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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선비2009.09.10 07:27조회 수 469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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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시골 길을 걷고 있었다.

마침 말년 휴가를 온 아들이 급히 차를 쓸 일이 있다고 하여
아들에게 차 키를 내 주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시골로 가기로 했었다.
버스에서 내려 십리나 되는 길이었지만 옛날 학창시절의 추억에
젖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에서였다.

이틀은 일하고 이틀은 쉬는이른바
4조 4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간 근무를 마치고 쉬는
'비번'날 오후가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 되었다.

그 날도 오전에 낮잠을 자고 일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간단한 배낭을 하나 멘 채였다.

가방에는 아내가 싸 준 간식과 정종 한 병,
종이컵이 전부였다. 버스정류장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아버지의 산소에 가 볼 생각에서였다.

한 이 년 동안 자전거로 통학을 했고
버스에서 내려 걸어다니기도 했던 길이지만
옛날의 정취는 거의 없는 편이다.

무분별한 개발은 이 시골마을도 그냥 두지 않고 있어
작은 개천을 사이에 두고 양 쪽으로 난 계단식 논의
황금색을 향한 향연을 빼면 옛정취를 떠올리기에는 부족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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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황금색에 못 미친 논들을 바라보며 옛날의 향취를 느끼고 있던 즈음
별안간 하늘이 깜깜해지며 그 일이 일어났었다.

 

포장된 길이었지만 별안간 앞이 깜깜해지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주변을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두리번거리면서 주변의 어둠에 눈이 적응되기 시작했을때는
아마 이게 세상의 마지막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몰려오고
내 아이들과 아내, 직장 일이 걱정이 되어 집과 직장으로 전화를 했지만
몇 번을 시도해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가까스로 이웃 동네 친구네 집에 가서 알게 된 일은
태양폭발로 의심되는 자연현상과 도시의 마비, 사고 등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언론의 반복 보도 뿐이었다.

그 날,
친구의 차를 빌어타고 가까스로 도착한 국도는 아수라장이었다.

많은 차량이 충돌해 있거나 전복되어서 가는 길을 더디게 하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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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다.
밤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아마 희생자는 줄었을 것이다.
별안간 일어난 일로 당황한 운전자들이 아무 대책 없이 사고를 낸 일이 많아
희생자는 적지 않은 수였다.

그동안 달라 진 것이 있다면
전 세계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는 것이고
별안간 일어난 자연의 폭거로 인한 두려움들이다.

낮과 밤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 졌지만
밤에는 문을 걸어잠그고 밖으로 나가는 일이 줄어들었다.

천체간 인력이 달려졌다고도 하고
이러다가 다른 행성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동안 몇 번 정상에 가까운 햇빛을 보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암흑에 가까운 상태로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야간 통행금지 정책을 펼 것이라는 말을 언론에 흘리고 있었고
언론도 이에 딴지를 걸지 않았으며 여론이 찬성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security업종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는 가운데
같은 업계가 많은 수의 젊은이들을 채용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자연의 교란으로 지구의 인력이 변했다는 말과
앞으로 식품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가장 화두가 되었다.
벌써 채소 등에 대한 매점매석이 벌어져
내 업무의 대부분도 절도, 강도 등의 범죄 예방과 진압,
매점매석 신고에 대한 대응으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될 경우라면 핵발전소를 더 많이 세워야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그게 불가피한 일이라는 인식이 높다.

많은 사람이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

연일 계속되는 근무로 신경이 날카로와졌고
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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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 수업이 있는 딸내미의 모닝 콜 소리가
꿈속의 나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현실이 아니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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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기능이 수동인데 해결 방법 없을까요 ? (by 백팔번뇌) 이상하다??? 靑竹니임~~~! (by 십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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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어쩌면 선비님도 저와 비슷하신 생각을 평소에 품고 사시나 봅니다.

    꿈까지 이렇게 리얼하게 꾸시다니요.ㅎㅎㅎ 어지간한 창작물 이상입니다.

    꿈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으니 편안하게 주무신 건 아니셨겠네요.

     

    태양의 흑점활동이 약간만 변해도 큰 혼란을 겪는 지구야

    태양이 꺼진다면 생명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수십억 년 후 태양의 활동이 정지되고 대폭발로 생을 마감하게 될 거라고

    과학자들이 말하는 걸 듣고 걱정을 하면서도 웃습니다.

    한반도의 역사가 불과 반만년인데 수십억 년이면 억겁의 세월이지요.

     

    이러다 잔차를 끌고 나가면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 앞바퀴 슬릭을 걱정합니다.

  • 예전 내일은 늦으리라는 환경콘서트가 생각납니다

    NEXT라는 그룹이 불렀던 1999(지구최후의 날)에서 신해철이 나즈막하게 읊조리던

    랩이라기 보다는 나레이션에 가까운 그 노래가 불현 듯 생각나네요

    처음 취지는 참 좋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의례히 그렇듯이 상업주의로 변모하는 바람에

    제 기억 속에서 잊혀져버렸지만...

     

    역시 아빠를 생각(?)해주는 건 딸이네요

     

  • 우리나라에도 이제 겨울이 없어질 것이라는 예견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슬픈 얘기지요...

    저도 이제 잔차를 안타도 불안해 하지 않을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 꿈에서 조차..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 선비님이 그저...존경스럽고.....

    그저...전..이 나이에 아직도...개꿈이나 꾸고 있으려니....에고....

    그나 저나....청죽님의 글은 녹색....구름선비님의 글은...옅은 파랑색....

     

  • 꿈속에서 제가 소설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일어나자 마자 컴퓨터를 켜고 꿈 속에서 있었던 일을 적었습니다. ㅎㅎ

    저도 대부분의 꿈이 개꿈 중에 개꿈인데
    꿈이 이렇게 구체적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구요.

    靑竹님,
    sarang1207님,
    인자요산님,
    풀민이님 감사합니다.

  • 어려서 꾸었던 꿈을 깨고 나면 무섭거나 즐거웠는데

    나이들어 꾸는 꿈을 깨고 나면 대개 찝찝합니다.

    사실 나이들어 꾸는 꿈은 '꿈'이 아니고 환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1996년도에 노스트라다무스  라는 예언가를 조명하는 단편 영화가 있었는데

    그의 삶을 조명하고 그가 남겼던 기록들을 설명하면서 만든 영화였는데

    그 이후 몇 년 지나서 2000년대 초반쯤....

    마치 그 영화를 보는듯한 리얼한 꿈이시네요.     인간의 생명도 삶이 영원하지 안은 것 처럼

    지구라는 행성도 영원하진 안겠지요.

     

    인위적으로 자연에 뭔가 손을 쓴 다면 그건 다시 또다른 부작용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가장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라 합니다.(위에 토마토님 글에도 있죠..)

    아직 마음이 순수하셔서 그러한 꿈을 꾸시는 것입니다.

    환절기 건강에 유의 하십시요...^^

  • 밀레니엄 때 전 세계가 큰 일 날 것처럼 얼마나 혼란스러웠습니까?

     

    그저...하루하루가...이반님 말씀처럼 CARFE DIEM 인거죠. ㅋㅋㅋ

     

    복음성가인 "내일 일은 난몰라요" 가 떠오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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