. 그러시거나 말거나 쥔장과 계속 이야기를 한다.
"자전거 관련법에 문제가 많은 것 같지 않아요?"
"뭐가요?"
"영감태기들은 최고속도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어야 된다고 봐요."
"최저속도가 아니고요?"
드디어 친구(켈켈)의 매서운 눈초리가 날아오는가 싶더니
"거 듣는 놈도 생각해 줘야지, 너무들 하시네."
"네? 어떤 놈이 듣는다고 그러십니까?"
"저 인간이..확!!!"
"푸하핫"
"큭큭큭"
아무튼 계절 불문, 날씨 불문하고 자전거를 타시는 게 나랑 가장 닮으신 분인데 뒤를 따르다 젊은 내가 몇 번 퍼진 기억이 있는지라 같이 어딜 가자고 하면 겁부터 더럭 난다. 기껏해야 청량리까지 돌아가는 그 냥반을 배웅한답시고 터덜터덜 저속 라이딩으로 이야기하며 방학동까지 같이 라이딩하는 일이 종종 있을 뿐이다. 매 해 그랬듯이 자전거 타기를 대체로 꺼려하는 혹한기에 가장 자주 조우할 분이기도 하다. 이 분의 변함없이 씩씩하기 이를데 없는 모습은 내게 항상 희망과 용기를 준다.
친구여, 아프지 말고 건강하소.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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