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기대를 걸고 하는 일은
기대만큼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기대를 걸고 간 세미원에서 이렇다할 연꽃이 없거나
날씨가 너무 더워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음을 알았을 때
이제는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필름을 소비하지 않으면 안될 때
기대에 못미치는 사진을 찍고
그걸 인화하는 것도 즐거운 일은 아니다.
이미 사진이 어떻게 나올 것을 알고있고
사진을 찍는 행위에다 그걸 현상해야한다는 과정에서 어느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되다는 규칙이 있다면 그건 더 슬픈 일이다.
필름을 스캔하는 방법이 어떠하였던
결과는 예상대로다.
이게 인화였다면 어땠을까?
디지털시대에 사는 필카 사용자는 외롭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동네 사진관에서 필름을 현상하던 것이
몇 군데를 돌아다녀야 현상하는 곳을 찾을 수 있으니
사진을 찍고 사진관에 맡기면서 가지던 기대가 없어졌고
기분 또한 옛날 같지 못하다.
필름이 비싸진 만큼
사진에 대한 자부심도 있어야 할텐데
편리함에, 화면으로 볼 때 더 좋은 디카의 메카니즘이
가난한 필카 사진사를 슬프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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