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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수리 - 섣부른 처방

靑竹2009.09.03 17:22조회 수 938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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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구질구질한 코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자전거를 세워놓았다가 밤늦게 어디 갈 일이 있어 자전거를 꺼내러 베란다로 나갔더니 얼씨구? 바람이 홀랑 빠져 있었다. 라이딩 내내 외래종인 듯한 담쟁이덩굴 종류로 보이는 가시풀에 줄창 종아리며 팔이며 긁혔던 요즘이었는데 오늘은 안그래도 길가의 가느다란 가시나무과의 잡목들을 베어서 길에다 널어놓은 걸 마구 넘어다니며 펑크가 걱정이었는데 집으로 올 때까지 별 이상을 느끼지 못했었다.

 

좀 멀기도 한 데다 아파트 옆 구멍가게까지 가는 것조차 신발을 꿰신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위인이 펑크쯤 났다고 설마 걸어서 가랴. 펑크난 뒷바퀴를 빼고 타이어를 분리한 다음 튜브에 적당히 바람을 넣고 물을 받은 세면대에 담가 보았더니 역시 한 군데가 펑크가 났는지 물방울이 뽀로로 줄지어 올라온다. 볼펜으로 그 자리에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에 물기를 말리고 패치를 붙여 때웠다. 타이어를 살피니 그 자리쯤에 조그만 금속핀이 박혀 있었다. 쪽집게를 이용해서 간신히 제거하고 적당한 압력까지 바람을 넣고 룰루랄라 밖으로 나갔더니 허걱? 바람이 또 빠져 있다. 거친 구간을 벗어나 집으로 오는 몇 킬로의 평탄한 길에서 멀쩡했던 걸 떠올리며 펑크가 한 군데만 났을 거라고 섣부른 처방을 내린 이 어리석은 돌팔이란...

 

좀 화는 났지만 다시 분해해서 이전의 작업을 되풀이하며 살폈더니 먼저 때운 자리의 반대편쯤에 또 펑크가 나 있는 게 아닌가.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뼈저리게 느끼며 때운 튜브를 다시 넣기 전에 타이어 안쪽을 더듬었더니 이번엔 커다란 가시 한 개가 박혀 있었다. 쪽집게 이상 가는 도구는 없는 것 같다. 예전엔 타이어에 박힌 이물질들을 뽑느라 리퍼 등을 사용했는데 금속핀이 아닌 가시의 경우는 힘 조절이 어려워 번번히 잘리는 바람에 돌팔이 의사들이 부주의로 꺼내지 않고 꿰멘 환자 뱃속의 수술도구처럼 타이어 속에 장래의 시빗거리로 남겨졌었다. 쪽집게를 이용하여 이번에도 간단히 빼냈다. 켈켈. '자 이제 다 잊고 기분좋게 출발이닷!'

 

커피광이라 뻔질나게 타서 먹는 걸 아는 마누라가 몸에 나쁜 거라며 여간해서 커피는 잘 타 주지 않는데 웬일로 커피를 타 주기에 한 잔 마시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어라? 공기압이 또 줄었다? 설마? 예전엔 우격다짐으로 타이어를 끼우다 주걱으로 튜브를 찝는 바람에 상하게 한 적이 있었지만 요령이 부쩍 는 지금은 굳이 주걱을 사용하지 않고도 타이어를 빼고 끼울 정도이니 그런 실수를 여간해서 하지 않는데 이상하다?  '그렇다면 세 군데에 펑크가 났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돌팔이도 이런 상돌팔이는 없다. 하돌팔과 중돌팔을 넘어 정말 내가 그 위대한 상돌팔이의 경지까지 도달했을까 하는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분해를 시작했다. (설레기는..복장이 터질 지경이었지..)

 

아뿔싸, 또 한 군데에서 뽀로로 작은 공깃방울이 올라온다. 으흑흑. 대관절 공기를 넣은 튜브를 물속에 담가 한 바퀴 빙 돌려가면서 차분하게 관찰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린다고 이 고생을 사서 하는지 한심하다. 아까 초저녁 무렵에 집으로 달려오면서 공기압이 빠진 느낌을 받지 못했기에 펑크가 단지 한 군데뿐일 거라는 판단은 분명 섣부른 처방이었다. 그러나 다시 분해해서 튜브를 물에 담갔다가 발견한 두 번째 펑크 부분을 발견하며 또 한 곳의 펑크가 있을 가능성을 철저히 무시했던 건 나의 타고난 운명의 작용이라 생각된다. 으흑흑.

 

가뜩이나 늦은 밤에 시간을 지체한 덕분인지, 맹위를 떨치던 더위가 한풀 꺾여서 그런지 선선하다 못해 가을 기운마저 느껴지는 가운데 이 돌팔이는 적어도 세 번이나 계속되었던 반복작업 과정 만큼은 제법 숙련공처럼 익숙함을 자랑했었노라고  자위하며 중랑천의 밤공기를 갈랐다. 야호~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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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 제 경우는, 펑크 때워 본 기억이 가물가물한 걸 보면, 그 동안 자전거랑 별로 안 친했었단 얘기겠죠?

    펑크 무서워 안 타는 건 아니지만, 가을이니까 이제 좀 타야겠습니다. 청죽님 글도 자주 올라왔으면 좋겠고요. ^^

  • 바보이반님께
    靑竹글쓴이
    2009.9.3 17:50 댓글추천 0비추천 0

    건강을 위하셔서라도 꾸준히 타셔야지요.^^

    저도 한동안 심드렁해져서 안 탔더니 건강이 자주 탈 때만 못하더군요.

