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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산 回軍(회군)

靑竹2009.09.04 22:47조회 수 750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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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말 요동 정벌의 중책을 맡았던 이성계가 전쟁이 도저히 불가한 상황을 인식하고 위화도에서 회군을 감행하게 되는데 그것은 정벌을 엄명한 왕명에 대한 정면도전이었기에 삽시간에 반역자로 돌변하게 되고 만다. 군세의 대부분을 이성계의 손아귀에 쥐어 준 상태였기에 고려의 조정은 졸지에 반군으로 돌변해 돌아오는 이성계를 징벌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처음부터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 돌발적인 반역이 제압당했더라면 한반도의 마지막 왕조인 조선의 500년은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나도 오늘 회군을 했다. 이른바 도정산 회군이다. 모처럼 도정산을 타려고 집을 나섰으나 쉬지 않고 계속했던 강행군 탓인지 다리 근육이 뭉친 게 풀리질 않아 페달을 밟는 일이 천근만근의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어쨌든 도정산 앞쪽으로 대시를 했지만 여러모로 살펴 보자니 아무래도 무리일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몸이 감당할 만큼만 타자'라는 모토에서도 어긋나는 등정일 것이다. 도정산 앞까지 오는 데도 아주 천천히 허우적거리다 보니 평속이 15킬로미터를 넘지 않았을 정도로 부드럽고 조용히 달려왔으니(달린 거라고 해야 되나?) 이대로 회군한다고 해도 뭉친 다리근육이 풀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에라,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올라간다고 누가 알아주기를 하냐, 아니면 여기서 회군한다고 누구에게 반역이라도 하는 거냐. 태생이 부실하니 무리할 필요가 뭐 있겠나 하는 등등의 생각이 들어 말머리, 아니 핸들바를 과감히 집 방향으로 꺾었다. 회군의 결정에 필시 골머리를 싸맸을 수많은 군사를 거느렸던 장군 이성계보다 쉽고 간명하게 회군을 결정한 홀로라이딩을 나선 독불장군인 내가 어쩌면 더 행복한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푸헬헬.

 

올핸 단풍이 들기 전 천보산 풀코스를 종주하고 왕방산 임도까지 마저 종주해야지. 체력이 문제다. 조금씩 계속 올리자꾸나. 체력이 보잘것 없으니 꾸준한 서행으로 완주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할 텐데 슬슬 가을 기운이 느껴지니 해도 그만큼 점점 짧아지렸다? 서둘자.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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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 오늘 회군한들.... 아무도 반역이라 하지 않으니

    마음 놓고 하시죠 ㅎㅎ

  • stom(스탐)님께
    靑竹글쓴이
    2009.9.4 23:09 댓글추천 0비추천 0

    스탐님 안녕하세요? ㅋㅋ

    원래 맛사지란 걸 여간해서 않는 편인데

    오늘은 뭉친 근육을 푼답시고 한참을 주무르고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 靑竹님께

    힘을 쓰다가 중간에 멈추어서 뭉친겁니다

    조금더 힘을 쓰다보면 힘이 소진되면서 근육이 풀어집니다

    일명....퍼졌다고 하는 ㅎㅎㅎㅎ

  • 제 인생에서도 회군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길이 아녔던 개벼어어어!!!

  • onbike님께
    靑竹글쓴이
    2009.9.5 11:22 댓글추천 0비추천 0

    자전거길을 이르시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길을 이르시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살다 보면 회군을 결정해야 될 시점들을 많이 많나곤 하는 게

    사람의 한살이 같습니다. 늘 평안하세요.

  • 그 회군하고 그 회군이 같은 급이군요 ㅎㅎㅎㅎㅎ

    홀로라이딩의 함정이기도 하죠~~~ 쪼깨만 힘들어도 쉬었다가~~ 쪼깨만 허기져도 간식에~~ 코스 단축의 달콤한 유혹에~~~ ㅋㅋ

  • 쌀집잔차님께
    靑竹글쓴이
    2009.9.5 11:24 댓글추천 0비추천 0

    인정하긴 싫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제 회군이 좀 급이 떨어지지 않을까요?ㅋㅋ

    홀로라이딩의 함정이긴 하지만 무한한 자유가 주는 참맛도 있잖습니까? ㅋㅋ

    가을이 다가오는 탓인지 날씨가 점점 청명 모드로 변해갑니다. 

     

  • 유비가 말을 타지 못해 비대해진 허벅지를 탓했다고 하는데

    전 잘차질을 게을리해 그나마 가는 다리가 황새다리가 되어 갑니다.

    (뭐 탈 여건이 돼야 말이죠)

    암튼 강태공이 낙싯대 드리우듯 여유롭게 잔차생활 하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왈바의 소금이 되어주세요.

  • 탑돌이님께
    靑竹글쓴이
    2009.9.5 11:26 댓글추천 0비추천 0

    탑돌이님 반갑습니다. 여전히 해외에서 거처하시는 거죠?

    자전거는 가져가신 걸로 아는데 타실 만한 시간이 안 나시는가 봅니다.

     

     

  • 며칠만에 들어왔더니 반가운 분이

    글 몇을 남기셨군요.

    반갑습니다.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09.9.5 11:28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비님 반갑습니다.

    언젠가부터 선비님께서 잔차를 타시는 일에 좀 심드렁해지셨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요즘도 그러신가요?

    건강은 많이 좋아지셨는지요? 그간 오래 왈바를 비웠습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인간이 뭐 딱히 갈 만한 곳이 없더군요. ㅎㅎ

    왈바는 고향 같은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 ㅎㅎㅎ....천하의 청죽님께서도 그러실 때가 있으시군요....허기사 너무 무리하는 것은

    담 날의 라이딩에도 영향을 주니 적당히 즐기는 맛과 여유도 필요한 뱁이쥬...^^

    그나저나  도정산엘 초여름에 가보고 여적지 가보질 못했는데 이제 갈 시즌이 도래했군요.

    늘...건강 하십시요...^^

  • eyeinthesky7님께
    靑竹글쓴이
    2009.9.5 18:11 댓글추천 0비추천 0

    무리를 피한 덕분인지 오늘 산행은 비교적 가뿐했습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스카이님.^^

  • 청죽님 구름선비님 !

    오랫만이십니다.

     <켐페인>

    맘고생이 많으신

    홀릭님에게 힘을 실어 드립시다.

  • 하늘기둥님께
    靑竹글쓴이
    2009.9.6 16:54 댓글추천 0비추천 0

    하늘기둥님도 뵙는군요. 반갑습니다.

    홀릭님께는 뭔 일이 있으신가요?

    그냥반 별 탈이 없으셔야 할 텐데...

  • 저도 주말에 화야산 임도를 탔는데 은근히 빡시드라구여...업힐은 할만했는데 다운힐은 역시

    기술이 많이 필요하드라구여...일행들이 항상 먼저 내려가서 갈라지는곳에서 기다려 주곤 했네요.

    업힐은 제일 먼저 올라가고...MTB니까 MTB답게 산으로 이젠 가야되겠습니다.^^

    청죽님과 산을 타는 영광을 함 누려봐야 되는데...언제가 될런지 많은 기술 전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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