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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처럼 전기자전거 보조금 주면, 도심 교통·공기오염 문제 해결 등 / 같은 예산으로 30~50배 효과”
몇년전만 해도 100만원대 가격 장벽. 최근엔 50만원대 1회 충전 40~50㎞ 근거리 이동 서비스·택배 활용 등
세계시장 규모 내년 12.7조원 전망. BMW 등 완성차 업계도 제품 선봬
국내는 수십억원대로 걸음마 수준 “추세 파악해 가성비 높이면 승산”
“전기자전거로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에서 하루 3시간 ‘투잡’ 배달했습니다.
전기동력으로 무거운 짐을 싣고 높은 언덕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데다,
초기구입 비용이 낮고 충전 전기료 외에 추가비용도 거의 없습니다.”
한때 배달라이더였던 이아무개씨는 지난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기자전거의 효능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기자전거 본체값은 90여만원.
자전거 뒷자리에 배달통(약 10만원)을 설치하고, 내비게이션을 확인하기 위한 핸드폰 거치대와 백미러,
헬멧 등 안전장비 비용까지 더해 120만원 가량 비용을 들였다.
더 긴 시간을 일하려면 배터리 용량을 감안해 추가배터리(30만원)를 구매할 수 있다.
하루 3시간 가량 일해 한달 평균 100만원 가량 수입을 올렸고, 한달보름여만에 라이더 업무에 필요한 장비값을 모두 뽑았다.
전기자전거 매력에 빠진 이씨는 8개월여간 ‘부업’으로 모은 돈으로 아예 국외 전기자전거 판매대행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자전거는 누구나 다루기 쉽고 안전하면서도, 오토바이나 차량들보다 이동가능한 공간이 훨씬 많다”고 칭찬했다.
최근 인터넷카페 등에서는 이씨처럼 전기자전거를 활용해 배달업에 뛰어든 사례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전기자전거로 왕복 40㎞ 거리를 8년째 출근한다”, “운전을 무서워하는 아내를 위해 유치원생 딸 등·하원용으로 쓰려한다” 등.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인용 이동수단을 일컫는 ‘마이크로모빌리티’ 가운데
전기자전거가 생활 속 아주 가까운 곳으로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사례들이다.
■ “투잡라이더, 전기자전거라서 가능”
마이크로모빌리티는 전기자동차나 드론택시 같은 ‘중대형 모빌리티’보다 크기나 첨단 기술집약도는 낮지만,
다루기 손쉬우면서 전기의 힘을 빌려 자동차·오토바이와 비슷한 편리함을 준다.
자전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이동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먼거리 혹은 높은 언덕을 오르거나 무거운 짐을 싣는 배달, 출퇴근, 등하교용 이동수단으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몇 년 전 만해도 대부분 100만원을 훌쩍 넘는 제품값과 투박한 디자인이 일반인의 전기자전거 진입에 장벽이 됐다.
최근에는 미니벨로 형태의 소형접이식을 비롯해 일반자전거와 다름없는 모양을 한데다
50만원 안팎 제품도 충분한 안전성과 한번 충전에 40㎞~50㎞ 정도의 주행거리를 보장한다.
전기자전거는 핸들을 돌리면 오토바이처럼 스스로 달리거나(스로틀방식),
운전자가 페달 밟는 힘을 전기동력이 보조(파스방식·페달지원방식)하는 두가지 방식이 지원된다.
둘을 혼합해 운전자가 편의에 따라 이용하는 방식도 일반화했다.
국내에선 2018년부터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제도 풀렸다.
다만 국내 자전거도로에서는 최대 속도가 시속 25㎞로 제한되고, 스로틀방식이나 무게가 30㎏을 넘는 전기자전거는 이용할 수 없다.
