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약속이 없었는데 일찌감치 갑장님의 전화가 왔다.
주 목적인 라이딩이나 라이딩코스에 대한 언급은 없고
영화포스터처럼 먼저 던져지는 갑장님의 타진 방식은 여전하다.
"통미꾸라지 추어탕 한 그릇 어떻습니까?"
"좋지요."
(에고, 어제 잠을 못 잤는데..)
배가 부르면 힘을 못 쓰는 체질이다.
라이딩 직전에 대개 그래서 소식하기 마련,
그래도 보양식후인데 가파른 업힐을 무서워하랴.
십부능선은 푸른 솔숲길과 황량한 활엽수길이 교차한다.
무성했던 잎들을 떨군 활엽수길은 일견 을씨년스럽긴 하지만
추운 겨울에 그늘이 필요할 리 없고 볕을 많이 받아서 좋고
시야 또한 탁 트여서 외려 낫다.
무거운 고철덩이에 몸을 맡기고
수백 필의 말이 이끄는 힘으로
평평한 도로를 달리는 시대에
심장 하나를 담보로한 1인력으로
산굽이를 오르내린 하루,
세속에 찌든 영혼을 대자연에 살짝 묻어두고
깨진 쪽박이라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빈 자리에 무욕, 그 궁극의 자유를 주워담았다.
(2012. 1. 28. 천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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