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구간) 도래기재~주실령~오전리
도래기재를 되돌아 내려오다가 우측으로 임도입구를 찿아 들었다.
적당한 경사에 그다지 험하지 않은 임도 길이지만 지금까지의 체력 소비로 인하여
라이딩이 편하지만은 않다.
천천히 가면서 큰 소리로 화이팅도 외쳐보고 서로를 격려하는 이야기도 나눠본다.
새벽에 출발하여 점심도 훌쩍지난 지금에서야 청주에서 혼자 올라오신 심천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었다.
하루종일을 함께 가면서도 제대로 이야기조차 해 볼 여유가 없다.
그러나 출발 후 한시간만 지나면 1년 지기가 되고
한나절만 지나면 10년 지기 이상의 믿음이 생긴다.
극한 상황속에서 말로 하지는 못하지만, 서로 눈빛으로.. 가슴으로.. 몸으로..
끝없는 교감을 나누며 가야 하는것,
바로 랠리이기 때문에..
긴 임도를 그렇게 탈출하여 주실령으로 나왔다.
이제부터는 한참동안 신나게 달려 내려가는 도로구간이다.
한참을 신나게 내달리니 오전약수터가 나온다.
약수터에서 물을 받으려다가 근처 식당에서 물을 얻었다.
수돗물도 좋다고 했지만 꽁꽁 얼려진 생수를 내놓으시는
아주머니의 후덕한 인심이 너무 좋다.
아주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얼음물 한모금에 갑자기 두발에 힘이 솟는다.
아자~~ 힘내자!!
(5~6 구간) 오전리~늦은목이~선달산~박달령이정표
내리막 도로길을 달리며 황홀했던 얼굴표정이 곧이어 이어지는
끝없는 콘크리트길 업힐에서 서서히 일그러져간다.
거북이님이 계곡물에 세수라도 하고가자고 제안한다.
모두들 너무 지쳐있고 나 또한 잔여 에너지 0%에서 마이너스로 진입 중인지라
흔쾌히 승낙을 하고 만다.
게곡물에 손담그고 세수를 하고나니 새 정신이 드는것 같다.
여기저기 피어있는 생소한 야생화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나는 원래 랠리중에는 라이딩 외에 가능한 다른짓을 하지 않는다.
일반 중 단거리 라이딩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극한 상황에서의 랠리는 정신력이
제일 중요하다.
힘들다고 너무 자주 쉰다든지,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세수하면 몸은 당연히 개운하고
가벼워 지는것 같은데 자칫 마음이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거북이님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발을 벗지않은 이유이다.
지긋지긋한 업힐을 끝내고 늦은목이로 오르는 싱글길을 들어설즈음 갑자기
내딛는 왼발 무뤂뒤가 찌르르 아파온다.
쥐가 물었는지.. 도대체 한걸음을 걸을수가 없다.
그자리에 선채로 움직이지 못하는 내모습을 바라보는 안타깝고 걱정스런 동료들의 눈망울이
줌 렌즈로 당기듯이 확대되어 다가온다.
심천님께 스프레이 파스를 얻어 뿌리고 비상약품으로 가져온 진통제 한알을 깨물고
용감한척 앞장을 서보지만 마음은 너무 무겁다.
1km정도의 싱글길을 끌고올라 이번 랠리에서 가장큰 고비가될 늦은목이에 도착했다.
지금부터는 선달산을 거쳐 발달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으로
중간쯤 부터는 야간 라이딩을 해야한다.
해발 1500고지가 넘는 초행길 산을 야간에 넘는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해가 있을때 한발짝 이라도 더 가야한다.
세명의 전사들.. 서로의 눈빛속에서 의지를 확인한다.
가자~~
선달산까지 1.9km..
그야말로 사투였다.
현재의 고갈된 체력으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길이다.
오직 정신력으로 오르는 길.
언제 부터인지 두주전 입영하여 훈련소에 있는 아들과 함께 유격 훈련을 받고있다.
아비로써 아들에게 못난 모습을 보일까봐 죽기 살기로 애를 써본다.
작년 280랠리..
폭우속에 추위와 싸우며 밤새 산을 헤메고 내려와보니
보걸은 울면서 한길가에서 밤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길바닥에서 기다리고 있지는 않겠지?