    요즘 체력이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 靑竹님께

    청죽님, 언젠가 같이 라이딩 할 기회가 있으면 제가 한 수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펑크 때우기 신공이요 ^^

    짜수님과 스카이님이 저번 주 토요일 찾아와 주셔서 같이 한 잔 했었습니다. 청죽님과도 조만간 그럴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 그 특유의 초록빛 글씨들이..좀 탁해(???)졌습니다....

    안녕하시죠?...요 근래에는 안부조차 묻지도 못하고 살았네요...쩝!!!

    드디어(??) 내년이면..저도 청죽님과 동년대(??)의 연령이라 맘 먹을 수 있다고(????...꽥!!) 기다리고는 있지만....

    암튼 해 지나기 전에 커피 한잔 대접하여야 할텐데.....

    아~~ 참고로..저 커피 끊었습니다....물론 술도 끊었구요..(그것은 한 20년도 넘었지만..)

    담배도 벌써 5년 넘게 끊고 삽니다....

    다만 아직 못 끊은 것은 계집질???..헉!!! ...이 아니고 젊은 처자 다리 훔쳐 보는 것과....

    살만 못빼고 있습니다.....한동안 굳은 의지로 7kg까지 줄였는데...

    그렇지않아도 환자(???)보고..사람들이 더 많이 나빠진 줄 알고..걱정(???)하기에....

    제 팔자에는 다이어트는 안되나 보다 하고 살고 있습니다....

     

    쩝!! 조만간 의정부 갈 체력(??)이 된다면....찾아 뵙겠습니다....헐헐헐!!! 

  • 풀민이님께
    靑竹글쓴이
    2009.9.3 22:47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랜만이우 풀민님.^^

    저는 요즘 도로를 많이 탔더니 한창 때보다 거의 10kg 정도 줄였습니다.

    어제 막 힘들던 고비였던 65kg의 고비를 돌파했습니다.

    힘이 좀 들어도 꾸준히 타세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나이가 좀 든 분들에겐 무리는 금물입니다.

    그냥 몸이 감당하는 만큼씩 서서히 운동량을 늘려가십시오.

    그리고 언제나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맞먹는 것도 아니고

    맘먹는(?)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건강하세요.

  • 그 동안 안보이던 푸르른색 ㅎㅎㅎㅎ

    건강 하시죠

  • stom(스탐)님께
    靑竹글쓴이
    2009.9.3 22:49 댓글추천 0비추천 0

    스탐님은 글로만 봐도 반가운 분인데 혼사라는 경사 소식까지 접하니

    더욱 반갑습니다. 두 분 결혼하셔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 靑竹님께
    청죽님이 반가워해주시니........기분이 좋읍니다
  • 아직 펑크 경험이 없는데, 읽어보니  차후 좋은 참고가 될 좋은 글입니다.
  • bluebird님께
    靑竹글쓴이
    2009.9.3 22:50 댓글추천 0비추천 0

    정말요? 블루버드님께서 한 번도 펑크 경험이 없으시다는 게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워낙 오래 왈바에서 활동하시는 걸로 미뤄서 자전거도 많이 타시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안녕하시죠?

  • 청죽님 남들도 다 그려유 ㅋㅋㅋ
  • 목수님께
    靑竹글쓴이
    2009.9.3 23:42 댓글추천 0비추천 0

    사실 중랑천과 한강 둔치만 죽자사자 타던 시절엔 여간해서 펑크가 나는 일이 없었습니다.

    펑크 수리라고 해 봤자 수리 용품도 없이 펑크로 애태우는 사람들을 발견해서 때워 주는 정도였지요.

    그런데 험악한(위험한이 아님) 길은 좀 다르네요. 자주 납니다.

    요즘 덕분에 펑크 때우는 기술자가 다 되어갑니다.ㅋㅋ

  • 선선할때........하시면 등에 땀이 많이 나시고

    몸도 따뜻해져서 좋은데~~~

    단지 정신적 흥분이 있다는거 ㅋ

  • 편안한 수필한편 읽었습니다~~~ 지금 오전 1교시 수업중인데(....이거 수업중에?) 선선한 바람과 함께 머리도 상쾌해 지는군요 ㅎㅎㅎ

    혹시 밤나무 숲을 헤치고 다니신건 아니신지요 ㅋ

  • 청죽님의 글 간만에 보네요... 자출만 죽어라고 하고 있는데 이번주는 화창해서 5일 내내 자출했네요...

    간다 간다 간다 하면서도 함 찾아 뵙지 못하는 제가 밉습니다. 언젠가는 가겠지만...그게 언제인지는

    저도 모르니 답답하네요...멀지않은 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최근 얼마나 타셨기네 살이 그렇게 빠져요...전 속초갔다와도 살이 찌네요...쩝...

  • 산은 그래서 싫어하나 봅니다 제가...ㅋㅋㅋ 펑크 때우기 귀찮아요...^^
  • 오랜만에 오셨군요...

    그간 만수무강 하셨는지요?

    펑크는.... 생활차 튜브를 쓰시면 해결됩니다..... ^^*

  • ㅋㅋ

    '수리라면 구름선비만큼은 한다'는 말은
    이제 버리셔야겠습니다.

  • 하돌팔과 중돌팔을 넘어 이 문장에 사무실에서 커피 뿜을 뻔 했습니다

    그러시고는 자전거가 좋다 이 문장또한 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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