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꿋꿋한 생활자전거
티비에서 나오는 영화를 볼 때
때로 앞부분을 미처 보지 못하고 결말부부터 볼 때가 있다.
지난 곡절을 모르고 결말부만 보니
클라이막스에서 느끼는 뭉클함, 벅참, 통쾌함 등이
의당 느껴져야 함에도 사뭇 밋밋한 감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고대하던 눈이 왔는데 춥다고 망설이랴.
산에 오르니 그래도 땀이 난다.
맹렬한 추위 탓에 내린 눈이 건조하다.
건조한 눈은 응집력이 약해서 접지력이 좋지 않아 오르막이 힘들다.
그래도 내리막길은 스키를 타듯 재미가 있고 무난하다.
겨울에 자전거를 끌고 대자연의 품속으로 드는 건
자전거가 좋고 자극적인 찬바람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계가 뚜렷한 이 땅을 두루두루 다니며 계절이 변화하는 곡절을 지켜본 뒤라야
클라이막스랄 수 있는 봄에 죽은 듯하던 대지에서 만물이 소생하는 모습을
진정 뭉클한 가슴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아마도 봄,가을이 실종됐다고 느끼게 되는 건
필경은 결말부만 보기 쉬운 도시화의 부작용으로 인한
무감각일 확률이 클 테니 말이다.
그런데 에어샥이 얼었는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리바운드가 너무 느리다.
눌린 샥이 잠꾸러기 아이들처럼
꾸물거리며 일어나는데 고장이 난 건지 얼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2012. 02. 02. 수락산 자락에서)
한파에 중랑천이 한산하다.
가끔은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석상들이 겨울을 나는 법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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