국외에선 이미 전기자전거의 시장성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
국내 아이아르(IR·투자정보)협의회가 지난 2018년 낸 기술분석보고서를 보면,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은 2016년 89억5천만달러(9조9430억원)규모이던 게
2021년에는 115억달러(12조776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때 자동차 판매 사은품이나, 차량이 채우지 못한 이동거리를 연결하는 ‘마스’(Mobility As A Service)' 수단의 하나 정도로
전기자전거를 여겼던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자동차업체 지엠(GM)은 지난해부터 전기자전거 ‘아리브’를 독일과 벨기에 등 유럽국가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2023년까지 20여종에 이르는 양산용 전기자전거 출시계획을 갖고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 베엠베(BMW)를 비롯해 아우디, 포드, 푸조 등
완성차 회사들이 “전기자전거가 미래 이동수단이 될 것”이라며 잇따라 전기자전거를 선보이고 있다.
세계적 오토바이회사인 할리데이비슨과 트라이엄프도 전기자전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 택배 물량과 교통난 해소 ‘두 토끼’ 잡기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도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승차공유서비스인 우버는 미국과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자전거 유료 공유서비스(‘점프’)를 확대 중이다.
완성차업체인 포드도 2017년부터 ‘고바이크’라는 전기자전거 공유사업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고객에 물건을 배달하는 마지막 단계(라스트마일)에서
차량택배의 심각한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우버 등에서 전기자전거 활용분야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국제 배송업체인 디에이치엘(DHL)은 체코에서 네바퀴형 1인 전기자전거로 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이크 파라 디에이치엘 아메리카 최고운영자(CEO)는 최근
“택배용 전기자전거가 ‘배송활동 중 배기가스 제로’ 등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교통 문제로 골치를 앓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우,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미국 뉴욕시 도로교통국은 지난해말부터 맨해튼 지역 화물택배에 트럭 대신 전기자전거를 활용하는 시범계획을 실시하고 있다.
뉴욕시는 하루 200만건에 이르는 택배 물량으로 한쪽에선 배송지연에 대한 소비자 불만에,
도시 입장에선 막대한 교통체증과 배출가스로 인한 환경오염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시는 시범기간 동안 보행자 안전을 고려해 최대 속도를 제한하고,
전기자전거 배달원의 연락처와 인식표 의무부착, 택배기사의 안전교육 실시 등 꼼꼼한 시범시행 지침도 마련했다.
■ 국내선 시작 단계, 그래서 ‘기회의 땅’
반면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아이아르(IR)협의회 기술분석보고서에서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은 2016년 54억원 규모였던 게, 이후 5년간 불과 70억원 규모까지 밖에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RTA) 자료를 봐도,
지난해 미국의 전기자전거 수입 총액이 6억9100만달러(7641억원)에 이르렀는데,
한국에서 수입액은 연간 28만달러(3억1천만원·0.04%)에 불과했다.
지난해 중국이 전기자전거로만 미국에서 4억1900만달러(4630억원)을 벌어들였던 것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분야다. 하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올해 트렌드보고서 등에서
“한국 기업들도 전기자전거 추세를 인지하고 가성비 높은 자전거를 출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개인용 전기자전거보다 기업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유서비스를 통해 전기자전거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 티(T)바이크’와 쏘카가 투자한 ‘일레클’의 공유 전기자전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에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 벨로스타 등 3곳이 전기자전거를 공급하고 있다.
서울 송파, 경기 성남·김포, 세종시 등 지자체도 카카오티바이크 같은 업체와 협력해
1천여대 안팎의 공유형 전기자전거를 운영하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유서비스 수요와 개인 판매량 등을 더해
올해 국내 업체의 자전거 판매량이 5만여대 안팎, 매출액 4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자전거 산업을 확대하고, 차세대 친환경 이동수단의 하나로 활용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도로인프라와 구매보조금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한 전기자전거 제조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에
“전기자전거는 노약자들에게도 체력적 부담을 덜고 이동거리의 자유를 줄 친환경 이동수단이자,
갈수록 심화하는 도심 교통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수단”이라며
“대당 1천만원대 보조금을 전기차 대신,
유럽처럼 전기자전거에 주면 같은 예산으로 30~50배의 효과를 낼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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