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군의 아침 (2)
8.
세상에서 제일 심한 고문은????...아마 졸린데..잠 못자는 것일겁니다.
새벽녘까지..각 소대의 인원들이 다 집합을 했습니다...
소대장의 능력에(???)에 따라...소대원들의 새벽녘의 몸컨디션은 엄청 나이가 납니다....
역시..띨띨한..,,김소위..소대가 가장 늦게 도착하여..미처 쉴 시간도 없이 대대 병력 합류점 까지
중대별로 행군을 시작하여야 했습니다...
아울러..중대 선임인..똥개중위의 고생길도 같이 시작 되었습니다....
이미 중대장은 지나가는 구급차에 몸을 싣고...부웅~~~
대대통신 무전병과 무전기만 덩그란히 넘겨주고...그렇게 농땡이를 칩니다.
뭐..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달구지..달구지 나와라 당소...독수리 이상!!!"
(독수리는 염병.....병아리라고나 해랏!!!) 독수리는 대대 상황실을 지칭합니다...
"당소..달구지 하나..말하라 이상!!"
"엥??? 너희 중대장 어디갔어???"
기껏 무전 용어로 말하다가...갑자기 대대장님이 무전 받는 사람이 우리 중대 중대장이 아님을 눈치 챘습니다...
"저어~기...구급차 타고 갔는디여???"
"뭐야???...그럼 누가 지금 중대 인솔하고 있나???"
"전디여???왈왈!!!"
"똥개 너냐???" (젠장 무전기에 대고 똥개가 뭐야...쓰~~봉)
이후 우리 중대에는 대대에서 무전도 안왔습니다....(편하긴 하더구먼...)
암튼...그렇게 40km를 10시간에 걸려..대대 집합 장소까지 가야만 했습니다....
아침에 해가 뜨고....
또다시 아침을 위한 급식차가 오고....다시 출발....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이미 날은 밝아서 도로에 차들도 오가고...
길 좌우로 병력을 나누어 행군을 하는데....교통도 통제하랴...아이들 이동 상황도 지켜보랴....
중대 앞뒤로 오가면서...걷고 있는데....(실제로 소대장들은 총 행군거리보다 20% 정도는 더 걷는다..)
'쿵"....'꽈당'..소리가 연신 들립니다...
나른한 아침 햇살을 받으니...밤새 얼어 있던 몸이 녹으면서....졸음이 한꺼번에 밀려 오게 됩니다...
졸지 말라고....군가도 부르게 하고...몽둥이로 배낭을 두들겨도....
내려오는 눈꺼풀을 막을 도리가 없는 모양입니다....
모두들..비틀 비틀....사실..제 정신으로 걷는 것이 아니지요......
하긴 총 200km 행군 중....지도 상으로는(??) 이미 120km 지점을 걷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10분간 휴식!!!!"
말이 끝나기 전에....아이들은 그냥 그대로 쓰러져서 누워 버립니다....
남들이 보면..힘들어서 그런 것 같지만....사실은 졸음을 못참아서 그런 것인데.....
9.
대대 집합 장소까지...50분 이동 10분간 휴식은 사실 상 어려웠습니다....
대략 45분 이동에 15분 휴식....왜냐하면...
"출발 5분 전....장비 확인...배낭...소총..철모..탄띠!..."
자다가 무의식 중에 출발하면..소총까지 놓고 가는 넘들도 왕왕 생깁니다...그래서
출발 전에...직접 자기 손으로 장비를 확인 하도록 시킨다....당연..이때..흉내만 내는 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때만큼은...똥개 특유의 발광(??)을 하기 때문에....나름..사고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젊은 넘들인지라....
대충..점심 때가 다가오면....서서히..자기들끼리 이바구도 나누고...
장난도 치고....고참들이..슬슬 자기 몫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도로 위이기에...항시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습니다.....특히 교통 통제를 하는 선임하사들에게
주의를 연신 주어야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남는 대략 40분여간의 시간은 잠자는(???) 시간입니다....
사총을 시켜 놓고...불침번없이...볕 잘들고 마른 볏단 곳을 찾아서 나름 숙면들을 취합니다...
당근..이 시간에...불침번을 대신 서는 사람들은 소대장들입니다....
선임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는 법....대충 앉아서...꾸벅꾸벅 졸면서....자리를 보존하는데....
짚차가 옵니다....
헉??
대대장님입니다...
"충성!!! 휴식 중!!!" 그래도 사총도 시키고 개인 장비들을 열 맞춰 정열을 하였기에....
아이들 쓰러지듯 잠자는 것에 대하여 아무 소리를 안하는구나 했는데...
"야!! 똥개....네 중대장 어디갔어???"