암튼 이넘이 TV에 방영되는 바람에 나보다 더 유명한 보걸이 되었지만
그때 그 모습이 떠오르면 지금도 가슴이 울컥해진다.
자전거 타게 된 사연이야 천차만별 가지가지 일테고
보걸이 지원조 대장(?)으로 유명인사가 된데도 사연이 있다.
혈당 수치가 600을 넘어서는 극악한 상태에서 엠티비를 시작한 보고픈이
소속 동호회에서 가는 속초투어(도로 200km)에 갈지 말지를 한달여를 고민하는데
보걸이 자동차로 옆에서 따라오다가 여차직하면 바로 승차 하는것을 조건으로
참가를 결정한다.
그날 12시간 이상을 비를 맞으며 16시간 만에 미시령에 도착 했을때
자포자기 하고 있었던 나는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자심감을 그곳에서 찾을수 있었고
보걸은 나약하지 않은, 어깨기대도 쓰러지지 않을 건강한 남편을 찾을수 있었던거고..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자전거에 미치게 된거고
그래서 보걸은 그때부터 나를 지원하는 지원대장이 된 거지..
뒷쪽에서 신음 소리가 들린다.
말 한마디 없이 황소처럼 우직하신 심천님이 신음 소리를 내고있다.
너무나 점잖으신 신사, 거북이님의 욕하는 소리도 들린다.
(나중에 토끼님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절대로 안 믿으시더라는..)
그렇게라도 해서 힘이 날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해서 선달산을 오를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 이겠거니 생각하고 맘을 놓을새도 없이
다시금 고통스런 행군의 연속이다.
날이 저물기 전에 한걸음 이라도 더 가보려고 해보지만 지친몸은 힘을 내주지 않는다.
수풀을 헤치고.. 바위를 넘고..
쓰러져 얽힌 나무틈 사이로 한걸음 한걸음 힘들게 옮기던 걸음마져 멈추고
모두들 제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뭐듣지 먹고 힘을 내보자고 싸온 음식들을 입에 넣어보지만
도대체 넘어가지를 않는다.
먹는게 안된다면 그냥 구겨 넣을수 밖에..
한웅큼의 육포를 입에 털어넣고 다시 출발이다.
힘들게 힘들게 전진을 계속하던중 갑자기 짙은 안개를 흩날리며 스산한 바람이
몇차례 불더니 급기야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급히 일행들을 세우고 우의를 입는데 지퍼를 미처 올리기도 전에 쏱아지는 빗줄기..
삽시간에 바닥은 물이 고여 철벅거리고 진흙길과 통나무계단은 마치
참기름을 발라 놓은듯 미끄럽다.
바람은 주변의 초목을 미친듯이 흔들어 멀미를 날듯하게 만들고..
젖은 몸은 추위에 정복당해 어금니를 부딪치게 만든다.
이럴때는 방법이없다. 그저 잠시도 쉬지 말고 몸을 움직여야한다.
미끌어지고 넘어지고..
얼마를 그렇게 정신없이 걷고 또 걸었는지 모를즈음 멀리서 불빛이 반짝인다.
이제 살았다.
마치 죽을것 같았던 그곳을 빠져나와 뒤돌아보니
짙은 어둠과 안개에 휩싸인 시커먼 선달산의 모습이 하늘과 닿아있다.
우리는 이렇게 탈출에 성공했지만
아직도 저곳 어디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다른 팀들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부디 모두들 안전하게 탈출 하시기를..
(6~8 구간) 박달령이정표~옥동초교 분교~내리천야영지
박달령이정표 헬기장에 내려오니 홀릭님이 막 올라와 계셨다.
산속을 바라보며 모두가 무사히 내려오기를 염원하는 모습이 선수들보다 더 애처롭다.
무슨 남는게 있다고 이 고생을 하시는지..
나는 또 무엇를 위하여 한발짝 타지도 못하는줄 알면서도 이렇게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지..
모두가 미친거다.
아니면 무엇에 홀렸던지.
10여km의 임도길을 달려 내려온다.
자갈이 워낙 많은 데다가 요소 요소에 빗물이 고여 있어서 매우 위험했지만
한걸음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그냥 내달린다.
