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고 있다.
비옷을 걸치고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세찬 비는 아니었지만 맞바람에 꾸준히 실려오는 비는
이내 바지를 적시고 장갑이며 모자까지 흠뻑 적셨다.
비옷도 없이 진눈깨비를 맞아가며 달리던 40대 시절보다
비옷이라도 걸친 지금은 그래도 견딜 만하다.
▲지난 겨울 몹시 추웠던 날.
오늘 같은 날의 중랑천은 정말 한산하다.
이런 한산함 속의 한가로움이 좋아 자전거를 달리는지도 모르겠다.
중랑천을 흐르는 물이 온통 시커멓다.
절제를 모르고 살아가는 인간들이 만들어 낸
타이어 가루며 매연 분진 가루 등등의 온갖 찌꺼기들이
빗물에 쓸려 중랑천으로 흘러든 까닭이리라.
물 아래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물고기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죽은 듯 앙상하던 메마른 가지며 대지도
후줄근히 내린 봄비를 맞아 곧 푸르게 소생하리라.
봄비를 흠뻑 맞으며 30여 km를 달린 나도 키가 조금은 자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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