" ..... " (젠~~장..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무전기 까지 놓고 간걸)
"이젠 아주 막 가는구나....중대장 찾으면..무조건 나한테 오라고 해..이동 중이라도..알았어???"
"옙!!!"
나 같으면..기특(??)하다고...칭찬해주겠다....
중대장 없이 훌륭하게(??) 아이들 인솔해서 여기까지 데불고 왔으니....쩝!!
아닌게 아니라...대대 참모가 혀를 차고 갑니다...
"야..한중아..너 정말...행군하는데 다리도 안아프냐??? 보니깐..넌 뛰어다니더라??? "
"에이..작전장교님도...작년에는..전 대대 맨 뒤에 서서 낙오병들 모두 몰고 갔는데요..뭘..헷헷"
"암튼 네가 막장 중대장 만나..고생이 많다..."
10.
중대장은..대대합류점에 구급차를 타고 앉아서..우리 중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중아...이상 없지???"
자기도 사람인지라...쬐금..아주 쬐금....미안한 모양입니다...생전 보지도 않던 제 눈치를 보고....
(에구..저 잉간...내 전역하면..다신 상종을 하나 봐라!!!)
.....하지만..젠장... 전역 해서 예비군 소집날 예비군 훈련장을 가니...그곳 중대장을 하고 있더군요....흑!!
그래도...반갑긴 하더구만요....덕분에(??) 출석만 하고 훈련 교육 이수장 받고 바로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헤~~~.........
"중대장님!! 대대장님이..보는대로 즉시 대대장님에게 오시라고..."
"오잉??? 대대장님이?...왜??? " (그것을 말로 해야 아냐??? 이 잉간아???)
하긴 대대장도 포기한(???) 중대장인지라....이런 중대장을 쥑이겠습니까?? 그냥..한숨만 나오겠지요...
"내가 너를 데리고 전쟁을 하여야 한다는 생각에...잠을 못잔다...."
대대장님이 우리 중대장님의 평가를 한 유명한 독백이었습니다.
암튼....
그 후로도 한참 동안을 걷고...졸고...아이들은 무릎 아프다고..징징대고.....
그렇게 해서 대대까지 대략 2km 정도 남았을 때입니다.
뒤를 돌아 보니...역시나..중대장은 바람과 함께 사라진지 오래...
아이들만 전쟁 중 후퇴하는 부상병과 패잔병같이...쩔뚝 거리며...도로를 걸어 오고 있었습니다...
"선두 제자리!!!!"
(저 똥개..또 뭔 짓을 하려고????)
아이들의 표정은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 한듯 합니다.
"이제 부대까지는 약 2km 정도...위병소를 통과 시에는 당당하게 걸어 들어간다...
만약!! 쩔뚝거리며 들어 가면...대대에서 연병장 10바퀴 구보 후에 중대로 이동 시킨다...알았나???"
"에~~~"
"어쭈구리....너이들 똥개한테 한번 물려 볼것이여???"
"아닙니닷!!!"
"그럼 알았낫???!!!!"
"옙!!!"
똥개의 드러운 이빨이 지겨울 터..아이들은 할 수없이 대답을 하긴 했지만.....
"그럼 지금부터..위병소 앞 100m 전까지 구보로 이동한다..선두...뛰어 갓!!"
순간...
아이들의 눈에서는 경악하는 표정을 읽었습니다....
무릎이 아프네..발목이 아프네..발바닥에 이중 물집이 잡혀..걷질 못하네....하는 사람에게...
뛰어 가라니...저걸..그냥??.콱!!!!!!!
하지만..어쩌겠습니까...
여긴 군대이고..군대는 바로 계급이 장땡인데....
그래서 하는 말..."군대...조~~오~~타!!!"
...................................................................................................................
"구보 중에...군가 한다..군가는...행군의 아침...요령은 악으로..... 깡으로!!!
군가 시작..하나으..두으을..셋...네으엣!!"
이게...군대는 자동인지라...시작 전에는 씨발 네발..하지만....
일단 시작하면..그동안의 조건 반사로...자동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군가 시작 하는 소리에..숨이 턱턱 막히고..두 다리에 아픔이 몰려 와도....
저절로 터져 나오는 소리.....
"동이 트는 새벽 꿈에...고향을 본 후...."
"소리가 작닷!!...힘차게.. 박수치며..."
(야잇..이 개새끼얏!!!! ..)
(흐흐흐....맞다!! 그래..그래서 똥개다.. 왜?....)
"외투입고 투구쓰면..맘이 새로워~~~~"
하지만...악에 받쳐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며....전 콧등이 시큰했습니다...
잠시 후..위병소를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당당하게 걸어들어가는 그들을 보며...
우리들의 이 젊은 날의 표상을....이들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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