비에 젖은 옷이 체온을 빼앗아 너무 춥다.
브레이크 잡은 손에 쥐가 나고 손목이 꺾이는듯 아파온다.
너무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자전거를 세운다.
내리막길이 힘들어서 쉬어가다니..
옥동초교 분교앞으로 나오니 조그만 가계집이 하나 있다.
따뜻한 무엇인가를 사먹고 싶었지만 규정위반 사항이니 생각만 간절할 뿐이다.
가계집 추녀에서 비를 피해 지도를 꺼내본다.
지금부터 가야할 길은 완전 미개척 코스이다.
내리천을 따라 계곡을 거슬러 야영장으로 가야하는 길인데 아는 정보라고는
고작 10여km 정도의 거리라는 것밖에..
세시간이 걸릴지 10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시간이 대충 10시 정도이니 야영장에 도착시간이 빨라야 3시 정도일것 같다.
제발 좀 편한 길이기를 간절히 빌며 빗속을 뚧고 내리천을 찿아 나선다.
계곡 갈림길인 내리교에 이르니 운영진 차량이 경적을 울린다.
믿음직한 그대있음에님이 차에서 내리시더니 낭보를 전해준다.
계곡길이 폭우로 인하여 접근이 불가능하니 도로로 우회하라는 것이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야영지로 향하는 도로를 오른다.
총 12km중 업힐이 6km, 다운힐이 6km란다.
기쁜 마음으로 붙었지만 쉽지않은 언덕이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굽이를 돌때마다 계속 올라간다는 유도 화살표만 반짝이고
도대체 끝이 안보인다.
다시 자전거를 내려서 끌고 또 끌고..
한 3km는 족히 끌고서야 정상을 밟을수 있었다.
이어지는 한참의 다운힐..
체력은 고갈되고 몸은 얼어 붙었지만 새록새록 힘이솟는다.
조금만 더가면 이제 정말 쉴 수 있는 곳이다.
밤 11시 반이 넘어설때 쯤
반짝이는 유도등을 따라 들어선 야영장 그 끝에는
19시간 동안을 안절부절 못하며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린
보걸의 웃는 얼굴이 있었다.
도래기재를 되돌아 내려오다가 우측으로 임도입구를 찿아 들었다.
적당한 경사에 그다지 험하지 않은 임도 길이지만 지금까지의 체력 소비로 인하여
라이딩이 편하지만은 않다.
천천히 가면서 큰 소리로 화이팅도 외쳐보고 서로를 격려하는 이야기도 나눠본다.
새벽에 출발하여 점심도 훌쩍지난 지금에서야 청주에서 혼자 올라오신 심천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었다.
하루종일을 함께 가면서도 제대로 이야기조차 해 볼 여유가 없다.
그러나 출발 후 한시간만 지나면 1년 지기가 되고
한나절만 지나면 10년 지기 이상의 믿음이 생긴다.
극한 상황속에서 말로 하지는 못하지만, 서로 눈빛으로.. 가슴으로.. 몸으로..
끝없는 교감을 나누며 가야 하는것,
바로 랠리이기 때문에..
긴 임도를 그렇게 탈출하여 주실령으로 나왔다.
이제부터는 한참동안 신나게 달려 내려가는 도로구간이다.
한참을 신나게 내달리니 오전약수터가 나온다.
약수터에서 물을 받으려다가 근처 식당에서 물을 얻었다.
수돗물도 좋다고 했지만 꽁꽁 얼려진 생수를 내놓으시는
아주머니의 후덕한 인심이 너무 좋다.
아주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얼음물 한모금에 갑자기 두발에 힘이 솟는다.
아자~~ 힘내자!!
(5~6 구간) 오전리~늦은목이~선달산~박달령이정표
내리막 도로길을 달리며 황홀했던 얼굴표정이 곧이어 이어지는
끝없는 콘크리트길 업힐에서 서서히 일그러져간다.
거북이님이 계곡물에 세수라도 하고가자고 제안한다.
모두들 너무 지쳐있고 나 또한 잔여 에너지 0%에서 마이너스로 진입 중인지라
흔쾌히 승낙을 하고 만다.
게곡물에 손담그고 세수를 하고나니 새 정신이 드는것 같다.
