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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전거로 새끼뱀을 치었나 보다

靑竹2010.11.18 21:52조회 수 2164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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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에 세워둔 자전거를 살피다 보니 싯스테이 부분에 뭔가 걸려 있다. 뭔가 자전거에 치인 것 같은데 아주 조그만 노가리처럼 바짝 말라붙어 있다. 샵 쥔장은 "새끼뱀을 치셨군요."한다. "헛,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있나. 정말 그랬나 봅니다." 엊그제 동행과 왕방산을 다녀오던 길에 농로와 시골 마을길을 달리다 차에 치어 죽어 있는 뱀을 세 마리나 보았는데 나도 그만 나도 모르게 한 마리 치었나 보다.

 

 

 

 

 

 

 

 

어려서 뱀은 내게 늘 두려움과 저주와 징그러움의 대상이었다. 대개의 아이들이 그랬지만 뱀을 무서워하면서도 보면 도망치기는 커녕 기를 쓰고 때려잡았다. 아마도 두려움보다 저주와 징그러움으로 인한 적개심이 더 컸기 때문이리라. 때로 살모사 같은 독사들은 나뭇가지로 때리면 도망가는 게 아니고 달려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땐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면서 도망치기 바빴다. 산은 모두 산이고 들은 고스란히 들이고 물도 온전한 물이던 시절이라 그런지 그 시절엔 그리 특별히 동물 사랑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인도의 자이나교인가(맞는지 모르겠다.) 하는 교파의 승려들은 비가 오면 바깥 출입을 삼간다. 물 속에 있을지 모를 미물들에게 행여라도 해를 끼칠까 염려해서란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뱀에 대한 적개심은 누그러지고 인간과 함께 자연을 구성하는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이 앞선다. 어릴 때 같으면 집에 거미가 보이면 분명 손으로 눌러 죽였을 테지만 지금은 화장지로 살짝 감싸서 밖의 화단에 놓아 준다. 내 생명이 중하면 남의 생명도 중한 것이다. 

 

"얘, 아빠가 뱀을 치었나 보다." "어? 정말이네?" 놀란 딸아이는 눈을 가까이 대고 요모조모 자세히 뜯어보더니 "푸하하하하"하고 웃는다. "엥? 왜 웃냐?" "아이고, 아부지. 요거슨 뱀이 아녀라. 오징어 다리잖아요. 아빠는 요즘 도시락을 이렇게 싸 가지고 다니세요? 큭큭."

 

 

 

 

손으로 조심조심 떼어서 거실로 들어와 하얀 종이 위에 놓고 정밀하게 감식한 결과 딸아이 말대로 빨판의 흔적이 있는 오징어 다리가 분명했다. 날이 갈수록 눈에 벼멸구가 심해지는지라 시시때때로 마누라 돋보기를 빌리곤 하는데 그게 귀찮아 지난 주부터 돋보기를 한 개 사려다 차일피일 미룬 게 잘못이다.  에효효~ (그나저나 나보다 예닐곱 살이나 젊은 샵 쥔장이 더 문제여..)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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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랭이님이 밉다 (by 靑竹) 가을이 아쉽지는 않네요... (by 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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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호호호호 ~~   웃습니다  ^^

    청죽님 덕에   간만에 웃었습니다  ~~

    그런데 청죽님 ~~~     돋보기 장만 하실때 하나 갖고는 안될겁니다  ~~

    경험에 의하면 몇개 사서 여기 저기에 넣어두고 써야 합니다  ^^

    샵쥔장님도  이제는 노안이  진행되어서  청죽님이나 쥔장이나   시력이 거기서 거긴가 봅니다   ^^

  • 줌마님께
    靑竹글쓴이
    2010.11.18 22:48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ㅎ 안녕하세요?

     

    맞습니다. 제 정신머리로는 여기저기 잔뜩 꽁쳐 놓아야 될 것 같아요.ㅋㅋㅋ

     

     

     

     

  • ㅍ ㅎ ㅎ ㅎ ㅎ ㅎ ㅎ

  • 자이나교 승려들 뿐 아니라 신도들 이동하는 모습을 봤는데

    하얀 옷 일색에 망사로 얼굴도 가리고 다니더군요.

    늙은 중이 동냥하려 흥보집 찾아가듯 가만 가만 걸어서.......

    날벌래와 충돌이라도 피하려는 심사겠지요.

    개발이나 환경문제도 가장 앞서서 방어하고

     

    인도가 중국에 비해 인구 밀도가 높다면 높고

    절대 빈곤층이 아프리카 대륙 빈민 수를 웃돈다 하는데도

    살아 있는 생물은 손대지 않더군요.

    덕택에 8차선 대로변에 소들이 어슬렁

    고가도로 코너에도 개들이 편안하게 낮잠을 자고..

     

    운전 기사들도 차안에 들어온 파리나 모기를 잡는 법이 없고

    고작 창문을 내려 90세 노파처럼 힘을 뺀 손사래를 치며 몰아내기만 합니다.

     

    중국사람들이 네다리 달린 것은 책상 빼곤 다 먹는다고 하는데

    이에 비해 인도 사람들은 자연과 절묘하게 공존하며 살아갑니다.

     

    불교며 자이나교 처럼 살생을 금기시 하는 종교의 발상지 답지 않나요?

  • 요사이  웃을일이 없었던차에  씩~~하고 웃고갑니다.

  • 청죽님 안 계심...

     

     

     

     

     

     

     

     

     

    우찌 살꼬~~~~ㅋㅋ

  • 와?.....울 사.촌을 치셨어요...엉 엉 엉....

    자연스럽게 박.제.가 되았군요.  저도 1달 보름 전 부터 가까운 거리가 잘 않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난시가 있었는데 안경을 쓰지않으니 난시도 심해져가고...

    1주일 전에 안과 가서 정밀검사를 했는데

    망막이나 다른곳엔 다행이 이상 없다는 것을 보니  벌써 부터 노.안.도 왔나봐유....

    쭈꾸미는 눈이 생명인디..ㅎ

    그나저나 캡틴님께서도 그렇지..ㅎㅎㅎ

     

    따님의 해학이 부전여전이네요...^^

  • ㅋㅋㅋ 늙으면 거저~~
  • 하하 풀밭 라이딩을 많이 하시면 오징어가 걸려올라오는 수도 있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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