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REPORT] 미국도 ‘하이퍼 솔로’ 시대…자전거·러닝머신 ‘1인 전용 제품’ 보복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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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07 11:35:55 | 최종수정 2020.09.07 11:40:06 |
# 지난 8월 28일 뉴저지주 테터보로공항 인근 소재 월마트. 자전거를 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평소 자전거가 100대 이상은 진열돼 있던 ‘바이크숍’ 코너가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월마트 매장 매니저는 “이미 4월부터 자전거가 (다 팔리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발길을 돌려 인근 파라무스에 있는 레저용품 전문 매장 REI를 찾았다. 하지만 여기에도 선주문 후 픽업을 기다리는 자전거만 있을 뿐 판매용은 구경하기 힘들었다. 다시 다른 레저용품 매장, 자전거 전문 매장을 찾아갔지만 허탕을 쳤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전거가 매우 귀하신 몸이 됐다. 장거리 여행을 포기하고 자전거를 타려는 수요가 폭증한 탓이다. 대중교통에 대한 공포가 생기며 자전거 출퇴근족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수요는 급증했지만 공급은 원활하지 못해 수급난이 심각하다. 중국 내 생산 차질, 미중 무역분쟁 등이 겹치며 공급이 더디다. 뉴욕시 일대에서는 자전거 절도 건수가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자전거용 변속기어 등 부품제조 업체인 일본 시마노는 올해 들어 시가총액이 30% 이상 늘어나 자동차 회사 닛산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물자 부족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풍족한 미국 땅에서 믿기 힘든 일이 현실로 펼쳐지는 모습이다. 수요가 폭증한 것은 자전거만이 아니다. ‘하이퍼 소셜(잠깐용어 참조)’에서 ‘하이퍼 솔로(잠깐용어 참조)’ 사회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며 이들을 위한 제품에 ‘보복 소비’가 몰리고 있다.
피트니스 클럽 생태계가 무너지며 운동기구 시장에도 큰 변화가 왔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트니스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단 운동기구 제조업체들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홈트(홈트레이닝·실내운동) 열풍 때문이다. 8월 말 월마트닷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러닝머신인 599달러짜리 ‘프로폼 트레이너 720’ 모델을 클릭하자 배송 예상일이 10월 8일로 나왔다. 배송에만 약 40일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동안 러닝머신은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연방정부·주정부 차원의 지원금 등에 힘입어 미국인의 대표 ‘보복 소비’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며 집안을 가꿀 제품의 수요 역시 폭증하고 있다. 최근 주목도가 크게 올라간 ‘엣시(Etsy)’는 목공예품을 사고파는 플랫폼이었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수공예품을 거래하는 대표 사이트로 자리매김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엣시를 통한 가구 거래 등이 급증하고 있다. 이 회사 올 2분기 순이익은 9643만달러로 전년 대비 429% 늘었다. ‘제2의 아마존’이라는 별칭까지 생길 정도로 ‘엣시 열풍’이 불면서 주가는 지난 3월 저점 대비 4배나 올랐다. 여성들이 엣시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남성들은 ‘홈디포’ 온라인 쇼핑몰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집 개조, 인테리어 관련 자재, 공구를 파는 홈디포는 올 2분기 매출이 380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4% 증가했다. 미국에서 집을 지을 때 주로 쓰는 목재 소비까지 덩달아 늘어났다. 코로나19로 모든 분야 소비가 위축된 것처럼 보였지만 인간의 소비 욕구는 새로운 대상을 찾고 있다. 잠깐용어 *하이퍼 솔로(hyper-solo) 극단적 비접촉 또는 1인 전용을 의미. 극단적 접촉, 극단적 사회화를 의미하는 ‘하이퍼 소셜(hyper-social)’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된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lif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5호 (2020.09.09~09.15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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