여기저기 피어있는 생소한 야생화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나는 원래 랠리중에는 라이딩 외에 가능한 다른짓을 하지 않는다.
일반 중 단거리 라이딩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극한 상황에서의 랠리는 정신력이
제일 중요하다.
힘들다고 너무 자주 쉰다든지,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세수하면 몸은 당연히 개운하고
가벼워 지는것 같은데 자칫 마음이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거북이님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발을 벗지않은 이유이다.
지긋지긋한 업힐을 끝내고 늦은목이로 오르는 싱글길을 들어설즈음 갑자기
내딛는 왼발 무뤂뒤가 찌르르 아파온다.
쥐가 물었는지.. 도대체 한걸음을 걸을수가 없다.
그자리에 선채로 움직이지 못하는 내모습을 바라보는 안타깝고 걱정스런 동료들의 눈망울이
줌 렌즈로 당기듯이 확대되어 다가온다.
심천님께 스프레이 파스를 얻어 뿌리고 비상약품으로 가져온 진통제 한알을 깨물고
용감한척 앞장을 서보지만 마음은 너무 무겁다.
1km정도의 싱글길을 끌고올라 이번 랠리에서 가장큰 고비가될 늦은목이에 도착했다.
지금부터는 선달산을 거쳐 발달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으로
중간쯤 부터는 야간 라이딩을 해야한다.
해발 1500고지가 넘는 초행길 산을 야간에 넘는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해가 있을때 한발짝 이라도 더 가야한다.
세명의 전사들.. 서로의 눈빛속에서 의지를 확인한다.
가자~~
선달산까지 1.9km..
그야말로 사투였다.
현재의 고갈된 체력으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길이다.
오직 정신력으로 오르는 길.
언제 부터인지 두주전 입영하여 훈련소에 있는 아들과 함께 유격 훈련을 받고있다.
아비로써 아들에게 못난 모습을 보일까봐 죽기 살기로 애를 써본다.
작년 280랠리..
폭우속에 추위와 싸우며 밤새 산을 헤메고 내려와보니
보걸은 울면서 한길가에서 밤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길바닥에서 기다리고 있지는 않겠지?
암튼 이넘이 TV에 방영되는 바람에 나보다 더 유명한 보걸이 되었지만
그때 그 모습이 떠오르면 지금도 가슴이 울컥해진다.
자전거 타게 된 사연이야 천차만별 가지가지 일테고
보걸이 지원조 대장(?)으로 유명인사가 된데도 사연이 있다.
혈당 수치가 600을 넘어서는 극악한 상태에서 엠티비를 시작한 보고픈이
소속 동호회에서 가는 속초투어(도로 200km)에 갈지 말지를 한달여를 고민하는데
보걸이 자동차로 옆에서 따라오다가 여차직하면 바로 승차 하는것을 조건으로
참가를 결정한다.
그날 12시간 이상을 비를 맞으며 16시간 만에 미시령에 도착 했을때
자포자기 하고 있었던 나는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자심감을 그곳에서 찾을수 있었고
보걸은 나약하지 않은, 어깨기대도 쓰러지지 않을 건강한 남편을 찾을수 있었던거고..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자전거에 미치게 된거고
그래서 보걸은 그때부터 나를 지원하는 지원대장이 된 거지..
뒷쪽에서 신음 소리가 들린다.
말 한마디 없이 황소처럼 우직하신 심천님이 신음 소리를 내고있다.
너무나 점잖으신 신사, 거북이님의 욕하는 소리도 들린다.
(나중에 토끼님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절대로 안 믿으시더라는..)
그렇게라도 해서 힘이 날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해서 선달산을 오를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 이겠거니 생각하고 맘을 놓을새도 없이
다시금 고통스런 행군의 연속이다.
날이 저물기 전에 한걸음 이라도 더 가보려고 해보지만 지친몸은 힘을 내주지 않는다.
수풀을 헤치고.. 바위를 넘고..
쓰러져 얽힌 나무틈 사이로 한걸음 한걸음 힘들게 옮기던 걸음마져 멈추고
모두들 제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뭐듣지 먹고 힘을 내보자고 싸온 음식들을 입에 넣어보지만
도대체 넘어가지를 않는다.
