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속도계가 못쓰게 되는 바람에 떼어버렸는데 나름대로 신경쓸 일이 하나 줄어서 편하고 좋았다. 그런데 처음 간 코스의 거리 등이 궁금한 마음이 가끔씩 들곤 해서 재작년인가 하나 새걸로 구입했었다. 그런데 앞샥이 가변샥이란 걸 샾주가 계산에 넣지 않았는지 가장 큰 트래블로 설정해놓고 다운힐을 하고 났더니 작동이 되지 않았다. 유심히 살펴보니 선이 지나치게 팽팽하게 당겨진 듯 보였는데 가운데가 좀 늘어진 듯 쳐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속도계를 분리한 다음 늘어진 곳을 만져 보았더니 너무 팽팽하게 당겨지는 바람에 분명 케이블 안에서 단선이 된 듯했다. 늘어진 지점을 불로 지졌더니 역시 단선. 불로 마저 지져서 벗겨내야 하는데 공연히 리퍼로 서둘러 벗겨내다 보니 몇 가닥 되지 않는 가는 동선을 몇 개 잘라먹고 어설프게 연결한 뒤 검정테이프로 감았는데 며칠 가지 않아 또 작동이 되지 않아 떼어 보니 결합한 동선이 떨어져 있었다. 에라이~ 귀찮다. '어차피 속도계가 없어도 별 불편한 것도 없던데 속도계 다시 떼고 다니지 뭐.' 하던 게 작년이었다. 올해 들어 시절이 쭈글쭈글한 게 그렇게도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는 일마저 도무지 신명이 나지 않아 타기 시작한 이래 가장 저조한 주행거리를 보이고 말았다.
자전거를 타는 게 유일한 운동이었는데 그게 없었으니 건강에도 적신호가 오는 게 몸 여기저기서 느껴졌다. 시절은 시절이고 건강마저 잃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안장에 올랐는데 조금만 달려도 힘이 부쳤다. 그래도 도로라이딩 위주로 매일 타면서 거리를 조금씩 늘려갔는데 처음 가는 길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 내가 얼마를 달렸을까가 또 궁금해졌다. 무리는 독이라는 걸 잘 알기에 몸이 감당하는 만큼만 늘려갈 요량이었던 터라 속도계가 다시 필요해졌다.
어제 쳐박아 두었던 속도계를 다시 꺼내 절단된 곳을 라이터불로 지져 단 한가닥 동선의 손실이 없이 온전하게 벗겨내 꼼꼼하게 연결한 다음 검정테이프로 꼼꼼하게 감았다. 가변샥의 움직임을 충분히 재서 케이블에 여유를 주고 가장 짧은 트레블에 맞췄을 때 늘어지는 부분이 타이어에 닿지 않도록 샥의 크라운 옆으로 케이블타이를 연결해 묶어 주었다.
속도계는 같은 속도계라도 보는 관점은 사뭇 다르다. 예전엔 주로 '내가 지금 몇 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고 있을까?"가 궁금해 수시로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주행거리 측정이 목적이지 속도엔 별로 무관심한 편이라 잘 보지 않는다. (포기했을지도..켈켈)
그런데 문제는 건망증과 치매의 영역을 오락가락하는 이놈의 정신머리다. 수십 번도 더 다닌 사패산 매표소까지의 왕복거리를 여태 한 번도 측정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라 오늘은 분명히 측정해 보자고 했는데 또 제로 설정을 하지 않고 그냥 올랐다. 그게 어디 사패산 뿐이랴. 수백 번을 넘게 다닌 중랑천 몇 구간 정도만 겨우 측정해 보았을 뿐 산악코스는 신기하게도 거리 측정에 성공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 꺼억~ ㅡ,.ㅡ 매표소에서 제로 설정을 그나마 했으면 또 뭘 하나? 큭큭.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에 갑자기 계단을 타고 싶은 마음에 예술의전당 쪽으로 코스를 변경했으니 확연하게 짧은 거리다. 2배수의 계산이 성립될 리 없지..휴~ 머저리....
어제 열심히 고쳐서 달았는데 이놈의 속도계가 진정 내게 필요한 것인가 모르겠다. 용불용설이 이 조그만 기계에도 적용이 된다면 벌써 퇴화되었을 게 틀림이 없다. 속도계 요놈의 정체가 궁금하다.
가을이 멀찌감치서 다가오고 있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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