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 요동 정벌의 중책을 맡았던 이성계가 전쟁이 도저히 불가한 상황을 인식하고 위화도에서 회군을 감행하게 되는데 그것은 정벌을 엄명한 왕명에 대한 정면도전이었기에 삽시간에 반역자로 돌변하게 되고 만다. 군세의 대부분을 이성계의 손아귀에 쥐어 준 상태였기에 고려의 조정은 졸지에 반군으로 돌변해 돌아오는 이성계를 징벌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처음부터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 돌발적인 반역이 제압당했더라면 한반도의 마지막 왕조인 조선의 500년은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나도 오늘 회군을 했다. 이른바 도정산 회군이다. 모처럼 도정산을 타려고 집을 나섰으나 쉬지 않고 계속했던 강행군 탓인지 다리 근육이 뭉친 게 풀리질 않아 페달을 밟는 일이 천근만근의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어쨌든 도정산 앞쪽으로 대시를 했지만 여러모로 살펴 보자니 아무래도 무리일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몸이 감당할 만큼만 타자'라는 모토에서도 어긋나는 등정일 것이다. 도정산 앞까지 오는 데도 아주 천천히 허우적거리다 보니 평속이 15킬로미터를 넘지 않았을 정도로 부드럽고 조용히 달려왔으니(달린 거라고 해야 되나?) 이대로 회군한다고 해도 뭉친 다리근육이 풀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에라,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올라간다고 누가 알아주기를 하냐, 아니면 여기서 회군한다고 누구에게 반역이라도 하는 거냐. 태생이 부실하니 무리할 필요가 뭐 있겠나 하는 등등의 생각이 들어 말머리, 아니 핸들바를 과감히 집 방향으로 꺾었다. 회군의 결정에 필시 골머리를 싸맸을 수많은 군사를 거느렸던 장군 이성계보다 쉽고 간명하게 회군을 결정한 홀로라이딩을 나선 독불장군인 내가 어쩌면 더 행복한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푸헬헬.
올핸 단풍이 들기 전 천보산 풀코스를 종주하고 왕방산 임도까지 마저 종주해야지. 체력이 문제다. 조금씩 계속 올리자꾸나. 체력이 보잘것 없으니 꾸준한 서행으로 완주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할 텐데 슬슬 가을 기운이 느껴지니 해도 그만큼 점점 짧아지렸다? 서둘자.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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