먹는게 안된다면 그냥 구겨 넣을수 밖에..
한웅큼의 육포를 입에 털어넣고 다시 출발이다.
힘들게 힘들게 전진을 계속하던중 갑자기 짙은 안개를 흩날리며 스산한 바람이
몇차례 불더니 급기야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급히 일행들을 세우고 우의를 입는데 지퍼를 미처 올리기도 전에 쏱아지는 빗줄기..
삽시간에 바닥은 물이 고여 철벅거리고 진흙길과 통나무계단은 마치
참기름을 발라 놓은듯 미끄럽다.
바람은 주변의 초목을 미친듯이 흔들어 멀미를 날듯하게 만들고..
젖은 몸은 추위에 정복당해 어금니를 부딪치게 만든다.
이럴때는 방법이없다. 그저 잠시도 쉬지 말고 몸을 움직여야한다.
미끌어지고 넘어지고..
얼마를 그렇게 정신없이 걷고 또 걸었는지 모를즈음 멀리서 불빛이 반짝인다.
이제 살았다.
마치 죽을것 같았던 그곳을 빠져나와 뒤돌아보니
짙은 어둠과 안개에 휩싸인 시커먼 선달산의 모습이 하늘과 닿아있다.
우리는 이렇게 탈출에 성공했지만
아직도 저곳 어디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다른 팀들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부디 모두들 안전하게 탈출 하시기를..
(6~8 구간) 박달령이정표~옥동초교 분교~내리천야영지
박달령이정표 헬기장에 내려오니 홀릭님이 막 올라와 계셨다.
산속을 바라보며 모두가 무사히 내려오기를 염원하는 모습이 선수들보다 더 애처롭다.
무슨 남는게 있다고 이 고생을 하시는지..
나는 또 무엇를 위하여 한발짝 타지도 못하는줄 알면서도 이렇게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지..
모두가 미친거다.
아니면 무엇에 홀렸던지.
10여km의 임도길을 달려 내려온다.
자갈이 워낙 많은 데다가 요소 요소에 빗물이 고여 있어서 매우 위험했지만
한걸음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그냥 내달린다.
비에 젖은 옷이 체온을 빼앗아 너무 춥다.
브레이크 잡은 손에 쥐가 나고 손목이 꺾이는듯 아파온다.
너무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자전거를 세운다.
내리막길이 힘들어서 쉬어가다니..
옥동초교 분교앞으로 나오니 조그만 가계집이 하나 있다.
따뜻한 무엇인가를 사먹고 싶었지만 규정위반 사항이니 생각만 간절할 뿐이다.
가계집 추녀에서 비를 피해 지도를 꺼내본다.
지금부터 가야할 길은 완전 미개척 코스이다.
내리천을 따라 계곡을 거슬러 야영장으로 가야하는 길인데 아는 정보라고는
고작 10여km 정도의 거리라는 것밖에..
세시간이 걸릴지 10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시간이 대충 10시 정도이니 야영장에 도착시간이 빨라야 3시 정도일것 같다.
제발 좀 편한 길이기를 간절히 빌며 빗속을 뚧고 내리천을 찿아 나선다.
계곡 갈림길인 내리교에 이르니 운영진 차량이 경적을 울린다.
믿음직한 그대있음에님이 차에서 내리시더니 낭보를 전해준다.
계곡길이 폭우로 인하여 접근이 불가능하니 도로로 우회하라는 것이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야영지로 향하는 도로를 오른다.
총 12km중 업힐이 6km, 다운힐이 6km란다.
기쁜 마음으로 붙었지만 쉽지않은 언덕이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굽이를 돌때마다 계속 올라간다는 유도 화살표만 반짝이고
도대체 끝이 안보인다.
다시 자전거를 내려서 끌고 또 끌고..
한 3km는 족히 끌고서야 정상을 밟을수 있었다.
이어지는 한참의 다운힐..
체력은 고갈되고 몸은 얼어 붙었지만 새록새록 힘이솟는다.
조금만 더가면 이제 정말 쉴 수 있는 곳이다.
밤 11시 반이 넘어설때 쯤
반짝이는 유도등을 따라 들어선 야영장 그 끝에는
19시간 동안을 안절부절 못하며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린
보걸의 웃는 얼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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